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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을 걸어 보기 전엔 죽지 마라 - 437km, 23일간의 기록
윤승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3월
평점 :
우연히(?) 인상 깊게 읽은 에세이 두 편의 저자들이 제주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제주에 살고 계신다. 부모님 친구분들이 사시던 곳에서 내 친구들이 이주한 곳으로 변한 제주가, 멋진 언니들이 사는 곳으로 새로운 끌리는 중이다.
자주 방문했다. 어릴 적에도 커서도. 그래도 제주를 많이 걸어 다니진 않았다. 하루 종일 운전하다 쉬다 하며 제주 둘레를 돌아본 적도, 가로지른 적도 있지만 올레길을 걸을 생각은 안 했다. 한라산 등반 과정이 지루했던 경험이 컸다. 물론 정상은 멋졌지만.
다소 과격한 제목이 마음에 든다. 제주 올레길을 걷기 전이니 힘내서 더 살아보자란 이상한 자의적 해석에 이른다. 거의 매일 제주 여기저기를 걸으며 출퇴근하는 친구가 보여주는 여러 풍경을 구경하지만 보는 것과 걷는 것은 천양지차의 경험.
올레길의 가장 최근 상태는 어떤지, 걸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가 궁금해서 반갑게 읽어 보았다. 완주가 첫 번째 목표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젠가 다 걸어볼 날도 있을 것이다. 무릎 부상으로 축구 대신 걷기를 택한 저자의 사연도 도움이 되었다. 이제 오래 걷는 일도 무리가 될 거란 걱정과 염려를 일단 버려본다.
대회도 아니고 경쟁도 아니니, 자유롭고 여유롭게 걸어도 좋을 것이다. 조직된 큰 모임에 가입하는 건 어려워도 짧은 여행을 함께 가는 친구와 가장 짧은 코스의 올레길을 구경하듯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직은 상상 단계이지만.
길 자체의 풍경도 계속 변화하며 다양한 자극이 되겠지만, 걷는 속도는 필연적으로 생각의 속도와 공명하니, 많은 생각이 들고 날 것이다. 움직이고 쉬고 수분 보충하고 단순한 몸의 기능에 집중하며 활자가 없는 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나 오랜만일 것이다. 상상할수록 욕구가 상승한다.
예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올레길 어디를 걸었다는 소식을 기억에 잘 담아두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수소문해서 여러 해 전 경험이라도 생생하게 다시 듣고 싶어진다. 얇지 않고 자료도 구체적이고 사진도 가득한 책이 무척 유사한 걷기 체험을 시켜주었다.
감상 에세이가 아니라 가이드북이자 길잡이 책이다. 예산을 짐작하여 계획하는데도 도움이 될 비용까지 제공된다. 한 여름 지나 태풍을 잘 피해 폭설도 잘 피해서 어렵지 않은 날, 걷기 위해 제주로 가는 여행을 꿈꿔본다. 가장 가능성 있는 현실은 짧은 주말여행일 것이지만 계획보다 오래 머물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다 친구들처럼 살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 언제가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