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콜레트 네버랜드 그래픽노블
소피 앙리오네 지음, 마투 그림, 이정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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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엄청 부럽고 아름답고 이상적이라 지난한 난제들로 소모되는 생명이 잠시 수액을 맞은 듯 기뻤고 그래서 마냥 부럽기도 해서 아프기도 했다.

 

이야기 속에서만이 아니라 어딘가의 여러 현실에서도 이렇게 행복한 일들이 많았고많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되기로 정했다부디 그러하기를!

 

텍스트만으로도 이야기는 이미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어릴 적 할머니 얘기들은 특히 그러했다 그래픽 노블이 가진 힘을 읽을 때마다 새삼 느낀다이 작품에서 나는 이모와 조카의 눈시선을 조마조마하게 보며 심정을 헤아려보곤 했다.

 

서양인들은 눈보다 입모양을 보고 판단을 한다고 하는데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인데 눈동자의 움직임이 섬세하고 마침내 시선이 연결되는 장면들마다 안심이 되고 행복했다.

 

여러 이유로 겨울이, 12월이 되었는데도 아직 한 잔도 안 마신 쇼콜라 - chocolat chaud, 핫초코 를 마시며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 자꾸 마음이 흔들렸다.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현실의 일이라 상상해보면 무척 큰일이고 간단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주인공 아누크는 도서관 사서로 파리에서 혼자 산다업무와 일상을 다소 지루한 듯하다.

동생 조에의 부음을 듣는다

동생이 딸의 후견인으로 언니를 지목했기 때문에 어린 조카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조카 콜레트는 더 막막한 상황이다아빠는 모르고 엄마는 돌아가시고 이모는 처음 만났다.


눈물과 아픔과 고통과 비극이 처절함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고 안도가 된다불행한 일이 생겼지만 살아 있다는 것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일은 불행하기만 한 일이 아닌 것이다.

 

둘의 서툴지만 진심이 가득한 노력과 시간은 다행히 서로의 진심에 잘 도착한다정말로 어떤 불행도 잠시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저녁에 덕분에 참 행복하다.

 

눈썰미가 있는 독자들은 표지의 책들을 보며 이미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서로를 만나 서로의 생명력이 더 빛나는 두 사람새로운 행복을 찾을 두 사람... 꽃과 책이 상징하는 그런 세상에서 다채롭고 씩씩하게 잘 살아가길!

 

시간이 지나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소식을 전해 줄 책을 만나게 되면 무척 반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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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어린이책 1 - 다움북클럽이 고른 성평등 어린이·청소년책 2019-2021 오늘의 어린이책 1
다움북클럽 지음 / 오늘나다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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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10가지이고무려 262권의 책들이 목록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읽은 책들보다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습니다매주 신간들 소식이 들리는 세상에서 아쉬운 것은 시간과 체력이라는 생각을 다시 합니다.

 

구체적으로 함께 독서할 계획은 연말연시를 보내고야 윤곽이 잡힐 듯합니다저는 반가운 김소영 작가님을 발견해서 가장 먼저 읽어 보았습니다설레고 기쁜 마음에 꽉 들어차는 멋진 글입니다이분의 책으로 일 년 내내 아주 조금은 좀 더 나은 어른이인간이 될 수 있었다고 느낍니다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이를 좋아하시나 봐요?>

 

어린이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 자체가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를 사회 구성원으로서 평등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그러니 내가 어린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과연 정당한가 싶었다나 자신의 것이라 해도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것은 늘 어렵고 조심스럽다.”

 

이제 혐오는 (...)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지적하는 맥락에서 폭넓게 쓰이는 말이 되었다그러면서 때로 차별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종종 감정싸움 뒤로 숨어 버리는 것 같다장애인을 차별하면서도 장애인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니까 혐오는 아니다라며 차별을 합리화하는 식이다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린이 혐오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된다.”

 

미디어는 귀여운’ 어린이를 좋아한다.

노 키즈 존을 표방하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얌전한’ 어린이는 좋아한다고 한다다만 누가 얌전한지 아닌지 알 수 없어서또는 어린이는 괜찮은데 부모(주로 엄마)가 문제여서 어린이 출입을 막는다고 한다그러니 이것은 혐오가 아니고 차별도 아니라고 한다.

운전자들은 길에 나와 있지 않은’ 어린이를 좋아한다.

초보자를 ‘~린이라는 합성어로 부르는 어른들은 어린이를 선망한다자신들의 미숙함을 어린이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격려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어린이 라는 말 자체가 어린이를 차별과 혐오에서 구해내자는 뜻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지적해도 소용없다어린이를 (...) 오히려 좋아해서 그런 것이니 차별이 아니라는 것이다생각할수록 난감한 일이다.”

 

어린이책에서도 혐오가 드러나는 방식은 비슷하다.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는 다양성의 힘을 보여주는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

 

상황을 미화하거나 단순화함으로써 손쉽게 공감을 구하고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다부주의한 친밀함이 오히려 소수자를 대상화하고 혐오를 강화한다미워하지 않아도 혐오할 수 있는 것이다. ‘혐오는 현실 문제이다. (...) 감정의 영역으로 두면 안 되고사회적으로 지적으로 더욱 민감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어린이를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하고 약자로서 차별당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아이를 좋아하시나 봐요.”라는 말에는 어린이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그건 좋아하고 싫고와 상관이 없는 문제지요.”라고 답해야겠다.“

 

혐오가 무엇인지 알아야 스스로 혐오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혐오의 대상이 되었을 때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도 있을 것이다오늘의 어린이어른 시민에게 꼭 필요한 지적인 훈련이다.”

 

이렇게 또 배웠으니 열심히 따라 해봐야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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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의 질문들 - 군대도, 전쟁도 당연하지 않다 오봄문고 6
이용석 지음 / 오월의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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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전쟁없는세상의 창립부터 19년간 병역거부를 한 당사자이자평화활동가로 활동하여 왔다얼마나 많은 고민들과 경험들이 많았을까그런 생각을 하니 이 책이 너무도 얇게 느껴진다.

 

나는 2000-2007년 사이의 한국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다심정적으로는 전후 2-3년도 떠날 준비하느라귀국은 했지만 해외기업에서 일하느라 제대로 살지도 도착하지도 못한 세월이 길었다그래서 그 기간의 한국사회가 담긴 이 책을 내 시간의 빈틈을 채우는 목적으로도 읽어 본다.

 

주위에 병역거부자도 없고 병역의무를 곧 이행할 이들도 없지만전쟁분단종전반전평화자유헌법폭력 등과 긴밀히 연결된 한국사회의 병역제도에 대한 관심이 없지는 않다입장은 있으나 아는 바는 적었는데덕분에 읽고 구체적인 역사와 현실과 주장과 반응을 배워본다.

 

첫 번째 수감 기록 이해약 80여 년 동안 1만 9,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옥에 수감되었다그들의 죄는 병역거부남을 해치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한국 최초의 병역거부 수감 기록은 1939일제는 징병을 거부하고 신사참배를 거부한 조선의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과 성경 공부를 하던 66명을 잡아 갔다. ‘등대사 사건으로 불린다.

 

-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2001년 2월 차마 총을 들 수가 없어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한겨레21> 345호에 실렸다. 12불교 신자이자 평화활동가인 오태양이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 2002년 평화인권연대인권운동사랑방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36개 시민단체가 모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를 정식으로 발족했다.

 

세계사 속에서 공식 기록에 등장하는 첫 병역거부자는 서기 295로마군의 징집을 거부해 처형당한 그리스도를 따르던 막시밀리아누스.

 

병역거부가 평화운동으로 거듭난 것은 20세기 초반 1차 세계대전 때였다.

 

효림 스님은 유신시대 말기에 입영영장을 받고 입대했지만 수행자로서 양심에 위배되는 군사 훈련을 받으며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고 병역거부를 선택해 감옥살이를 했다.

 

-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 초반까지는 다양한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하는 현역군인들이 등장했다당시에는 양심선언이라고 불렀다. 1991년 강경대가 백골단의 강경진압으로 사망하자 전투경찰 해체를 주장하던 박석진육군보안사령부가 민간인을 사찰한 것을 폭로한 윤석양대학시절 정보기관의 프락치 역할을 했다는 고백독배다 전두환이 머무는 백담사를 지키는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병역 거부 등.

 

전쟁이 국제적인 정치행위이듯 병역거부도 국제적인 저항이다한국전쟁 참전을 거부한 다른 나라의 병역거부자도 있다.

 

미국과 한국군에서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며 병역을 거부한 이들이 있었다제주4.3과 한국전쟁을 몸소 겪은 제주 출신 김이석제주 출신 김동희.

 

병역 거부는 종교적 거부에서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시민불복종으로국가에 의해 배제된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로 의미를 넓혀왔다저자에게는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평화활동으로서의 시민불복종의 의미라고 한다.

 

 

실제 병역거부자들이 재판에서 마주한 질문들을 읽고 나는 무척 놀랐고어떤 논리로 판단하는지를 알게 되었다어떤 답변들을 했을까그 답변들은 충분히 참작되었을까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듯해 일부를 적어 둔다질문들이 타당한가요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이 존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군사력 불균형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발생한 것 아닌가?

일본군이 피고인의 지인 여성을 성노예로 삼기 위해 데려갈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군대는 침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침략으로부터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 아닌가?

칼을 든 강도가 침입해 여동생을 강간하려고 하고 당신에게 총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제 수감되었다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기로 한다는 소식은 2007년 9월이었으며 2009년 3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그리고 2012년에도 여러 사람들이 대체복무제 입법 촉구를 위한 전시를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진행했다도와주는 이들도 많고 반대하고 욕하는 이들도 많다.

 

병역거부 혹은 대체복무제 운동을 하는 여성들도 있는데 사실 생각을 못 해봐서 처음 알았다 시민운동사회에서의 성별 역할도 가시성도 주류사회와 닮아 있어서 씁쓸하다물론 당사자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차이이다저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성활동가들을 역할을 열렬히(?) 자랑한다고 하니 인정과 존중이 늘어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아픈 현실이지만한국의 전쟁무기 수출 관련 내용들도 피하지 않고 읽어본다한국산 무기와 시위 진압 장비는 여전히 국제시장에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이 책에 의하며 바레인예맨태국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고 시민들의 목숨을 빼앗는데 사용되었다 한다이율배반이 가득하고 모순이 팽배하고 불합리한 일들 지천이지만, ‘원래 세상은 그런 거라고 해도 되는 건지나의 양심에 거듭 물어보며 내 대답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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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백낙청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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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세기에 만난 분들을 책으로나마 다시 만나 다시 배워보는 그런 날인가 합니다학자로서의 활동과 저작과 강연을 꾸준히 이어오시는 분이라 늘 접한 주제 같기도 하지만 쉬웠던 적도 없습니다이번 창작과 비평 가을호 담론을 읽어 보았는데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그러니 단행본을 읽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도움을 다 찾아봅니다.

 

https://magazine.changbi.com/201230/?cat=2466 (칼럼)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20459.html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oeb2rAVHaso (간담회)

 

근대와 근대성에 대해 정의 내리시는 개념을 잘 이해하고그로부터 출발한 한국 사회의 이중과제론즉 적응과 극복을 추구하자는 꾸준한 논의를 다시 처음으로 만납니다사유의 출발이기고 한 수준 높은 추상적 담론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주의가 특정 지역과 사회가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인류가 살아가는 시공간을 규정하고 지배하는 현실에서 이를 다루는 담론이라 전체 그림을 보려면 고공으로 추상으로 높이 올라가볼 수밖에 없습니다.

 

(...)

세워주지 않는 저 기차에 우리 모두가 이미 타고 있다

(...)

기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우리는

몸을 던져 연료가 되는 자들이다

(...)

저 기차가 왜 우리에게 있을까 아무도 묻지 않을 만큼

우리는 내릴 수 없는 기차에 타고 있다

 

<기차에 대해서백무산

 

629세대가 있었다면 우리는 촛불세대라 불릴 수도 있겠지요개헌을 했어야 새로운 출발이 되었을 것인데아직도 1987년 헌법을 고치질 못했으니아무리 법이 가장 나중에 마지못해 바뀌는 분야라고해도 참 비동시성의 노골적인 괴리이다... 싶습니다.

 

여전한 분단 상황노동 안전성차별날선 혐오기세등등한 적폐 세력기막힌 수준저하를 보이는 언론 개혁정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검찰 세력 등등산재한 문제들은 전 방위적입니다게다가 판데믹기후위기환경 파괴로 인한 답례가 거세게 돌아오는 현실입니다.

 

이전에 많이도 회자되었지만 별로 잘 실천하지는 못했던 지구적 사유와 지역적 실천Think globally, act locally이 삶의 방식이 되어가는되어야하는 여정이지 않나 싶습니다.

 

속도를 줄이고규모를 줄이고욕망의 크기를 지구가 수용 가능한 용량 안으로 줄이는 것 말고 대안을 없습니다.” 라는 지적은 누구나 수긍함직한 상식이다이 작업이 개개인의 작은 실천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그러나 (...) 개인의 친환경적 실천이 아무리 성실하더라도 (...) 석탄발전소 하나를 폐쇄하거나 새로 못 짓게 만드는 데 비하면 그 성과가 미미한 게 엄연한 사실이다. (...) 트럼프의 재산을 막아낸 일이 석탄발전소 몇기를 줄이는 행동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 또한 분명하다. (...) 미국이 빠리기후협정에 복귀하고 반환경정책을 대폭 줄이더라도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사실과 현실만 더 정확히 분석하다보면 무척 허망하고 기운이 자꾸 빠집니다회의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태도가 오히려 합리적인 의심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그래도 개인적 실천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어떤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요.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한지 아닌지는 모른다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불교는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을까데이비드 로이 녹색평론 2020년 3-4월호 152

 

기후위기를 막고자 하는 이들이 체제변화를 촉구해야 하는 이유를 상세하고 결연하게 설명해주신 부분은 마음이 단단해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여러 이론적 배경이 되는 사상들을 깊이 내용 있게 잘 이해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다시금 역사를 짚어보는 일은 우리가 멈춘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위로 받고 잠시 스스로를 칭찬해주는 시간이라 좋습니다.

 

더 잘하지 못해 속상한 것더 빨리 바꾸고 싶은데 답답한 것확신할 수 없는 미래의 결과로 불안한 것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기록으로 보게 됩니다조금 안심이 됩니다.

 

몹시 추웠던 겨울 밤, 23번의 집회에 모두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때 반대했던 것바랐던 것상상했던 것꿈꿨던 것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87세대들이 지난하고 고단하게 애쓰며 살며 때로 실망하고 부정하고 이탈한 것처럼우리도 그런 세월을 살아가겠지요그리고 나중에... “그때는 이런 세상을 살게 될 줄 몰랐는데참 많이 바뀌었다.” 호호 다 늙어서 호기롭게 세상 참 좋아졌다!” 그렇게 말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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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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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초판 발행이 된 책을 2021년에 다시 만난다같고도 다른 책이다저자도 그러하고 독자인 나도 그러하다인류가 20세기를 보낸 기록을 읽으며 20세기형 인간의 면면이 많은 나의 기록도 읽는다.

 

방학임에도 보충 학습하러 학교에 나오라던 시대상당히 건전한 반항의 방식이었을까이 책을 읽으며 천천히 걸어서 등교했다대충 읽으려했는데 꽤나 몰입을 했는지 횡단보도를 건너서 전봇대에 이마를 콩박았다잠시 세상이 거꾸로 뒤집혔다 돌아오는 기분.

 

그 날의 보충수업을 어떻게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따끈따끈한 이마와 뭉근한 통증과 거꾸로’ 읽어보는 세계사의 파노라마가 밤까지 이어졌다어째서 이런 흥미진진하고 중요한 역사를 두고 무능한 왕가의 족보나 외우다 교과서가 끝나는지 수업이 더 지루해졌다.

 

북토크를 들으며 책 읽기이런 게 가능한 즐거운 세상이다. ‘세계를 지금 모습으로 만든 결정적인 열한 가지 사건들을 다루지만단독 사건이란 건 없으니 관련된 수백 가지 역사적 장면들이 함께 한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순간 과학은 전쟁과 손을 잡았고둘의 협력이 최고 수준에 다다랐을 때 핵폭탄이 태어났다.”

 

오늘 우리는 그때와 얼마나 다를까?”

 

역사서란 분명하게 발생한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하고역사를 보는 시선과 논점에 따라 여러 무늬를 가지는 기록이다나는 유시민 저자가 직조한 무늬가 마음에 든다섬세한 묘사가 즐겁고 질문 없이 많은 질문은 던지는 방식이 좋다.

 

워낙 엉터리 정보들과 오독인지 왜곡인지의 말과 글들이 많아서 지저분하게 흩어지고 갈라진 시간의 틈을 메우고 잘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예전과는 다른 논조가 예전과는 다른 독자인 내게 더 편안하다담담하고 묵직하게.

 

궁금해서반성을 위해교훈을 위해미래를 위한 상상력을 위해... 각자가 역사서를 찾아 읽는 목적은 다를 것이다나는 이 제목을 가진 책이 반갑고저자의 변화가 궁금하고내 기억이 흐려져서 읽어 보았다.

 

혹시 가능하다면 불안과 절망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위로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저자가 이전처럼 역사의 발전을 확신하지 않는다’ 는 내용을 만나고 실망스럽지는 않다확신이라는 말이 신기한 개념이지현실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밖에 없으니까.

 

인간의 삶과 죽음은 특별한 의미가 없는 '원자 배열상태의 일시적 변화'일 뿐이다그러나 '역사의 시간'은 다르다. (...) 기껏해야 100년을 사는 인간에게는 '역사의 시간'도 너무나 길다그래서 일시적이고 상대적인 것들을 영원하고 절대적인 것인 양 착각하고 집착한다.”

 

어떤 경우든 우리가 아는 '역사의 시간'은 머지않아 끝난다논리적으로는!”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30년 후에는 다시 개정판을 만나지는 못할 것이다저자도 독자들도 이 세상에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우리들의 기록이 남았다는 기분이다어리석고 대단하고 미련하고 신기하고 수많은 모든 사건들의 총합인 인간의 기록.

 

지구의 주인이자 생태계의 파괴자인 호모사피엔스가 신이 되려고 한다힘은 세지만 책임의식이 없는 신은 가장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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