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산다 심플하게 산다 1
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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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의 유니클로 울트라스트레치 진 광고 컷을 언어로 푼다면, 에세이로 쓴다면 바로 이와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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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0-0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까페에 가서 책 보고 계신가요? 어떤 책 읽으셨습니까?

dreamout 2012-10-07 19:47   좋아요 0 | URL
브루스 채트윈의 파타고니아. 읽고 왔어요. ^^
4분의 1 정도 읽었는데, 맘에 들어요.

해피대디 2012-10-28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파타고니아. 한번 가보고 싶어요~

dreamout 2012-10-28 22:44   좋아요 0 | URL
네. 아직도 저도..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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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들뢰즈는 『경험주의와 주체성』에서 이런 말을 했다. “심리학자이기 위해 우리는 심리학자이기 이전에 먼저 모럴리스트나 사회학자나 역사가일 수밖에 없다.” 『생의 이면』의 작가는 심리학자였다. 지나고 보니 그 점이 보다 확실히 느껴진다. 그런데 그때 내가 알았던 심리학자로서의 작가의 모습은 그의 전체 모습 중 일부분에 불과했음이 이 소설로 드러난다. 그는 심리학자이기 이전에 모럴리스트, 사회학자 그리고 역사가다. 이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럴리스트로서의 작가(화자). 도입 부분에서 천산 수도원의 벽서에 대해 쓰인 문장. “그 벽서에 의지가 있다면 결코 그렇게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을 거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지만”, 연희가 사촌동생 를 만나길 꺼려하는 대목에서의 그러니까 그녀의 단호함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그 사실을 모르는 편이 나았다.”는 문장 같은 데서 작가(화자)의 모럴리스트적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태도가 곧 문장들로 형상화되어 소설 전체 분위기를 주도한다.

 

 

2.

『생의 이면』과 첫 느낌이 꽤 다르다. 3인칭과 1인칭이 모두 나타났지만 그 소설은 확실히 1인칭의 목소리가 강했던 반면, 이 소설은 3인칭이다. 그래서 읽어나가기가 『생의 이면』보다 낫다. 숨쉬기가 낫다는 얘기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상대와 섹스를 한다고 치자. 『생의 이면』은 줄곧 상대가 위에 있고 나는 아래에 깔린 체위였다면, 『지상의 노래』는 그의 배 위에서 내가 그를 내려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별볼일 없는 방 안과 헝클어진 옷가지. 그런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몰입도는 어떨지 몰라도 뭐랄까. 좀 더 견딜만하다. 물론 이 보기 싫고 보기 꺼려지는 섹스 상대는 또 다른 나다.

 

 

3.

주인공 는 왜 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평범한 이름에 비해 튀는 이름이어서 궁금해졌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책을 읽는 도중 작품해설을 들춰봤다. 소설에 덧붙여져 있는 해설은 안 읽는 편인데, 왠지 내 의문에 대한 해석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있다. 작품해설을 쓴 이는 후를 who, whoever 등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결과는 동기에 의존하지만 그러나 동기는 결과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문장을 읽고서 로 읽었다. 가 있으니 이 있을 것이고 그 은 작가 자신 또는 화자(작품해설에서는 이 소설을 교회사 전공 강사 차동연이 쓴 소설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라면 은 차동연일 수도 있겠다)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야기를 쓴 사람, 즉 작가 자신을 소설 속으로 밀어 넣은 느낌이 강하다. 자신의 욕망으로, 자신의 의도로 쓴 소설이지만 결과를 제어할 수 없다는 말로 비친다. 작가 말고 주체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또 다른 이가 있다면 당연히 독자일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도식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가 또는 화자의 욕망)-(주인공 또는 소설 자체)-(앞의 로 촉발된 독자의 욕망)-(또 달리 뻗어나갈 욕망). 무한히 연결되는 욕망의 사슬. 또는 영향력에의 의지. 때가 때인지라 작가의 여러 욕망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독재자와 한정효와 군인 과 수도원 지하에 묻힌 수도사 형제들. 한 세대를 건너 그 독재자의 욕망이 또 다른 사슬이 되어 나타날지도 모르는 이 묘한 시기.에 그것은 확실히 이승우에게서는 기대해 본 적 없는 것이었다.

 

 

4.

---후의 욕망의 고리. 라는 말을 썼지만, 물론 그런 방식으로 꼬여있진 않다. 거기엔 매개물이라고 할 만한 것이 함께 엮여 있다. 다른 이들은 어떤 식으로 느낄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첫 문장. “천산 수도원의 벽서는 우연한 경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벽서에 의지가 있다면 결코 그렇게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을 거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지만, 그렇게 알려지는 것이 그 벽서의 운명이었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에서 천산 수도원이 그 매개물의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다. 벽서는 말하자면 또 다른 . 매개물은 아닌 것이다. 천산 수도원은 장소. 이 소설에서 장소라고 불릴 만한 것이 꽤 나온다. 천산 수도원, 동네를 삼켜버린 땅, 술집 들국화의 문 잠긴 방, 한정효의 아내가 한정효에게 선물한 성경, 미장원, , 천산 수도원의 지하 무덤(카타콤)… 그리고 무엇보다 성경을 암송하여 제 몸에 내재화한 수도사(‘도 포함된)들이나 들국화의 그 문 잠긴 방을 제 몸에서 떨쳐낼 수 없는 연희처럼.. 인물들 또한 바로 장소다. 인물들은 장소를 꽉 잡고(take),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take place. 사건이 일어난다.

 

 

5.

지상의 노래. 가 어떤 의미인지는 궁금하지 않다. 나는 다만, 지상의 노래노래일 수 있다면 그것은 슬픈 것을 슬프게, 기쁜 것을 기쁘게 부르는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기만적인 것은 절대 노래가 아니다.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슬픈 것을 슬프게, 기쁜 것을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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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2-09-1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에 대한 생각이 작품해설 이상이네요.
'슬픈것을 슬프게, 기쁜 것을 기쁘게'라는 문장,
오늘 하루를 담담히 마무리하도록 하는 묘한 힘이 있군요.

dreamout 2012-09-14 07:47   좋아요 0 | URL
여러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아요.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 김경주 옮김 / 한빛비즈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1.

표지 전면에 보이는 톰 요크의 눈이 인상적인데, 오른쪽 눈은 세상과 현실을 직시하는 듯 보이고 왼쪽 눈은 자기 내부를 보는 듯 몽상에 잠긴 듯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철학하기에 대한 근사한 캐리커처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각기 하늘과 땅을 가리켰던 그 유명한 그림이 떠오른다. 밖과 안, 위와 아래.

 

2.

19개의 챕터는 각각의 렌즈로 라디오헤드의 음악과 가사, 그들의 환경 보호 실천 활동 등등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판단한다. 쭉 읽어나가면 상당히 경쾌한 기분이 들고, 각각의 글들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톰 요크의 가사를 각각의 글쓴이들이 계속 반복, 치환, 변주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처음 기획했던 사람의 능력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3.

조지 레이시의 그들의 아름다운 우주선에 나를 태우고 내 맘에 쏙 드는 세상을 보여주었지와 제르 오닐 서버의 새로운 안경, 조셉 테이트의 자본가들은 젊은 피를 빨아먹지, 데번 로히드의 「항생제를 먹고 사는 돼지 같은 삶을 초월하기」, 브래들리 케이의 「어제 난 레몬을 빨면서 깨어났어」는 특히 잘 썼다고 말해야 할 순서지만, 그게 아니라.. 특히 더 철학과 라디오헤드의 가사를 강하게 조인트 시키고 있는 글들이다. 그게 읽기에 좋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우려스러웠다. 뭐든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개념들은 틀림없이 뭔가를 쏙 빼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들이 라디오헤드의 각각의 앨범들이 나왔을 때 바로 바로 쓴 글들이 아니라는 것은 생각보다 더 중요한 의미, 위험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라디오헤드가 이미 신화화한 밴드라는 데 첫 번째 위험 요인이 있다. 이 책과 비교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인데, 그 책은 기본적으로 작품에 대한 글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상당수의 글들은 리드 보컬이자 작사가인 톰 요크 개인에 대한 것이고 이건 살아있는 사람을 우상화 하는말하자면 철학하기의 반대편으로 독자들을 유도할 개연성이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 위험은 시간이 흐른 뒤 보는 지난 것들에 대한 평은 아무래도 감상적 페이소스가 덧붙여지는 경향이 짙다는 점이다. 물론 라디오헤드는 옛 밴드가 아니라 지금 활동하고 있는 밴드다. 하지만, 이들 공동 저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앨범이 97년 작품인 『OK Computer』와 2003년 작품인 『Hail to the Thief』라는 점은 지난 것들에 대한 감상적 페이소스라는 혐의를 벗기 어려운 점이 있어 보인다.

 

4.

가장 멋진 것은 톰 요크의 노랫말. 그 자체. 음악만 귀로 들었지 실제 번역된 노랫말을 이렇게 일일이 읽어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읽을수록 되새길수록 멋지다. 16명의 공동 저자들의 글들은 하나도 안 읽고 그들이 제목이나 소제목으로 인용한 톰 요크의 가사만 읽더라도 책 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난 여기 없어. 이건 우연이 아니야”, “네가 자초한 일이야”, “두려울 것도 의심할 것도 없었지”, “하는 데까지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숨을 쉬어, 숨을 쉬어, 초조해할 것 없어”, “내 오두막을 건드리면 알아서 해. 너한테 문 열어주지 않겠어”, “네가 그걸 느낀다고 해서 그게 거기에 있는 건 아니야”, “내가 끝나고 네가 시작되는 곳”, “이제 벽에 벽돌 한 장도 추가하지 마”, “이건 회전하는 접시들 같아”, “우리는 달러와 센트이며 파운드와 펜스, 마르크와 엔이고, 네 작은 영혼을 박살 낼 것이다”, “항생제를 먹고 사는 돼지”, “내 아이들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돼. 누구의 아들 혹은 누구의 딸을 다치게 한다고? 내 죽은 몸 위로!”, “말은 무딘 악기야. 말은 총신이 잘려나간 산탄총이다”, “넌 내가 회전할 때 중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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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2-08-2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서도 '나를 버리지 마' 라고 말하는 목소리.
오케이 컴퓨터 이후로 라디오헤드는 많이 달라졌어요. 그 달라진 모습을 밀도있게 지켜나가는 모습이 좋았는데, 이런 책도 나왔군요. 톰 요크는 결코 생각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 같습니다.

dreamout 2012-08-23 23:07   좋아요 0 | URL
라디오헤드 공연 소식을 공연 이틀 전에야 알았지 뭡니까... 아.. 아쉬어요. ㅠㅠ
 
살라미나의 병사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27
하비에르 세르카스 지음, 김창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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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들은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도 어려운 메시지를 잘 전달한다. 이 작품은 기름지고 느끼한 것들을 많이 먹어 입이 텁텁하고 속이 답답해질 때 먹는 동치미국물처럼 시원하다. 나는 이야기의 이야기성 이라고 부를만한 어떤 특징들이 때론 내게 너무 기름지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이야기의 고기성 이라고 얘기해도 될 듯 한데, 맛있고 중독성 있고 게다가 열량도 높아 우리 몸에 에너지도 충분히 공급해 주지만 그럼에도 그것만 먹기에는 고달픈 것. 고기.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을 실험으로 가치가 측정되는 문학과 예술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 소설이 이야기이면서도 고기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은 실험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중에서 스스로의 작품을 소설이 아닌 실화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그것이다. 실험.

 

라디오헤드의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의 가사, ‘어제 난 레몬을 빨면서 깨어났어 Yesterday I woke up sucking a lemon’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에서 보았다. 레몬을 빨다. 맞다.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레몬을 빠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이 말을 이렇게 얘기하지. “스톡턴에서 만나자고!”

 

스톡턴에서 만나는 이야기다.

 

 

우리도 그들처럼 끝나게 될 거라고요. 실패한 뒤, 외로이 잔인한 도시에서 어정쩡하게 이름이 난 상태로, 텅 빈 경기장에서 우리 자신의 그림자와 죽기 살기로 싸우기 위해 링에 오르기도 전에 피오줌을 싸면서 끝나게 될 거라고 말했죠.

 

 

잔인한 도시, 그 이름이 스톡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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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0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톡턴은 어디에 있는 도시인가요?


dreamout 2012-08-08 20:40   좋아요 0 | URL
스톡턴은 존 휴스턴 감독의 [팻 시티(Fat City)]에 나오는 도시라고 해요.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팻 시티는 '더할 수 없위 좋은 상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의 스톡턴은 정말 끔찍한 도시라고 해요.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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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비추는 물리적인 거울보다 떨어진 물방울에 잔물결 친 수면이 더 진한 것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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