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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미나의 병사들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27
하비에르 세르카스 지음, 김창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평점 :
어떤 것들은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도 어려운 메시지를 잘 전달한다. 이 작품은 기름지고 느끼한 것들을 많이 먹어 입이 텁텁하고 속이 답답해질 때 먹는 동치미국물처럼 시원하다. 나는 이야기의 이야기성 이라고 부를만한 어떤 특징들이 때론 내게 너무 기름지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이야기의 고기성 이라고 얘기해도 될 듯 한데, 맛있고 중독성 있고 게다가 열량도 높아 우리 몸에 에너지도 충분히 공급해 주지만 그럼에도 그것만 먹기에는 고달픈 것. 고기.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을 ‘실험으로 가치가 측정되는 문학과 예술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 소설이 이야기이면서도 고기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은 ‘실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중에서 스스로의 작품을 소설이 아닌 ‘실화’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그것이다. 실험.
라디오헤드의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의 가사, ‘어제 난 레몬을 빨면서 깨어났어 Yesterday I woke up sucking a lemon’를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에서 보았다. 레몬을 빨다. 맞다.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레몬을 빠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이 말을 이렇게 얘기하지. “스톡턴에서 만나자고!”
스톡턴에서 만나는 이야기다.
우리도 그들처럼 끝나게 될 거라고요. 실패한 뒤, 외로이 잔인한 도시에서 어정쩡하게 이름이 난 상태로, 텅 빈 경기장에서 우리 자신의 그림자와 죽기 살기로 싸우기 위해 링에 오르기도 전에 피오줌을 싸면서 끝나게 될 거라고 말했죠.
잔인한 도시, 그 이름이 스톡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