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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 김경주 옮김 / 한빛비즈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1.
표지 전면에 보이는 톰 요크의 눈이 인상적인데, 오른쪽 눈은 세상과 현실을 직시하는 듯 보이고 왼쪽 눈은 자기 내부를 보는 듯 몽상에 잠긴 듯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철학하기에 대한 근사한 캐리커처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각기 하늘과 땅을 가리켰던 그 유명한 그림이 떠오른다. 밖과 안, 위와 아래.
2.
19개의 챕터는 각각의 렌즈로 라디오헤드의 음악과 가사, 그들의 환경 보호 실천 활동 등등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판단한다. 쭉 읽어나가면 상당히 경쾌한 기분이 들고, 각각의 글들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톰 요크의 가사를 각각의 글쓴이들이 계속 반복, 치환, 변주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처음 기획했던 사람의 능력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3.
조지 레이시의 「그들의 아름다운 우주선에 나를 태우고 내 맘에 쏙 드는 세상을 보여주었지」와 제르 오닐 서버의 「새로운 안경」, 조셉 테이트의 「자본가들은 젊은 피를 빨아먹지」, 데번 로히드의 「항생제를 먹고 사는 돼지 같은 삶을 초월하기」, 브래들리 케이의 「어제 난 레몬을 빨면서 깨어났어」는 특히 잘 썼다고 말해야 할 순서지만, 그게 아니라.. 특히 더 철학과 라디오헤드의 가사를 강하게 조인트 시키고 있는 글들이다. 그게 읽기에 좋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우려스러웠다. 뭐든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개념들은 틀림없이 뭔가를 쏙 빼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들이 라디오헤드의 각각의 앨범들이 나왔을 때 바로 바로 쓴 글들이 아니라는 것은 생각보다 더 중요한 의미, 위험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라디오헤드가 이미 신화화한 밴드라는 데 첫 번째 위험 요인이 있다. 이 책과 비교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인데, 그 책은 기본적으로 ‘작품’에 대한 글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상당수의 글들은 리드 보컬이자 작사가인 톰 요크 ‘개인’에 대한 것이고 이건 살아있는 사람을 우상화 하는… 말하자면 철학하기의 반대편으로 독자들을 유도할 개연성이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 위험은 시간이 흐른 뒤 보는 지난 것들에 대한 평은 아무래도 감상적 페이소스가 덧붙여지는 경향이 짙다는 점이다. 물론 라디오헤드는 옛 밴드가 아니라 지금 활동하고 있는 밴드다. 하지만, 이들 공동 저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앨범이 97년 작품인 『OK Computer』와 2003년 작품인 『Hail to the Thief』라는 점은 ‘지난 것들에 대한 감상적 페이소스’라는 혐의를 벗기 어려운 점이 있어 보인다.
4.
가장 멋진 것은 톰 요크의 노랫말. 그 자체. 음악만 귀로 들었지 실제 번역된 노랫말을 이렇게 일일이 읽어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읽을수록 되새길수록 멋지다. 16명의 공동 저자들의 글들은 하나도 안 읽고 그들이 제목이나 소제목으로 인용한 톰 요크의 가사만 읽더라도 책 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난 여기 없어. 이건 우연이 아니야”, “네가 자초한 일이야”, “두려울 것도 의심할 것도 없었지”, “하는 데까지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숨을 쉬어, 숨을 쉬어, 초조해할 것 없어”, “내 오두막을 건드리면 알아서 해. 너한테 문 열어주지 않겠어”, “네가 그걸 느낀다고 해서 그게 거기에 있는 건 아니야”, “내가 끝나고 네가 시작되는 곳”, “이제 벽에 벽돌 한 장도 추가하지 마”, “이건 회전하는 접시들 같아”, “우리는 달러와 센트이며 파운드와 펜스, 마르크와 엔이고, 네 작은 영혼을 박살 낼 것이다”, “항생제를 먹고 사는 돼지”, “내 아이들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돼. 누구의 아들 혹은 누구의 딸을 다치게 한다고? 내 죽은 몸 위로!”, “말은 무딘 악기야. 말은 총신이 잘려나간 산탄총이다”, “넌 내가 회전할 때 중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