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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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는 것만도 어려운데, 소설가로서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힘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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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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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들의 우정과 찬란한 미래를 위해! 은화가 먼저 잔을 들었다. 정인이 다가와 잔을 부딪히고 한마디 보탰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꿈을 위해, 짠!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했다. 마음속에 꿈을 품고 나니 이상하게도 느긋해졌다. 영실이도 목소리를 다듬어 한마디 했다.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잔을 부딪히고 다정한 눈빛으로 서로의 손을 잡았다. 난생처음 먹어 보는 술은 영실을 금세 취하게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꿈을 확인하고 친구도 얻으니 무엇이든 해낼 수 있겠다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1940년대에 살았던 세 소녀의 이야기

 

어느 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심부름 가다 사라진 막걸리집 딸도 그렇고 옆집 과부 딸도 홀연히 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영실의 등을 떠미는 어머니의 손은 인정머리 없다 싶을 만큼 매몰찼다. 영실은 국밥집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눈물을 닦았다. 어머니를 닮은 이모의 얼굴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나는 만주로 가야겠다. 네 아버지를 찾아야겠다. 너는 이모네로 가거라"

 

경성의 어둑어둑한 거리 '이모네 국밥집' 앞에서 어머니는 딸의 등을 떠밀고 사라진다. 이로써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와도 헤어져 홀홀단신으로 이모네로 오게 된 영실. 곰팡이와 술냄새 찌든 이모의 팍팍하고 신산辛酸한 살림을 바라보며 이제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음을 직감한다.

 

부모 생각과 못다 마친 중학교 학업 때문에 우울하던 영실은 개천 건너 으리으리한 기와집들을 구경하다가 그곳에 사는 또래의 여학생 은화와 정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삶도 마찬가지로 순탄치만은 않다. 은화는 조실부모하고 기생집 주인에게 길러져 자신도 곧 기생이 되는 운명을 맞아야 한다는 두려움에 떨었고, 정인은 아버지가 일본 앞잡이인데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먼 타국으로 보내려 해 우울증을 앓는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막막한 삶 속에서 서로만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 우정은 한층 더 돈독해진다. 하지만 일본의 제국주의 야심은 조선을 말살시켜 흡수해버리려 했기 때문에 조선인에 대한 핍박은 날로 그 강도가 더 심해간다. 아무런 이유 없이 또는 일자리를 준다며 소녀와 장정들이 사냥되듯 끌려가고 부모가 지어 준 자신의 이름조차도 쓸 수가 없어진다.

 

역사와 사회에 소외되고 상처 받은 영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작가 권비영은 1995년 신라문학상으로 등단하였고 '소설21세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명감과 자존심을 걸고 집필한 작품 <덕혜옹주>는 100만 부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다문화센터를 배경으로 가족해체 문제와 각박한 사회 모습을 돌아본 소설 <은주>를 발표했다. 그리고 다시 일제강점기로 돌아가 꺾이고 짓밟혀

 

 

 

 

 

 

아버지가 주재소 순사를 때리고 만주로 도피한 후, 아버지를 찾겠다고 어머니마저 영실을 이모에게 맡겨둔 채 만주로 떠났다. 국밥집을 운영하며 신산하게 살고 있는 이모의 형편을 미루어 볼 때 영실이 못다 마친 중학교 학업을 계속하기엔 역불급이다.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운명처럼 두 소녀 은화와 정인이 나타났다.

 
은화는 부모를 잃고 화월각이라는 큰 기생집 주인의 손에 자랐다. 빼어난 외모에다 성숙하고 똑똑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길러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기생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정인은 아버지가 일본 앞잡이인데다 자신을 먼 타국으로 보내려 하기에 우울증을 앓는다.

 

세 소녀는 독립군의 은신처인 다리 아래 동굴을 아지트로 삼아 우정을 나눈다. 괴로웠던 일들도 별천지 같은 동굴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지면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기분마저 든다. 매사에 영원이란 없다. 시간이 흘러 날이 갈수록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일제의 핍박은 독이 오른 듯 그 잔인함을 더해갔다. 정인은 결국 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프랑스로 떠나고 은화는 기생을 회피할 목적으로 가출을 감행하다 무서운 곳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홀로 남은 영실도 일본으로 떠난다. 과연 이 세 소녀들은 예전처럼 다시 웃으며 만날 수 있을까?

 

 

1940년대의 생생한 묘사 

당시는 온통 절망뿐인 세상이었다. 저자는 역사적 고증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출한 은화가 내몰린 거리의 풍경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잠깐 머문 여인숙의 주인은 집요하게 일자리를 제의하고 길거리의 벽보와 신문엔 위안부 모집 광고가 그녀를 유혹한다.

 

<위안부 모집>

 

연령 17세 이상 23세까지의 여성으로 후방xx부대 근무, 월수입 300엔 이상(선불 3,000원까지 가능) 

 

소설은 위안부뿐만 아니라, 강제 징용 피해 상황도 묘사하고 있다. 강제 징용 당해 온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한 채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일하는 탄광의 모습은 그야말로 생지옥에 가깝다.

 

 

등장인물의 다양성 

억척스럽고 정 많지만, 남자를 상대하는 데는 능수능란해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위해서라면 색을 파는 것도 대수롭지 않은 영실의 이모 을순, 을순의 정부情夫로 일본인이면서도 나라보다는 자신의 이해득실이 더 중요한 장사꾼 나카무라, 정인 네 머슴으로 주인댁 아들 대신 강제 징용에 끌려가서도 약자만 보면 보호하려 드는 우직한 사내 칠복, 정보력과 눈치 그리고 상황 판단력도 강해 탄광촌에서 박사로 불리며 칠복의 탈출을 돕는 쾌활한 남자 정한우 등 소설 속 등장인물의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한편 영실을 중심으로 잘생긴 엘리트지만 우유부단하고 허약한 도련님 태일, 비록 머슴 출신이지만 우직하고 영실을 끝까지 보호하려는 칠복과의 삼각관계가 케미를 돋게 한다. 또한 을순과 나카무라의 사랑과 잇속을 넘나드는 장사꾼적인 애정 관계 역시 풍성한 이야기를 만든다.

 

 

흥미로운 놀이 - 가투, 시조

소설에서 흥미로운 놀이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가투'다. 가투의 놀이 방법은 이렇다.

 

100장의 카드에 100수의 시조 초장 혹은 중장을 적어 놓고 '꽃쪽'이라 부른다. '엽쪽'이라 부르는 또 다른 100장에는 같은 시조의 종장만 적혀 있다. 꽃쪽 초장 또는 중장을 읽어서 엽쪽을 찾아내는 놀이, 가투 

 

소설에선 조선 총독부나 경시청 관리들의 부인이나 애인들이 모여 친목 도모를 위해 하는 놀이로 그려지고 있다. 이 놀이는 1920년대 선진문물이 가속화되던 시기에 삼일운동에 의해 시조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문학 장르로 자리매김하며 자리 잡았고, 시조에 나오는 망국의 회고나 나라의 근심이 식민지 현실과 이어져 인기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시조는 가투에서 뿐만 아니라 소설 곳곳에 등장하여 한층 더 짙은 정서를 이끌어낸다.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의 광명이 너만 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영실은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윤선도<오우가>를 읊고, 은화는 위안부를 겪으며 만신창이가 된 상처를 씻고자 자살을 결심하며 고려 숙종 때 정민교<간밤에 부던 바람에>를 읊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조선 처녀들을 위안부로 내세워 돈 벌이에 혈안이 된 강 씨 같은 인물은 너무나도 혐오스럽다.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오려 하는고야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슴하리오.


부모도 나라도 없다. 일제의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엔 깊은 상처만 남았다. 이제는 죽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다면, 희망은 있다. 꽃송이는 떨어졌으나 희망을 꿈꾼다. 그래서 태어난 이름이 바로 몽화夢花다. 이미 지난 과거라고 쉽게 잊혀지는 게 두렵다. 일본은 고령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죽고 나면 생생한 증언이 없어진다고 믿지 않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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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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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나는 창의성의 대가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장 전문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다른 사람들로부터 매우 폭넓은 견해를 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앞섬으로써 성공한 경우보다는 참을성 있게 행동할 때를 기다림으로써 성공한 사례가 더 보편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셰릴 샌드버그의 '서문' 중에서

 

 

약간은 삐딱하게

 

저자 애덤 그랜트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로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저술과 연구활동으로 4년 연속 '최우수강의평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서른한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로 임명되었다.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수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중의 한 명이다.

 

 

 

그는 대세에 순응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전통을 거부하는 독창적인 사람들을 '오리지널스'로 지칭하면서 변화의 기회를 포착하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식별해내고, 변화 앞에서 두려움과 마음의 동요를 극복하고, 묵살당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오리지널스만의 비결을 알려준다.

 

책은 첫 장에서 창업가에 관한 얘기를 꺼낸다. 안경을 택배해주는 독특한 판매 방식을 채택한 '와비파커'라는 회사를 소개한다. 소위 창업가란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창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턴십 자리를 확보하는 등 마치 창업의 실패에 먼저 대비하려는 듯한 그런 성향을 내보이길래 이 사업은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첫해 판매 목표치를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달성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에 한 방 먹은 저자는 이 사례의 연구를 시작했다. 책에 따르면 위험과 모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굉장히 안정적인 상황을 만들며 위험을 분산한다는 것이다. 이를 계산된 리스크라고 하는데 이와같은 '위험분산 전략'이 오히려 더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평가한다.

 

우리들은 대체로 이런 오리지널스(독창적인 사람들)를 '확신에 차 있고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가', '타고난 직관력을 가진 천재',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을 갖춘 리더'로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들의 이런 생각들과 독창적인 영웅들의 신화는 전부 틀렸다고 확언한다. 

영웅들도 평범한 우리들처럼 실패에 전전긍긍하고, 등 떠밀려 억지로 책임을 맡았으며, 마감일에 겨우 완성하는 '미루기 선수'들이라는 것을 다양한 연구와 실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안경 산업계에는 거대 공룡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이탈리아 명품 안경 제조업체 룩소티카는 안경시장을 80% 이상 장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앞서 와비파커는 어떻게 시장 진입을 준비했을까? 이들은 안경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에 착안하고 이를 낮출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았다. 자포스가 신발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신발시장의 지형도를 바꾸는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안경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해보려고 했다.

 

창업을 준비하던 네 명의 학생들은 한결같이 주위의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그게 기발한 아이디어라면 왜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겠느냐 또는 안경이 온라인 판먀를 하지 않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라는 식의 주장들이었다. 더구나 네 명 모두 전자상거래나 기술 분야에 관해 문외한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연봉이 쏠쏠한 일자리를 내던지고 회사를 창업했다.

 

2009년, 저자는 이 창업자 중 한 명으로부터 사업 구상을 브리핑받고 투자 제안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돌이켜보면 최악의 결정이었던 셈이다. 2015년, 월간지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의 리스트에는 와비파커가 당당하게 1위에 랭크되어 있다. 저자는 이런 잘못된 결정의 이유를 밝히려고 결심했다.

 

 

 

수년 전 심리학자들은 무엇을 성취하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순응하는 길과 독창성을 발휘하는 길이다. 순응이란 이미 잘 닦여진 길로 앞선 무리를 따라가며 현상을 유지함을 의미한다. 독창성이란 인적이 드문 길을 선택하여 시류를 거스르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나 가치를 추구해 결국 더 나은 상황을 만듦을 의미한다.

 

독창성: 특정한 분야 내에서 비교적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능력, 또는 그런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

 
웹브라우저로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사용한 직원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사파리를 사용한 사람들보다 재직 기간이 15퍼센트 더 길었다. 이 조사 결과가 우연이라고 생각한 경제학자 마이클 하우스먼은 직원들의 결근 자료를 가지고 똑같은 분석을 했다. 그런데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파이어폭스나 크롬 이용자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사파리 이용자보다 결근하는 확률이 19퍼센트 낮았다.

 

그 직원들을 차별화한 요인은 바로 그들이 브라우저를 획득한 방법이었다. PC를 구입하고 나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켜면 윈도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이미 내장되어 있다. 맥Mac을 사용한다면 사파리가 내장되어 있다. 고객 상담 직원들 가운데 3분의 2가 내장된 브라우저를 사용했는데, 그들은 더 나은 브라우저가 있지 않을까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사용하려면 사람들은 수완을 좀 부려서 다른 브라우저를 다운로드해야 한다. 내장된 기능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주도력을 조금 발휘해서 더 나은 선택지를 찾는 것이다. 바로 그 주도력, 아무리 미미하다고 해도 그 주도력이 작업 수행 능력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햇어요. 우리 운명은 우리가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우리가 안경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여러 가지 불만스러운 현재 상태에 대해 호기심이 생길 경우, 대부분의 그런 상태에는 사회적 근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규칙과 체제는 사람이 만든다. 그런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바꾸고 싶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 "미국에서 여성이 참정권을 얻기 전, 여성의 지위가 낮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역사학자 진 베이커는 말한다. 참정권 운동이 탄력을 얻자 "그런 관습, 종교적 가르침, 법이 사실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따라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라고 베이커는 말한다.

 

기존 규율에 순응하라는 압박은 일찍부터 시작됐다. 얼릴 적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신동들이 성인이 되어 세상을 바꾸는 일은 드물다. 심리학자들이 역사상 영향력이 컸던 인물들을 조사한 결과 어린 시절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인물은 거의 없었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지식은 뛰어난지 몰라도 세상 물정엔 그리 밝지 못했다. 신동들은 대개 모짜르트나 베토벤을 멋지게 연주하지만 독창적인 곡을 작곡하지는 않는다.

 

교사들은 매우 창의적인 학생들을 총애하지 않는다. 오히려 차별하고 심지어 말썽꾸러기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대부분 기존 체제에 순응하는 법을 터득하고 독창적인 생각은 속으로만 간직하게 된다. 작가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그런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순한 양이 된다고 표현한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장난 의료체계를 바꾸기 위해 싸우기보다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된다. 그들은 불합리한 법을 바꾸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법을 위반한 고객들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된다. 그들은 대수학을 학생들이 과연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품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대수학 강의에 흥미를 갖게 할지 연구하는 교사가 된다. 세상이 순조롭게 돌아가게 만들려면 그들이 필요하지만, 그들은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지는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 돌게 만든다.

 

 

"한 분야에서 창시자가 되려면, 자신이 창시자가 되려는 그 분야를 제외한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확고한 사고방식을 지닌 감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이어야 한다" - 에드윈 랜드, 폴라로이드 창립자

 

본업이 있으면 창업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을까? 창의적인 아디어를 현실화로 만드는데 성공하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이는 안정적인 위험분산 포트폴리오가 가진 핵심적인 장점을 간과하는 셈이다. 즉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어설프게 책을 내거나 조잡한 예술품을 판다는 심적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경험은 양날의 칼

 

1982년,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인 일을 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경험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과학자, 기업기, 발명가들이 예술 활동을 함으로써 경험의 폭을 넓혀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견하듯이, 우리도 다양한 문화와 접함으로써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창의성이 뛰어난 성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해보면, 그들은 어린 시절 동료들에 비해 훨신 자주 이사를 다닌 경험이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접하면서 유연한 사고와 적응력을 길렀던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프레데릭 고다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해외에서 보낸 시간과 창의성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를 내놓았다. 이 연구팀은 패션 산업을 중심으로 21번 시즌에 걸쳐 수백 개의 패션 업체들이 발표한 컬렉션의 창의성을 바이어와 패션 비평가들이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추적했다. 가장 창의적인 컬렉션은 해외에서 큰 경험을 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일하는 패션 업체에서 나왔지만, 여기엔 3가지의 반전이 있었다.

 

첫째, 그들이 해외에서 거주한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근무한 시간이 중요했다. 즉 외국에서 디자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가 새 컬렉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다. 가장 창의적인 컬렉션은 두세 나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디렉터들로부터 나왔다.

 

둘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근무한 외국의 문화가 자신의 모국 문화와 다를수록 해외의 근무 경험이 창의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인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근무한 경우와 비교해볼 때, 그들이 캐나다에서 근무하면서 얻은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여러 나라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요소는 심층적인 경험, 즉 해외 근무를 얼마나 오래 했는지 여부였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에게 단기 근무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디렉터들이 외국 문화에서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소화해서, 그것을 자신이 본래 지니고 있던 시각과 통합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디렉터들이 35년 동안 해외에서 근무한 경우 가장 높은 창의성을 보여주었다.

 

"과거에 성공을 거둔 사람일수록 자신이 성공한 상황과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하면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진다. 그런 사람들은 너무 자신만만해서 자신이 성공했던 상황과 전혀 다른 상황인데도, 다른 사람들의 비판적인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 스티브 잡스도 이런 성공의 덫에 갇혔다"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해결하려면

 

저명한 경제학자 앨버트 허쉬만의 저서에 따르면,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해결하는 데는 네 가지 선택지가 있다. 직장이든 결혼생활이든 정부에 대해서든 불만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상황에서 탈출하든지, 불만을 표출하든지, 인내하든지, 방관하든지 하는 것이다. 탈출은 그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뜻이다. 괴로운 직장을 그만두고, 학대하는 배우자와 갈라서고, 폭압적인 국가를 떠나는 방법이다.

 

불만 표출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과 관련된다. 자신의 일을 좀 더 보람 있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상사에게 제안하고, 배우자에게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하고, 좀 덜 부패한 정부를 선택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운동가가 되는 방법이다. 인내하는 것은 이를 악물고 견디는 방법이다. 숨 막힐 듯한 직장이지만 열심히 일하고, 배우자를 견뎌내고, 정부에 대한 반감을 억누르고 지지하는 방법이다. 방관은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둔 채, 내가 하는 노력을 줄이는 방법이다. 해고당하지 않을 만큼만 일하고,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해서 배우자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늘리고,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런 선택지 증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직장에서 직원이 조직에 대해 얼마나 헌신적인지, 자신의 일에 대해 어마나 재량을 지니는지는 직속 상사가 좌우한다. 그렇다면 원만한 상사가 든든한 지원군일까? 꼭 그렇지 않다. 대체로 원만한 사람은 직원들을 두루 아끼지만 갈등 상황이 발생하는 걸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입 바른 소리를 하는 직원을 지지해주기보다 입을 막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절정기는 서로 다르다     

시카고대학교 경제학자 데이비드 갤런슨은 창의적인 인물들을 연구한 결과, 혁신에는 서로 크게 다른 두 가지 유형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념적 혁신가들은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그 개념을 실행하는 데 착수한다. 실험적 혁신가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식을 축적하고 진화한다. 그들은 특정 문제를 다루면서도 처음부터 특정 해결책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실험적 혁신가들은 미리 계획하는 대신 일을 진행시켜가면서 해결책을 찾는다.

 

갤런슨에 따르면, 개념적 혁신가들은 단거리 주자인 반면, 실험적 혁신가들은 마라톤 주자이다. 갤런슨이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을 연구한 결과, 개념적 혁신가들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연구를 평균 43세 전에 한 반면, 실험적 혁신가들은 평균 61세에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명 시인들의 작품 가운데 가장 자주 인용된 시들을 분석했더니, 개념적 혁신가들은 최고의 작품을 28세에 지은 반면, 실험적 혁신가들은 39세에 지었다. 그리고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들을 일일이 분석한 독자적인 연구를 살펴보면 30세 이하의 천재들 가운데 정확히 절반이 이론적인 연구를 한 개념적 혁신가였다. 한편 45세 이상의 노련한 거장들 중에 92퍼센트가 실험적인 연구를 한 실험적 혁신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독창적인 인물들 둥 일부는 일찍 절정기를 맞고, 일부는 대기만성임을 보여준다.

 

 

적을 내 편으로 만들어라

 

"친구를 가까이 둬라. 하지만 적은 더 가까이 둬라"

- 마이클 콜리오네, 영화 <대부2> 중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관계는 청산하고, 애증의 관계는 복구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해야 한다는 증거가 있다. 즉 친적親敵과는 인연을 끊고, 적을 내 편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현상에 반기를 들 때 독창적인 사람들은 반대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부터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그럴 시간에 이미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화하자는 논리다.

 

친적:때로는 당신을 지지하지만, 때로는 당신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동맹은 지속적으로 우리를 지지해온 사람들이 아니다. 처음에는 우리의 주장에 반대했지만, 마음을 바꿔 우리 편을 들게 된 사람들이다. 반세기 전, 저명한 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은 일련의 실험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어느 정도 존중을 받는지 그 수준 자체보다는 이미 받고 있는 존중을 얼마나 더 잃고 얻었는지에 훨씬 더 민감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누군가가 우리를 늘 지지해주면 우리는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처음에 경쟁자로 시작된 관계지만 점점 열렬한 지지자가 된 사람의 경우 진정으로 자신을 지지해준다고 여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사람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을 점점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처음부터 쭉 긍정적인 감정을 지녀온 경우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다가 점점 긍정적인 감정으로 변한 경우에 더 뿌듯함을 느낀다" - 엘리엇 애런슨

 

 

형제자매, 부모, 정신적 스승이 독창성을 길러준다

 

우리들은 대체로 노장의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자신의 신념에 매몰되기 때문에 젊은 과학자들이 혁명적인 아이디어에 더 수용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이보다는 출생 서열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학자 프랭크 설로웨이는 "출생 서열이 아래인 80세 노인이 맏이인 25세 청년보다 진화론에 대해 훨씬 열린 자세를 취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총인구 가운데 나중에 태어난 사람수가 맏이를 2.6 대 1의 비율로 앞서기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화론이 역사적으로 현실이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나중에 태어난 사람들이 중요한 과학적 변혁을 지지할 확률은 맏이들의 두 배였다. "이러한 차이가 우연히 발생할 확률은 10억분의 1보다도 훨씬 낮다"라고 설로웨이는 말하면서 이렇게 지적한다. "출생 서열이 아래인 사람들은 급진적 혁신을 지지할 의향에 있어서 맏이들보다 반세기 앞서갔다" 31건의 정치 혁명을 대상으로 한 그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출생 서열이 낮은 사람들이 급진적 변화를 지지할 확률은 맏이들의 두 배였다.

 

전형적인 맏이인 저자도 이런 연구 결과들을 보고 처음엔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출생 서열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서, 위에서 나타난 유형들이 고정불변의 성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맏이라고 해서 동생들에게 독창적인 사람이라는 자리를 양보할 필요는 없다. 주로 출생 서열이 아래인 자녀들에게 적용되는 양육 방식으로 자녀를 기르면, 어느 아이든 훨씬 독창적인 사람으로 기를 수 있다. 

 

 

독창성은 천재들의 독점물이 아니다

 

두려움을 이기고 도전하라, 앞뒤 가리지 말고 무조건 될 때까지 해봐라,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등 젊은 나이에 창업해서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공한 창업가들이 우리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또 무모하리만큼 자신을 내던지며 신체 한계에 도전한 이야기는 마치 영웅담처럼 SNS를 타고 평범한 우리들을 자극한다. 왜 그들은 되고, 우리들은 안 될까?

 

이 책은 <기브앤테이크>로 우리들에게 익히 알려진 애덤 그랜트의 두 번째 책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상가 애덤 그랜트가 자신의 혜안으로 새롭게 바라본 세상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라고 극찬한 그대로 책에 담긴 내용들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불과 서른한 살의 나이라고 믿기지 않은 정도로 그의 지식은 한계가 없는 듯하다. 서평을 쓴다는 것 자체가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아이디어 창출이니 독창성이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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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의 철학수업 -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법 세계 최고 인재들의 생각법 3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임해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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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의 미래를 위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변화시기 위해 철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철학을 공부함으로써 미래를 읽어내는 힘과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 우리의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는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시대의 산물임과 동시에 시대를 창조하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정해집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철학의 역사를 이해하면 철학적 문제 제기와 사고로부터 어떻게 멋진 문화가 탄생했고 왜 최악의 전쟁이 발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으므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결국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 삼아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개개인의 생각은 당대의 사회 문화나 국가 정책 등에 영향을 받아 다양하게 형성된다.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e Baccalaureat)는 '철학적 사고'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도 완전한 지식은 없다. 단지 학생들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지식을 배우는 능력을 얻게 된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말한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는 앎을 얻어 매일 철학하면서 현재를 읽고 보다 멋진 미래를 그려가는 게 바로 그런 의미이다.

 

책의 저자 후쿠하라 마사히로는 세상을 주도하는 세계 1% 인재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철학적으로 생각한다는 데 있음을 강조한다. 즉 철학적 사고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반면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우리 모두는 '정답은 하나'라고 그릇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배워야 할 생각법이다. 왜냐하면 철학적 사고법을 익히게 되면 우리들은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고 해결 못했던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범한 월급쟁이 은행원으로 살아가다가 일류 엘리트 코스를 거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최연소 임원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금수저를 갖고 태어나서가 아니라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게이오기주쿠 대학을 졸업, 1992년에 도쿄 은행에 입사한 이후 유럽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에서 MBA를 취득했고, 프랑스 최고 교육기관 그랑제콜 HEC에서 최우수 성적으로 국제 금융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쓰쿠바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로 회사를 옮겨 35세에 최연소 임원이 되었다이 책에는 그의 모든 노하우가 담겨 있다.

 

 

 

 

 

 

 

 

 

 

무엇이 철학인가?

 

도대체 철학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있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철학의 정의부터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서 계속 등장하는 철학이라는 용어는 학문 장르로서의 의미를 포함하고는 있지만, 시야를 더 넓혀서 '정답이 없는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라는 '철학적 사고'로 이해해달라고 저자는 주문한다.


 

앞으로 더더욱 글로벌하게 변화할 국제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활약하고 전세계 인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 시험처럼 달달 외워서 풀 수 있는 정답이 하나인 문제에 답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정답이 많거나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는 힘'을 익혀야 한다.


따라서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철학이라는 것이다. 우리들은 대개 철학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어렵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사실 어려울 이유도 없다. 철학은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등이란 무엇인가?'처럼 오랫동안 고민해 왔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다루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게 철학이다.

 

 

물고기는 헤엄친다, 새는(?)

 

다음은 일본의 어떤 초등학교 시험 문제다. 함께 풀어보자.

 

"물고기는 (헤엄친다)"
"새는 (            )"
문제: 괄호 안에 들어갈 알맞은 말은?

 

너무 쉬운 문제일 것이다. 정답은 "(난다)"다. 그런데 한 학생은 "(헤엄치지 않는다)" 답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답은 오답誤答 처리가 됐다. 하지만 이 답은 틀린 게 아니다. 깊게 파고 들어가면 '헤엄을 치는' 새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새는 (난다)" 도 마찬가지다. 닭, 오리, 거위 등 '날지 못하는' 새도 있다. 펭귄은 새가 아닌가?


"새는 (헤엄치지 않는다)"라는 답안도 정답 내지는 하다못해 부분 정답을 줄 수 있는 유연성이 결여된 일본의 학교 교육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답이 하나밖에 없는 시험은 한편으로 채점자가 점수 매기기에 편한 방식이기도 하다. 서술식 문제의 경우 채점자의 자질이나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정답, 오답, 부분 정답 같은 판단의 기준이 채점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교육은 '국가백년지대계國家百年之大計'다. 한국도 여기에 해당한다.

 

 

국제 바칼로레아의 '배우는 사람의 태도'

 

탐구하는 사람

지식이 있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커뮤니케이션이 능한 사람

신념을 가진 사람

마음을 여는 사람

배려가 있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균형 잡힌 사람

반성할 줄 아는 사람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에서 맥베스 부인은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 - 국제 바칼로레아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 중에서

 

 

남게 되는 단 하나, 철학적 사고

 

지금까지는 테크닉을 중심으로, 학력을 기초로 한 지식을 무기로 국내외에서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었다. 교양보다는 기술이나 합리성이 우선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인터넷 네트워크의 발달로 '지식의 일상화'가 이뤄졌다. 과거에 변호사가 가지고 있는 법률적인 전문지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귀중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면 상당한 전문지식이라도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향후 이런 경향이 더욱 더 빨라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누구나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이러한 때에 무엇이 최종적으로 남을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철학적 사고만 남는 것이다.

 

 

 

초코렛 플리즈

 

저자가 영국에 갔을 때의 일화이다. 한번은 갑자기 뭔가 단 것이 먹고 싶어져서 지하철역 매점에 들러 초콜릿을 사려고 점원에게 말했다. "초코렛 플리즈"명히 초콜릿을 달라고 말한 건데 점원은 알아듣지 못했다. "초코렛"을 아무리 외쳐도 그게 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다고 저자가 일본식 영어 발음으로 '초코레토'라고 한 것은 아니다. 웃고 있을지 모르지만 '초콜릿'이라는 단어의 영어 발음은 결코 쉽지 않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서 이번엔 이렇게 바꿔 말했다. "초코 쿠키 플리즈" 하지만 이 역시 못 알아들었다. 점원도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문법이야 어찌 됐던 간에 발음만 정확하면 의미는 전달된다. 의사소통은 문법으로 하는 게 결코 아니다.

 

 

자아실현을 꿈꾸어라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인간 욕구 5단계'를 주창했다. 가장 낮은 단계는 먹고 자고 입는 등 '생리적 욕구'이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안전의 욕구', 소속감을 느끼려는 '사회적 욕구', 남으로부터 인정 받고 싶은 '존중의 욕구'를 거쳐 가장 높은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로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세계 1%의 인재는 가장 높은 단계인 자아실현을 꿈꾸는 사람이다. 저자는 고소득이 보장되는 전문직 임원 자리를 내놓고 교육기관을 창업했다. 주위에서의 반응은 그리 곱지 않았고, 심지어 "미쳤군"이라는 독설을 내뱉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진행했다. 왜냐하면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이상적인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자아실현인 것이다. 부럽다고 생각에만 그친다면 우리는 지는 것이다. 우리 모두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 철학적 사고를 습관화함으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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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한계가족 : 한국경제의 현주소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팩트 / 2013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국도 그 동안 누적되어 온 경제적 모순들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제적 모순들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카푸어 등의 신조어로 표출되고 있다. 각종 푸어를 양산하는 한국경제, 보편적 복지 혹은 선택적 복지가 과연 나와 내 가족의 삶을 책임져 줄 수 있을까?

 

 

복지보다는 분배가 문제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정직하고 도덕적인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면서 2000년 5월 설립된 후 정부 연구용역과 기업 경영컨설팅사업 등을 전개하는 한편 기업 및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경제보고서> 회원제 사업을,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경제시평> 회원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6년 말부터 시작된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은 현재 가입 회원 수가 10만 여

 

70년대에 태어난 70년대 세대는 현재 30대에서 40대 전반에 걸쳐 있는 세대로서, 50-60년대의 베이비붐 세대에서 저출산 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70년대 세대의 대부분은 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인해 사회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커다란 좌절을 맛보았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투기 광풍과 경제적 부침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20년간 한국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가장 주력세대인 70년대 세대가 연이은 치명타를 맞아 제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70년대 세대가 지금까지 겪어온 고통도 말할 수 없이 안타깝지만 앞으로 겪게 될 고통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


이 70년대 세대는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말의 외환위기로 인해 아예 첫출발부터 온전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사회에 첫발조차 제대로 내딛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일자리를 얻었더라도 상당수가 비정규직이거나 설령 정규직이라도 언제 실직할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투기 광풍으로 인해 집값이 폭등하여 결혼조차 못한 사람들도 넘쳐나고 있다. 이미 상당수는 아예 결혼을 포기하고 있다. 설령 결혼을 했더라도 집값과 사교육비 폭등에다 치솟는 물가급등 등으로 아이들을 낳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이들 70년대 세대에게 가해진 충격이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의 진실

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도 가계대출 연체율의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시중은행장들도 경기 부진이 오래가면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신용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원장도 향후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다중채무자 등 악성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을 전담할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저소득, 저신용 계층뿐만 아니라 생계형 자영업자 등 잠재적 취약계층까지 모두 포괄하는 경제적 자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며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출구방안도 연계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국내 부동산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잉공급과 높은 투기적 가격으로 거래가 끊기면서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의 투기거품 붕괴가 진행되면서 건설사 연쇄파산과 저축은행의 총체적 부실에 이어 가계부채 문제도 시간이 갈수록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투기거품 붕괴 여파가 가장 취약한 주변부에서부터 시간이 갈수록 중심부로 점차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 부실은 필연적으로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가계대출 부실의 최종 종착점은 은행 부실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대중자본주의를 향하여

 

21세기의 경제 패러다임은 이미 정해졌다. 이젠 평범한 국민, 대중, 환경과 더불어 공생共生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평범한 사람이 땀 흘려 일하면 적어도 평균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 더불어 지구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으로 바뀐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경제 정책이 필요할까? 기득권이 중심이 된 불균형과 빚을 양산하는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정책의 틀은 '균형'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제 과거와 같은 인위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런 불균형을 더 이상 유지할 순 없다. 필연적으로 저성장과 고령화라는 이슈는 현실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세대교체, 특히 정치면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

둘째, 새로운 정치경제를 이끌 전문적 '정책 역량'

셋째, IT혁명과 직접 참여 민주주의

 

 

참고로, 이 책은 2013년 5월에 출간된 절판 도서이다. 인용한 내용과 통계가 과거의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하는 한계가족이라는 현상은 현재 한국 경제의 여전한 현주소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모두 지혜를 함께 모아야 후손들에게 번영하는 나라의 미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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