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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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결핍된 무언가 때문에 끊임없이 헤매왔다. 마치 보물의 종류도 모른 채 지도에도 없는 보물섬에서 물도 식량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헤매는 듯 막막했다. 엉뚱하게도 나는 그 해답을 낯선 도시의 미술관에서 찾았다. 아름다운 미술관에만 가면 이상하게도 ‘여기가 바로 그곳이다’라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 ‘프롤로그’ 중에서



평소 그림을 좋아해서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며 이런 주제로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 얼마 전 신간 도서 소개글과 함께 표지에 실린 그림이 시선을 끌면서 어떤 작품인지 너무 궁금했다. 이미 본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확실치 않아 더욱 그랬다.


이점이 바로 지금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동기이다. 워낙 궁금증을 못참는 못된 성질인지라 이 책을 수중에 넣었다.


종종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전에 살던 일산동구의 정발산역 인근 주민들인데, 일산호수공원 산책길에서 자주 마주치다 보니 서로 대화도 나누면서 가까워졌다. 이사로 인해 이제 덕양구 주민이 됨에 따라 만남의 빈도가 확 줄었다. 불편한 허리가 외출을 막고 있어서다. 지난번 모임에서 한 분이 이 책을 소개하며 권했기에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다.


어린 시절, 나는 그림을 좋아했고 그리기도 즐겨 했다. 자랑 같지만 국민학생 때는 학교를 대표해서 사생대회에 여러 차례 참석하여 입선하기도 했다. ‘좋아한다고 다 할 수는 없다’는 게 아버지의 지론이었고 특히 ‘환쟁이는 배고프다’면서 이를 극구 만류했기에 그림 공부를 더 할 순 없었다.


이런 갈증을 안고 살았기에 나의 서재엔 유독 그림 관련 도서들이 많은 편이다. 오래된 도서들을 종종 중고로 판매했음에도 여전히 많다. 아내도 한 몫 거들었다. 나처럼 그림을 매우 좋아한다. 중매로 결혼한 사이임에도 공통 관심사라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보자. 도서 표지에 실린 그림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이는 정여울 작가가 ‘당신이 눈 감은 사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32번 째로 소개하는 그림이며, 화가 프레더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이란 작품이다. 정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프레더릭 레이턴은 <타오르는 6월>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장의 스케치를 그렸는데, 남아 있는 스케치 중 네 개는 누드였고 한 개는 옷을 입은 것이었다고 한다. 누드가 아닌 ‘옷을 입은 여인’의 잠든 모습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사진, 작품명. 타오르는 6월)


영국 화가 프레더릭 레이턴(1830~1896년)은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출중한 외모에다 천재적인 그림 실력을 가진 인물이었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그의 나이 48살에 어린 여인 도로시 딘(20살)을 적극 돕자 ‘숨겨 놓은 딸’이라는 소문이 났던 것이다. 이 여인은 가난한 평민으로 무대 위의 배우 생활을 하며 동생들과 어렵게 생계를 꾸리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 레이턴은 그녀와 동생들까지 자신의 집에 데려와 보살폈기 때문이었다. 도로시 딘은 레이턴의 여러 그림에 모델로 활동했다고 알려진다.


다시 위 작품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깊은 잠에 든 여인은 죽은 사람은 아니다. 볼그레한 뺨에 생기가 돌아서다. 다홍색 시스루 드레스의 영향을 받아 따스함과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렇다. 낮잠을 자는 모습니다. 불편한 자세를 보니 단잠에 푹 빠진 듯하다.


정여울 작가의 해석에 따르면 화가는 이 그림을 그리려고 누드와 옷 입은 모습 등 여러 장의 스케치를 했고, 그중에서 옷을 입은 스케치를 선택했기에 자극적인 누드화가 아닌 잠든 여인의 신비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내 생각엔 잠을 자고 있기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여인은 화가의 모델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화가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곤히 잠자는 모델의 모습에서 작품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회화사繪畵史엔 남성 화가와 여성 모델의 조합이 많다. 안타깝게도 해피엔딩인 경우는 많지 않다. 화가와 모델이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화가 우위의 고용관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미술 #오직나를위한미술관 #정여울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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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4-06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서재 관리자님, 며칠 전부터 사진을 올리면 왜 이렇게 확대되어 등록되는지 알 수가 ㅇ없네요.ㅠㅠ

cyrus 2024-04-08 06:53   좋아요 1 | URL
혹시 PC 버전 알라딘으로 접속해서 사진을 올리신 건가요? PC 버전 알라딘에서 사진을 등록하면 사진이 크게 나와요. 그래서 저는 사진을 올리기 전에 크기를 줄여요. 사진을 많이 올릴 때 크기 줄이는 일이 번거롭긴 하지만, 사진이 알맞은 크기로 나오면 이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

호시우행 2024-04-08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까진 별일이없었는데ㅠㅠ 등록한 글까지 없어지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