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의 시대 - 치열하게 살았는데 왜 이토록 허무한가
조남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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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음이 헛헛하다고 느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성공에 대한 의미를 화두로 던집니다. 성공에 목마른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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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타이탄들의 전쟁 - 1조 달러 시장의 승자를 결정할 게임의 법칙
게리 리블린 지음, 김동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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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부터 실리콘밸리 안팎의 사정에 대해 글을 써 온 나로서는 또 다른 실존적 질문 또한 외면할 수 없었다. AI가 실리콘밸리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실리콘밸리의 본질은 언제나 스타트업이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차고와 친구 집 거실에서 출발해 기술 기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AI, 특히 생성형 AI 분야는 성공에 따른 보상이 엄청난 만큼 초기 자본 또한 많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이 과연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서문' 중에서


총 19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저자 게리 리블린은 세계적인 탐사 보도 전문 기자로 퓰리처상 수상 경력이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IT 업계의 이면을 날카롭게 취재해 왔다. <뉴욕타임스> 실리콘밸리 전문 기자로 활동하며 <뉴스위크>, <포춘>,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와이어드> 등 유수의 매체에 기고해 왔다.


책은 AI 시장이 예전처럼 ‘쉽게 돈을 버는’ 시대가 아님을 선언한다. 대규모 모델 개발에 필요한 자본이 천문학적 수준에 달하면서, 기술력이 절대적이지 않게 되었다. 벤처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AI 기업이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과거 '닷컴 버블' 시절에 제기되었던 화두와도 닮아 있다. 실제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2024년 37억 달러 매출에도 불구하고 연간 약 50억 달러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1956년 여름, 다트머스대학교 캠퍼스에 20여 명의 연구자들이 모였다. '인공지능'이란 용어를 처음 만든 이 대학교의 젊은 수학 교수 존 매카시가 이들을 초대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다트머스 하계 인공지능 연구 프로젝트'는 인공지능이 하나의 학문 분야로 자리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매카시보다 앞선 연구자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암호를 해독한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었다. 그가 1948년에 쓴 논문 '지능을 가진 기계'에서 "기계가 지능을 지닌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연구를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2년 후 그가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 명명한 시험법까지 제안했다. 그는 2000년까지는 컴퓨터가 이 시험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 예측은 20년 이상 빗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크게 주목받은 연구자가 있었다. 코널대학교 교수였던 프랭크 로젠블랫으로 연구 논문에서 퍼셉트론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논문에서 그는 "지각과 인지, 개념 형성, 경험을 일반화하는 능력 등, 그동안 인간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기능을 과연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인공 신경망을 구축해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는 미 해군연구소로부터 연구 기금을 지원받았다. 


"해군, 생각하는 프랑켄슈타인을 발명하다"


이에 관해 스탠퍼드 인공지능연구소 소장 크리스 매닝은 로젠블랫의 '생각하는 컴퓨터'는 실제보다 과장된 면이 많지만 인간의 뇌를 닮은 컴퓨터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개척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오늘날 이 기술은 '머신러닝'으로 불린다.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과업을 수행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동료 학자들은 기자들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956 여름, 다트머스에 모인 학자들은 당시에 인공지능보다는 '규칙 기반 컴퓨팅'이란 접근 방식에 더 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즉 인간처럼 학습하는 신경망의 구축보다는 인간의 지식과 추론 능력을 컴퓨터가 따라 하도록 일일이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을 추구했다. 이 방식은 훗날 '전문가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이 노선을 가장 열렬히 지지한 인물은 MIT 교수 마빈 민스키였다. 


민스키는 다트머스 회의의 공동 주최자였고, 훗날 존 메카시와 함께 MIT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창설했다. 1967년, 민스키는 "한 세대 안에 인공지능 관련 문제 대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같은 노선을 따르던 허버트 사이먼도 1960년대 중반이면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기계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AI의 발전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컴퓨터 자체의 한계에 있었다. 


1982년에 이르러 마빈 민스키는 AI가 지금까지 과학이 맞닥뜨린 문제 중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인정했다. 결국 희망은 신경망 기술에 있다는 점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로젠블랫에 대한 사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로젠블랫은 <퍼셉트론>이 출간된 지 불과 2년 뒤, 43번째 생일을 앞두고 보트 사고로 익사했다. 


AI 개발 초기 수 십 년간 이 분야의 중심지는 미국 동부였다. 그러나 1930년대 스탠퍼드대학교의 연구 활동을 영리 기업과 연계하려 시도하면서 서부로 이동할 기반이 마련되었다. 1939년, 대학교 공학부 학장 프레더릭 터먼의 제자였던 빌 휴렛과 데이브 팩커드가 한 차고에서 전자기기 회사를 창업했다. 스탠퍼드는 이런 창업 정신을 장려, 인근 지역에 산업 단지를 조성했다. '인공지능' 용어를 만든 존 매카시도 1960년대 초 MIT를 떠나 스탠퍼드 인공지능연구소 설립에 힘을 보탰다. 1980년대에는 세계 최고의 AI 연구소로 자리매김했다.


리드 호프먼은 대학 시절 AI에 회의적이었다. 기술은 아직 걸음마였고, 현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그는 판을 떠나지 않았다. 첫 창업이 실패로 끝난 뒤, 피터 틸의 부름을 받아 페이팔에 합류했고, 링크드인을 창업하고, 마크 저커버그를 만나 초기 페이스북에도 투자했다. 연이어 성공을 거둔 그는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 그레이록에 합류하며, 다시 AI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호프먼이 벤처투자자로서 처음 투자한 에어비앤비는 원금의 1천배에 달하는 수익을 그레이록에 안겨 주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넷스케이프를 무너뜨렸고, 시장을 장악해 버렸다. 당시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배운 교훈은 단순했다. 대기업이 뛰어들면 끝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I 분야도 동일하게 흘러갈까? 한편 앤비디아의 GPU가 등장, 연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신경망 연구가 주류가 되었다. 컴퓨팅 파워, 데이터, 신경망 기술이 맞물리며 AI 시대를 열 준비가 되어 가고 있었다.


현대 AI 시대는 실리콘밸리가 아닌, 뜻밖에도 런던에서 시작되었다. 철학을 전공하고 갈등 조정가로 활동하던 무스타파 슐레이만은 데미스 하사비스, 셰인 레그와 함께 2010년 딥마인드를 설립했다. 이들의 비전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인간형 지능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딥마인드의 문제는 언제나 자금 유치였다. 피터 틸, 일론 머스크 같은 투자자들에게 초기 투자를 받았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AI 개발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또한 인재 유치 경쟁도 점점 심해졌다.


하사비스는 한편으로 지쳐 있었다. 그는 “AI 문제를 정말 해결하려면 회사를 구글만큼 키워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라고 말했다. 세 명의 공동 창업자는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에게 인재를 끊임없이 빼앗기는 데에도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매각이 순리라고 판단, 협상을 가졌다. 2014년 초, 구글은 딥마인드를 6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오픈AI는 단순한 스타트업이 아니었다. 그 여정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리드 호프먼이 함께 그린 비전은 곧 내부 갈등으로 흔들렸고, 지금 부족과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며 위기를 맞았다.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1년 후, GPT-3가 공개되었다. GPT-2의 100배가 넘는 성능을 자랑했다.  


스티브 발머와 사티아 나델라, 두 사람 모두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끌었지만, 각자 바라본 미래는 전혀 달랐다. 발머는 매출을 키우고 윈도우를 지키는 데 집착했다. 그러나 그 집착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반면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모든 것을 배우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경재사의 제품능 무대에 올리고, 클라우드와 AI에 전사적으로 투자한다. 이런 결정으로 테크 공룔 마이크로소프트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발머는 윈도우의 입지를 확대하는 데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사내의 혁신 분위기를 억누르고 있었다. 책의 저자 게리 리블린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랜 직원들이 피땀 흘려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발머의 간섭으로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바람에 결국 회사를 떠난 이야기를 취재했다. 그중 한 명은 애플 아이팟이 등장하기 전부터 MP3 플레이어를 개발해 온 사람이었다. 또 아이패드가 출시되기 전에 태블릿 개발팀에서 일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발머가 윈도우에 매달리는 바람에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파묻히고 말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장부상 이익이 매년 수십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발머가 CEO 로 제임하는 내내 주가는 횡보세를 면하기 어려웠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후, 시간이 갈수록 갈등은 깊어졌다. 대기업의 구조와 속도, 보수적인 문화는 딥마인드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구글은 AI 기술의 가능성을 믿었지만 동시에 그 기술을 세상에 내놓는 일을 두려워했다. 강력한 기술과 인재를 보유했음에도 구글은 어쩌다가 스스로 혁신을 가로막는 '느린 공룡'이 되었을까? 무스타파 슐레이만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그는 연구보다 제품 출시를 원했고, 경국 구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2022년 1월, 슐레이만은 8년간 일했던 구글을 떠나 그레이록으로 옮겼다. 


2020년, 실리콘밸리는 폭발했다. 코로나, 저금리, 넘치는 유동성 속에서 벤처 시장은 쟁탈전으로 불타올랐다. 리드 호프먼은 링크드인을 통해 테크 산업의 황금기를 열였고, 투자자이자 정치인이며 자선가로서 실리콘밸리의 무게추를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돈과 기술, 그리고 권력의 결합이 이루어진 그 시기에 호프먼은 때로는 '정의'를 말했고, 때로는 '음모론'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무스타파 슐레이먼은 대화형 AI가 인간과 감정을 공유하고, 친구처럼 동행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연구자 카렌 시모니언과 조 펜튼, 리드 호프먼을 공동 창업자로 영입, 인플렉션AI를 출범시켰다. 투자 유치, 인재 채용, AI 윤리 논란, 가술적 난제 속에서 궁극의 'AI 에이전트'라는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슐레이만은 인플렉션AI에 2억 2.500만 달러의 초기 투자를 마감하자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섰다. 2022년에 발표된 LLM 관련 연구 논문은 두 가지가 가장 중요했다. 하나는 소규모 모델을 오래 학습시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LLM에 복잡한 수힉 문제를 학습시키는 방법이었다. 슐레이만은  두 연구 논문의 주저자를 모두 영입했다.  


오픈 AI는 2022년 11월 조용히 챗GPT를 출시했다. 누구도 이 제품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챗GPT는 출시 5일만에 100만 명, 9주만에 1억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실리콘밸리는 이를 'AI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 불렀다. 인간처럼 자연스런 어투로 대중을 매료시킨 챗GPT는 놀라운 성과였지만 여전히 오류, 환각, 편향 등 근본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숙제였다. 


호프먼은 오픈AI의 이사였음에도 챗GPT의 출시 시기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었다. 이는 인플렉션AI가 경쟁 제품을 개발 중이었기에 이해 충돌을 염려한 탓이었다. 호프먼이 한 말 중 “스타트업이 출시한 제품이 그것을 만든 사람의 마음에 들 정도면 이미 출시 시기를 놓친 것”이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챗GPT가 적절한 사례였다. 올트먼은 챗GPT가 출시된 지 몇 달 후 이렇게 트윗했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일찍 세상에 공개한 이유는, 자료를 충분히 입력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다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올트먼의 말은 시의적절했다. 


2023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빙 검색 엔진을 공개했다. 나델라는 '검색의 새 시대'를 선언했고, 언론과 업계는 이를 마이크로소프트의 반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시드니라는 이름의 이 AI는 일부 사용자와의 대화에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며 논란을 불러왔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발표 하루 전에 구글은 자사 AI 바드를 급하게 공개했다. 하지만 시연 영상 속 오류로 인해 구글 주가는 하루 만에 1천억 달러를 증발시켰다.  


인플렉션AI가 '파이'라는 AI를 개발했다. 파이는 사용자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정서적으로 반응하도록 개발되었다. 이를 위해 긍정적 성격은 강화하고 부정적 태도는 배제하는 방식으로 훈련되었다. 예상치 못한 챗GPT의 폭발적 인기와 구글의 빠른 반격은 인플렉션AI에 압박이 되었고, 출시 일정과 마케팅 전략 등에서 허둥거렸다.  


정치권에선 샘 올트먼이 규제를 요청하는 전략으로 AI 규제 논의를 주도했고, 찬반 논쟁이 격화되었다. 메타는 오픈소스모델 LLaMA를 공개하며 개방성을 강조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제품에 AI를 통합하면서도 통제력을 유지하려 했다. 오픈소스와 폐쇄형 모델 간의 논쟁은 AI 생태계의 핵심 갈등 속으로 떠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침내 윈도우11에 코파일럿을 기본으로 통합했지만 때때로 마치 자기 그림자를 무서워하는 거인처럼 행동했다. 인플렉션AI의 개발자들은 ‘개인 인공지능'

에는 분명한 성격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은 최대한 무미건조한 성격을 지향하는 듯했다. 심지어 아주 온건하고 단순한 질문에도 침묵하곤 했다.

AI에 일찍 뛰어들었던 페이스북도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를 추진하면서 방향을 잘못 잡았다. 그는 3D 가상현실에 사활을 걸었는지 2021년 회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2023년이 되자, 저커버그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메타는 시장에 다섯 번째나 열 번째, 혹은 스무 번째로 LLM을 출시하는 회사가 되기를 택하지는 않았다. GPT-4나 바드, 코파일럿, 파이처럼 폐쇄형 독점 구조로 LLM을 운영하는 대신, 자사 대규모 언어 모델인 LLaMA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로 했다.


인플레션AI는 2023년 6월에 13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이례적인 규모였다. 회사는 공격적인 인재 채용을 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슐레이만은 초지능 AGI보다는 제품 완성도와 정서적 연결에 집중했다. 그러나 친구형 AI, 정신 건강 AI 분야는 이미 치열한 경쟁 중이었다.


인공지능은 기술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각 주체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술 기업들은 더 빠르고 넓게 확장하며 시장 선점을 노렸고, 정치권은 규제와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했다. 기술 낙관론자 마크 안드레센'AI를 늦추는 건 살인 행위'라고 주장했고 무스타파 슐레이만은 '안전한 가속'을 강조했다. AI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이 새로운 기술 지배자로 부상했지만, 인플렉션AI의 '파이'처럼 기술력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도 드러났다.


2023년 11월,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이사회에 의해 갑자기 해임당했다. 이 사건은 AI 안전성과 경영 방식을 둘러싼 이사진의 내부 갈등이 핵심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트먼과 핵심 인재들을 영입하려 했지만, 오픈 AI 직원의 반발과 내부 탄원서 덕분에 결국 올트먼은 CEO로 복귀했다. 한편, 슐레이만은 막대한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인플렉션AI의 꿈을 접고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경제경영 #AI타이탄들의전쟁 #게리리블린 #탐사리포트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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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파 - 성균관대 김장현 교수의 AI 인사이트
김장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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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10여 년간 AI 시대 인류와 구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다행성 종족으로 변화하게 될 인류의 모습을 상상하며 저술한 다수의 칼럼을 모으고 다듬었다. 부디 이 책이 독자 여러분께 다가올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주머니 속 든든한 지도가 되기를 바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장현 교수는 문과 출신으로 공학 교수를 하면서 AI융합교육을 부르짖고 있는 보기 드문 올라운드형 지식인이다. 정보기술, 데이터과학 분야 해외 학술지편집위원, 다수의 권위 있는 학술지 논문 게재, 국내와 기업, 공공기관 컨설팅 경력만으로 그를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지혜를 찾아 떠나는 탐험 안내서다. 1장(현실로 다가온 AI 혁명)에서는 생성형 AI의 등장이 불러온 기술적·사회적 변화를 알아본다. 2장(AI 특이점이 온다)에서는 자의식과 감성, 창의성을 지닌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을 어떻게 넘나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어서 3장(양날의 검, AI의 공습)은 가짜뉴스, 개인정보 침해, 사회적 고립 등 AI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다룬다. 4장(AI 시대, 인간의 역할)에서는 변화하는 일자리 환경, 교육의 혁신, 세대 간 기술 격차 속에서 인간 고유의 능력이 어떤 방식으로 재정립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마지막 5장(AI 시대를 살아가는 법)에서는 알고리즘을 꿰뚫는 시선, 플랫폼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AI 기초 소양 교육의 중요성 등, 우리가 AI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현실적 전략과 인문적 성찰을 아우른다.


AI 혁명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가져올 것이다. AI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일자리 감소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AI의 오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AI 기반의 감시 시스템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으며, AI 기반의 무기는 인류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윤리 문제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AI 특이점이 온다


흔히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를 서버나 클라우드로 가져가서 그것을 AI 모델에 집어넣어 처리한 결과물을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보안,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위해 데이터가 생성된 단말기 자체에서 바로 AI 처리를 하는 기술이 등장했는데 그것을 흔히 '엣지 AI'(Edge AI)라고 부른다.

영화에서 보면 서로 다른 AI가 서로 질문을 하거나 토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급기야 서로 다투는 경우까지 나오는데, 이런 장면은 관객을 웃게 만드는 장난스러운 장면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챗GPT, 클로드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사용자와 이전에 나누었던 대화의 맥락을 되살려 그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고, 필요시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도구에 접근해 더 깊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표준화된 개방형 기술규약이 있는데 이것을 모델컨텍스트프로토콜(MCP)라고 한다. MCP 덕분에 AI를 중심으로 다양한 데이터와 앱을 불러들여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AI의 공습


AI 로봇, 드론 등 스스로 알아서 떼로 움직일 줄 아는 지능형 비대칭 무기가 전장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전차, 전투기, 생화학 무기가 그랬고, 제2차 세계대전 때 항공모함과 잠수함이 그랬듯이 새로운 기술은 곧 전투의 승리를 의미한다. 


기존 강대국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국가와 정치 세력들이 점점 더 첨단 무기로 무장하면서, 어느 쪽도 일방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AI 시대, 인간의 역할


우리가 흔히 범하는 오류는 한 가지 더 있다. 새로이 부상하는 산업 분야가 기초과학과 거리가 멀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수학의 발전이 새로운 AI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이어지며, 결국 기초 학문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식 생태계의 방향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를 푸는 핵심은 적시성適時性에 있다. 실업자 보호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일자리를 이른 시간 내에 찾을 수 있도록 재교육과 전공 전환 프로그램 제공 역시 중요하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법


음식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이 새로운 IT 기술도 급하게 오남용했다가는 큰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생성형 AI가 갖는 그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환각’이라고 해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질문과 관계가 없는 내용을 사실과 섞어서 답으로 내놓는 바람에 그것을 검증하고 사용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있는 점이 그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시간에 쫓겨 실제 있지도 않은 판례를 생성형 AI로부터 받아 재판정에서 내밀었다가 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다.

AI 시대에도 한자 교육은 의미가 있다. 텍스트 분석에 AI를 적용하는 영역을 흔히 자연어처리(NLP)라고 부른다. 자연어처리 기술에는 실시간 통번역 기술도 포함되는데, 요즘 해외여행 할 때 자주 사용하는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 같은 앱들이 바로 여기 포함된다. 앞으로 통번역이 AI에 의해 더욱더 자동화될 텐데 굳이 외국어나 한자를 배워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경제경영 #AI충격파 #김장현 #성균관대교수 #AI인사이트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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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 따위는 없다 - 교양으로서의 동양철학
신메이 P 지음, 김은진 옮김 / 나나문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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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 에세이'다. 나는 학자도 아니고 승려도 아니다. '한 사람의 백수가 동양철학을 이렇게 받아들였구나.'라고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다! 내가 7명의 철학자들을 알게 되고, 어떻게 '허무감'을 극복했는지에 대해 읽어 보시기를! - '시작하는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신메이 P는 동경대학 법학부를 졸업, 대형 IT기업에 입사해 해외 사업 관련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누볐지만 회사 일에 재능이 없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자 조용히 퇴사한 후 가고시마 현의 섬으로 이주해 교육사업을 벌였지만 이 또한 재능 없음으로 인해 퇴직하고 역전인생을 노리고 개그맨 콘테스트에 도전했지만 예선에서 탈락함에 따라 은퇴 백수로 히키코모리가 되어 동양철학을 만나 당시의 심정을 써 내려간 글들이 화제가 되어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크게 인도편, 중국편, 일본편으로 나뉘어 붓다의 철학, 용수의 철학, 노자와 장자의 철학, 달마의 철학, 신란의 철학, 구카이의 철학을 소개하며 우리들에게 무아無我, 공空, 도道, 선禪, 타력他力, 밀교密敎 등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붓다,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다


붓다의 집안은 왕가王家이며 붓자 자신은 왕자였다. 호화로운 성城 안에서의 생활에도 그는 '허무감'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안고 살아갔다. 붓다는 보통의 백수와는 달리 너무나 진지한 고민끝에 야밤에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성밖으로 가출家出,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당시의 인도 곳곳엔 수행자들로 넘쳐났다. 이들은 모두 '자아自我 찾기'의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은 '사정없이 몸을 혹사시키면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풍조에 동참하고 잇었다. 그래서 수행을 시작한 붓다도 이런 유행에 동참했던 것이다. 수행의 내용은 이런 것들이었다.


'밤마디 뾰족한 가시 침상에서 잠들기'

'어마 무시하게 많은 양의 머리카락 쥐어뜯디'

'겁나게 긴 시간 숨 쉬지 않기'


연속된 고행은 6년간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붓다는 여전히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 누구보다도 진심을 다해 수행했음에도 말이다. 이에 '어쩌면 이런 일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면서 더 좋은 방법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그러나, 이미 붓다의 기력은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극심한 단식 때문이었다.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만약 여기서 붓다가 죽음을 맞았다면 불교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방에 사는 처자 수자타가 붓다에게 죽 한 그릇을 갖다 주었다. 과연 붓다는 이 죽을 먹을 것인가? 양자텍일의 상황에 놓였다. 죽을 먹는다면 지금까지의 고행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런데, 붓다는 죽을 먹음으로써 보게 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경지에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다. 식후 최고의 컨디션으로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명상에 들었다. 마침내 해탈의 경지에 도달했다. 붓다가 찾은 답은 바로 '무아無我'였다. '나'라는 건 없다는 뜻이다.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나'란 그저 '망상'일 뿐이다.

사실상, 이 세계는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알수 있다.


붓다는 인간이다. 어느 날, 한 청년이 갖자준 버섯 요리를 먹고난 후 식중독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나이 80세, 많은 사람들이 붓다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리고 제자들이 붓다의 가르침을 글로 적어 후대에 전했다. 바로 '경전'이다.


선禪, 언어를 초월하는 경지


'선禪'은 중국에서 태어난 불교로 '말을 버려라'고 가르친다. 즉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언어를 버리면 된다. 이를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 한다. 이는 논리보다는 감정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다. 겉보기엔 조용하게 보일지 몰라도 내면에선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다. 그래서일까, 중국 '선'의 대가들은 꽤나 살벌한 모습이다.


달마대사는 인도인으로 붓다 탄생으로부터 약 1천년 후의 인물이다. 심하게 말이 없는 타입인 달마에게 인생 전환점이 찾아온다. 스승이 달마에게 '너, 중국에 가서 불교를 좀 알리고 오너라'라는 미션을 부여햇던 것이다. 이를 흔히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으로 표현한다.


말을 전혀 하지 않는 타입인 달마는 어떻게 불교를 전할 수 있을까? 달마는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곧 바로 중국 황제 양무제梁武帝를 만나게 되는데, 더구나 이 황제는 불교의 광팬이었다. 당시 중국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위험지역이라 황제가 만나고 싶다고 전령을 보낸 것은 안전 보증수표였던 셈이다.


(양무제) 지금껏 1천개의 절을 지었으니 이담에 복을 받는 게 맞지?

(달마) 못 받습니다.

(양무제)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가요?

(달마) 그런 건 없다

(양무제) 헐, 그럼 당신은 뭐야?

(달마) 모른다


두 사람 간의 대화는 원만하지 못했지만, 양무제는 '선禪'을 알리고 싶어서 달마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그런데, 달마의 행동은 정상적인 궤도를 한참 벗어났던 것이다. 달마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벽을 바라보고 9년간이나 앉아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면벽수행面壁修行'이다. 이에 감동한 중국 승려 혜가가 찾아와서 제자로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달마는 단칼에 '거절한다' 혜가의 끈기도 만만치 않았다. 혜가는 자신의 한쪽 팔을 베어 버리면서 자신의 확고한 결심을 밝혔다. 마침내 제자로 받아들인다. 이후 '선禪'은 중국에 퍼지게 되었다.바로 '선문답禪問答'이다.


일본 승려 '신란親鸞'의 철학


신란은 800년 전 헤이안 시대의 일본 스님이다. 사실 불교엔 수많은 종파宗派가 있다. 그는 '정토진종淨土眞宗'을 만들었다. 어떤 방법으로 '공空'의 경지에 이르는가? 걸어서? 전철을 타고? 비행기 타고? 사실, 그런 수준은 아니다.


신란의 철학은 아주 급진적이면서도 독특했다. '공空'이 오히려 다가온다는 거다. 신란은 불교계의 최고 이단아로 지목받는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신란은 서민적인 동네 할아버지의 모습이기에 그렇다. 사진을 보면 그의 목둘레엔 목도리가 감싸고 있을음을 보여준다. 비록 춥더라도 대부분의 스님은 추운 법당에 홀로 앉아 경전을 외우거나 명상을 하지만 그는 방한용 의복을 입고 있다. 이런 친근감이 그의 매력인 듯 싶다.


(사진, 신란)


목도리가 따뜻해 보이는 검은 (가사의) 중

이놈의 설법이 천하제일

- 잇큐 소준


신란은 교토 태생의 엘리트 계층이었다. 불교계의 정점인 '히에이산比叡山'에서 기거, 9살 때 이곳에서 가장 훌륭한 스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이곳은 그야말로 부패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정치권력과 밀착해 있었으며, 스님들 또한 돈과 직위를 둘러싼 분쟁과 다툼에 매몰된 상황이었다. 신란이 살았던 '헤이안시대 말기'의 교토는 일본 역사상 가장 최악의 시대였다. 전쟁, 감염병, 대기근, 대진진, 대화재 등 모든 재앙이 발생했다.


수많은 시체들로 인해 악취가 넘치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수많은 대중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태평하게 산속에서 살고 있는 신란은 자신의 모습을 고뇌했다. 불교의 존재 이유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함인데,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기에 그는 히에이산을 떠나 마을로 내려가기로 결심햇다. 29살 봄날이었다.


당시의 불교는 일반 서민들에겐 매우 어려웠다. 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이었다. 좌선, 명상 이 따위들은 일번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지 힘들었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한다. 끊임없는 고민 끝에 그는 지금까지의 불교를 뒤집어엎을 만한 '타력他力'의 철학에 도달한다. 즉 깨달을 수 없음을 인정할 때, '공空'이 이쪽을 향해 다가와 준다는 것이다.


(사진)


#철학 #동양철학 #나자신따위는없다 #신메이P #무아 #선 #타력의철학 #나나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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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과 공존 - AI 시대의 세계관 확장 수업, 당신의 세계관을 확장해줄 다섯 문장
김태원 지음 / 휴먼큐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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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술의 발명이 지식의 경계를 허물고, 증기기관이 산업의 지형을 바꾸었으며, 튜브 물감이 화가들을 공방의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이끌어낸 것처럼, 모든 위대한 전환은 기존의 세계를 낯설게 만들고 더 큰 세계를 열었습니다. AI가 만들고 있는 이 거대한 ‘낯섦’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도전인 동시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공존’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기도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세계적인 미술관을 리노베이션하는 긴 여정엔 수많은 의사결정과 논쟁이 필요했다. 그림의 배치 방법, 관객을 위한 동선動線을 구성하는 법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결정들이다. 그런데, 가장 치열한 논쟁거리 중 하나는 전시실 벽면의 색깔이었다. 네델란드 국립 미술관인 '라익스 미술관'의 리노베이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던 날에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AI는 이미 우리 일과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마치 라익스 미술관의 벽 색깔처럼 우리 시대의 새로운 ‘배경색’을 이루고 있다. 이 배경색을 단지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나 신기한 기술의 집합체로만 인식한다면, 우리는 AI가 가진 진정한 의미와 잠재력, 그리고 그것이 드리울지 모를 그림자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AI라는 새로운 배경은 과연 우리의 일과 삶을 어떤 빛깔로 물들일까? 그것은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인간을 고된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밝고 따뜻한 색일까, 아니면 일자리를 위협하고 인간 소외를 심화시키는 차갑고 불안한 색일까?

첫 번째 수업: 변곡점의 시대는 우리에게 좋은 질문을 던진다
 

아래 그래프를 잠시 보자. 파란색 선은 '삶의 의미'에 대한 검색량이고, 노란색은 '일의 의미'에 대한 검색량이다. 사람들은 삶과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이 질문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람들은 지극히 인문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사진, 그래프)


이전의 기술적 변곡점들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AI는 우리에게 매우 근본적이고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기술적인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인문학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아이로니로 인해 지금 이 시대가 매우 흥미롭다.


두 번째 수업: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귀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선느 활용되지 못한 '데이터 재고'만 하염없이 쌓여갔다. 이때 돈을 버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빅데이터를 모으는 솔루션이나 서버를 파는 회사들이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빅데이터는 모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데이터를 도구족 관점으로 접근한 탓아며, 그래서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으며 AI가 데이터 생산에 가담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데이터의 홍수Data Flood’가 아니라 ‘인사이트의 홍수Insight Flood’이다. 우리가 빅데이터에 열광했던 이유는 데이터가 많아지면 그에 비례해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어긋났던 걸까?

신용카드 회사들의 오랜 고민거리는 바로 해킹문제였다. 이들은 빅데이터를 잘 들여다보면 분명 해커의 움직임이 포착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실효가 없었다. 그래서 신용카드 해커를 만나 심층 인터뷰한 결과, 훔친 카드 정보로 구매한 물건을 어디에 배송시켜야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을까?였던 것이다. 인사이트가 그리 쉽게 얻어질 거란 생각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다.

세 번째 수업: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이제 모든 산업이 AI라는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장대높이뛰기 선수라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 갑자기 농구, 배구, 축구 등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장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도대체 벤치마킹 대상은 누가 되어야 할까? 예를 들어 장대를 손에 쥐는 그립이 약하다면 유도 선수의 그립법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산업이 같은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과 확장해야 할 세계관의 범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계 넘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지적 겸손함’이다. ‘우리 산업, 혹은 우리 부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어쩌면 이 업계 바깥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과 겸손한 자세가 필요한 거다.

네 번째 수업: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영감의 원천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낄 것인가에 대한 최종적인 방향키는 결국 인간의 손에 쥐어져 있다. 

AI는 이미 인간의 많은 지적, 창조적 활동 영역에서 놀라운 능력을 선보이며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기술의 물결 앞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책의 저자는 그 답이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 매료되고 싶은 것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이를 향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노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수업: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원대한 꿈을 착착 진행하는 이는 바로 일론 머스크이다. 스페이스X의 최근 5번째 시험 비행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발사 후 임무를 마친 1단 로켓 '슈퍼헤비'가 지상으로 귀환하며 발사대에 설치된 거대한 로봇팔(젓가락 로봇팔)에 의해 정확히 붙잡힌 것이다. 이는 재발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켜 인류가 여러 행성에 거주할 수 있다는 큰 발걸음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처럼 기술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든든한 파트너, 우리 시대의 위대한 거인이 될 수 있다. 특히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에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유롭고 과감한 상상을 허락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인류의 더 위대한 문제 해결을 향한 뜨거운 욕망을 품어도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익숙했던 세계의 끝에서 미지의 망망대해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곳. 그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우리는 아직 온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미지의 바다로 나아가는 여정 자체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를 또 다른 차원으로 성장하게 하리라는 믿음이다.


#인문 #AI시대의세계관확장수업 #낯섦과공존 #김태원 #휴먼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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