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보다 -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의 기술
이경민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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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는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정서, 의식을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모호한 것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고 증명하는 것이 심리학입니다. 형체가 없는 마음을 비교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심리학을 공부하면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이경민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전공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상담심리전공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다. 현재 동국메타융합상담코칭센터, MCI 마인드케어 심리치료센터, 서울발달심리상담센터에서 심리삼당사로 활동하고 있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마음의 기술:자신을 받아들이다(1장), 관계의 기술:타인과 소통하다(2장), 자기관리의 기술:성장을 이끌다(3장), 삶의 전환기를 건너는 기술: 균형과 조화를 이루다(4장), 나이듦의 기술:수용하고 성장하다(5장), 치유의 기술:스스롤를 돌보다(6장) 등을 통해 우리들 삶에 필요한 심리기술들을 배운다.


심리학의 5가지 관점 


생물학적 접근은 뇌의 활동에서 인간의 정신과정의 연관성을 찾아내며, 정신분석적 접근은 인간의 정신 세계를 의식전의식, 무의식으로 나누고 무의식의 영역이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연구하고, 행동주의적 접근은 연구의 대상을 의식 세계에서 행동이라는 외적 부분으로 이동해 외부적 '자극'이 어떻게 조건화되어 인간의 행동에 작용하는지 살펴본다. 


인지주의적 접근은 인간의 지각, 기억, 사고가 어떠한 체계를 거쳐 행동으로 나타나는지를 연구, 즉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인지적 과정에 집중해 사물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과정과 그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인본주의적 접근은 인간을 자기 인식, 경험을 통해 선택권을 스스로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고 잠재력을 가진 긍정적 존재로 바라본다.


(사진, 관점 비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뭘까? 프로이트는 심리적 과정에 작용하는 정신적 에너지를 추동drives이라고 표현한다. 추동은 성적 추동인 리비도와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추동인 타나토스로 나뉜다.


리비도는 프로이트의 심리성적발달이론(psychosexual development theory)을 설명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삶에 대한 본능이자 생존과 번식을 위한 쾌락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프로이트는 “모든 생명체의 목표는 죽음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죽음, 파괴, 공격성에 대한 것도 인간의 본능이라고 주장했으며, 이러한 에너지를 타나토스라고 이름 붙였다. 무의식적 추동推動은 인간의 발달과정에서 현실에 맞게 억제되거나 알맞은 방법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어 가시적이지 않다. 


정신분석이론은 상징과 은유적인 표현으로 성격을 표현한다, 마음의 영역을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나눈 지정학적 모형을 통해 설명한다. 의식은 생각하고 지각하는 영역이며 주의를 기울이면 알아차릴 수 있는 반면, 무의식은 직접 알아차릴 수 없는 마음의 부분을 나타내며 욕망의 근원이자 충동과 감정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있는 전의식은 '기억하고 있는 영역'으로, 현재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력으로 의식의 영역까지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을 뜻한다.


(사진, 빙산으로 표현한 의식)  


스턴버그의 삼원지능이론 

분석적 지능~ 학문적 지능, 정신과정과 연관됨
경험적 지능~ 창조적 지능, 경험과 연관됨
실제적 지능~ 실용적 지능

스턴버그는 새로운 관점을 포괄한 삼원지능이 균형을 이루고 유지될 때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고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며 성공지능의 개념을 제시한다. 삼원지능은 기존까지 지능을 내적인 능력으로 한정 지어 평가했던 것에 반해, 경험적 지능을 통해 외적인 부분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사진, 성공지능의 개념)


경험과 협동

같은 집단 내에서 경쟁과 협동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흔히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소개되는 사례를 살펴보자. 

죄수 A와 B는 절대 자백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둘 다 자백하지 않으면 각각 1년형을 받고, 둘 중 한 사람만 자백하면 자백하지 않은 사람만 15년형을 받고, 둘 다 자백하면 각각 10년형을 받는다는 조건이 제시되었다. A와 B는 어떤 결정을 할까? 가장 유리한 선택은 서로 자백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성립하자면 상대방이 자백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자백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자백해서 석방될 수도 있다.


(사진, 게임 도표) 

결과를 종합해보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중 2/3가 협동(자백 안 함)보다는 경쟁(자백)을 택했다고 한다. 협력이 최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고려한 거다. 이러한 게임이론(theory of games)을 통해 집단 내의 개인은 그 결과가 집단 전체의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폐페즈 회로

페페즈 회로가 작용하면서 정서가 대뇌피질의 이성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감정은 대상피질을 통해 유입되고, 시상하부를 통해 표현된다. 대뇌피질은 이 과정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하는데, 파페즈는 이때 부정적인 사고가 증폭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참고로 정서를 주관하는 변연계는 포유류의 경우 뇌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파충류의 경우 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사진, 페페즈 회로의 흐름)


#심리 #심리학 #심리학을보다 #이경민 #원앤원북스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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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지옥
유메노 규사쿠 지음, 마이너스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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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노 규사쿠(夢野久作, 1889~1936)는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언제나 조금 비켜 서 있는 사람이다. 동시대의 에도가와 란포처럼 추리작가로 분륟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에로,구로,난센스'라 불리던 1930년대 기 취향의 정점에 놓이기도 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작가의 본명은 스기야마 나오키이며, 필명인 '유메노 규사쿠'는 후쿠오카 방언으로 '꿈꾸는 바보'를 뜻한다. 그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와세다 대학을 중퇴한 후 승려 생활, 농업 경영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특히 정신 의학, 불교,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같은 이력이 그의 작품 세계의 원동력이 되었다.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책은 세 편의 단편을 묶어 '별 것 아니었다', '살인 릴레이', '화성의 여자'으로 구성되어 있다.


별 것 아니었다


저는 지난번, 마루노우치 클럽의 경술회에서, 단시간 영광을 얻은 사람으로, 귀형과 마찬가지로 규슈 제국대학, 이비인후과 출신 후배입니다. 작년, 쇼와 8년 6월 초순부터, 이곳 요코하마시 미야자키초에, 우스키 이비인후과 간판을 내걸고 있는 자입니다만, 돌연 이와 같은 기괴한 편지를 올리는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9쪽)


'별 것 아니었다'란 단편은 이렇게 우스키 이빈인후과의 원장인 우스키 리헤이가 대학 선배인 시라타가 히데마로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시작한다. '히메쿠사 유리코라는 여성이 자살했다'는 내용인데, 그녀의 허구에 관해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사진, 경찰을 속인 전화 21쪽)


우스키 이비인후과 개업 전날 저녁에 간호사가 필요한지를 문의해 해온 여성이 바로 히메쿠사 유리코였다. 아오모리현이 고향이며, 부모님은 그곳에서 양조장을 운영 중이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고 간호사 일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아오모리의 현립 여학교를 졸업, 시나노마치의 K대 이비인후과에 입학해 재학 중이며, 신원 보증인은 시타야에서 미용사를 하는 이모님이라고 했다. 만 19세 2개월인 소녀의 순진무구한 태도에 빨려 들어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간호사로 채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 관한 신원 정보는 모두 거짓이었다. 


소녀 '히메쿠사 유리코'는 끊임없이 자신을 과장하고 거짓으로 계속 꾸면댄다. 이같은 거짓에 깜빡 속아 넘어가는 병원, 경찰 등은 도대체 그녀의 무엇을 믿었을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름조차 거짓인 한 소녀의 허영심, 욕망,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의 감정이 결국 '진실'이 아닌 '거짓'임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사진, 이름도 가짜, 94쪽)


이를 읽으면서 내 머리에 떠오른 속담은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였다. 이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으로부터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정도의 가르침이었다. 소녀 히메쿠사 유리코의 언행도 마찬가지였다. 사소한 거짓말이 한두 번 계속 쌓이면서 '별 것 아닌 것'으로 스스로를 마취시킨 셈이었다. 이 정도면 과대망상증에 걸린 환자가 아닐까란 생각마저 든다. 아무튼 거짓이 탄로나는 순간 그녀에겐 죽음이었으니 그녀의 거짓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것이다.   


살인 릴레이

여차장만큼은 정말로 안 돼요. 농부로 사는 것보다 훨씬 재미없고, 훨씬 더 무섭고, 싫은 일이에요. 여차장의 운명이라는 건, 길거리에 흩어진 종잇조각보다 훨씬 값싼 것이에요. 여차장이 되어 보면 곧 알게 돼요. 간단히 말하자면, 농부의 딸로 있으면 신랑감은 순박한 마을 청년들 중에서 부모님이 골라 주시잖아요. 운이 좋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여차장이 되면 그런 행복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해요. 회사 중역이라든가 임원이라든가, 자동차 담당 순경님 같은 이들의 말은 아무리 부당하고 불쾌해도 얌전히 들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바로 해고돼요. 어떻게든 구실을 붙여서 쫓아내 버리니까요. (120쪽)

부모 형제도 없는 고아 신분인 도모나리 도미코는 미나토 버스의 여차장이다. 술에 취한 승객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멋 부리는 운전사에게 찔리거나 무서운 순경에게 손을 잡히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훨씬 더 무서운 일을 당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동급생인 쓰키카와 쓰야코도 하마마쓰의 공부 버스에서 여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자꾸 누군가에게 살해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편지를 보내왔던 것이다. 내용인 즉, 새로 입사한 한 운전사 니타카가 석 달쯤 되자 쓰야코의 아버지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넣었고, 회사 전무가 직접 중매를 선 까닭에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호감가는 남자라서 이를 승락했다는 거다. 

그런데, 도쿄 아오 버스에 근무하는 친구 마쓰우라 미네코의 갑작스런 편지에 따르면 놀랄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마디로 니타카 다쓰오란 운전사가 새로 온다면 이 남자를 반드시 조심하라는 경고와 함께 아주 무섭고 평판이 나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아오 버스에서 일하는 동안 수많은 여차장을 유혹해 내연 관계를 맺고, 이후 싫증 나면 죽여서 어딘가에 버린 탓에 경시청으로부터 주목받자 아오 버스를 몰래 사직하고 사라졌다는 거다.

이후 문제가 발생한다. 정직한 심성을 가진 쓰야코 여차장은 이 편지를 아버지가 아닌 니타카에게 보여주는 바보 같은 행동을 했던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두 남녀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기 떼문이다. 증거가 될 수도 있는 편지를 다 읽은 그는 이를 화로에 넣어 태워 버리기까지 하면서 이렇게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
 
"바보구나... 너는... 이런 걸 남한테 떠벌리면 가만 안 둘 거야" 

이후 쓰야코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사망해 장례까지 치렀다. 쓰야코의 아버지 말로는 '버스 대용으로 쓰이던 신형 포드 차의 운전사는 니타카였고, 만원 차의 여차장은 쓰야코'였으며 어둠 속에서 반대편 트럭의 돌진을 피하는 순간 쓰야코는 전봇대에 부딪혀 불행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는 승객의 증언이 있었다고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니타카 운전사는 나중에 미나토 버스 회사에 취직했다. 니타카의 범죄 행각을 이미 알고 있는 이 회사 버스 여차장으로 근무 중인 도모나리 도미코에겐 과연 어떤 일이 닥쳐 올까? 벌써 머리로는 그림이 상상된다.    

색마色魔의 연속되는 살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성(여차장)이 자신의 친구에게 고백 편지를 보낸다. 그녀는 벌어진 사건 속에서 자신이 행한 역할로 인해 혼란에 빠진다. 즉 자신이 피해자인지, 아니면 오히려 가해자인지를 말이다.


(사진, 도미코의 행동 131쪽) 

그렇다면 이 소녀는 뭔가를 숨기고 있을까? 도무지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이에 도달하기까지 긴장감의 연속이다. 마치 '스톡홀름 증후군' 이 연상되는 사랑과 증오가 혼재混在한 소녀 도미코의 내면이야말로 소설의 제목처럼 잔혹한 '지옥'이 아닐까 싶다.

화성의 여자

지난 3월 26일 새벽 2시경, 시내 오도리 지역 6번째 구역에 위치한 현립 여고 운동장 구석의 낡은 창고에서 불이 났다. 강풍이 불고 있었기에 자칫 큰 화재로 번질 뻔했지만, 시 소방서장을 비롯한 소방대의 신속한 대응으로 창고 한 채만 전소된 채 진화되었다. 다행히 교사 건물에는 피해가 없어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151쪽) 

며칠 뒤 화재 장소를 정리하던 중에 새까맣게 탄 시신 한 구軀를 발견하면서 지난 26일에 발생했던 화재는 크게 관심을 끌게 되었다. 부검 결과, 시신의 주인공은 스무 살 정도의 여성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시신의 허리 부분 주위에 화재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연료가 집중 배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 당국은 성추행에 연관된 방화 살인 사건으로 판단하고, 관련 보도를 일시 중단하고 철저한 수사에 들어갔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하고 사건은 이미 미궁迷宮에 빠졌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번져 나갔다. 

사실 이 학교의 낡은 창고는 평소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으며, 또 화기 취급은 전무했기에 자연 발화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경찰은 여전히 타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여고는 3월 19일부터 봄방학에 돌입했고, 화재 당시 기숙사엔 학생은 전혀 없었기에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비극적인 사건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화성의 여자'(교장이 붙여준 별명)가 교장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엔 이런 글이 있었다. 

동급생들 가운데서도 저와 정반대로, 가장 아름답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단 한 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선생님, 동급생들 모두 저에게는 상냥한 말 한다디 건네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묘하게 저와 거리를 두고, 어딘가 기묘하게 차가운 웃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지요. 용모나 성적만을 두고 서로 경쟁하던 아이들에게 저는 왠지 모르게 열등하고, 어딘가 결함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181쪽)

평범함을 벗어난 특이함이 이토록 불편할 줄이야. 작품의 주인공은 큰 키와 강한 힘을 가진 여고생 '아마카와 우타에'로, 대항전이 열리거나 테니스, 배구, 달리기 등의 경기가 펼쳐지는 운동장에선 온갖 찬사를 한 몸에 받았지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면 오히려 그로테스크한 괴물 취급을 당했다. 

이에 소녀는 현실 도피를 위해 마치 폐가와 같은 학교의 낡은 창고로 숨어 들어 지내며 혼자만의 은밀한 즐거움을 누렸다. 소녀 혼자만 즐기는 은밀한 공간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선 악과 비리가 움트고 있었던 것이다. 즉 교장 선생님, 곱사등이 노인 서기, 뚱보 영어 여선생님 등이 학교 예산을 어떻게 횡령하는지 또 서로 다투는 소리까지 모두 엿듣게 되었던 것이다.


(사진, 교장의 비리)

이렇게 교장과의 얽힌 사건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비극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 소녀 스스로도 자신을 '화성의 여자'로 규정한다. '새까만 소녀 사건'. '모리스 교장 실종', '엉망진창이 된 현립여고' 등과 같은 신문의 기사와 사건 관련 진술 내용 등이 뒤섞이며 피해와 복수의 경계가 흐려진다. 과연 진실과 거짓은 어디까지인가? 독자들은 조각난 기록들을 따라가며 한 소녀의 삶과 고통 그리고 사회적 폭력 등을 마주하게 된다. 

1930년대에 발표된 작품이므로 약 100년 전의 사건 사고들이 고전소설 속에 등장한다. 횡령, 통정, 간통, 내연 관계, 살인, 사랑과 증오, 진실과 거짓 등등 인간사에 벌어지는 이같은 심리와 사건은 지금도 여전하며 언론과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는 사회비판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이곳이 '지옥'과 진배 없다. 


#일본소설 #추리소설 #미스테리소설 #진실과거짓 #소녀지옥 #유메노규사쿠 #심리 #여성서사 #고전문학 #고전소설 #사회비판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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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 중동 편 - 6,000년 중동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
저스티스(윤경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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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의 역사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담고 있어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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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로 빚은 인문학
박운석 지음 / 학이사(이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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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우리 전통주의 맛과 멋을 알리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이미 잘 알려진 매력 외에도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전통주가 지닌 인문학적 가치를 발굴하고 알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리 전통주가 같은 발효주인 와인이나 맥주와 비교해 더 뛰어난 술임을 실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 머리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박운석은 한국발효술연구원 원장이다. 우리 술의 대중화와 교육에 힘쓰는 전문가로 활발한 저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대구일보에 '박운석의 우리 술 이야기'를 연재 중이며, 매일신문에 '박운석의 전통주 인문학', '박운석의 수제맥주 이야기'등을 연재하기도 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선조들의 술 문화(1부), 이야기의 보고, 전통주(2부), 고문헌 속 전통주 이야기(3부), 전통주의 오늘과 내일(4부) 등을 통해 최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푸드 발전을 위해선 K-술과의 결합이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우리 전통주가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술자리에서 풍류를 배운다


술은 그 나라의 정치 수준까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척도라 했다. 옛 선조들은 술을 마시는 데도 불문율을 지켜 왔다. 일종의 주도酒道인 풍류風流였다. 풍류는 함부로 웃통 벗어 제끼고 박장대소하며 소란을 떨면서 노는 게 아니라 멋스럽고 풍치 있게 노는 일이다. 


그렇다고 잘 노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까지 갖추어야 풍류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엔 풍류가 생활의 주요 영역이었다. 자연 속에서 술을 마시며 시詩, 서書, 금琴을 즐겼다. 이때는 당연히 선비들의 술 문화가 음악과 그림이라는 문화를 생산하는 모태가 되었다.

윤선도는 “술을 마시되 덕이 없으면 난亂하고, 주흥을 즐기되 예를 지키지 않으면 잡雜되기 쉬워 술을 마실 때에는 덕과 예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고, 조지훈은 “술에 취하지 않고 흥興에 취하기를 즐긴다. 오욕칠정의 잠재된 모든 감정을 술로 풀려는 것은 술의 사도邪道”라고 했다. 


이처럼 술 때문에 생기는 폐해를 막고 예를 바로 세우기 위한 방안도 있었다. 향촌의 선비와 유생들이 향교, 서원에 모여 학덕과 연륜이 높은 이를 주빈으로 모시고 술을 마시는 행사인 향음주례鄕飮酒禮였다. 하지만 향음주례는 1905년 일제에 의해 사라졌다. 1895년, 조선을 되살리기 위해 전국의 유생들이 향음주례를 핑계로 세 규합에 나섰고, 이는 의병 활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일제는 이를 금지시켜 버렸다. 


금주령의 두 얼굴

영조는 말년에 다리가 아파서 고생을 했다. 이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송절차松節茶 덕분이었다. <영조실록>엔 송절차를 마시고 나서부터 걸어다닐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송절차는 송절주다. 소나무 가지 마디를 채취해 말린 다음 빚은 술이다. 송절은 관절통, 신경통을 완화시켜 준다고 알려져 있다.


송절주를 굳이 송절차로 부른 것은 이유가 있었다. 영조는 재위 기간 대부분 금주령을 내렸다. 쌀을 주원료로 술을 빚다 보니 백성들이 먹을 식량도 부족한데 술을 마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영조는 술을 ‘사람을 미치게 하는 광약’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신들이 술을 마시는 것을 경계하도록 했다. 


강력한 금주령을 발동했던 영조도 재위 후반부엔 조금씩 느슨해졌다. 1767년 종묘제례에 감주가 아닌 술을 사용토록 허용했다. 이런 조치 배경엔 스스로 금주를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절주를 송절차로 위장하기보다 대놓고 맘 편하게 들이키고 싶었을 것이다.


전통주는 이야기의 보고寶庫

<고려대규합총서>엔 술맛이 아름답고 사나움으로써 주인의 길흉을 안다고 하였고, 술맛이 시고 나쁘면 주인집에 근심이 생긴다고 했다. 예전엔 양반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조상의 제사를 받들어 모시고,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었다. 


중국 전국시대의 맹상군, 평원군, 신릉군, 춘신군 등 네 공자公子(군자)도 별채에 食客들을 불러모아 이들에게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한편 이들이 보유한 기술과 정보를 활용했음이 사마천의 <사기>에도 수록되어 있다.


당시엔 곳곳에서 모여드는 손님들이 중요한 소식통이자 돈 되는 최신 정보를 가진 정보원이었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접하다 보니 항상 앞서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당연히 술맛이 나빠지면 과객이 줄고, 최신 정보도 얻을 수 없으니 주인집엔 근심이 생기는 것이다.


술 빚기는 과학이다

우리 전통주는 발효주이다. 발효를 잘 시켜야 맛 좋은 술이 되고 잘못 되면 시큼해서 쉰 내가 풍긴다. 여기에 바로 과학이 숨어 있다. 전통주 빚기에 물누룩인 수국水麴을 만드는 과정엔 과학이 들어 있다. 단양주單釀酒를 빚을 때 사용하는 수국은 누룩을 사용하기 전에 물속에 3~5시간 담가 둔다. 바짝 말라 있는 누룩 속 미생물을 미리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알코올을 만들어 내는 누룩 속의 효모는 본격 활동에 앞서 8시간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다. 이 시기가 술 빚기에서 외부 잡균에 노출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시기다. 결국 수국을 만드는 이유도 이 잠복기를 줄여 효모가 더 빠르게 알코올을 만들어 내게 하기 위해서다.


쌀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서 술을 빚는 것도 술의 맛과 향을 다양화하고 좋게 하는 방법이다. 밑술을 죽이나 범벅, 떡 등의 방법으로 빚어 술의 맛과 향을 살려 놓고, 마지막 덧술에 고두밥을 넣어 주어 알코올 도수를 올려 준다. 하나의 술을 만드는 과정에 여러 가지 쌀의 가공 방법을 써서 다양한 풍미를 내는 것이 우리 전통주의 매력이다. 


전통주의 적정음주량?

국립청주박물관에는 조선 선조 대의 정치가이자 문인이었던 송강 정철(1536~1593)이 선조에게 하사받은 은술잔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은술잔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는 술을 너무나 좋아했고, 술 때문에 구설이 잦아 반대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았다. 이에 선조는 그에게 은술잔을 하사하면서 하루 석 잔만 마시라고 명했다. 그러나 어명을 어길 수 없었던 그는 술잔을 두드려 크기를 늘린 후 사용했다고 한다. 가히 술꾼다운 발상이다.


당시 식사 때 반주로 마시는 술도 한두 잔이었다. <동의보감>에 전하는 적정 음주량 석 잔, 선조의 어명인 하루 석 잔, 반주로 마셨던 한두 잔도 정확한 측정치는 없지만 아마도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하루 적정 음주량 이내였지 않을까 싶다.


혼자 마시는 술, 동정춘

책에 수록된 동정춘 빚는 법을 보면 쌀 11㎏에 물은 불과 1L만 쓴다. 물을 거의 넣지 않고 단맛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술을 빚기 때문에 술맛은 많이 달다. 실제 ‘꿀보다 달다’고 기록해 뒀을 정도다. 워낙 단맛이 강해 전통주 강의 교육 과정에서 동정춘 빚기를 실습할 때는 『임원경제지』 레시피 절반의 쌀을 사용한다. 쌀 6㎏에 물 1L를 쓴다는 뜻이다. 쌀의 양을 절반 정도 줄였지만 발효가 끝난 이후 술의 단맛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단맛만 강하다면 좋은 술이 아니다. 동정춘은 쌀과 누룩, 그리고 극히 적은 양의 물만으로 빚는 술이지만 완성된 술은 다양한 과일 향과 꽃 향도 품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통주 교육을 받은 분들이 수시로 교육원에 와서 동정춘을 빚는다. 수업 중 실습으로 만들었던 동정춘의 맛과 향이 너무 강렬해서다. 발효실에선 또 다른 팀이 빚은 동정춘이 익어 가고 있다. 3개월 교육 과정 중 매주 여러 종류의 술을 빚었으면서도 유독 동정춘에 끌리는 모양이다.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우리 술

요즘은 냉장고에 보관하던 술을 꺼내서 차게 마신다. 맥주도, 와인도, 막걸리도, 증류 소주도 그렇게 한다. 그런데, 술의 온도가 너무 차가우면 그 술의 향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다. 술맛도 날카롭다. 사실상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10%~14%로 높고 단맛이 강한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온도가 15℃ 정도일 때 마셔야 향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차가울 땐 맥주의 향을 전혀 알 수 없을뿐더러 맛이 날카로운데, 온도가 올라갈수록 향이 살아나고 맛도 부드러워진다. 냉장고에서 금방 꺼내서 마실 때와 한 시간쯤 지나고 맥주 자체의 온도가 올라갔을 때 맛과 향은 천지차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는 술의 온도가 상온에 가까울 때 마시는 게 좋다. 그래야 높은 도수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알코올 향을 부드럽게 느낄 수 있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은 밥을 담은 식기의 뚜껑에 증류 소주를 따라 마시던 추억을 가끔 이야기한다. 뜨거운 밥을 담았던 식기의 뚜껑에 차가운 소주를 부으면 적당하게 따뜻한 상태로 온도가 올라가 소주의 향과 맛이 확 살아나게 된다. 맛과 향이 좋아질뿐더러 추운 날 혈액 순환을 돕는다. 콩나물 해장국과 함께 마시던 모주도 그렇고, 퇴근 때 오뎅을 안주 삼아 마시던 히레사케도 그러했다. 


#전통주 #우리술 #전통주로빚은인문학 #박운석 #학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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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5-12-0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시우행님, 안녕하세요.
제 서재에 댓글을 남겨주셔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올해도 벌써 12월이 되어 송년 모임이 많을 시기가 되었네요.
전통주에 대한 내용 잘 읽었습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젤소민아 2025-12-0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5 서재의 달인 등극, 축하합니다~
 
마더 카브리니 - 세상 가장 낮은 땅에 희망의 제국을 일구다
시어도어 메이너드 지음, 고정아 옮김 / 니케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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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프란체스카 카브리니는 중국에 선교를 가고 싶어헸고, 성심선교수회 역시 중국을 염두에 두고 세웠다. 스칼라브리니 주교가 프란체스카에게 그보다 뉴욕의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먼저 돕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을 때 그녀는 뉴욕도 미국도 자신에겐 너무 좁을 뿐, 전 세계 또한 좁다고 답했다. 


"동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가세요, 수녀님"


프란체스카가 레오 13세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야심을 드러냈을 때 운명이 결정되었다. 흰 예복을 입고 흰 모피로 가장자리를 두른 진홍색 망토를 걸친 노교황老敎皇은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에 교황을 올려다보는 그녀에게 부드럽게 말했다.프란체스카가 거칠면서도 섬세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그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사진, 카브리니의 어린 시절 모습)


위대한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첫걸음엔 실수하는 게 흔하다. 프란체스카 카브리니의 시작도 예외는 아니었다. 8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녀의 어린 시절 꿈인 선교사와 그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 들 즈음 지역 사제의 부탁으로 한 공립 학교에서 2주간 임시 교사를 맡았으나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 처음이라 언니에게서 배운 엄격한 훈육 방식으로 임했다. 

그런데, 봉사자 신분이었던 프란체스카와 달리 돈을 벌 목적으로 일자리를 원했던 여자들은 취업 기회를 놓치자 '엄격함'을 비난의 구실로 삼았다. 그리고 부당하게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까지 비난했던 것이다. 프란체스카의 첫 실수는 교실에서의 경직된 태도였다. 

또 프란체스카는 가톨릭 금욕주의를 신봉하며 침대가 아닌 나무판자에서 자느라 건강이 더욱 나빠졌다. 당시 교구 사제 세라티 몬시뇰은 그녀를 눈여겨보다 성심수녀회에 지원하려는 걸 알고 자신의 사업에 쓸 목적으로 원장 수녀에게 건강이 나쁘다는 정보를 흘리며 거절하도록 유도하는 교활한 방법을 사용했다. 결국 프란체스카는 입회를 거절당했다. 이후 이같은 작전이 밝혀졌지만 프란체스카에겐 최선의 결과를 안겨 주었다. 

세라티 몬시뇰의 목표는 교구의 고아원 시설인 '섭리의 집'을 개혁하고자 프란체스카를 이곳에 묶어두려 했다. 그럼에도 프란체스카는 자신의 계획을 기꺼이 포기하고 고아원 시설을 개선하는 일에 참여했다. 이는 수녀로서의 진정한 수련이었다.      

프란체스카는 섭리의 집의 수녀가 되기로 한 날,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르는 가운데 자신만의 진정한 선교 수녀회를 만든 셈이다. 다른 방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섭리의 집은 괴짜 수녀 안토니아 톤디니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아주 부적합한 이름이었지만, 진실로 섭리가 지혜와 힘과 사랑을 보여준 집이었다.


(사진, 책표지)

만일 성인聖人이 화를 낸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그를 성인이라고 지칭했을 때다. 그는 신과 자신의 긴밀한 관계를 알 수도 있지만 아무리 가까워도 거기 만족하지 않는다. 이 생에서는 이룰 수 없는 더 큰 완전함이 언제나 저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성인은 한순간이라도 자신이 성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는 프란체스카 카브리니에게 꼭 들어맞는 사실이었다. 누가 프란체스카의 지인에게 "그분이 성인인 걸 아셨습니까?"하고 물으면 몇몇은 아주 솔직하게 대답할 것이다. "아뇨, 전혀 몰랐어요. 물론 정말로 훌륭한 분, 친절한 분이라는 건 알았습니다. 하지만 성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프란체스카는 이 대답에 만족했을 사람이다. 그녀는 항상 평범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

프란체스카 카브리니는 고독과 묵상을 갈망하는 사람이었지만 맹렬한 활동 역시 그녀의 기질에 맞았으리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마더 카브리니에게 잠재되어 있던 커다란 에너지와 실행력은 기회만 있으면 발현될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두를 신이 하사했을지도 모른다. 프란체스카는 오직 소명에 순종해서 선교수녀회의 장상 자리를 받아들였고, 그 직무를 맡아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그녀를 수줍고 예의 바른 시골 교사로만 알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사진, 마더 카브리니의 관)

성인으로 가는 길

프란체스카 카브리니는 생전에도 당대의 모든 교황에게 성인에 준하는 대접을 받았다. 레오 13세는 실제로 그녀를 성인이라 불렀고, 베네딕토 15세-1889년에 프란체스카가 미국에 가져간 교황 훈령을 작성한 델레 키에사 몬시뇰-는 그녀에게 성령이 충만하다고 말했다. 비오 10세는 그녀를 복음의 진정한 사도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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