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의 탄생 - 차가움을 달군 사람들의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톰 잭슨 지음, 김희봉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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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에 냉장고가 들어간 책은 대부분이 요리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냉각 기술을 대표하는 냉장고를 둘러싼 온갖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류는 물건을 뜨겁게 하는 방법은 비교적 빨리 배웠다. 마찰을 일으키거나, 불을 지르면 된다. 그러나 차갑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차갑게 하는 방법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근대 학이 거의 성숙 단계에 들어간 뒤의 일이다. - '옮긴이 서문' 중에서

 

 

지금은 너무도 흔한 냉장에 관한 이야기들

 

이 책은 고대의 석빙고 시대부터 현대를 지나 미래에 이르기까지 연대순으로 차가움을 만드는 방법이 알려지게 되는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생활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차가움을 향한 탐구가 진행되는 와중에 프랑스에서는 태자가 독을 탄 얼음물을 마시고 독살되었고, 영국에서는 왕이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얼음 창고에서 꾸며진 음모에 의해 퇴출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대공大公이 얼음을 넣어 만든 칵테일을 마시고 취하곤 했다. 호수에서 얼음을 캐 세계 각지로 팔아 갑부가 된 미국인이 있었고, 이들이 월든 호수까지 진입하는 바람에 은둔의 삶을 즐기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방해받기도 했다.

 

식품 보관과 운반의 거대한 체계가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다. 이 체계가 잠시라도 어긋나면 도시의 일상은 파괴될 것이고, 수십만 명의 도시민들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미친 듯이 싸우는 짐승이 될 것이다... 현대 문명은 냉장고에 의존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 '새로운 빙하 시대'(1931년에 발행된 한 잡지에 실린) 중에서

 

사실 냉각 기술은 식품 보관 말고도 무궁무진한 용도가 있다. 에어컨은 물론이고, 드라이아이스, 액체 질소, 액체 헬륨 등을 만들 수 있는 극저온 기술은 정자, 배아, 줄기 세포의 보관을 가능하게 만듦에 따라 생명 공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MRI나 자기 부상 열차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류는 적어도 10만 년 전에 불을 다루는 법을 터득했고, 그 뒤로 내내 열과 빛을 통제했다. 그리고 우리는 겨우 백 년 전에 차가움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 승리의 혜택을 모든 인류가 골고루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오늘날 차가움과 뜨거움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은 상식을 넘어선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애쓴 수많은 학자들에게는 전혀 명료한 사실이 아니었다. 차가움과 뜨거움의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학자들은 별똥별을 관찰하고 영구 운동 장치를 만들기도 했지만, 요정의 지혜를 빌리고 생쥐를 고문하는 등의 얼핏 보기에 기이한 일도 벌였다.

 

코르넬리우스 드레벨, 로버트 보일, 제임스 줄 같은 사람들이 밝혀낸 지식은 열역학의 기초가 되었다. 열역학은 에너지의 흐름에 대해 알아보는 물리학의 분야이다. 냉장고는 '열펌프'다. 열펌프의 반대 개념은 '열 배출구'다. 이 개념은 뜨거운 곳의 에너지가 덜 뜨거운 곳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열은 태양에서 쏟아져 나와서 주위의 물체들(지구도 포함된다)을 데운다. 지구는 ㄷ다시 열에너지를 텅 빈 우주, 즉 궁극의 '열 배출구'로 내보낸다. 냉장고의 경우, 냉장실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고, 그 결과로 내부에 있는 것들이 차가워진다.

 

추운 겨울에 만들어진 얼음을 저장했다가 더운 여름에 사용하는 방법은 오랜 옛날에 왕이나 부자, 즉 권력자들을 위한 틈새 기술이었다. 특히 아시아에서 이 기술이 발전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석빙고를 비롯해 조선시대의 서빙고와 동빙고가 선조들의 유산으로 남아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서기 1세기 신라 3대 노례왕(유리왕)때 얼음창고(빙고氷庫)를 지었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사기>의 '신라본기'에는 서기 505년 지증황 때 얼음창고를 관리하는 빙고전氷庫典이라는 관청을 설립했다고 한다. 아무튼 동양의 이 기술은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으로 유래되어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 귀족들은 차가운 와인와 냉동 디저트를 즐길 수 있었다.   

 

 

 

 

 

 

페르시아의 냉각 기술

 

페르시아의 냉각 기술은 바지르, 카나트, 야크찰이라는 세 부분을 바탕으로 한다. 야크찰은 말 그대로 '얼음 구덩이'를 뜻하며, 현대의 페르시아에서 냉장고라는 뜻으로 쓰인다. 카나트는 일종의 지하 관개수로이며, 바지르는 '바람을 잡는다'는 뜻으로,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통풍 설비이다.


페르시아가 고대 세계에서 얼음의 중심지가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연중 기온 차가 크다. 물이 얼 정도로 추운 겨울밤이 많고, 여름낮에는 얼음이 귀한 대접을 받을 만큼 덥다. 둘째, 이 지역은 큰 강이 없고 건조하다. 공기 중의 습도가 낮아서 얼음이 잘 얼고, 지표수가 부족해서 지하수를 관개에 이용해야 했고, 증발을 막기 위해 관개수로를 지하에 만들어야 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물을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차가움의 궁극적인 원인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

- 아리스토텔레스 

 

이 경구는 수백 년 동안 떠돌면서 차가움을 이해하려는 노력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차가움의 궁극적인 원인'은 바로 물이었다. 고대에는 북극에 거대한 차가움의 저장소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을 무렵, 그리스의 탐험가 피테아스가 이 신화적인 땅에 방문했다지만, 이 항해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남아있지 않다.

 

피테아스는 이 탐험에서 영국 섬을 발견했고(사실은 그가 여행하기 전에도 이미 알려져 있었다), 북쪽으로 엿새 동안 더 항해해서 북극에 도착했다고 한다. 거기에서 그는 원소들이 진창과 얼어붙은 안개 속에서 뒤엉키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설명으로 추측컨대, 아마도 북극 부근을 여행한 듯하다. 학자들도 그가 북해를 둘러가서 노르웨이 해안의 트론드하임에 가까운 어딘가에 도착, 영국 해안을 따라 귀환했다고 추측한다.

 

잠비스타 델라포르타'차가움의 궁극적인 원인'을 밝혀냈다. 그는 염화암모늄과 보통의 소금을 섞어서 물을 차갑게 했고, 그다음에는 눈을 많이 넣었다. 여기에 물이 가득 찬 유리병을 담갔다. 이 유리병을 부드럽게 두드리면서 휘저어서 속에 든 물이 순식간에 얼렸다.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놀라거나 공포에 떨었다. 이 기술은 실생활에 바로 적용됐는데, 프란체스코 대공은 궁전에서 시원한 포도주를 마시고 곤드레만드레가 되었다. 그는 대공의 자리를 탐내던 동생에게 결국 독살을 당했다.

 

 

얼음의 제왕 튜더 가족

 

1820년대 중반까지, 튜더 가족은 날로 커져가는 얼음 시장에서 가장 큰 사업자였다. 경쟁은 집에서 시작되었다. 강과 호수에서 어는 얼음을 소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먼저 가는 사람이 임자였다. 얼음을 깨서 마차에 싣고 부두로 끌고 가는 형태로 매우 세련되지 못한 과정을 밟았다.

 

튜더 가족은 여러 해 동안 록우드의 연못에서 얼음을 얻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얼음을 가져다 썼다. 얼음 공급자 중의 한 사람인 내더니엘 위스가 1825년에 얼음을 일정한 모양으로 자르는 장치를 개발했다. 그의 장치는 말이 끄는 절단기로, 쟁기와 톱의 중간쯤 되는 것이었다. 얼음 절단기를 말이 끌고, 말발굽에 스파이크를 신겨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절단기 날은 얼음에 일정한 간격으로 깊은 자국을 새겼다. 절단기를 여러 번 다시 돌려서 사람이 손으로 떼어 낼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자국을 만들었다. 그들은 긴 톱과 끌 같은 거대한 목공 연장을 사용했다. 쪼개진 얼음 블록을 물에 띄워서 갈고리와 장대로 둑으로 가져간다. 거기에서 거대한 집게로 얼음 블록을 강변으로 끌어올린다.

 

위스의 장치는 얼음 채취에 매우 효과적이었고, 더 많은 얼음을 한꺼번에 운반하거나 저장할 수 있게 했다. 얼음 블록은 모양이 일정해서 깨진 얼음보다 서로 더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효율은 1827년과 1828년의 계절답지 않게 따뜻한 겨울에 얼음 채취 경쟁에서 가치를 입증했다.

 

하지만 얼음 산업이 누구에게나 다 환영받지 않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에서 얼음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기술하고 있다. 그는 프레더릭 튜더 같은 사람이 호수에서 얼음을 모아 엄청난 부자가 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과연 이런 일이 사회에 어떤 점에서 좋은지 묻고 있다. <월든>은 현대의 녹색 운동의 뿌리가 되었다.

 

 

냉장고의 탄생

 

초기의 냉장고 중에서 상징적인 모델 중의 하나는 제너럴일렉트릭모니터 톱으로, 이 기계는 위쪽으로 원통형 압축기와 응축기가 돌출되어 있었다. 이 튼튼한 장치의 이름은 독립 전쟁 때의 철갑 전함에서 따왔지만, 상자 모양의 설계는 주방에 얼굴 없는 로봇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모니터 톱은 아무 무거워서 냉장고가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었다.

 

"이것은 완벽하게 안전합니다. 철갑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모니터 톱은 골동품이 되었지만, 여전히 잘 작동하는 것들도 많다. 이 장치를 살펴보면 최신 냉장고도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압축기는 안쪽으로 숨었고, 응축 코일은 뒤쪽에 배치되었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냉장고 위쪽에 얼음 상자가 있어서 작은 냉동실 역할을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알루미늄 판으로 만든 냉각 코일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것이 차가움을 얻는 부분이고, 냉각된 공기가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가장 덜 차가운 아래쪽에 채소 보관함을 둔다.

 

현대의 냉동-냉장고는 일반적으로 이 부분을 패널 뒤쪽으로 숨기고, 아래쪽에 있는 냉동실과 접촉시킨다. 미국식의 양문형은 양쪽에 따로 냉각 시스템을 배치한다. 유럽은 뒤늦게 냉장고 시장에 뛰어들었고, 유럽에서 만든 냉장고는 대개 미국에 비해 부피가 절반쯤 된다.

 

가정용 냉장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프레온(염화불화탄소)도 계속 생산되었다. 1937년에 북미 지역에 냉장고 2백만 대가 보급되었고, 이후 1980년에는 전 세계에 수억 대의  냉장고가 보급되었다. 염화불화탄소의 사용이 증감함에 따라 오존층에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제 냉매는 밀려나고 대신에 과불화탄소를 사용한다. 2010년 이후로 대기중에 염화불화탄소는 사라지고 오존 구멍은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냉장고는 이제 위험하지 않은가? 이는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냉장고의 분신들

 

냉장고는 언제 냉장고가 아닌가? 뻔한 답은 에어컨이 될 테지만, 이보다 더 기발한 답도 있다. 냉장고는 가스 공장이 될 수도 있고, 로켓엔진, 데이터 센터, 심지어 수소폭탄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구멍을 파고, 댐을 건설하고, 아원자 입자를 추적하고, 뇌의 영상을 찍고, 세계의 절반을 먹여 살리는 데 사용된다(물론 식품 냉장에 사용하지 않고). 이것이 숨겨진 차가움이다. 풍악도 울리지 않고 조용히, 냉각 기술은 현대문명의 깊숙한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건물들 중에서 3분의 2가 에어컨을 갖추고 있다. 이 에어컨들은 미국의 발전소에 생산하는 전력의 5%를 사용하며, 매년 110억 달러를 쓰고 있다. 에어컨은 한 해의 가장 더운 계절에 공기를 냉각하고자 설계되었다. 심지어 어떤 곳에선 일 년 내내 켜두기도 한다. 한겨울에도 가동된다는 말이다. 에어컨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내뿜는다. 모든 에어컨은 공기를 덥게 한다.

 

 

 

 

냉장 체인이 끊어지면 사회는 붕괴한다

 

냉각 기술은 세계를 변화시켰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연료와 새로운 힘의 저장법을 필요로 한다. 태양에너지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는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켜고 끌 수 없다. 따라서 이 에너지를 재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저장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들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냉장고는 1750년에 처음 우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량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개발되는데는 170년이나 더 걸렸다. 차가움은 이젠 우리들의 일상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 버렸다. 이는 와인, 디저트, 고기, 과일 등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에 거론되는 스마트 냉장고는 2000년에 LG가 세계 최초로 출시했는데 가격이 무려 2000만원이었다. 문을 열지 않고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가로 지불하기에는 비싼 금액이었다. 십여년이 경과한 지금, 스마트 냉장고는 집 안의 모든 기기들을 연결하는 '허브'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던 양문형 냉장고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데 걸린 시간만큼 스마트 냉장고가 선남선녀의 집으로 들어오는 데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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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의 배신
라파엘 M. 보넬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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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는 성과 지향 시대가 낳은 산물이다. 완벽주의자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불만족, 자기 경멸 그리고 불쾌한 기분에 시달린다. 스스로 괴로워하고 주변 사람들까지 그렇게 만든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마련이므로, 이런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완벽주의자는 으레 불평 많은 사람, 지독한 비관론자, 유머 감각이라고는 없는 불만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완벽하지 않은 것은 아무 쓸모없다는 흑백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의 특징은 성과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다. 즉, 대단한 업적과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일에만 매달린다. 완벽주의자는 특히 거절당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 나머지 남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까 봐 늘 노심초사한다. 게다가 위신이 떨어질까 봐 불안해한다. 완벽주의자는 불안감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난공불락의 불가침 영역을 구축하려고 애쓴다. 따라서 늘 마음의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처신할지,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한다. 완벽주의자에게 완벽이란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일 뿐이다. 자신이 만든 겉모습이자, 자기 본모습을 감추는 가면인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완벽주의 덫에서 벗어나라

 

저자 라파엘 M. 보넬리는 1968년 오스트리아 쉐르딩에서 태어나 현재 오스트리아 빈 소재 지그문트프로이트 대학교 신경과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 및 정신치료 전문의다. 빈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4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하버드 대학교, 캘리포니아 대학교, 듀크 대학교 등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4년 그라츠 의과대학에서 신경정신과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5년 정신과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정신의학, 정신치료, 치매가 주요 관심 분야다. 저서로는 <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 <정신치료와 종교의 단란한 공존에 관한 변론>, <정신치료와 영성> 등이 있다.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이상理想이 완벽주의자들에겐 의무가 된다. 이상은 현실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지만 의무는 이와 반대로 현실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완벽주의자를 힘들게 하는 바윗덩이는 완벽에 대한 스스로의 과도한 집착이다. 이들에게 완벽이란 목적을 달서하는 수단일 뿐이며 스스로가 만든 겉모습이자 본모습을 감추는 가면에 불과하다.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선 비이성적인 두려움, 잘못된 명예심, 그리고 완벽주의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의 저자는 '완벽에의 갈망'이 만연된 사회를 정밀 진단하면서 성과주의의 덫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실제 환자들의 상담 사례를 통해 완벽주의자들이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이며,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지 설명한다.

 

 

 

 

 

 

"완벽주의자들에게 자기 인식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완벽주의자의 '정신 기구'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과 달리 완벽주의자는 내면이 자유롭지 못하며, 기계장치처럼 여러 요소들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원인과 결과를 보여주는 정신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정신 기구'를 작동하는 이유는 실수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몹시 두려워한다. 완벽주의자에게 완벽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다. 자신이 마련한 책략이자, 본래의 얼굴을 숨기는 가면이다.

 


이러한 정신적 기계장치를 움직이는 가장 큰 톱니바퀴가 두려움이다. 한도 끝도 없는 두려움으로 인해 상상의 나래를 점점 더 펼침으로써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면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고, 그와 더불어 이성적으로 반박하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이러한 톱니바퀴들은 인간의 발전을 저해하며 경직된 사고를 만들고, 풍요로운 인생을 방해한다. 그리고 결국 인간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것이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알프레드 아들러가 말한 '그릇된 마음가짐'이다.

 

 

완벽주의자들의 인간관계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미 1백 년 전에 이렇게 설명했다. "권력과 우월성을 추구하는 인간은 시기심을 자주 드러낸다.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거리감은 열등감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거리감이 사람을 압박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태도나 생활방식을 보면 목표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불만이 많은 사람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들은 무슨 성과를 이루었는지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남들보다 못하다고 느끼면 정신적으로 위축된다.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경우에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언제나 부족하다는 위장된 허영심과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은 마음, 모든 것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이런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갖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공동체 의식이 그런 생각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보면 모든 것을 다 갖고 싶은 속마음이 훤히 드러난다"

 

 

날씬한 몸매 강박증 

2006년 그림처럼 아름다웠던 우루과이 출신의 22세 톱모델 루이젤 라모스는 몬테비데오 패션위크에서 패션쇼가 끝난 직후 사망했다. 그녀는 패션쇼가 열리기 전 수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해 체질량지수 13.2였던 브라질 출신 모델 아나 카롤리나 레스톤 마칸이 굶어 죽었다. 그녀는 사과와 토마토만 먹었다고 한다. 지난 2010년에는 프랑스의 유명 모델 이사벨 카로가 사망했다. 거식증의 위험을 알리는 그녀의 나체 캠페인은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거식증은 안 돼요No-Anorexia'라는 헤드카피와 함께 그녀는 신문과 옥외 광고판에 나체로 등장했다. 이사벨 카로의 사망 이후 패션 업계에서는 모델의 자격 기준을 체질량지수 18.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엄마의 '과잉보호'에 따른 의존증 

덴마크의 가족심리치료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예스퍼 율'컬링 아이들'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 컬링은 겨울 스포츠의 하나로 둥글고 납작한 스톤을 얼음판에서 미끄러뜨리고 선수 2명이 스톤을 따라가면서 스톤이 잘 미끄러지도록 얼음길을 닦아주는 경기다. 자식들 앞에 놓인 온갖 장애물을 미리미리 다 치워주는, 의욕 넘치는 부모들을 풍자한 표현이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인생이라는 얼음판 위에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미끄럼을 탄다. 완벽주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조부모가 사망해도 아들과 딸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예스퍼 율의 견해에 따르면,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타인에 대해 무지할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인간이 된다. 슬픔이나 두려움도 모르고, 동점심이나 연민도 없다.

 

 

절도와 완벽주의

 

절도는 완벽주의라는 주제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절도라는 미덕에서 비롯된 건강한 자기 절제는 완벽주의와 외형적으로는 유사하다. 하지만 완벽주의자에게는 지나쳐도 안 되고 모자라서도 안 되는 중용이 없다. 그래서 절도라는 미덕은 완벽주의와 다른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비교하고 그 차이점을 밝히면 완벽주의가 어떻게 치유되고 극복되는지 상세히 알 수 있다.

 

셀리그먼이 제시한 절도는 그 옛날의 기본 도덕이었던 '템페란티아 temperantia'와 관련이 있다. 절도와 완벽주의는 신뢰, 규율, 자기 수양, 실수 줄이기 등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미덕은 완벽주의자들의 생각이다. 절도는 완벽주의자가 간절히 원하는 마음의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는 '템페란티아'를 무의식적으로 흉내 내지만, 내면적으로 실현하지 못한다. 완벽주의자는 이상을 성취하지 못하며, 따라서 그의 내면은 텅 비어 있다.

 

 

 

 

당신은 완벽주의 성향을 지니지 않았는가?

 

모든 일을 반드시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들은 마음이 자유롭지 목하며 온갖 불길한 두려움에 고통받고 있다. 즉 실수에 대한 두려움, 실수하면 타인들이 자신을 싫어할 거라는 두려움, 그리고 사회에서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으로 늘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완벽주의자는 자유롭지 못하다. 두려움에 이끌려 꼭두각시 인형처럼 움직인다.

 

내적으로 자유로우려면 자기중심적 사고, 자신의 결점 억압, 잘난 척하는 태도, 권력욕 등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또한 자만심, 타인을 컨트롤하려는 생각, 실수않겠다는 욕심, 책임 전가 등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내적 자유를 얻게 되면 시기심과 분노, 태만, 욕망, 소유욕, 폭음, 폭식, 자만심 등을 인지함으로써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완벽주의자들은 최고의 성과를 내려고 하지만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안간힘을 쓰면서도 자신들의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른다. 또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지만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 그들은 규형 감각이 없고, 본인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이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게 뭔지도 모른다. 혹시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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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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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으면 믿지도 않는다'는 불가지론자로서 내세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기대도 품을 수 없었던 그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유쾌한 토론을 벌인다. 신을 그리워하는 태도를 질척하다고 일갈해버리는 철학과 교수 형, 무신론자이자 공산주의자 어머니, 전신을 지배하는 병마와 싸우다 병실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까지, 이 책은 누군가의 아들이자 형제인 줄리언 반스와 영국 문학의 제왕으로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죽음을 면밀히 파헤친 줄리언 반스가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해낸 에세이다.

 

 

 

 

 

 

죽음에 관하여 유쾌한 토론을 벌이다

 

책의 저자 줄리언 반스<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는 <플로베르의 앵무새>로 영국

 

 

 

 

 

 

프랑스 비평가 샤를 뒤보스는 죽음에 대한 인식에 관해 '죽음의 숙명을 알리는 모닝콜'이라는 문구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낯선 호텔 방에서 이전에 묵었던 투숙객이 맞춰놓은 자명종이 울리는 바람에 야심하기 그지없는 시간에 느닷없이 잠에서 깨어나 암흑과 공포 속으로 내던져진 채, 현세가 잠시 세 들어 사는 세계임을 통렬히 자각하게 되는 것과 같다.

 

최근에 저자의 친구 R은 그에게 얼마나 자주, 어떤 상황에서 죽음을 생각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에 그는 잠에서 깨어 있는 하루 동안 적어도 한 번은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런 후 간간이 일어나는 야간 침입들이 있다고도 했다. 외부 세계가 뚜렷한 평행선을 그릴 때, 저녁으로 접어드는 시간, 낮이 짧아질 때, 혹은 긴 하루 동안의 하이킹이 끝나갈 때, 자주 죽음의 필연성이 불청객처럼 그의 의식을 비집고 들어온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절망의 종교를 가져야만 한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신의 운명을 감당해야 한다. 말하자면 자신의 운명처럼 무감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군! 그런 거군!' 하고 말함으로써, 그리고 발아래 놓인 검은 구덩이를 응시함으로써 사람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이다" - 플로베르

 

 

당신이라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쪽을 택하겠는가,

아니면 두려워하지 않는 쪽을 택하겠는가?

 

언뜻 쉬운 문제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 당신은 죽음 같은 건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고,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고, 도락道樂을 좇고, 소임을 다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그런 후 마침내 죽음이 임박했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때를 맞았다. 그런데 바로 앞 문장의 마침표를 찍으며, 지금까지 이어져온 당신 인생사가 다 헛소리였음을 새로이 자각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애초에 언젠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이 지닌 의미는 무엇인지를 깨달았다면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까? 

1882년 3월 6일 월요일, 도데, 투르게네프, 에드몽 드 공쿠르와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졸라'르 레베일 모르텔'의 이러한 영향들에 관해 털어놓았고, 공쿠르가 그의 이야기를 낱낱이 받아 적었다. 그날 저녁, 그들 중 넷(1880년 플로베르가 사망했으므로 '다섯 명의 저녁 식사'에서 한 명이 빠졌다)은 죽음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설가 투르게네프는 이렇게 (살짝 손짓으로 시범을 보이면서) 그 생각을 떨쳐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인들은 골칫거리를 '슬라브의 안개' 속으로 사라지게 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인들은 논리적이지만 성가실 정도로 끈질기게 떠오르는 상념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이 안개를 불러 모은다고 했다. 가령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 폭풍에 갇히게 되면 추위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생각을 말아야지 안 그러면 얼어 죽고 말 것이다. 더 큰 사안에도 이와 똑같은 방법을 적용해 이겨낼 수 있었다. '이렇게' 떨쳐버리면 되었다.

 

 

 

우리가 예술을 탄생시키는 이유는 죽음을 무릎 꿇리려고, 안 되면 최소한 반항이라도 해보기 위해서일까? 죽음을 초월하기 위해서? 죽음에게 제 분수를 알게 해주기 위해서? 취향은 변한다. 진실도 클리셰가 되어버린다. 모든 예술의 형태들은 사라진다. 심지어 죽음을 뛰어넘은 위대하기 그지없는 예술의 승리조차 실소가 나올 정도로 단명한다. 소설가는 다음 세대의 독자들에게 희망을 걸지 모르며, 그러는 것으로 죽음을 비웃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상은 사형수 독방의 벽을 긁어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그러는 이유는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도 여기 있었다, 라고.

우리는 살고, 우리는 죽고, 우리는 기억되고, 우리는 잊힌다. 즉시 잊히는 것이 아니라, 한 켜 한 켜씩 잊힌다. 우리가 기억하는 우리의 부모는 대개 그들의 성인기를 통해서다. 우리가 기억하는 우리의 조부모는 그들 인생의 마지막 3분의 1이라 할 수 있는 노년기를 통해서다. 그 외에 기억나는 다른 존재가 있다면 아마도 따끔거리는 턱수염에 지독한 냄새, 아마도 생선 냄새 같은 걸 풍기는 증조부 정도가 있지 않을까. 그다음엔? 사진들, 그리고 얼마간 우연히 발견하는 기록들일 것이다. 미래에는 내가 하는 일처럼 바닥이 얕은 서랍에 기록을 보관하는 일이 아니라 뭔가 기술상의 갱신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수 세대에 달하는 조상들이 영화와 테이프와 디스크를 통해서 살아남아 움직이고 말하고 미소 짓고, 그들도 여기 있었음을 증명할 것이다.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 없다

 

정신이 멀쩡할 때 죽음을 선고받는 것이 어쩌면 최상의 죽음일 것이다. 하지만 노환을 앓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죽음이 가까이와 있음을 예견하면서도 가족들의 철저한 보안 속에 목숨을 연명하다가 별다른 준비 없이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아버지도 그랬다. 노인대학원에선 배움의 즐거움을, 성당에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환희를 경험하다가 갑자기 허리가 아파 치료차 병원에 입원한 뒤로 병상 밖으로 결국 나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살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책 대신 음악과 함께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날들 동안 이것저것 확인할 게 많다고 한다. 우선 자신도 생선 냄새를 풍기게 될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될지를 말이다. 죽음과 이에 대한 두려움에 대하여 저자는 화해로 결론내는 듯하다. 그는 단 한 명의 독자도 남지 않게 될 작가의 절멸을 상상하며 받아들인다. 책의 원제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 없다(Nothing to be frightened of)>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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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0시간제 노동법(근로기준법) 실무 바이블 - 2016년 최신 개정 노동법과 판례 등을 반영한
노무법인 평로 엮음 / 올인원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대부분의 인사노무 관련 책들은 이론에 치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현장의 중소기업 CEO나 인사노무 담당자가 이를 참고하여 적법하게 인사노무제도를 운영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책은 인사노무제도의 실제 운영시 고려해야 하는 핵심 유의사항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안내함으로써 법을 모른다 하더라도 따라하기만 하면 안정된 인사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술되어 있다. 또한 이 책은 지루하게 처음부터 읽어 가는 것이 아닌,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 CEO와 인사노무 담당자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도록 기술되어 있다.

 

 

 

2011년 7월 1일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도 주40시간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한편,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의무적으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취업규칙을 통해 주40시간제를 설계하여 운영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아졌다.

취업규칙은 각 기업의 최고 규범에 해당하며, 주40시간제 체계를 비롯하여 기업내 근로자의 각종 근로조건과 조직운영상 필요한 규율 등을 담고 있어야 하고, 또한 CEO의 경영철학에 따른 고유의 기업문화 등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여러 인사노무제도에 반영함으로써 고유의 조직문화 생성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취업규칙의 효용성을 미처 인식하지 못함에 따라 근로기준법에서 강제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지못해 적당히 "이름"만 바꿔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 실제 운영되고 있는 근로자의 각종 근로조건이나 관례화된 기업문화 등을 취업규칙에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대개 그 규모가 작아서 전담 인사노무 담당자의 고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고, 그나마 인사노무 담당자는 노동관련법령에 대한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실무경험이 미비한 탓에 주40시간제를 비롯하여 법에서 요구하는 인사노무제도의 최소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실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미비하여 잦은 오류를 범한다.

결국 최소한의 법정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의 인사노무제도로 인해 사용자는 노동관련법령의 의무규정을 본의 아니게 위반하여 벌칙을 받게 되는 기회손실을 입게 되고, 근로자는 노동관련법령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이 책은 인사관련 부서 책임자, 인사담당자 등이 직접 취업규칙으로 주40시간제를 설계하고 인사노무제도를 실제 운영할 수 있도록 매뉴얼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실제 인사노무 담당자가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인사노무제도의 실무내용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는 실무서라서 실무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책의 내용은 취업규칙 예시문, 실무내용, 참고서식, 유의사항, 관련 법령, 행정해석 및 판례의 순으로 기술되어 있는 바, 취업규칙 예시문을 통해 주40시간제 및 인사노무제도의 기본 골격을 이해하도록 하고, 실무내용에서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를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참고서식에서 관련 서식 정보를 확인하고, 유의사항에서 실제 운영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을 확인하고, 관련 법령과 행정해석 및 판례에서 좀더 심도깊은 이해와 참고를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이번 개정2판에는 단시간 근로자의 연차휴가 적용 오류에 관한 사항, 해고예고 요건 중 일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판결에 관한 사항, 정년 연장에 관한 사항, 육아휴직 기준 변경에 관한 사항,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관련(대법원 판례) 사항, 재해발생 보고에 관한 사항, 5인 미만 사업장의 법정퇴직금에 관한 사항, 퇴직일시금과 퇴직연금의 중간정산(중도인출)에 관한 사,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에 관한 사항 등을 변경하거나 추가,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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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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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비당스는 모로코에 있는 딸 자헤라를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분화한 거대한 화산재로 인해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된다. 모로코로 가기 위해 백방으로 항공, 철도, 선박 등을 알아보지만 화산재 구름은 프랑스 대기는 물론 육로와 항공편까지 모두 결항이 된 상태다. 공항에는 프로비당스뿐만 아니라 발이 묶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뤄 항공대란을 야기한다.

 

 

작가 로맹 퓌에르톨라가 소재로 쓴 이 이야기는 2010년 4월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 구름으로 인해 남부 프랑스와 스위스, 북부 이탈리아 대기를 덮쳤으며,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까지 확산되었다. 모든 항공편이 결항이 되어 발이 묶인 인파는 물론, 화산재를 피하기 위해 대서양을 통과하는 항공편들이 모두 화산재를 피하기 위해 우회하고 있으며, 그로인한 재난으로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작가 역시 여행 중 아이슬란드 화산재를 만나 발이 묶였고, 그로 인해 이 작품이 탄생했다.

 

그의 두 번째 소설 역시 독특한 이력과 삶의 가치관을 가진 로맹 퓌에르톨라만의 개성과 엉뚱한 상상력이 보태어져 탄생한 작품이다. 소설 속 화자話者 레오 마샹은 오를리 공항에서 항공 관제사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이발을 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는다. 미용실에는 손님이 전혀 없고, 오직 자신과 나이 든 미용사 둘뿐이다.

 

자리에 앉은 레오 마샹은 무거운 침묵을 깨며 미용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집에 우편물을 가져다주는 아주 예쁜 아가씨 집배원이 있는데 어느 날 뜬금없이 그의 일터인 관제 센터로 찾아와 자신의 이름은 프로비당스라고 밝히며, 하늘을 나는 걸 허락해 줄 수 있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여자 집배원이 비키니 차림이라는 것이다. 묵묵히 얘기를 듣고만 있던 노 미용사는 특히 이 대목에서 조금 더 집중한다. 미용사는 모든 걸 다 알고 싶다는 표정이고, 마샹은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싶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이 소설은 레오 마샹이 자신이 겪은 일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노인에게 이야기를 던지며 시작된다. 이후 레오 마샹은 스토리의 전달자로서 프로비당스, 즉 비키니를 입은 여자 집배원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독자들은 노 미용사처럼 레오 마샹이 꺼내놓는 이야기에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재밌는 소재가 있어도 적절한 설계도가 없으면 탄탄한 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소설에 있어서도 잘 짜여진 계획과 의도 없이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액자형 구성을 선택했다. 남이 해주는 이야기, 특히나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 하늘을 날겠다며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이란 없을 것이다. 한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고, 또 다른 이야기가 파생되어 독자들의 호기심은 점점 더 커진다. 또한 직접 겪을 일을 전하는 것이니만큼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설정에도 레오 마샹이 들려주는 프로비당스의 하늘을 난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에 리얼리티를 더한다.


프로비당스는 모로코에 있는 입양 딸 자헤라를 만나러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오를리 공항을 향한다. 자헤라는 태어날 때부터 점액과다증을 앓고 있다. 이 병은 마치 어린 자헤라의 폐 속에 에펠탑보다 큰 구름을 삼킨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산소호흡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병이다. 실제로 작가는 그레고리 르마르샬(1983~2007)이라는 점액과다증으로 사망한 프랑스의 가수의 사례를 다루었다.

 

 

 

 

프로비당스는 모로코에서는 고칠 수 없는 양녀 자헤라의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아이를 데려오려고 모로코로 향하는 길에 공항 직원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듣는다. 아이슬란스에서 발생한 화산 분화로 인해 하늘이 온통 화산재 구름으로 뒤덮여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모로코로 갈 방법을 궁리하던 그녀는 우연히 중국 해적처럼 생긴 한 남자를 만나 직접 하늘을 날아 모로코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고, 하늘을 날기 위한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춘다.


첨단 과학이 발달한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프로비당스의 비행은 그저 우스꽝스럽게 비춰질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늘을 난다는 이야기는 공상 만화에나 등장하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인간이 맨몸으로 하늘을 비행했다는 이야기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런 황당한 스토리를 프랑스 소설 특유의 유머로 익살스럽게 풀어냈다. 프로비당스가 하늘을 날며 오바마와 올랑드 대통령을 만나고, 위협적인 적란운을 만나 추락하며 슐뢰족에게 붙잡혀 간신히 목숨을 구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상으로 인해 읽는 우리들은 내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또한 프로비당스가 죽어가는 양녀를 구하기 위해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과 맞닥뜨리며 스스로 대처해 나가는 모습은 신선한 감동 그 자체이다.

 

 

항공대란이 발발하다

 

"좌우간 그 여자는 꽃무늬 비키니를 입고 있었습니다. 정말 예쁜 여자였어요. 여자는 다시 '나는 항공 흐름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관제사님, 전 그저 당신이 나를 비행기로 여겨주기만을 바라요. 화산재 구름의 영향을 받을 정도로 높이 날진 않을 거예요. 공항 이용세를 내야 한다면 그건 걱정 마세요. 자 이거 받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여자는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50유로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더군요. 그 돈이 집배원용 가죽 가방에서 나온 게 아닌 건 분명합니다. 여자는 가방을 메고 있지 않았거든요.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여자의 결심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습니다. 여자가 정말 자신이 날 수 있다고 말하는 건가? 슈퍼맨이나 메리 포핀스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잠깐 동안 저는 여자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습니다"(/ p.12)

 

현 위치는 프랑스 오를리 공항이다. 프로비당스는 집배원이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벌써 여러 해 전부터 집배녀(factrice)라는 단어의 사용을 허용했지만, 프로비당스는 종전처럼 집배원(facteur)이라는 말을 선호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단어를 가지고 지적하는 것에 이골이 났다. 그녀가 보기에 직업이 여성화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었고, 따라서 일부 여자들이 집배녀라는 세 글자 속에 여성 해방을 위해 바쳐 온 한평생이 담겨 있다고 믿는 것도 기꺼이 수긍하는 편이었다.

 

이런 문제는 그녀 자신과는 무관한 문제였다. 집배원이라는 단어는 5백 년부터 존재해 온 반면 집배녀의 역사는 고작 30년이었고 더구나 오늘날까지도 그 단어는 솔직히 사람들의 귀에 낯설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니까. 프로비당스는 집배원이라고 함으로써 쓸데없이 긴 설명을 하는 데 필요한 말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생후 7개월에 이미 첫 걸음을 뗄 정도로 성질이 급했던 그녀에게는 분명한 이점이었다.

 

 

 

 

콧수염 여자 경찰의 말이 맞았다. 전날 아이슬란드의 화산이 분화하면서 토해낸 화산재 구름 때문에 예정된 항공편의 절반이 이미 취소된 상태였다. 담배 연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점에서 화산재까지 겹치다니, 상황은 전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몇 시간 후 공항 전체가 폐쇄될 수도 있는 상태였다. 프로비당스의 실낱같은 희망마저도 연기가 되어버릴 지경이었다.

 
그깟 구름이 뭐라고 그토록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지? 어째서 커다란 솜 덩어리, 거대한 먼지 덩어리 하나가 그토록 복잡한 기계들을 온통 주저앉힐 수 있단 말이지? 듣자하니 화산재 구름은 몇 년 전 체르노빌에서 출발해 유럽 하늘을 관통하면서 몇몇 피아노 천재(손이 세 개 달린 아이들), 캐스터네츠 대가(네 개의 고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를 탄생시킨 방사능 구름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것 같았다. 당시 체르노빌 구름은 기적처럼 프랑스 국경 근처에서 멈췄는데 그건 혹시 비자가 없었던 건 아닐까? ㅎㅎㅎ.

'구름을 삼켰다'는 표현은 아이가 앓고 있는 점액과다증이라는 병을 설명하기 위해 프로비당스가 찾아낸 표현이다. 아이의 허파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 그 때문에 아이가 갖게 되는 느낌을 실감나게 잘 표현하는 말이었다. 어렴풋하게 수증기가 차오르는 듯한 답답함 때문에 아이는 조금씩 그러나 아주 확실하게 숨이 막혀왔다. 마치 어느 날 문득 부주의하게 덥석 삼킨 적란운이 몸 한구석에 그대로 남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아침마다 자헤라는 딸기를 얹은 구름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시리얼을 담듯 그걸 볼에 담았다. 목구멍을 따끔따끔하게 자극할 수도 있는 그걸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꿀꺽 삼켜야 했다. 세상엔 땅콩이나 굴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헤라는 가슴 깊은 구석에서 자라나 에펠탑만큼 거대하게 커지는 그 구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이따금씩 아이는 아예 파리라는 도시 전체를 먹고 있는 중이라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석재 교각과 오스망 남작풍의 근엄한 지붕을 이고 있는 건물들, 유리로 된 박물관들과 에펠탑이 있는 그 파리를 말이다.

'몹쓸 화산재 구름 같으니, 좌우지간 연기를 만들어내는 것들은 흡연자를 포함하여 모두 우리를 괴롭힌다니까! 대기권에 연기를 뿜어내는 그것들이야말로 이 검은 괴물을 빚어낸 장본인들이잖아. 그러고 보면 화산은 담배 제조자들이 고안해 낸 그럴 듯한 구실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라. 아, 아이슬란드는 얼마나 좋은 구실이란 말인가! 누가 그 나라를 원망하겠어? 아이슬란드 사람들이야 물론 아닐 테지, 하긴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지조차 잘 모르는데 뭐. 당신들은 알고 있었어? 아이슬란드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느냐고? 학자들은 우리가 평생 히말라야 눈사람 예티를 만날 확률이 아이슬란드 사람을 만날 확률보다 높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고'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다

 

"하늘 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뭐라고요?"

 

 


프로비당스는 아주 낡은 라디오를 통해서 이 세상이 아닌 세계, 지구가 아닌 다른 별, 외계 언어만을 쓰는 어떤 별에서 보내는 전파를 잡기라도 한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서 돌 지경이었다. 그녀는 중국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반드시 출발해야 한다면 그게 유일한 방법일 테죠. 당신이 직접 나는 것만이 해결책이란 말입니다"라고 말하자 남자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당신은 지금 나더러 반나절 만에 비행기 조종법을 배우라는 거예요?"
"누가 비행기를 조종하랍니까? 나는 당신에게 난다고 말했어요, 이런 빌어먹을!"

 

 

 

 

항공 관제사 레오 마샹에게 이륙을 요청하다

 

프로비당스는 꽃무늬가 프린트된 비키니를 골랐다. 그녀 자신이 할머니 방 양탄자 조각을 가지고 디자인했음직한 복고풍의 수영복이었지만, 좌우지간 가볍다는 장점만큼은 확실했다. 프로비당스는 탈의실로 가서 문을 걸어 잠근 채 옷을 벗고 그 꽃무늬 비키니 수영복을 입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제법 예뻤다. 균형 잡히지 않은 다이어트와 운동 부족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은 거리에서 적지 않은 남자들이 뒤돌아볼 만큼 근사했다. 프로비당스는 정반대되는 요소들이 결합된 뛰어난 유전자적 형질을 타고났다. 예를 들어 날씬한데, 딱 달라붙는 스웨터를 입으면 동그랗고 단단한 가슴이 도드라진다거나, 말벌까지 시샘할 정도로 가느다란 개미허리임에도 엉덩이는 빵빵한 탓에 숱한 별명도 얻었을 뿐 아니라 그녀가 나타나는 곳이면 어디든 어김없이 형성되는 남성 팬클럽 회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이었다.

 

 

 

 

 

"모두 폐쇄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어느 공항도 대통령에게 문을 닫을 순 없네"
"거대한 화산재 구름 때문에 비행기들이 날 수 없습니다. 그게 바로 오늘 아침 요약 서류 내용입니다"


"거보게, 자네는 방금 단 한 문장으로 훌륭하게 요약하지 않았는가 말일세! 거대한 화산재 구름 때문에 비행기들이 날 수 없습니다. 복잡할 거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자네가 알아두었으면 하는데, 그 어떤 화산재 구름도 프랑스 대통령 전용기의 이륙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서둘러 지상으로 올라온 일행은 오토바이 기동대를 동원하여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올랑드 대통령을 오를리 공항으로 안내했다. 공항에서는 콧수염을 기른 국경 경찰대 소속 경찰 한 명이 대통령에게 상황을 브리핑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버락 오바마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역시 마법처럼 나타난 또 다른 순백 치아의 금발 여인이 내민 별 모양 상자에서 작은 파란색과 흰색 천 조각을 꺼내 프로비당스가 입은 비키니 상의에 달아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감격한 태도로 여자 집배원의 두 뺨에 키스했다.

 
"생큐", 영광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늘어난 무게가 비행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지 염려가 된 프로비당스가 머뭇거리며 인사했다. 검정색 옷을 입은 정보부 직원 두 명이 단호한 태도로 다시금 그녀를 꽉 잡아 비행기 출입문으로 안내했다. 거기서 프로비당스에게 여행 잘하라는 인사를 건넨 두 남자는 그녀가 미처 제로니모오오오를 외칠 사이도 없이 그녀를 허공으로 떠밀었다.

프로비당스가 비행 리듬을 되찾는 데에는 적어도 몇 초가량이 필요했다. 그녀가 원래 페이스를 되찾았다 싶었을 때 또다시 귓가에 둔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도 역시 비행기였다. 백색 동체 위에 프랑스 공화국이라고 적혀 있는 비행기는 불과 몇 분 전에 미국 비행기가 했듯이 그녀에게 접근했다. 공항이 모든 사람에게 폐쇄된 건 아닌 모양이야, 라고 프로비당스는 생각했다.

 

 

 

 

꿈을 꾸기에 인간이다

 

인간이 새처럼 날 수 있는 게 말이 되냐고 더 이상 따지지 말자. 판타지는 그냥 판타지일 뿐이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프로비당스는 우여곡절 끝에 새처럼 하늘을 나는 법을 배워 결국 프랑스 파리에서 모로코까지의 성공적인 비행을 완수하고 아이도 살려낸다. 소설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순간, 소설은 반전의 재미를 더해 준다.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 재해로 인한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개인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숙제를 우리들에게 던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개개인의 행복은 여지없이 침탈당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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