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의 배신
라파엘 M. 보넬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완벽주의자는 성과 지향 시대가 낳은 산물이다. 완벽주의자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불만족, 자기 경멸 그리고 불쾌한 기분에 시달린다. 스스로 괴로워하고 주변 사람들까지 그렇게 만든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마련이므로, 이런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완벽주의자는 으레 불평 많은 사람, 지독한 비관론자, 유머 감각이라고는 없는 불만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완벽하지 않은 것은 아무 쓸모없다는 흑백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의 특징은 성과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다. 즉, 대단한 업적과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일에만 매달린다. 완벽주의자는 특히 거절당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 나머지 남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까 봐 늘 노심초사한다. 게다가 위신이 떨어질까 봐 불안해한다. 완벽주의자는 불안감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난공불락의 불가침 영역을 구축하려고 애쓴다. 따라서 늘 마음의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처신할지,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한다. 완벽주의자에게 완벽이란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일 뿐이다. 자신이 만든 겉모습이자, 자기 본모습을 감추는 가면인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완벽주의 덫에서 벗어나라

 

저자 라파엘 M. 보넬리는 1968년 오스트리아 쉐르딩에서 태어나 현재 오스트리아 빈 소재 지그문트프로이트 대학교 신경과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 및 정신치료 전문의다. 빈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4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하버드 대학교, 캘리포니아 대학교, 듀크 대학교 등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4년 그라츠 의과대학에서 신경정신과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5년 정신과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정신의학, 정신치료, 치매가 주요 관심 분야다. 저서로는 <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 <정신치료와 종교의 단란한 공존에 관한 변론>, <정신치료와 영성> 등이 있다.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이상理想이 완벽주의자들에겐 의무가 된다. 이상은 현실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지만 의무는 이와 반대로 현실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완벽주의자를 힘들게 하는 바윗덩이는 완벽에 대한 스스로의 과도한 집착이다. 이들에게 완벽이란 목적을 달서하는 수단일 뿐이며 스스로가 만든 겉모습이자 본모습을 감추는 가면에 불과하다.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선 비이성적인 두려움, 잘못된 명예심, 그리고 완벽주의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의 저자는 '완벽에의 갈망'이 만연된 사회를 정밀 진단하면서 성과주의의 덫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실제 환자들의 상담 사례를 통해 완벽주의자들이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이며,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지 설명한다.

 

 

 

 

 

 

"완벽주의자들에게 자기 인식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완벽주의자의 '정신 기구'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과 달리 완벽주의자는 내면이 자유롭지 못하며, 기계장치처럼 여러 요소들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원인과 결과를 보여주는 정신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정신 기구'를 작동하는 이유는 실수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몹시 두려워한다. 완벽주의자에게 완벽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다. 자신이 마련한 책략이자, 본래의 얼굴을 숨기는 가면이다.

 


이러한 정신적 기계장치를 움직이는 가장 큰 톱니바퀴가 두려움이다. 한도 끝도 없는 두려움으로 인해 상상의 나래를 점점 더 펼침으로써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면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고, 그와 더불어 이성적으로 반박하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이러한 톱니바퀴들은 인간의 발전을 저해하며 경직된 사고를 만들고, 풍요로운 인생을 방해한다. 그리고 결국 인간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것이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알프레드 아들러가 말한 '그릇된 마음가짐'이다.

 

 

완벽주의자들의 인간관계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미 1백 년 전에 이렇게 설명했다. "권력과 우월성을 추구하는 인간은 시기심을 자주 드러낸다.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거리감은 열등감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거리감이 사람을 압박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태도나 생활방식을 보면 목표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불만이 많은 사람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들은 무슨 성과를 이루었는지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남들보다 못하다고 느끼면 정신적으로 위축된다.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경우에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언제나 부족하다는 위장된 허영심과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은 마음, 모든 것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이런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갖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공동체 의식이 그런 생각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보면 모든 것을 다 갖고 싶은 속마음이 훤히 드러난다"

 

 

날씬한 몸매 강박증 

2006년 그림처럼 아름다웠던 우루과이 출신의 22세 톱모델 루이젤 라모스는 몬테비데오 패션위크에서 패션쇼가 끝난 직후 사망했다. 그녀는 패션쇼가 열리기 전 수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해 체질량지수 13.2였던 브라질 출신 모델 아나 카롤리나 레스톤 마칸이 굶어 죽었다. 그녀는 사과와 토마토만 먹었다고 한다. 지난 2010년에는 프랑스의 유명 모델 이사벨 카로가 사망했다. 거식증의 위험을 알리는 그녀의 나체 캠페인은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거식증은 안 돼요No-Anorexia'라는 헤드카피와 함께 그녀는 신문과 옥외 광고판에 나체로 등장했다. 이사벨 카로의 사망 이후 패션 업계에서는 모델의 자격 기준을 체질량지수 18.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엄마의 '과잉보호'에 따른 의존증 

덴마크의 가족심리치료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예스퍼 율'컬링 아이들'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 컬링은 겨울 스포츠의 하나로 둥글고 납작한 스톤을 얼음판에서 미끄러뜨리고 선수 2명이 스톤을 따라가면서 스톤이 잘 미끄러지도록 얼음길을 닦아주는 경기다. 자식들 앞에 놓인 온갖 장애물을 미리미리 다 치워주는, 의욕 넘치는 부모들을 풍자한 표현이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인생이라는 얼음판 위에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미끄럼을 탄다. 완벽주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조부모가 사망해도 아들과 딸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예스퍼 율의 견해에 따르면,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타인에 대해 무지할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인간이 된다. 슬픔이나 두려움도 모르고, 동점심이나 연민도 없다.

 

 

절도와 완벽주의

 

절도는 완벽주의라는 주제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절도라는 미덕에서 비롯된 건강한 자기 절제는 완벽주의와 외형적으로는 유사하다. 하지만 완벽주의자에게는 지나쳐도 안 되고 모자라서도 안 되는 중용이 없다. 그래서 절도라는 미덕은 완벽주의와 다른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비교하고 그 차이점을 밝히면 완벽주의가 어떻게 치유되고 극복되는지 상세히 알 수 있다.

 

셀리그먼이 제시한 절도는 그 옛날의 기본 도덕이었던 '템페란티아 temperantia'와 관련이 있다. 절도와 완벽주의는 신뢰, 규율, 자기 수양, 실수 줄이기 등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미덕은 완벽주의자들의 생각이다. 절도는 완벽주의자가 간절히 원하는 마음의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는 '템페란티아'를 무의식적으로 흉내 내지만, 내면적으로 실현하지 못한다. 완벽주의자는 이상을 성취하지 못하며, 따라서 그의 내면은 텅 비어 있다.

 

 

 

 

당신은 완벽주의 성향을 지니지 않았는가?

 

모든 일을 반드시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들은 마음이 자유롭지 목하며 온갖 불길한 두려움에 고통받고 있다. 즉 실수에 대한 두려움, 실수하면 타인들이 자신을 싫어할 거라는 두려움, 그리고 사회에서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으로 늘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완벽주의자는 자유롭지 못하다. 두려움에 이끌려 꼭두각시 인형처럼 움직인다.

 

내적으로 자유로우려면 자기중심적 사고, 자신의 결점 억압, 잘난 척하는 태도, 권력욕 등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또한 자만심, 타인을 컨트롤하려는 생각, 실수않겠다는 욕심, 책임 전가 등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내적 자유를 얻게 되면 시기심과 분노, 태만, 욕망, 소유욕, 폭음, 폭식, 자만심 등을 인지함으로써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완벽주의자들은 최고의 성과를 내려고 하지만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안간힘을 쓰면서도 자신들의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른다. 또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지만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 그들은 규형 감각이 없고, 본인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이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게 뭔지도 모른다. 혹시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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