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
김종록.박도봉 지음 / 김영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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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알루미늄 전문기업 알루코그룹(전 동양강철) 회장 박도봉과 어지러운 세상에 일침을 날려온 실천하는 인문주의자 김종록이 만났다. 박도봉 회장은 모두가 기피하는 3D 제조업으로 1조 매출 흑자기업을 일군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이 책은 베이비붐 세대의 시골 흙수저 출신 창업가가 창업성공 신화를 쓰기까지의 과정을 인터뷰 형식을 통해 담담히 풀어내는 한편,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온 경영인과 인문학자가 고민하고 좌절하는 이 땅의 청장년들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조언과 사회를 향한 변화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산업 현장에서 꿈을 키우다

 

"젊은 사람들을 볼 때면 막막합니다. 나부터라도 일자리를 더 만들고, 무언가 도움되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지지리도 못난 내 이야기를 듣고 ‘아,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 박도봉

 

 

 

박도봉 회장은 산업화 3세대에 해당하는 중견기업 창업자다. 정부로부터 금융 특혜를 받던 산업화 시기도 아니고, 국내에서는 버텨내기도 어렵다는 5대 취약 산업(열처리, 주물, 주조, 단조, 도금)으로 현재의 성공을 거둔 것이라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대다수의 우리 시대 청춘들처럼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지방에서 상업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며 창업자의 꿈을 키웠다.

백수 시절에 현재의 아내를 만나 방 두 칸짜리 반지하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겨우 옷장과 생필품을 들여놓을 정도로 옹색한 집이었다. 차일피일 취업을 미루며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무렵, 처형이 다니던 'H열처리회사'에 취직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허름한 열처리 공장에서 2년 가까이 기름밥을 먹다가 1인 청년 창업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전당포와 처형에게 빌린 600만 원으로 창업했다.

그는 대전상고와 목원대 상업교육과를 졸업하고 숭실대 대학원 중소기업 노사지도학과를 다니다가 어느 날 홀연히 산업현장에 뛰어들었다. 쇳가루와 기름때 전 현장 노동자로 출발하여 특유의 영업력과 신기술 개발로 (주)케이피티를 설립하고 코스닥에 상장시킨 창조경제의 모델이기도 하다. 

 

 

IMF 외환위기로 법정관리 중인 동양강철을 2002년 인수해 재상장시키면서 ‘고래를 삼킨 새우의 신화’로 재계의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상장폐지된 기업이 재상장된 첫 사례다. 전 세계 경제의 세계화 추세를 미리 예측해 2007년에 이미 베트남에 진출, 현대알루미늄VINA를 설립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무대에서 비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샤프, 소니, 필립스 등 전 세계 거의 모든 글로벌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2016년 한국언론문화진흥원 '한국경제를 빛낸 인물', 2014년 TV조선 경영대상, 2011년 매경이코노미 '대한민국 100대 CEO', 2010년 대전MBC 지역경제발전 부문 한빛대상, 2010년 대한경영학회 최고경영자대상, 2006년 지식경제부 석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한 그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자 창조경제의 산증인이다.

 

 

 

땀이 혈통이다

 

태어날 때부터 승자와 패자가 정해져버린 계층 고착화는 '금수저, 흙수저론'을 낳았어요. 그런데 이렇다 할 패자부활전도 없다면 정직한 노동이 무의미하게 돼요. 청년들의 노력 또한 헛수고에 그치는 거지요. 심각한 문젭니다. 헬조선, 탈조선이 왜 나왔겠어요. 각자도생할 거면 사회와 국가 시스템이 왜 필요해요.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나와 우리 그룹에서도 힘닿는 데까지 이바지할 생각입니다.

 

박도봉은 오직 땀 흘려 정직하게 모은 돈만을 인정한다. 최근에 새롭게 불거진 옥시 사건이 좋은 예다. 돈벌이를 위해선 살인도 서슴없이 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그는 가난하다고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위세를 행사해서도 안된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부자들의 돈은 결국 서민들의 지갑에서 나온 거잖아요. 감사해야 할 일이지 오만하거나 교만 떨 일이 아니에요. 뿐더러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많이 가진 사람이 불법이나 편법까지 쓴다면 공정하지 못해요. 호랑이에게 독수리 날개까지 달아준다면 살아남을 동물이 없어요. 결국은 먹이사슬 자체가 파괴되고 마는 거죠"

 

 

성실이 결국 '통通'이다

 

알루코 그룹의 사시社是는 '신의, 성실, 기술개발'이다. 한때 그는 직원들에게 업무를 분장하고 일본으로 갔다. 당시 한국에 비해 최소 20년의 앞선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의 첨단 열처리 공장들을 견학할 목적이었다. 또한 선진기술을 배우지 못하면 조만간 일거리가 없어지는 불행이 닥쳐올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개발을 병행해야 한다는 철학을 세우고 있었다. 

 

"이제 겨우 은행대출을 튼 영세업체에서 해외출장을 가고 R&D를 한다니까 다들 비웃었을 겁니다. 그런데 전에 다니던 회사를 나온 이유가 바로 연구개발 때문이었잖아요. 지금 좀 잘 돌아간다고 현실에 안주하다보면 얼마 못 가 도태하게 돼 있습니다" 

 

 

대기업은 상전이 아니다

 

한국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하청기업들은 대기업에 목을 매고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도봉은 대기업이 영원한 상전이 아니라고 믿고 처음부터 관계 설정을 달리 했다. 즉 발품을 팔고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한 후 양질의 싼 제품을 만들어 '우리 물건 한번 써 보시오'라며 샘플을 내놓았던 것이다. 상생하려면 좋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전략은 주효했다.

 

'R&D 주권'은 누구나 갖고 있어요. 그걸 제대로 활용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70퍼센트가 스스로 R&D 주권을 포기했어요. 대기업이 시키는 대로 만들어 납품하는 수준입니다. 대기업이 개발해놓은 걸 편하게 받아먹으려고만 해요. 그렇게 무임승차하려니 '빽'이 필요하고 상전 모시듯 절절 맬 수밖에 없죠. 그래서는 기업이 절대로 오래 못 갑니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다

 

대전에 있는 동양강철 본사에 처음 출근했을 때, 직원들이 극도로 그에게 경계심을 보였다고 한다. 즉 '구멍가게만 한 회사에서 온 저런 사람이 무슨 수로 이 부실 덩어리를 떠안고 갈 수 있을까. 적당히 생색내며 뒤로 빼먹다가 물러나겠지' 하는 눈치들이었습니다. 그사이 부서와 직원들 간 신뢰도 금이 간 상태였습니다. 신뢰부터 회복시켜놔야 했습니다.

 


"오늘부터 아무리 어려워도 어음은 발행하지 않겠습니다. 아마도 제가 어음을 남발해서 할인하고 한몫 크게 챙겨서 튈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잘 지켜보세요. 어음 발행하는 날 대표직을 사퇴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인수합병이 성공하고 말고는 사람한테 달린 것이다. 인수합병이 실패하는 건 인수한 측이 점령군처럼 굴기 때문이다. 군림하려고 들어서는 절대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이후 그는 기술 후진국이라고 비아냥대는 중국 광저우에 노조원 40명을 견학보냈다. 다녀온 뒤, 그들은 모두 기술 후진국이라는 편견을 떨쳐버렸고 오히려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노조는 반발없이 그를 잘 따라주었다.

 

 

돈을 나의 노예로 만들다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되면 절대 행복하지가 않다. 그리고 돈에 집착하고 매달린다고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다. 벌어보면 안다. 아무리 벌어도 돈은 항상 부족하다는 것을. 그런데 땀을 흘리면 심신이 모두 개운하다. 특히 생각이 맑아진다. 땀은 그 자체로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렇게 땀을 흘리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맛이 있다.  

노동착취나 '열정페이' 같은 건 사라져야지요. 예전에는 현장에 부당한 일도 많았지만 이제는 구조적으로 많이 개선됐어요. 그런데도 땀의 가치를 얕보는 풍토가 아직까지 남아 있어요. 땀 안 흘리고 한몫 잡아보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경멸하는 풍토가 돼야 옳지요.

 

 

현장에 있으면 비로소 보인다

 

소년 같은 풍모를 지닌 박도봉은 작업현장에 서면 카리스마가 넘친다. 일반 직원들과 함께 있을 때 별반 표가 나지 않지만 현장에서 공정과정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함에 있어서 특유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그는 마치 곷을 본 나비처럼 현장에서 더 빛나는 경영자 스타일이다.  

저는 실용주의자예요. 현장 체질의 실무형 경영자이고요. 현장에 있어야 힘이 나고 아이디어가 샘솟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현장에서 직원들하고 부대끼면서 연구하고 개발도 했습니다. 현장에 나와야지만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사무실에서는 절대 안 보이는 문제들이 현장에서는 고스란히 드러나고 해결의 실마리도 보입니다. 우리 회사 임원들 30퍼센트가 대학졸업장이 없는 현장 출신입니다. 실력만 있으면 대학졸업장이 무슨 문젭니까.

 

 

3콩 안 하기 운동

 

베트남 은 한국과 생활 문화가 많이 다르다. 베트남 사원들은 늘 콩사오(괜찮아), 콩비엣(몰라), 콩번데(문제없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일이 잘못 되어도 콩사오, 책임지라고 하면 콩비엣, 공사기간이 늦어져고 콩번데 등, 완성된 제품이 정밀하고 깔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량품 투성이었다. 베트남 현지 공장 가동 초창기엔 여러 가지 문제로 심각할 정도였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사회주의 유습이 남아 있어서 직원들이 경제관념이 부족했어요. 조직 문화의 차이 때문에 한국 간부들과 섞이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죠. 이걸 극복하려고 저와 임직원들이 작업복 입고 현장에서 밤새워 일했습니다. 그걸 며칠간 지켜본 베트남 직원들이 다가와 ‘이렇게 일하면 죽는다. 우리가 도와줄 테니 그만 가서 쉬어라’ 하면서 등을 떠밀어 내보내더군요. 그제야 회사가 자신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게 아니라 본래 모두가 이렇게 일하는 거로구나 하고 이해했어요. 그 뒤로는 기술도 빨리 배우고 애사심이 생겼지요.

 

 

어른들이 틀렸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는 전체가 아닌 부분만 배울 수밖에 없어요. 거대조직이니까 변화와 혁신도 어렵고요. 하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기술과 영업, 연구개발, 마케팅까지 두루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거기서 신바람 나게 일하다보면 길이 보일 겁니다.

 

산업화 세대들은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햇다. 한국전쟁으로 이 땅이 폐허가 되자, 산에 나무를 심고 도로를 닦고 공장을 세웠다. 그 공장에 불을 밝히고 철야작업을 하며 수출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그 주역들의 희생 덕분에 이 나라의 경제는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과거엔 취업 걱정을 그리 심하게 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만 하면 몇 군데 중에서 골라서 갔다. 

윗세대가 차려놓은 밥상을 받아먹는데 익숙했지 다음 세대의 밥상을 차려주지 않았다. 지금 세대의 잘못도 아주 크다. 지금 그 대가를 우리 아들, 조카 세대가 치르고 있는 것이다. 드래서 박도봉은 "지금이라도 우리 세대가 21세기에 걸맞은 창의적인 성장엔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미래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청년이란 무엇인가?

 

창업이 그냥 돈 버는 일이 아니에요. 전에도 말했지만 꿈을 펼치는 일이죠. 보통 사람 기준으로 100억 이상의 돈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돈이면 집도 사고 좋은 자동차도 사고 아담한 건물도 사서 충분히 안정적으로 살 수 있지요. 그 이상의 돈은 사회자본이고 공공재라고 봐야지요.

 

'100세 시대'에 대부분 고작 60세면 정년퇴임한다. 향후 10~20년은 거뜬히 더 일할 수 있는데도 일에서 손을 놓아버린다. 이리되면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 그냥 늙어저리는 거다. 이렇게 30년 이상 버티다 죽으면 얼마나 인생이 아까운가 말이다. 그래서 인생 2막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65살이 넘었다고 공짜 지하철 좋아하지 말고 내 돈으로 떳떳하게 승차할 줄도 알아야 다음 세대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인생의 황금기는 65세에서 75세 무렵입니다. 일하려고 노력하면 늙지 않지요. 활동 공간이 넓어지면 안 늙어요.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 겁니다" - 김형석 교수

 

 

노력이 혈통을 만든다

 

"혈통이 혈통을 만드는 게 아니라 노력이 혈통을 만든다"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중에서

 

인류의 역사는 혈통이 혈통을 만들던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젠 땀의 혈통시대가 열렷다. 바로 근대의 시작이며, 근대는 열심히 일하고 부를 축적한 이들의 시대였다. 그러한 근대정신이 오늘날과 같은 물질적 풍요를 낳았고 귀족이 아닌 시민세력을 키워냈다. 시골 흙수저 출신의 창업 스토리는 땀방울로 세워올린 오벨리스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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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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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지정학이나 정치학, 역사학적 맥락을 배제한 뉴스를 접하게 된다면 그 뉴스를 통해 뭔가를 배울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건을 둘러싼 여러 요인들을 배치해놓은 다음에라야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하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우리는 점점 더 역사적 사건과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있다. - '서문' 중에서

 

 

지정학이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

 

오늘날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현재를 있게 한 굵직한 역사적 이정표들을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사건들을 연속성의 맥락에서 재배치하고, 어떻게 협력과 대립이 차레로 일어났는지 또는 동시에 이뤄졌는지를 보여준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가두는 어두운 덫이 아니다. 밝게 비춰야 한다.

 

저자 파스칼 보니파스프랑스의 국제정치학자로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이며, 현재 파리8대학 유럽학연구소에서 강의하고 있다. 또 <전략 연감>과 계간 <국제전략학술지>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그는 국제적인 지정학 전문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했고, 프랑스 국내는 물론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 여러 나라의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정기적으로 논평하고 있다. 국제관계, 핵 문제, 군축 문제, 강대국 간 파워게임, 프랑스 외교정책, 국제관계 속 스포츠 등을 주제로 40여 권의 책을 펴냈다. 프랑스 국제협력최고위원회의 위원(1999~2003), 유엔 군축자문위원회 위원(2001~2005)을 지

 

 

 

 

 

 

 

 

 과거에 발생한 지정학적 사건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또한 현실 속에서 진행형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국제질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지정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은 15세기 말 대항해시대 이후 줄곧 세계를 지배해왔다. 세계의 유럽화를 통해 최초로 세계화를 진행한 것도 유럽이었지만 유럽에서 발발한 두 번의 세계대전은 유럽 중심의 국제관계를 미국과 소련 중심으로 바꿔놓고 말았다. 국력이 쇠락해진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미국과 소련에 의지 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극단의 양극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후 서로 상이한 정치체제를 지향하는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이 지구촌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경계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초강대국이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전쟁만큼은 피할 수 있었던 이 시기에 '냉전''데탕트'가 등장했다.
 
냉전 시대에 베를린 장벽 건설과 핵무기의 등장은 마치 뇌관처럼 위험스럽기 그지 없었다. 평화와 자유를 갈망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결국 냉전의 긴 시기를 관통하며 자연스럽게 긴장의 완화를 뜻하는 '데탕트' 시기로 이어져, 유럽은 가장 긴 시간 동안 평화를 유지하게 된다.
 
반면, 공산주의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 동서분열 구도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개혁을 하고자 했던 소련은 결국 붕괴하고 만다. 이로써 양극화 체제는 자취를 감추었고, 서방세계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극화 체제가 등장한다. 저자는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세계전쟁에 의하지 않고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뀌게 되었지만 여전히 국가 간 긴장은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20세기와 21세기에 일어난 다양한 국제 사건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정학을 크게 냉전과 데탕트, 다극화 세계의 출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건들을 연속성의 맥락에서 재배치하고, 어떻게 협력과 대립이 차례로 일어났는지 또는 동시에 이뤄졌는지를 보여준다.  

유럽의 몰락, 미국과 소련의 등장, 소련의 붕괴 등 1945년 이후의 국제관계 변화를 거시적으로 다룬 이 책은 국가의 권력과 공간의 이동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지정학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오늘날의 국제관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평소 국제뉴스를 접할 때 현상만 바라보고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찾게 된다.

 

7월 13일, 한국 국방부는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했다.

7월 14일, 프랑스 니스에서 테러가 발생해 최소 84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7월 15일, 터키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

 

 

이 뉴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단순히 보면 한국에서, 프랑스에서, 터키에서 발생한 별개의 소식들이다. 그렇지만 전 세계가 이 뉴스에 주목했고, 단발의 사건` 또는 사고로 인식한 게 아니라 장기적인, 여러 갈래로 또 다른 문제 및 생각해 볼 거리들을 낳는, 이슈로 여겨지고 있다.

 

걍북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는 일은 성주군, 경상북도, 좀 더 넓혀 봤을 때 대한민국만의 일일까? 아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 정세를 움직이게 만드는 어떤 힘이 숨어 있다. 이처럼 그 힘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 바로 지정학이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에 이어 프랑스에서 다시 테러가 발생한 이유에 대한 분석도 지정학에 근거를 둔다. 테러범들이 미국보다 침투하기 쉬운 유럽의 국가들 중에서도, 북부 아프리카의 알제리 등 이슬람 지역을 식민지화 했던 프랑스에 대한 증오심을 바탕으로 벌인 사건이며, 향후에도 계속 프랑스를 노린다는 분석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경제 이슈도 지정학을 바탕으로 분석된다. 성주 사드 배치, 프랑스 니스 테러, 터키 쿠데타 이후 쏟아져 나온 소식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만들어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 국제유가 부담 요인 증가, 증권가 방위산업 관련주의 관심 증가 등 세계 경제 속 다양한 움직임을 야기한다는 분석과 전망이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의 국제질서, 지정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화된 세계에서는 아무리 국력이 강하다 해도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의제와 규칙을 정하고 따르도록 강요할 수 없다. 이라크 전쟁에서의 미국의 실패는 세계질서에서 독주체제가 불가능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국제 질서는 현재 불확실성이라는 위기에 처했다. 영국의 브렉시트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연일 쏟아지는 국제 정보의 해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국제관계전략연구소의 소장이자 파리 8대학 교수인 파스칼 보니파스는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지정학을 제시한다. 오늘날의 국제질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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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 -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오행 습관
장허야오 지음, 정주은 옮김 / 비타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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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랜 의학 공부와 수많은 임상 경험 끝에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의 해답을 '오행五行'에서 찾게 되었다. 오행의 규칙에 따라 여성의 체질은 목, 화, 토, 금, 수, 이 다섯 가지로 나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체질을 타고나고, 잘 걸리는 질병과 집중적으로 보살펴야 하는 장기도 다 다르다. 자신의 체질을 찾기만 하면 건강과 아름다움을 지킬 당신만을 위한 방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건강과 미를 보장하는 오행 습관

 

저자 장허야오는 중국 최초· 최고의 의학 경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말하는 오행 건강의 정수와 오늘날 여성을 괴롭히는 질병을 연계해 여성의 심신을 지키는 건강법을 창시했다. 중의 약학 전문 기술 평가원이자 고급 침구사 및 중의학 교사로, 중의 양생학, 아로마 양생학, 자연 요법 양생학, 심리 양생학을 주로 연구한다. 중국 TV 프로그램에서 뷰티· 건강 프로그램의 단골 초청 강사이자 여성 잡지에 건강 칼럼을 기고하는 작가로, 시청자와 독자가 뽑은 '가장 핫한 여성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성의 일생은 고난의 행군이다. 월경, 결혼, 출산은 물론이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여성의 몸과 마음은 점점 쇠약해져간다. 주변만 살펴봐도 열에 아홉은 몸 안팎이 삐걱거린다고 하고, 그중에는 심각한 질병을 앓는 사람도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섯 가지 속성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 나무는 나서 자라고 막힘없이 밖으로 뻗어나가는 작용을 하는 사물을 이른다.(중략) 다섯, 물은 아래로 흘러 윤택하게 하고 차가운 작용을 하는 사물을 가리킨다"

 

이는 <황제내경>에 나오는 말이다. 우주만물을 이루는 이 다섯 가지 속성을 가리켜 바로 오행五行이라고 부른다. 대자연에는 나무, 불, 흙, 쇠, 물이라는 오행이 있다면 인체에는 이에 상응해서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의 오장五臟이 있다. 오장은 다시 쓸개, 소장, 위장, 대장, 방광 등 오부五腑와 힘줄, 경맥, 살, 피부, 뼈의 오체五體를 곁에 둔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건강과 외적인 아름다움은 결코 이 오행의 섭리를 벗어날 수 없다.

 

원판 불편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값비싼 명품 화장품을 발라도 원판은 불변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중의학에선 "폐가 피모皮毛를 주관한다"고 언급하며, 피부의 주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위脾胃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한다. 폐는 오행 중 쇠에 속하고, 비위는 흙에 속한다. 오행에선 "흙은 쇠를 낳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비위를 튼튼하게 하면 근본적으로 폐에 도움이 된다. 이에 따라 폐의 기운이 충분해지면 피부에서도 윤이 나고 촉촉해진다.

 

 

  

 

 

생년월일에 따라 타고난 체질이 다르다

 

많은 독자가 궁금해하는 문제는 단 하나, 바로 '내 체질은 오행 중 어디에 속하는가?'일 것이다. 일단 책의 부록을 펼쳐 자신의 생년월일에 해당하는 체질을 찾기만 하면 자신이 걸리기 쉬운 질병과 특별히 신경 써서 보살펴야 하는 장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러면 가장 이상적인 경우 평생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고, 비교적 바람직한 경우 병에 덜 걸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설령 병에 걸리더라도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바스트업 나비자세 

 

"뽕을 아무리 넣으면 뭐해? 뽕을 빼고 나면 가슴과 등판이 구분이 안 되는데.... 정말 속상해 죽겠어. 가슴 확대 수술을 받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성형수술 사고 소식이 들려오니 엄두가 안 나. 게다가 성형수술 사고 소식이 들려오니 무서워서 수술은 못하겠어"

 

일명 '껌 딱지' 가슴 때문에 괴로워하는 친구의 말이다. 이에 저자는 친구를 도와주기로 다짐했다. "고민하지 마. 바스트업 나비자세 하나면 해결할 수 있으니까. 이 동작은 방법도 간단하고 돈도 안 들면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어"

 

 

 



살을 빼려면 먼저 몸부터 보양하라

 

요즘 나오는 다이어트 약은 대부분 '설사약'을 기반으로 해서 몸에 있는 것을 빼내는 데만 열중한다. 그런데 이때 불필요한 쓰레기뿐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 영양분도 함께 씻겨 내려가 버린다. 그 결과 비장과 위장은 갈수록 허약해져 살을 뺄수록 도리어 더 살이 찌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오랜 임상 경험을 토대로 저자가 내린 결론은 다이어트를 하려면 뺄 것은 빼면서 보충할 것은 보충해야 요요현상 없이 살을 뺄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뱀춤을 추고 혈자리 두 개를 3분씩 문질러주면 누구라도 날씬한 몸매를 가질 수 있다. 

 

 

 

 

쌀뜨물 세안

 

쌀뜨물 세안을 하면 쌀뜨물의 영양이 피부와 털을 타고 폐부로 전해져 폐를 촉촉하게 적시고 건강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폐가 튼튼해져 병이 안 생길 뿐만 아니라 피부를 백옥처럼 하얗게 가꿀 수 있다.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방법이다. 또 피부가 건성인 사람은 쌀뜨물에 꿀 한 숟가락을 넣으면 보습 기능이 강화된다.

 

그렇게 보름 동안 꾸준히 실시하면 폐활량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세수를 하고 나서 로션만 대충 발라도 맑은 피부를 유지하게 된다. 폐의 기운이 약하고 숨이 차며 감기에 잘 걸리던 것이 쌀뜨물 하나로 해결됐고 피부가지 하얘졌다며 정말 신통방통한 방법이라고 감탄했다.

 

 

 



만성 비염, 어떻게 해야 떨쳐버릴 수가 있나

 

"만성 비염은 폐 속의 기가 막혀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폐의 기운만 잘 소통시키면 금방 나을 겁니다. 매일 아침 7시에 코 전체에 수분크림을 바르고 가운뎃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한데 모아 문질러 열을 낸 다음, 열이 나는 손가락으로 코 전체를 반복해서 문지르세요. 이때 얼굴에 있는 일곱 구멍을 모두 소통시키는 팬파이프 연주곡 <Wonderful Smell Overflow>, <Sailing>을 들으면서 자신의 코가 팬파이프들이라고 상상하며 코를 문지르면 혈이 뚫리면서 비강도 뻥 뚫릴 거예요"

 

 

 


식초로 고혈압, 고지혈, 고혈당을 잡자

 

 

뤼 여사는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고혈압, 고혈당 진단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앞으로 요리할 때는 기름과 소금을 덜 쓰고 그 대신 식초를 넣어보세요. 식재료를 냄비에 넣자마자 바로 식초를 뿌리고 그릇에 옮기기 전에 한 번 더 뿌리세요. 또 끼니마다 채소를 드셔야 합니다. 채소를 볶을 때도 식초를 넣으세요"

 

그 후 1년 동안 열심히 식초를 먹은 뤼 여사는 다시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모두 정상을 회복했고 동맥경화 증상도 완화되었다. 또 어지럼증이 없어졌으며 손발이 마비되는 증상도 사라졌고 온몸에 기운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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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 - 적을 만들지 않고 단번에 갈등을 풀어내는 백전백승 변호사의 지혜지략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잘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척점에 있는 상대의 감정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사려깊게 고려해야 한다. 외피外皮만을 보는 견見의 단계를 넘어 핵심을 꿰뚫어보는 관觀의 단계, 그리고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는 진診의 단계에까지 나아가야 한다. - '지은이의 글' 중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내용들은 모두 실화다. 책의 저자의 의뢰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 나이, 직업, 상호명 등 구체적인 부분을 약간 변경했을 뿐 책에서 소개되는 30가지 이야기는 모두 팩트에 기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영화나 소설 못지않게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저자 조우성은 기업분쟁연구소(CDRI) 소장이자 법무법인 한중파트너의 변호사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 1997년부터 18년간 법무법인 태평양 민사총괄부 및 기업소송부 파트너변호사로 일했다. 2000년부터 15년간 기업, 지방자치단체, 관공서를 대상으로 법률 리스크 매니지먼트 강의, 협상 강의, 리더십 강의 등을 하고 있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는 탁월한 지략과 오랜 현장경험을 인정받아 '변호사를 가르치는 변호사', 'CEO를 가르치는 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독가로 이름나 조선비즈 북클럽 자문의원으로 활동했으며 라디오, 방송 등에

 

 

 

 

경고장보다 더 강력한 편지 한 통

 

어느 날,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김유승 씨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이 4천만 원인데, 건물주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가라며 협조하지 않아서 대전에 마련한 주택의 잔금처리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2주 내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전 계약의 계약금을 날릴 판이라는 것이다.

 

"변호사님 명의로 강력한 경고장을 써서 건물주에게 보내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어떨까요? 경고장을 보내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명의의 경고장을 받으면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요?"
"어차피 줄 돈, 좀 늦게 준다고 생각하고 버티는 거죠. 그래봐야 이자 정도 더 붙을 테니까요"

"하지만 의뢰인은 당장 2주 내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주 곤란해지잖아요?"
"하기야 돈 있는 사람이니 이자 정도 붙는 것에 겁을 먹진 않겠네요"

"아마도 건물주가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네요. '그래? 날 무시했어. 좋아' 이렇게 억하심정을 품었는데 의뢰인은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이 되니 협조하기 싫어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저자는 자초지종을 듣고난 후, 의뢰인에게 감사 편지를 써 전하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사실 건물주가 잘 관리해준 덕분에 그동안 학원 운영도 잘 되었고, 남편이 좋은 곳으로 발령났으며, 건물주가 학원을 들락거린 것도 전혀 나쁜 의도가 없음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출입을 금지시켰으니 감정이 매우 상해 있었던 것이다. 감사 편지를 전한 후 건물주는 보증금 전액에다 이사비 50만 원을 얹어 입금해주었다.

 

기발한 솔루션이 가득하다

 

실제로 이 책 속에는 빈곳을 측면 공격해 유연하게 갈등을 풀어내는 기발한 솔루션이 가득하다. 힘없는 프리랜서 강사는 강사료를 떼일 위기에 처하자 변호사를 찾아 상담했다. 이에 변호사는 '갑의 갑'을 이용하는 문자 메세지를 발송함으로써 단번에 밀린 돈을 받아낸다. 비록 갑일지라도 자신의 갑에겐 한층 약한 법이다. 극적인 반전이 발생한다. 메세지를 보낸지 30분 만에 입금 계좌번호 알려달라고 답신이 왔다.

 

"제가 알아보니 S사의 윤리경영팀에서는 S사 각 부서의 갑질을 감시한는 일을 한다더군요. 제가 S사 윤리경영팀에 민원을 제기하겠습니다. S사 교육팀이 얼마나 갑질이 심한지, 그래서 P사가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나아가 저 같은 1인 강사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알리겠습니다"  

 

아들 문제로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았다.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구직 활동을 한 아들이 중견기업인 B사의 서류 심사, 적성검사, 1차 면접을 통과했고, 최종 심층 면접까지 마친 4일 후 B사의 인사부서 담당차장으로부터 "곧 좋은 결과가 있을겁니다. 하하"라는 전화까지 받았지만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B사에 문의했더니 뜻밖에도 일본 거래처가 대지진 여파로 주문량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신규 채용이 갑자기 보류됐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이에 화가 난 의뢰인은 소송을 준비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어떻게 업무를 진행했을까? 첫째, 소송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둘째, 소송을 제기하면 아들에게 호의를 베푼 인사부 차장은 B사에서 입지가 곤란해질 수 있음을 이해시킨 뒤, 의뢰인의 아들에게 김차장 앞으로 감사 메일작은 선물을 보내라고 했다. 아들은 그리 했다. 나중에 아들은 김 차장에게서 일본이 아닌 중국 제휴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신입사원으로 오겠냐는 전화를 받고 정식으로 입사에 성공했다. 모두가 채용이 보류되었으나 단 한 명만이. 결국은 사람이 답이다. 

 

어떤 갈등도 해법은 있다

 

어떤 갈등에도 해법은 있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움직인다. 분쟁의 프레임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인다. 정면이 아닌 우회로를 공략해 갑과 을의 관계를 뒤집는다. 단 하나의 결정적 지식으로 사태의 흐름을 바꾸고, 질문을 바꾸어 돌부처 같던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역할 분담을 잘하면 서로 웃으면서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원칙과 상식 위에서 1% 틈새를 파고들어 해법을 찾아내면 분쟁 없이, 소송 없이 저절로 갈등이 해결된다. 상식을 비트는 절묘한 노림수로 부드럽게 사람과 상황을 움직이는 법을 배우자. 더 이상 관계와 상황에 지지 않는 역전의 해법으로 이제는 누구나 '이기는 인생'을 살 수 있다. 현지 변호사가 제안하는 필승지혜,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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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정윤희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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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도록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사랑받아 온 고전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다. 안개 자욱한 어느 날, 런던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하이드이다. 한편, 변호사 어터슨은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도중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런던에서 명망 높은 지킬 박사가 하이드와 비밀스럽게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전

 

<눈의 여왕>, <오페라의 유령> 등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일러스트로 언제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규하 작가의 그림과 함께 읽는 이 책은 여타 다른 책에 비해 한층 더 섬뜩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듯 안개 낀 런던의 모습과 우중충한 날씨가 잘 표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하이드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가는 모습,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하는 과정, 두 가지 자아가 투쟁하는 모습 등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다. 후반부에서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펼쳐지는 각각의 장면들에서 하이드에게 점점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지킬 박사의 무력감이 강하게 전해진다. 이러한 삽화와 함께 읽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는 저자 로버트 스티븐슨 특유의 공포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1886년에 출간된 직후 반전과 충격적인 이야기 전개로 전세계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이 작품이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4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사회 분위기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 '인간의 자아분열 및 갈등에 대한 깊은 이해'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원전原典의 느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의식이라는 자궁 속에서 너무 다른 선악의 쌍둥이가 한 탯줄에 묶여서 투쟁해야 한다니, 이건 인류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이 아닌가"

 

변호사 어터슨은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을의 유명 인사이자 먼 친척뻘인 리처드 엔필드와 함께 일요일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헨리 지킬 박사의 가장 오랜 친구들인데, 두 사람 간의 대화 내용은 요즈음 통 지킬 박사를 만나가 어렵고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하이드라는 인물에게 조종당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의 하이드란 인물은 또 다른 인물이 아니라 지킬 박사의 감춰진 다른 모습인 것이다. 박사는 오랫동안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사악한 심성에 대해 일종의 과학적인 실험을 수행해왔던 것이다. 이 때 사용된 화학 재료의 부작용으로 인해 지킬 박사의 외모는 흉측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다.

 

"인간은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진리였네. 당시 나의 지식수준으로서 인간은 둘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어. 물론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똑같은 논리에서 더욱 앞서는 사람도 있겠지. 감히 단언컨대 인간이란 다양하고 부조화스럽고 독립적인 개체들의 집단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질 날이 올거야"

 

지킬 박사는 치밀한 계산 끝에 소호 거리에 있는 집 한 채를 구입해 가구까지 사들였다. 그런 후 집을 관리하려고 말수가 적고 도덕과는 담을 쌓은 사람을 고용해 집안 식솔들에게 '하이드'의 존재를 알려주고, 언제든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당부해두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하이드'의 모습으로 변신해 이 집을 찾아가 하인들이 그 얼굴을 익히도록 했다.

 

실험 초기엔 제조한 약을 먹고 변신을 시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갈수록 약의 부작용 탓인지 복용량을 두 배로 늘이는 일이 잦았고 심지어는 목숨을 내놓는 심경으로 세 배를 들이키기도 했다. 즉 실험 초반엔 지킬 박사의 모습을 버리는 게 힘들었지만 이젠 지킬 고유의 모습을 지키는 게 힘든 상황인 셈이다. 기존의 선한 자아를 잃고 사악한 제2의 모습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신은 댄버스 커루 경의 살해 사건으로 인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후 살인범의 추격이 이어지고 마침내 꼬리가 잡힌 지킬 박사는 포틀랜드 가의 한 호텔에 방을 잡고 그곳에서 래니언과 집사 앞으로 발송될 편지를 작성했던 것이다.

 

"이 편지를 들고 아무 마차나 잡아타고 우리 집으로 즉시 와 주게. 집사 풀에게 사정을 설명해 두었네.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오려면 열쇠공이 필요할 거야. 방안에는 자네 혼자만 들어오길 바라네. 그리고 왼쪽에 있는 유리 장식장에서 몇 가지 가루 약재와 약병 하나, 그리고 공책 한 권을 들고 캐번디시 광장으로 가 주게. 이게 내 첫 번째 부탁일세"

 

편지에는 다른 부탁도 있었다. 자정 무렵에 혼자서 진료실에서 기다리면 메신저가 방문할테니 그 사람에게 그걸 넘겨주라는 것이었다. 이런 부탁에 대해 궁금하다면 5 분만 기다리면 알 게 된다는 말도 남겼다. 즉 지킬 박사가 죽거나 또는 이성을 잃은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킬 박사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그 결말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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