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정윤희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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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도록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사랑받아 온 고전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다. 안개 자욱한 어느 날, 런던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하이드이다. 한편, 변호사 어터슨은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도중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런던에서 명망 높은 지킬 박사가 하이드와 비밀스럽게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전

 

<눈의 여왕>, <오페라의 유령> 등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일러스트로 언제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규하 작가의 그림과 함께 읽는 이 책은 여타 다른 책에 비해 한층 더 섬뜩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듯 안개 낀 런던의 모습과 우중충한 날씨가 잘 표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하이드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가는 모습,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하는 과정, 두 가지 자아가 투쟁하는 모습 등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다. 후반부에서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펼쳐지는 각각의 장면들에서 하이드에게 점점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지킬 박사의 무력감이 강하게 전해진다. 이러한 삽화와 함께 읽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는 저자 로버트 스티븐슨 특유의 공포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1886년에 출간된 직후 반전과 충격적인 이야기 전개로 전세계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이 작품이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4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사회 분위기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 '인간의 자아분열 및 갈등에 대한 깊은 이해'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원전原典의 느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의식이라는 자궁 속에서 너무 다른 선악의 쌍둥이가 한 탯줄에 묶여서 투쟁해야 한다니, 이건 인류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이 아닌가"

 

변호사 어터슨은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을의 유명 인사이자 먼 친척뻘인 리처드 엔필드와 함께 일요일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헨리 지킬 박사의 가장 오랜 친구들인데, 두 사람 간의 대화 내용은 요즈음 통 지킬 박사를 만나가 어렵고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하이드라는 인물에게 조종당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의 하이드란 인물은 또 다른 인물이 아니라 지킬 박사의 감춰진 다른 모습인 것이다. 박사는 오랫동안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사악한 심성에 대해 일종의 과학적인 실험을 수행해왔던 것이다. 이 때 사용된 화학 재료의 부작용으로 인해 지킬 박사의 외모는 흉측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다.

 

"인간은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진리였네. 당시 나의 지식수준으로서 인간은 둘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어. 물론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똑같은 논리에서 더욱 앞서는 사람도 있겠지. 감히 단언컨대 인간이란 다양하고 부조화스럽고 독립적인 개체들의 집단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질 날이 올거야"

 

지킬 박사는 치밀한 계산 끝에 소호 거리에 있는 집 한 채를 구입해 가구까지 사들였다. 그런 후 집을 관리하려고 말수가 적고 도덕과는 담을 쌓은 사람을 고용해 집안 식솔들에게 '하이드'의 존재를 알려주고, 언제든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당부해두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하이드'의 모습으로 변신해 이 집을 찾아가 하인들이 그 얼굴을 익히도록 했다.

 

실험 초기엔 제조한 약을 먹고 변신을 시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갈수록 약의 부작용 탓인지 복용량을 두 배로 늘이는 일이 잦았고 심지어는 목숨을 내놓는 심경으로 세 배를 들이키기도 했다. 즉 실험 초반엔 지킬 박사의 모습을 버리는 게 힘들었지만 이젠 지킬 고유의 모습을 지키는 게 힘든 상황인 셈이다. 기존의 선한 자아를 잃고 사악한 제2의 모습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신은 댄버스 커루 경의 살해 사건으로 인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후 살인범의 추격이 이어지고 마침내 꼬리가 잡힌 지킬 박사는 포틀랜드 가의 한 호텔에 방을 잡고 그곳에서 래니언과 집사 앞으로 발송될 편지를 작성했던 것이다.

 

"이 편지를 들고 아무 마차나 잡아타고 우리 집으로 즉시 와 주게. 집사 풀에게 사정을 설명해 두었네.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오려면 열쇠공이 필요할 거야. 방안에는 자네 혼자만 들어오길 바라네. 그리고 왼쪽에 있는 유리 장식장에서 몇 가지 가루 약재와 약병 하나, 그리고 공책 한 권을 들고 캐번디시 광장으로 가 주게. 이게 내 첫 번째 부탁일세"

 

편지에는 다른 부탁도 있었다. 자정 무렵에 혼자서 진료실에서 기다리면 메신저가 방문할테니 그 사람에게 그걸 넘겨주라는 것이었다. 이런 부탁에 대해 궁금하다면 5 분만 기다리면 알 게 된다는 말도 남겼다. 즉 지킬 박사가 죽거나 또는 이성을 잃은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킬 박사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그 결말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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