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정 아버지 생신이었다.
가족들끼리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외출 준비를 했다.
친정집 식구들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좀 들떠서
평소엔 하지도 않는 반지며 목걸이를 만지작 거리다가
목이 좀 쓸쓸해보인다 싶어  목걸이를 오랜만에 걸어봤다.
그런데 유빈이가 그걸 보고 쪼르르르 달려오더니

"엄마, 목걸이 했네?"

"엉..."

"누가 줬어?"

"뭐, 아빠가 줬지..."

"예쁘네?"

"그래?"

"근데, 엄마한테 좀 작네?"

"?????"

딸은 다 도둑이라더니, 이 녀석이 벌써부터 엄마 물건에 눈독을 들인다.
게다가 말하는 투 하고는.. 
우리집 엽기 AB형 삼종 셋트 중에 최강이라고 했더니
나날이 그 수준에 업그레이드 되고 교묘해지는 것 같다.
조심 또 조심해야지 안 그러면 언젠가는  저 녀석 술수에 말려들 것 같다는 경계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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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우의 해적들 - 싱가포르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7
디 테일러 글, 락 키 타이 오두아르 그림, 신은주 옮김 / 상상박물관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싱가포르의 전래동화 11편이 들어 있는 책이다.  전래동화치고 좀 시시하고 허무한 결말을 보인다는 평이 있어서 미리 각오를 하고 읽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나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싱가포르에 직접 가 본 경험이 없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싱가포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껌을 팔지 않는 나라’, ‘깨끗한 나라’, ‘질서 의식으로 중무장된 나라’, ‘담배꽁초 하나 잘못 버려도 인간성을 의심받고 벌금을 내야 하는 나라’ 등등으로 좀 좋게 말하자면 수준 높은 선진문화 질서의식의 표본이고, 좀 깎아 내리자면 융통성 없는 완전무결 범생이 국가라고나 할까.  잠시 머무르는 여행자들에게야 깨끗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테지만 저 나라 국민들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평생을 저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법, 규범, 질서 등에 꽁꽁 묶여서 통제받으며 숨 막혀서 어떻게 살아가나 하며 안 해도 될 걱정을 하게 만드는 나라였다. 살다보면 답답하고 울화통 터지는 날도 있어서 그런 날엔 캔맥주 한 잔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서 빈 캔에 화풀이하듯 힘껏 뻥 차서 요란하게 나가떨어지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은 그런 날도 있지 않은가..  가끔은 왕짜증나게 구는 직장 상사 대신 질긴 풍선껌 한통을 모조리 입안에 털어놓고 소리도 요란하게 짝짝 질겅대며 씹어대다가 회사 옥상에 올라가 “에라~이 못된 XX야!!”라는 저속한 말 한 마디와 함께 빌딩 밖으로 날려 보내고 싶은 그런 날도 있고. 

아무튼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그 나라의 자연환경이나 문화보다는 국민들의 신통방통하게 고분고분한 질서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킬킬거리고 웃으며 재미있게 읽게 되었던 것도 이야기 속에서 허튼 짓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이야기 ‘싱가포르 섬은 어떻게 생겨났나’는 깊은 바다 속 왕국의 포악하고 욕심 많은 하이 룽 왕이 내린 바다 밖에서는 수영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바다 위까지 수영을 나갔던 두 인어 시플럼과 시펄이 말뚝망둥어로 변한다는 이야기이다.  분명 바다 밖으로 나가서 수영하지 말라는 명령은 욕심 많은 왕이 자기 혼자 보물을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내린 부당한 명령이고, 왕의 성격 또한 포악하고 거짓말쟁이로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명령을 어긴 시플럼과 시펄이 오히려 벌을 받는 것으로 나온다.  일반적인 전래동화라면 부당한 금기를 깬 주인공이 어느 정도의 고난을 겪은 후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으로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상큼하리만큼 의외의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격언을 강조하듯 법과 명령을 어기면 불행해진다는 교훈을 남기는 것 같다. 

그런 예는 곳곳에서 더 눈에 띄는데 ‘숲의 여왕’에서는 비밀의 정원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고 발을 들여놓은 리아공주가 그 댓가로 세상에서 제일 큰 꽃이라는 라플레시아(이 꽃의 냄새가 굉장히 지독하다던데)로 변하기도 하고  ‘사라진 아이들’에서는 금지된 숲으로 들어간 딘과 마흐무두라는 두 아이가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으로 끝을 맺기도 한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아이들을 이끌고 들어가는 인물도 전혀 없이 그저 금기를 어겼다는 사실 하나로 아이들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그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숲으로 들어가는 용감한 영웅은 더더욱 없다.  싱가포르의 시조설화라고도 할 수 있는 ‘파라메스와라 왕자와 싱가푸라’에서도 제 아무리 싱가푸라의 시조왕이라고 할지라도 문제를 일으키기를 즐기는 왕은 끝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 같다.  싱가포르인들의 놀랄 만큼 철저한 준법정신은 바로 이런 전래동화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른 전래동화들처럼 권선징악이라든가 정직과 지혜에 대한 교훈이 기본적인 밑바탕이 되고 있긴 하지만 싱가포르의 전래동화는 거기에서 살짝 빗겨난 듯한 의외성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그건 앞에서 언급했던 인물들처럼 법과 금기를 어기는 ‘허튼 짓’일랑 하지 말고 성실한 도비(세탁부) 라마누잔이나 부지런하고 선량한 ‘황금 들판의 두 여인’ 완 말리니와 완 엠포크처럼 열심히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더 강하게 읽히는 것도 그런 의외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상상박물관의 전래동화 시리즈라면 그림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 이 책의 일러스트도 역시 싱가포르 사람이 그린 것이다. (미국편과 중국편은 우리나라 일러스트 작가가 그림을 맡았다.)  비만체형이라고 할 수 있는 둥글둥글 통통한 인물 그림이 무척 독특하다.  게다가 부드러운 색채와 명암은 싱가포르의 따뜻하고 밝은 햇볕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림 보기도 이야기 읽기도 무척 즐거운 책이었다.

 

*** 오자 발견
124쪽 ‘케르바우 히탐을 뒷짐을 진 채 갑자기 흥미를 보이며 가슴을 내밀고 물었습니다.’
--->  ‘케르바우 히탐은’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어린이들이 읽을 책이니까 더욱 신경 써서  교정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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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동쪽 달의 서쪽 - 노르웨이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6
아스비에른센과 모에 지음, 카위 닐센 그림, 김대희 옮김 / 상상박물관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언젠가 TV에서 북유럽의 겨울 풍경을 본 적이 있다.  드넓고 울창한 침엽수림을 뒤덮은 광대한 설원은 나의 상상을 뛰어 넘는 신비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이었다.  ‘그래, 저런 자연을 가졌으니까 눈의 여왕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거구나.’하며 감탄했었다.  각 나라의 옛이야기들은 그 나라의 자연과 풍물,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다는 말을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해의 동쪽 달의 서쪽>은 북유럽의 나라 중에서도 노르웨이의 전래동화를 모아놓은 책이다.  핀란드, 스웨덴과 붙어 있는 냉대기후의 나라, 노르웨이.  핀란드가 1년 중 8개월인가가 겨울이라고 했으니 노르웨이도 겨울이 춥고 길기는 핀란드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도 부엉새가 우는 겨울밤 화롯불 앞에 모여앉아 더러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더러는 화롯불 속에 묻어둔 군밤 까먹어가며 도란도란 피어올랐듯이 이 책에 들어 있는 여덟 편의 전래동화도 8개월이나 되는 길고 긴, 게다가 우리나라 겨울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게 무지하게 추운 겨울밤에 탄생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문을 덜컹덜컹 흔들고 지나가는 겨울바람의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노르웨이의 아이들은 설피를 신고 눈 쌓은 겨울 숲을 지나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린 아름다운 아내를 찾아가는 용감한 왕의 이야기(하얀 눈 왕국의 세 공주)나 북쪽 바람의 등에 업혀 사랑하는 왕자를 찾아가는 소녀 이야기(해의 동쪽 달의 서쪽)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았을까.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심술궂은 동장군 취급을 당하는 북풍이 이 책 속에서는 꽤 멋진 역할을 담당하는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긍정적인 존재로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의 노르웨이 판이라고 볼 수 있는 ‘해의 동쪽 달의 서쪽’ 이야기에서는 막내딸이 왕자를 찾을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해주고 있고,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북풍을 찾아간 청년’ 이야기에서도 심술궂기는커녕 밀 석 되의 값을 후하게 치루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고난 극복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집안일을 만만하게 생각한 남편’, ‘북풍을 찾아간 청년’, ‘염소 삼형제’ 이야기처럼 해학적이고 소박하며 친근한 이야기들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주인공들이 계속 괴물 같은 인물들과 싸우거나 금기를 깨는 모습에 마음을 졸이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에 긴장하고 있던 중간에 만나게 되는 이런 소박한 이야기들은 마치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아이들이 잠시 마음을 놓고 감정을 이완시킬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화려하고 섬세한 그림들은 이야기의 맛을 더하고 있다.  팔다리가 모두 늘씬하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화려한 갑옷이나 드레스를 입은 용맹한 왕자와 청년, 공주와 아가씨들의 그림은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끌어들이고도 남을 것 같다. 상상박물관의 전래동화 시리즈는 대부분 각 권마다 그 나라의 색깔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그림이 실려 있어 더욱 애정이 간다.  아이들은 각 나라의 전래동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 나라에 대한 상상을 펼치겠지만 그림을 보면서도 이야기에 못지않게 상상력을 자극받게 될 것 같다.  그림책이나 동화책 속의 좋은 그림들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한다.




*** 책을 읽다가 두 군데에서 오자를 발견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이니만큼 2쇄 때에는 바로잡아 주었으면 좋겠다. 

33쪽 ‘그리고 당신이 옷을 빨 수 있는 시혐해 보고 싶다고 할 것이고, 그러면 당신이 그 옷을 빨면 됩니다.’  ---> ‘시험해’

52쪽 “네가 나의 을 날려 버렸을 때 내가 슬퍼했던 만큼 너도 슬퍼하게 될 것이다.”
----> ‘해’로 바꾸어야 함.  별, 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다음 마지막 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에서 달이라고 또 나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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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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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어 인터넷 서점 여기저기에 모습을 드러낼 때, 난 이 책의 표지를 보고는 피식 웃었더랬다.  만화야? 그런데 주인공 한 번 되게 촌스럽네. 요즘 순정만화 남자 주인공들이 얼마나 뽀샤시한 꽃미남들인데 요즘 트랜드에 맞지 않게 인물이 저게 뭐야... 남자애들이 즐겨보는 학원 폭력 명랑 만화(이런 장르가 있나?)라면 좀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만화 표지치고 참 심심하다. 그리고 이름이 완득이가 뭐야, 완득이가..  만득이도 아니구.. 대충 내 느낌이 이랬었다.

그런데 어라? 마케팅 차원에서 한 두주 메인에 뜨다가 사라지고 말겠지 했던 이 촌스런 표지의 책이 점점 더 자주 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거였다.  게다가 꽤 좋은 평가로 이어지는 기다란 꼬리를 달고.  이거, 학원 폭력 명랑 만화 아니었어?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시시껄렁한 녀석한테서 의외의 번쩍이는 면모를 발견하고는 놀라서 눈이 커다래진 기분이랄까.  어라, 요 녀석 봐라? 네가 그렇게 대단하단 말이지, 어디 한 번 만나보자, 완득이..  그래서 만났다.

제 1부 첫 장 ‘체벌 99대 집행유예 12개월’ 에서 나 한 대여섯 번은 웃은 것 같다.  분량으로 보면 12페이지 8줄이다.  딱 그만큼 읽고는 소설 속에 기꺼이 몸을 던졌다.  난쟁이 아버지, 완득이가 어릴 때 집을 나간 베트남인 엄마, ‘몸은 짱이지만 말은 꽝인’ 정신지체 민구 삼촌, 유들유들 뻔뻔하고 참 재수없게 말하는 재주를 가진 담임 똥주는 자라나는 청소년 완득이가 짊어지고 헤쳐 나가야 하는 사중고 인물들이다. 사실 소설 속 완득이의 가난하고 외로운 처지를 생각하면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낄낄거리면 안 되는데 김려령이라는 이 작가는 그 우울하고 갑갑한 완득이의 현실을 참 경쾌하고 밝게 풀어내고 있다.  마치 권투에서 짧게 끊어 치는 잽처럼.

미화의 과정을 밟거나 아니면 진지한 무게감이 없어서 불만인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중간고사 준비한답시고 고달픈 하루를 살아가는 내 딸과 아들에게 “얘들아, 이거 읽어봐라. 킹왕짱 재밌어.”라며 권할 수 있는 책이라서 좋았다.  아이들에게도 완득이의 경쾌함이 먹혔는지 큰딸은 시험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완득이를 붙들고 있었다. 청소년 소설로서 이만한 미덕이 어디 있으랴.

그렇다고 이 책, 마냥 밝고 웃긴 책은 아니다.  이 책을 읽다가 딱 내 기분 같은 구절 하나를 발견했는데, ‘웃는데 그 웃는 모습이 싫었고, 웃으면서도 울까 봐 괜한 걱정을 했었다.’(p.57)라는 구절이다.  그래, 딱 그랬다. 낄낄거리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짠해지는 거, 웃을까 울을까 망설여야 할 상황이 올까봐 조마조마한 기분, 희망이 어리는 마무리 속에서도 어쩐지 쓸쓸해지는 위태로운 느낌.....  완득이가 보여주는 현실이 별빛 같은 희망 하나로 버티기엔 너무 거칠고 가혹하다는 이 궁상스러운 생각을 확 거둬치우고 싶다. 행복한 기분으로 완득이를 응원하고 싶었다.  순진한 십대 청소년들은 희망의 언어들에 쉽게 넘어갈지 모르겠지만 이제 가슴 속에 능구렁이 쉰 마리쯤 들어앉히고 사는 내 나이쯤이 되면 우주 밖 저 멀리서 내려오는 별빛으로 삶의 구질구질함을 가리려는 노력 자체가 참 쓸쓸해진다. 

그렇게 웃을까 울을까 하는 심정이 되었을 때, 완득이가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윤하와의 첫 뽀뽀가 웃음 발동의 원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완득이는 개천물이 얼은 것을 보고도 웃고, 윤하의 종군기자 꿈 생각을 하면서도 웃고, 똥주가 준 홀딱 벗은 생닭 두 마리를 보고도 웃는다.  그런 완득이를 보며 나도 웃었다. 그래, 우리는 희망의 힘이 아니라 긍정의 힘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구나, 완득아, 희망을 따라 사는 게 아니라 지금 이 구질한 삶을 긍정하면서 그저 열심히 살면 되는 거구나.  완득이가 결국은 날 TKO 시켰다.  그래, 완득아, 더럽고 치사해도 악착같이 잘 살아라...  그런데 나 같은 아줌마 TKO 시키니까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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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유럽 2 - 이탈리아·영국·에스파냐·폴란드·러시아 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이형준 글,사진 / 시공주니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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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는 이탈리아, 영국, 에스파냐, 폴란드, 러시아, 이렇게 다섯 나라의 세계 문화유산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다.  딸아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에스파냐의 바르셀로나다.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보고 싶어서인데, 그런 딸아이 덕에 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에스파냐에 대한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가우디의 건축물에 대한 사진들은 너무 좋았다.  카사밀라와 구엘 저택, 구엘 공원, 성가족 성당까지 다양한 앵글로 구석구석을 잡아낸 사진들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성가족 성당의 사진이 한 장밖에 없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그러나 다른 부분에서 그 아쉬움을 채울 수 있었는데, 1권의 포츠담 상수시 궁전처럼 이번에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의 관심을 끈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미술관련 책에서 자주 등장하던 피렌체인데, 미술이나 화가와 관련된 소설이나 이론서들 속에서 자주 접한 장소이면서도 그저 그뿐, 특별한 관심을 쏟았던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의 아름다운 조각분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그리고 지금은 피렌체 시청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늠름한 인상의 베키오 궁전, 미켈란젤로도 감탄한 ‘천국의 문’을 가진 세례당과 두오모로 알려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깜찍한 피노키오 목각인형 등.  화려함은 적지만 어쩐지 피렌체에서는 문화와 예술이 속속들이 스며있는, 그래서 만약 내가 그 곳에 서 있게 된다면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내 안에 스며들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의 관심을 끈 다른 한 곳은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이다.  서유럽에 세워진 아랍 최고의 유적지라서 그런지 유럽의 높고 화려한 궁전들과는 다르게 소박하면서도 품위가 느껴지는 외관을 가졌다.  그러나 내부는 엄청나게 정교하고 화려한 이슬람 특유의 문양으로 가득 차 있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책 속 사진을 노려보며 좀 더 자세히 보려고 기를 써야 했다.  연못과 나무, 꽃들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정원도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에스파냐에서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돌보지 않았던 궁전이었는데, 1832년에 미국의 역사학자 워싱턴 어빙이 써서 출간한 <알람브라 이야기>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나서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의 모습으로 궁전이 복원된 것이라고 한다.  이제 기타연주곡 ‘알함브라의 추억’을 들으며 구체적으로 떠올릴 영상 하나를 갖게 된 것 같다.

이 책 속에서 만나는 문화유산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이국적이며 신비로워서 글을 읽으며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빨려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내 집 소파에 앉아 어느새 유럽을 한바퀴 돌아보고 난 듯한 착각도 들고, 새삼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아울러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언젠가는 후대에게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한다. 

이 책은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결국 ‘너희도 이처럼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자취를 남기며 살아가야 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때, 아이들은 인류가 남긴 상처 뿐 아니라 아름다움에도 눈을 뜨게 될 것 같다.  그런 아름다움을 향해 우리 아이들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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