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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유럽 2 - 이탈리아·영국·에스파냐·폴란드·러시아 ㅣ 교과서에 나오는 유네스코
이형준 글,사진 / 시공주니어 / 2008년 3월
평점 :
2권에는 이탈리아, 영국, 에스파냐, 폴란드, 러시아, 이렇게 다섯 나라의 세계 문화유산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다. 딸아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에스파냐의 바르셀로나다.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보고 싶어서인데, 그런 딸아이 덕에 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에스파냐에 대한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가우디의 건축물에 대한 사진들은 너무 좋았다. 카사밀라와 구엘 저택, 구엘 공원, 성가족 성당까지 다양한 앵글로 구석구석을 잡아낸 사진들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성가족 성당의 사진이 한 장밖에 없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그러나 다른 부분에서 그 아쉬움을 채울 수 있었는데, 1권의 포츠담 상수시 궁전처럼 이번에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의 관심을 끈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미술관련 책에서 자주 등장하던 피렌체인데, 미술이나 화가와 관련된 소설이나 이론서들 속에서 자주 접한 장소이면서도 그저 그뿐, 특별한 관심을 쏟았던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의 아름다운 조각분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그리고 지금은 피렌체 시청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늠름한 인상의 베키오 궁전, 미켈란젤로도 감탄한 ‘천국의 문’을 가진 세례당과 두오모로 알려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깜찍한 피노키오 목각인형 등. 화려함은 적지만 어쩐지 피렌체에서는 문화와 예술이 속속들이 스며있는, 그래서 만약 내가 그 곳에 서 있게 된다면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내 안에 스며들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의 관심을 끈 다른 한 곳은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이다. 서유럽에 세워진 아랍 최고의 유적지라서 그런지 유럽의 높고 화려한 궁전들과는 다르게 소박하면서도 품위가 느껴지는 외관을 가졌다. 그러나 내부는 엄청나게 정교하고 화려한 이슬람 특유의 문양으로 가득 차 있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책 속 사진을 노려보며 좀 더 자세히 보려고 기를 써야 했다. 연못과 나무, 꽃들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정원도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에스파냐에서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돌보지 않았던 궁전이었는데, 1832년에 미국의 역사학자 워싱턴 어빙이 써서 출간한 <알람브라 이야기>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나서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의 모습으로 궁전이 복원된 것이라고 한다. 이제 기타연주곡 ‘알함브라의 추억’을 들으며 구체적으로 떠올릴 영상 하나를 갖게 된 것 같다.
이 책 속에서 만나는 문화유산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이국적이며 신비로워서 글을 읽으며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빨려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내 집 소파에 앉아 어느새 유럽을 한바퀴 돌아보고 난 듯한 착각도 들고, 새삼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아울러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언젠가는 후대에게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한다.
이 책은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결국 ‘너희도 이처럼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자취를 남기며 살아가야 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때, 아이들은 인류가 남긴 상처 뿐 아니라 아름다움에도 눈을 뜨게 될 것 같다. 그런 아름다움을 향해 우리 아이들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