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동쪽 달의 서쪽 - 노르웨이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6
아스비에른센과 모에 지음, 카위 닐센 그림, 김대희 옮김 / 상상박물관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언젠가 TV에서 북유럽의 겨울 풍경을 본 적이 있다.  드넓고 울창한 침엽수림을 뒤덮은 광대한 설원은 나의 상상을 뛰어 넘는 신비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이었다.  ‘그래, 저런 자연을 가졌으니까 눈의 여왕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거구나.’하며 감탄했었다.  각 나라의 옛이야기들은 그 나라의 자연과 풍물,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다는 말을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해의 동쪽 달의 서쪽>은 북유럽의 나라 중에서도 노르웨이의 전래동화를 모아놓은 책이다.  핀란드, 스웨덴과 붙어 있는 냉대기후의 나라, 노르웨이.  핀란드가 1년 중 8개월인가가 겨울이라고 했으니 노르웨이도 겨울이 춥고 길기는 핀란드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도 부엉새가 우는 겨울밤 화롯불 앞에 모여앉아 더러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더러는 화롯불 속에 묻어둔 군밤 까먹어가며 도란도란 피어올랐듯이 이 책에 들어 있는 여덟 편의 전래동화도 8개월이나 되는 길고 긴, 게다가 우리나라 겨울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게 무지하게 추운 겨울밤에 탄생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문을 덜컹덜컹 흔들고 지나가는 겨울바람의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노르웨이의 아이들은 설피를 신고 눈 쌓은 겨울 숲을 지나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린 아름다운 아내를 찾아가는 용감한 왕의 이야기(하얀 눈 왕국의 세 공주)나 북쪽 바람의 등에 업혀 사랑하는 왕자를 찾아가는 소녀 이야기(해의 동쪽 달의 서쪽)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았을까.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심술궂은 동장군 취급을 당하는 북풍이 이 책 속에서는 꽤 멋진 역할을 담당하는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긍정적인 존재로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의 노르웨이 판이라고 볼 수 있는 ‘해의 동쪽 달의 서쪽’ 이야기에서는 막내딸이 왕자를 찾을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해주고 있고,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북풍을 찾아간 청년’ 이야기에서도 심술궂기는커녕 밀 석 되의 값을 후하게 치루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고난 극복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집안일을 만만하게 생각한 남편’, ‘북풍을 찾아간 청년’, ‘염소 삼형제’ 이야기처럼 해학적이고 소박하며 친근한 이야기들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주인공들이 계속 괴물 같은 인물들과 싸우거나 금기를 깨는 모습에 마음을 졸이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에 긴장하고 있던 중간에 만나게 되는 이런 소박한 이야기들은 마치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아이들이 잠시 마음을 놓고 감정을 이완시킬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화려하고 섬세한 그림들은 이야기의 맛을 더하고 있다.  팔다리가 모두 늘씬하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화려한 갑옷이나 드레스를 입은 용맹한 왕자와 청년, 공주와 아가씨들의 그림은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끌어들이고도 남을 것 같다. 상상박물관의 전래동화 시리즈는 대부분 각 권마다 그 나라의 색깔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그림이 실려 있어 더욱 애정이 간다.  아이들은 각 나라의 전래동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 나라에 대한 상상을 펼치겠지만 그림을 보면서도 이야기에 못지않게 상상력을 자극받게 될 것 같다.  그림책이나 동화책 속의 좋은 그림들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한다.




*** 책을 읽다가 두 군데에서 오자를 발견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이니만큼 2쇄 때에는 바로잡아 주었으면 좋겠다. 

33쪽 ‘그리고 당신이 옷을 빨 수 있는 시혐해 보고 싶다고 할 것이고, 그러면 당신이 그 옷을 빨면 됩니다.’  ---> ‘시험해’

52쪽 “네가 나의 을 날려 버렸을 때 내가 슬퍼했던 만큼 너도 슬퍼하게 될 것이다.”
----> ‘해’로 바꾸어야 함.  별, 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다음 마지막 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에서 달이라고 또 나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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