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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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견고하다 해도 현실은 인간의 감각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이므로.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감각이 바뀌면서 현실이 무르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마련인데, 이를 두고 십자가의 성 요한은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이라고 불렀다. 모든 성인들은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해 그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현실이 오직 감각을 통해서만 드러난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다. 하지만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을 경험한 그 다음 순간, 모든 성인들은 감각적 현실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인지 깨닫게 된다. 현실이 감각적으로만 성립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모든 게 덧없을 뿐이라는 허무주의에 빠져야 할 텐데, 아니로니컬하게도 더욱더 그 감각적인 생생함을 즐기게 되니 놀라운 일이다. -42쪽

완전한 해방이란 사적인 쾌감과 관계된 것이므로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56쪽

그게 누구든, 나는 연결되고 싶었어. 우주가 무한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뭐래도 상관없어. 다만 내게 말을 걸고, 또 내가 누군인지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한 명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우주가 무한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면 나는 무한한 우주에서 살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너무 추울 것 같아. -68쪽

"내 말이 그 말이야. 운우지정이라는 게 바로 사랑이 아니겠냐? 그 동안 마이산에는 한 서너 번 가본 것 같구나. 그런데 거기 가서 그 돌탑들을 볼 때마다 사랑이라는 걸 생각하게 돼. 누군가 하룻밤 사이에 그렇게 많은 돌탑을 쌓을 수 있다면 그건 오직 사랑 때문이겠지.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그 돌탑들을 쌓은 사람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세상을 갈망했다고 하더구나. 그런 갈망이 있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지.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다 그런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76쪽

마르코니는 변압기에 우리가 가지 않도록 짧게 세 번 '톡톡톡' 두들기면 되는 모스부호 'S'로 실험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세상을 가득 메운 수많은 이야기(Story), 또한 그러하므로 이 세상에 그만큼 많은 '나(Self)'가 존재한다는 애절한 신호(Signal). 정민의 눈에는 옆으로 누운, 짧게는 삼 밀리미터에서 길게는 삼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수많은 외로운 'S'들이 누군가 들어줄 사람을 찾아 날개를 달고 어두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82쪽

사랑은 입술이고 라디오고 거대한 책이므로. 사랑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 말을 건네므로.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그 입술을 빌려 하는 말은, 바로 지금 여기가 내가 살아가야 할 세계라는 것이므로. 그리하여 우리는 이 세계의 모든 것들과 아름답게, 이토록 아름답게 연결되므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 사랑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것을, 오직 존재하는 것은 서로 닿는 입술의, 그 손길의, 살갗의, 그 몸의 움직임뿐이라는 것을 그도 알았더라면. -94쪽

이처럼 지금의 사람들이 핸드폰, 블로그, 검색, 이메일 같은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시절의 사람들은 총격, 수류탄, 폭격, 사살 등의 단어에 노출돼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의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불행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행복과 불행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였다. 습관이란 무의식중에 행하는 행동을 뜻한다. 폭력이 몸에 밴 사람은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인식하지 못함'이 그가 속한 세계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그런 세계에서는 제아무리 비폭력을 주장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그들의 몸은 폭력보다 비폭력을 더 불편해한다. -102쪽

폭력의 반대말은 비폭력이 아니라 권력이라고 한나 아렌트는 말한 바 있다. 권력이 훼손될 때, 그러니까 권력이 다른 곳으로 이양될 때, 폭력은 일어난다. 권력 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정권 아래에서 폭력이 빈번한 까닭은 그 때문이다. 그런 정권은 대리 감시자들에게 그 불안한 권력을 나눠주는 것으로 권력 유지의 한 방편을 삼는다. 그 대리 감시자들의 불안한 권력은 언제라도 다른 곳으로 이전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일상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104쪽

우리는 자신과 가장 닮은 사람과 연결되는 거야.-110쪽

그녀가 이를 악물며 참았으나,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건 득의만만한 표정, 가족 누구와도 공유해본 적이 없는 자신감이었을 거야. 자기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자의 표정 말이야. 그 장면은 항상 나를 위로해줘. 들어봐, 그건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기적이나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 있었고 이를 증명하는 작은 단서만 하나 있어도 나와 함께 그 시간을 공유한 사람은 끝내 포기하지 않고 나를 찾아올 거란 얘기잖아. -111쪽

반석 위에 집을 지어라. 그 반석이란 네가 스스로 말살시킨 고유의 천성이며, 자식에 대한 사랑이고, 아내의 사랑에 대한 꿈이며, 네가 열여섯 살 때 가졌던 인생에 대한 꿈이다. 너의 환상들을 약간의 진실과 바꾸어라. 너의 정치인과 외교관들을 짐을 꾸려 떠나보내라. 이웃은 잊어버리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인데, 올바르게 생각하고 주의를 부드럽게 환기시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인생은 자기 자신이 지배하는 것이다. 너의 인생을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맡기지 말라. 무엇보다도 네가 선출한 지도자에게는 맡기지 말라. 자기 자신이 되어라. -123쪽

그러니까 새로운 삶을, 새로운 현실을,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자신의 이름을 거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야. 그래서 나는 망명이란 이름으로부터 도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해. 잔인한 현실을 꿈으로 만들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으니까. 현실을 꿈으로 만드는 첫번째 단계는 자신의 이름을 부정하는 일이야. -164쪽

"(전략)거기에 희망이 무엇이라고 나와 있었지? <투란도트>에 말이야."
베르크 씨의 말에 정교수는 답했다.
"밤이면 인간의 마음속에서 날개를 폈다가 해가 뜨면 사라지는 환상. 매일 밤 태어났다가 매일 아침 소멸하는 것."
"결국 만지면 부서지는 나비의 날개 같은 것이지. 현실이 잔혹할 때, 희망이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장난감 같은 거야. 그래서 나는 모든 희망을 버린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야. 희망과 함께 자신의 모든 과거를 부정하는 사람들을."-167쪽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의 세계란? 패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일 뿐, 운명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니 꿈처럼 지나가는 비극의 삶에서 살아남겠다면 먼저 웃으라는, 쓸쓸한 목관과 유머러스한 현악의 전언. 그 순간 베르크 씨는 차이코프스키가 그 교향곡을 작곡한 이래, 인류가 그 곡을 어떤 식으로 들었건 이제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러므로 다음에 올 인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곡을 새롭게 들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것은 폐허가 됐고 베를린에는 물도, 가스도, 전기도 없었다. 그런데도 삶은 계속되어야 했다. 그러므로 음악은 본질적으로 역설이었다. 왜냐하면 삶이 본질적으로 역설이니까. -220쪽

"허영의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했군."
"젊은 여자에게 허영이란 거울과 같은 것이라 늘 들고 다니면서 살펴봐야 하는 거니까, 그걸 탓할 수는 없지."
-224쪽

바닷바람이 얼굴로 와 부딪혔다. 파도 소리가 귀에 가득했다. 우주 저편에서 별빛들이 해변으로 쏟아져 내렸다. 모든 게 처음인 것처럼 이 세상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레이도 알 것 같았다. -244쪽

검열관이 그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 역시 검열관에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너'가 '사랑해'라는 동사로 연결된다는 것은 틀린 말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나'와 '너'는 증오를 통해 서로를 이해했다. 사랑은 수없이 많으나, 증오는 하나일 뿐이었으므로. 그는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통해 그들이 캠프에 있는 죄수들을 모두 죽이고야말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다.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통해 그는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그리고 그는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262쪽

어느 날, 막사 앞에서 그는 기타리스트와 마주쳤다.
"난 너를 이해해. 넌 미친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는 거지. 너는 미친 거야. 나는 너를 이해해."
"난 미치지 않았어. 다만 궁금했을 뿐이야. 절망이 뭐지, 웃음이 뭔지."
"나치에게 아내를 빼앗긴 사람은 너뿐만이 아니야. 하지만 누구도 너처럼 행동하지 않아. 나는 고통스러워하는 너를 위해 네 피아노 연주가 그친 뒤에도 기타를 연주했어. 하지만 너는 너 자신을 위해 죽어가는 죄수들 앞에서 춤곡을 연주하는 거야. 동족의 목숨을 팔아서 연명해보려는 비열한 짓이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는 다만 묻고 있을 뿐이야. 나만의 방식으로 모두에게 묻는 거야. 우리의 삶은 과연 다른 인류에게 기억될 만한 값어치가 있었는가......"
"그게 그 얘기야. 살아남기 위해 늘어놓는 그 음악소리를 철학자의 목소리인 양 말할 필요는 없어. 그냥 미친 짓이라고 말하면 되는 거야."
-265쪽

"집시들과 나는 죄수들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린 채 죽어갈 수 있게 할 거야. 그래야만 우리는 우리가 존재한 까닭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거야. 물론 죽고 나면 우리가 왜 이런 세상에 존재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열리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의 문제야. 모든 죄수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이해하면서 죽어야만 해."
"애당초 존재가 없었다면 고통도 없었던 거야. 너는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죄수들의 영혼을 노예로 삼고 있는, 죽음의 나팔수일 뿐이야."
"존재가 없다면 다만 고통만 사라질 뿐인가? 그들의 부모는? 아내는? 아이들은? 그렇다면 캠프에서도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건 우리가 쓰레기이기 때문이지."
"그건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야."-266쪽

그의 다리는 지상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땅바닥을 디디고 서 있었지만, 그 순간 그의 머리칼은 구름 속에 있었다. 수많은 구름들이 그 머리칼을 스쳐 지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구름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그때는 우리가 더이상 고통받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니, 복되도다. 애당초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없었다면 이토록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268쪽

"하루에 사십이해일천이백만경 번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내는 인간들로 가득 찬 지구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까닭은 이 180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인간만이 같은 종을 죽이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만이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180이라는 이 숫자는 이런 뜻이다. 앞으로 네게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날 테고, 그중에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할 텐데, 그럼에도 너라는 종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한 번 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이 사실을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그렇게 말하고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러니 네가 유명한 작가가 된다면 우리 인간이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겨우 한 번 울 수 있게 만들어진 동물이라는 사실에 대해 써야만 하는 거야."-283쪽

갑자기 누군가의 삶이 바뀐다면, 갑자기 누군가 죽는다면, 갑자기 누군가 자살한다면 우리는 그만 당혹스러울 뿐이다. 그때부터 나는 당혹스러운 일 앞에서 당혹스러워 하지 않는 자들을 불신하게 됐다. -361쪽

"나는 그 마지막 장면을 무척 좋아해. '커다랗고 하얗고 넓은 침대로.' 캠프에서 나온 뒤로 다시는 커다랗고 하얗고 넓은 침대로 가본 일이 없었어. 왜냐하면 내게는 이해해줘야 할 안나가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랬군요. 물어봐서 미안해요."
"아니, 괜찮아. 그건 미안한 게 아니고 후회가 되는 일이지.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안나와 더 많이 사랑할 거야. 더 많이 키스하고 더 많이 포옹하고 더 많이 섹스할 거야. 아직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나이든 사람이 젊은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금언은 이것뿐이야."-371쪽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자! 그들에게는 그들의 세계가 있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세계가 있다. 이 세계는 그렇게 여러 겹의 세계이며, 동시에 그 모든 세계는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믿자! 설사 그 일이 온기를 한없이 그리워하게 만드는 사기꾼이자 협잡꾼으로 우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세계가 바로 우리에게 남은 열망이므로. -374쪽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 저녁이에요. 동쪽 하늘은 파랗고 거기로 별이 떠올라요. 하지만 서쪽을 보면, 아직 빛이 남아 있는 거죠. 요즘 베를린의 밤처럼 말이에요. 밤이 깊었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빛. 모든 게 끝이 난다고 해도 인생은 조금 더 계속되리라는,그런 느낌."
"해진 티셔츠, 낡은 잡지, 손때 묻은 만년필, 칠이 벗겨진 담배 케이스, 군데군데 사진이 뜯긴 흔적이 남은 사진첩, 이제는 누구도 꽃을 꽂지 않는 꽃병. 우리 인생의 이야기는 그런 사물들 속에 깃들지. 우리가 한번 손으로 만질 때마다 사물들은 예전과 다른 것으로 바뀌지. 우리가 없어져도 사물들은 남는 거야. 사라진 우리를 대신해서. 네가 방금 들은 피아노 선율은 그 동안 안나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곡이 됐어. 그 선율이 무슨 의미인지 당시에는 몰라. 그건 결국 늦게 배달되는 편지와 같은 거지. 산 뒤에 표에 적힌 출발시간을 보고 나서야 그 기차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기차표처럼. 우리는 지나간 뒤에야 삶에서 일어난 일들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며, 그 의미를 알게 된 뒤에는 돌이키는 게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377쪽

. 그러고 보면 나를 보덴 호수까지 가게 한 문장도 'If all else fail, myself have power to die.'였다. Myself. 나 자신. 마르코니가 대서양 너머로 보낸 거대한 'S'처럼 수신될 사람을 찾아서 나아가는 삶. 우주 먼 저편에 있을 칼 세이건에게 보내기 위해 지구의 칼 세이건이 보낸 우주선 보이저 호처럼 태양계를 벗어난 뒤에도 항해를 계속하는 삶. 단 하나뿐인 동시에 여러 겹으로 겹쳐지는 삶. 우리 모두의 일생. -382쪽

"그렇게 하면 그게 내가 살아온 삶이 되는 걸까요?"
지금은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사니까. 처음에는 실제로, 그 다음에는 회고담으로. 처음에는 어설프게, 그 다음에는 논리적으로.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삶이란 모두 이 두번째 회고담이다. 삶이란 우리가 살았던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이란 다시 잘 설명하기 위한 기억이다.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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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이었던가?

알라딘에서 메일을 받았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이란 책으로 시공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엔틱 시계를 받게 되었다는 메일이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보면 간혹 생각지도 않게 이런 선물을 받게 될 때가 있다.  지난 번엔 <꽃밭>이라는 책으로 네이버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김점선님의 작품 액자를 받은 적도 있었고 적립금을 받아서 읽고 싶었던 책을 사보는 것도 내 지루한 일상 틈새에서 얻는 즐거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엔틱 시계라..  오면 큰딸 방에 걸어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시공사로부터 메일이 왔다.  2만 몇천원짜리 엔틱 탁상 시계를 보내려고 하니까 제세공과금 5090원인가를 입금시키라는 것이었다. 입금이 확인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배송해주겠다면서. 

 내가 알기로는 10만원이 넘는 경품에 당첨되었을 경우에만 제세공과금을 제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김점선님 작품 액자를 받을 때에도 제세공과금을 내지는 않았었는데, 좀 기분이 그랬다.  아마 꽁짜 선물 받는다고 생각했다가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돈을 내라는 메일을 받으니 내가 좀 토라졌었나 보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다.  집에 꼭 시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엔틱이면 내 취향도 아닌데, 5090원을 입금하고 시계를 받어?  어쩐지 썩 내키지가 않아서 입금도 안하고 메일에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네이버에서 또 메일이 왔다.  이번엔 <막스 티볼리의 고백>이라는 책으로 또 시공사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미니화분을 받게 되었다는 메일이었다.  메일엔 "10만원 초과 상품인 경우 제세공과금을 납부해 주셔야 상품이 발송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10만원이 넘는 미니화분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지난 번과 똑같은 시공사인 이상 또 몇 천원 입금하라고 메일이 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제세공과금 운운하는 메일이 오면 나는 또 안 받고 말지, 하는 마음이 될 것 같다.  

 시공사가 잘 나가는 출판사인 줄 알았더니, 아마 출판사 운영이 무지 어려운가 보다.  전씨 집안 출판사라 그래도 사정이 나을 줄 알았더니만...  이벤트 당첨되고도 이렇게 찝찝하기는 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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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책 + CD) - 섬진강 아이들이 쓰고 백창우가 만든 노래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 2
마암 분교 아이들 시, 백창우 작곡, 김유대 그림 / 보리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햇볕 화창하고 따뜻했던 어느 봄 날, 네 살 배기 아이와 함께, 자주 들르곤 하는 어린이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공립도서관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도 읽고, 싸가지고 간 간식도 나눠 먹을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라, 늘 그렇지만 그날도 아이는 책보다는 이리저리 오락가락하며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나는 밖을 향해 나있는 커다란 유리창을 통과해 들어오는 밝고 가벼운 봄의 기운을 흡수하며 넋을 놓고 앉아 있었는데, 도서관을 지키는 선생님 한 분이 카세트에 CD를 얹어 노래를 트시곤  동그랗게 생긴 낮은 책상에 아이들과 엄마 몇몇이 모여 앉아 있는 쪽으로 가서 앉으셨다. 그러고 나서 너 댓살 정도의 아이들과 엄마들이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며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데, 그 노래가 어찌나 정겹고 재미있던지 어느새 나도 쫑긋 귀를 기울이며 듣다가 곁에 다가가 함께 앉았다.  우리 아이도 어느새 노래 소리에 이끌려 와서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를 따라 부른답시고 노래책을 보며 어설프게 흥얼거리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노래책을 살펴보니 김용택 시인과 함께 공부했던 마암분교 아이들이 1998년에 쓴 시에 백창우님이 곡을 붙인 노래들이었다.  백창우님의 전래동요 CD를 집에 갖고 있는데, 물론 그것도 좋지만 이 노래들처럼 가깝고 정겹고 친근하고 재미있게 듣진 못했던 것 같았다. 

결국 그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주문했다.  한글을 읽을 줄도 모르고 악보는 더더구나 볼 줄 모르는 네 살 배기 작은딸이 이 CD를 틀면 꼭 노래책을 갖다 펼쳐놓고 지금 어느 노래가 나오는 거냐며 묻는 걸 보면, 아이도 그날 도서관에서 동그랗게 둘러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던 기억이 꽤 좋은가 보다.  비가 오는 날이면 베란다 창 밖을 내다보며 “비가 온다, 뚝뚝, 비가 온다, 뚝뚝”하며 노래 부르고, 변기에 올라앉아 쉬하면서 “할 수 없이 싸버렸네~~”하고,  심심해서 같이 놀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지 어떨 땐 갑자기 “내 친구 이름은, 내 친구 이름은~~”을 부르기도 한다. 

마암분교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든 순박한 시들이 노랫말이 되어서인지, 아이들 마음에 참 잘 다가가 웃음 짓게 만드는 그런 노래들이다.  가만히 듣고 있다보면 어른들도 잊었던 어린 날의 추억 한 조각, 잃어버렸던 동심의 아련한 파편들이 찌든 마음 한 구석에서 반짝이는 걸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친구들과 팔방하고 고무줄놀이 하던 먼지 뿌연 운동장이며, 동네 언니가 돌부로 시멘트 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들려주는 무서운 옛날이야기를 같은 또래 꼬맹이 친구들과 둘러앉아 듣던 기억하며, 부뚜막에 가마솥 모양이었던(지금은 가스오븐렌지에 예쁜 냄비더라만) 소꿉장을 꺼내어 빨간 벽돌 갈아서 고춧가루라고 하며 놀던 기억, 엄마에게 회초리를 맞던 기억, 생전처음 수영장에 놀러가 미끄럼틀 타다가 물에 빠졌던 기억까지 차례로 떠올라 베시시 웃게 만드는 그런 노래들이다.

놀이터에 나가 아이가 탄 그네를 밀어주면서 요즘은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를 부르다보면 놀이터에 놀러 나온 아이들이 다 예뻐 보인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를 따라 나온 엄마, 할머니들도 예쁘고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참 예쁘고 괜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예쁘고 괜찮은 노래들이 마음속까지 흘러들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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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에 자주 만나던 언니가 있었다.  일 때문에 만났지만 조용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이 매력적인 언니였다.  어느 날엔가 그 언니와 다른 사람들 몇이서 함께 일을 마치고 한가하게 수다를 떨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들의 소변보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아마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가사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화장실 청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러다 남자들이 소변을 볼 때 변기 주변으로 튀는, 그런데도 남자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해 성토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언니가
“그래서 우리 남편은 작은 일도 앉아서 봐.”
라며 씨익 웃는 것이었다.
다들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져서는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의아해 하는 우리들에게 언니는 조목조목 그래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앞에서 말한 ‘튀는 문제’가 가장 주된 원인이었는데, 냄새에 유달리 민감하면서 경증의 결벽증이 있는 언니는 튄 소변이 풍기는 지린내를 견디기 어려웠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게다가 언니는 아들만 둘이었다.)

그다음은 집집마다 비데를 사용하는 집이 늘어났다는 게 이유였다.  언니의 말로는 잘못하면 비데의 노즐에까지 튀어서(다분히 그럴 가능성이 짙다.) 위생상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나 남의 집에 가서 화장실을 사용할 때 변기 가장자리는 물론이고 비데까지 불결하게 만드는 것은 큰 실례라는 주장이었다.  남편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다가 돌아가고 나면 먹고 난 자리 뒷정리만 하는 것도 힘든데 남편 친구들이 쓰고 간 변기 닦는 일은 정말 “내가 왜 이렇게 사나..”하는 신세한탄을 하게 만든다는 것.  주부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할 이야기였다. 

마지막으로 ‘소리’가 듣기 안 좋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소변보는 소리는 그 낙차 때문인지 유난히 소리가 큰데, 예전 같으면 화장실이 뒷간이라고 해서 주거공간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요즘 아파트에서는 화장실이 주거공간 안으로 가깝게 들어와 달랑 문 하나를 사이로 공간구분이 되어 있는 터라 남자들의 소변보는 소리가 참 민망하게 들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언니의 주장이 꽤 근거 있고 설득력이 있게 들렸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맞아....”를 연발했는데, 그래도, 마누라가 그렇게 말한다고 고분고분(?) 앉아서 볼일을 보는 아저씨가 참 대단하다는 게 결론이었다. 

집에 돌아와 옆지기에게 슬쩍 떠봤다.  “있지, 요즘은 남자도 앉아서 소변 보는 게 예의라던데...” 슬쩍 말을 꺼냈더니 우리 옆지기 그게 무슨 말이냐며 펄쩍 뛴다.  언니에게 들은 근거를 설명해주었는데 우리 옆지기는 그래도.., 하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것이다.  그렇게 정색하는 옆지기를 보니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옆지기는 ‘앉아서’ 볼일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자기가 갖고 있는 남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훼손당하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옆지기가 갖고 있는 그 ‘남성’이라는 성의 도도한 위상이 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 후론 남편이 서서 볼일을 보건, 앉아서 볼일을 보건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작년이던가?  아침에 유빈이가 비디오를 틀어달라는 바람에 TV를 켰는데 무슨 토크 프로그램인지에 최민수가 게스트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최민수도 앉아서 볼일을 본단다.  갑자기 몇 해전 언니 이야기가 생각났다.  진행자가(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깜짝 놀라며 “천하의 최민수씨가 어떻게 그렇게 되셨습니까?”하며 물었다.

최민수는 앉아서 볼일을 보게 된 사연을 간단하게 이야기했는데, 어느 날 아내가 변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 변기 속으로 손을 넣어서 박박 문질러대는 모습을 보았단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내가 너무 측은하고 안쓰러워 보였다나?  자기에게 시집오기 전까지 집에서 공주같이 귀한 딸로 자랐을 여자가 나랑 결혼해서 저런 일까지 하며 사는구나 싶어서, 그 다음부터는 아내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앉아서 볼일을 본다는 거다.  게다가 자주는 못하지만 가끔은 자기가 직접 화장실을 청소를 한다고도 말했던 것 같다.  잔뜩 폼 잡는 남자 배우로 생각했던 최민수에게 그날 나는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가 참 멋져 보였다.  그의 성정체성이 훼손되기는커녕 가느다란 잔금 하나도 생기지 않았다. 

옆지기에게 최민수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도 우리집 남자는 요지부동이다. 다른 남자들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가끔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슬쩍 남자들이 앉아서 볼일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러고서는 반응을 살펴보는데, 여자들 중에도 “그래, 남자들의 화장실 사용법이 좀 바뀌어야 해.”하는 분들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절대로 안 되지!”하는 분들도 꽤 많다.  뭐,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앉아서 볼일 보기가 그렇게 싫다면 일주일에 한 두 번이라도 직접 수세미 들고 변기도 닦고 욕실 타일도 박박  문질러 닦아주기라도 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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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텍, 우주에 작업 걸다 - 인터넷 소설보다 재미있는 발칙한 우주이야기 생각이 자라는 나무 11
란카 케저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인터넷 소설보다 재미있는 발칙한 우주 이야기’라고 써있는 표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요즘 책들 표지며 띠지에 너무 과장광고를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도대체 우주에 대한 과학적 설명들을 어떻게 소설이라는 틀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 SF 공상 과학 소설도 아닌데 그게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자꾸 솟아났다.  책을 읽기 전에 이런 선입견부터 가지게 되면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걸 안다. 혐의의 눈길로 읽어가는 책은 긍정적인 평가를 얻는데 불리해지고 그러다보면 읽는 나도 읽힘을 당하는 책도 서로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선 열린 마음으로 만날 준비를 해야 했다.  요즘 장르와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괜찮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성장소설과 천문학이라고 만나지 못할 게 뭐냐는 마음으로 새롭게 무장하고 책을 펼쳤다.

주인공 안텍은 이 책 속에서 사춘기 소년의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재클린과 프리치를 두고 설레면서도 사랑에 대해 고민 하고 선택을 하는 것이라든가, 자기를 두고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들을 대견스럽게 극복해가는 과정, 아빠의 새 여자친구 비너스 아줌마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소신 있게 밝히고 아빠에게 뼈있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 의젓함, 환경미화원인 아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이해하고 남들에게 아빠의 입장을 변호해 주는 품 넓고 속 깊은 모습, 비너스 아줌마를 통해 알게 된 천문학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그려가는 미더운 모습까지... 사춘기 소년이 가질만한 걱정거리들과 자잘한 일상들과 가족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들은 비록 문학적 깊이를 거론하기엔 부족함이 있을지는 몰라도 인터넷 소설과 비교해서 재미를 따진다면 기죽지 않을 만큼 소설의 줄거리는 재미있었다.

아빠의 여자 친구 비너스 아줌마가 안텍에게 거대한 우주와 은하, 태양계, 행성 등등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나 안텍이 여자친구 프리치와 데이트하면서 천문학 지식을 설명하는 부분은 좀 현실성이 없다 싶기도 하지만 스토리가 기대되는 소설을 읽으며 만나게 되는 우주에 대한 글들은 ‘지식 습득의 고생스러움’이라는 거부감을 녹이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청소년들에게 인문학 서적이나 과학서적들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니라는 걸 안다.  일단 재미없고 따분한데다 학교와 학원에서 쏟아놓는 지식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우리 청소년들에게 그런 책들까지 읽으라고 권하려면 엄마인 나도 좀 미안해질 정도다. 그러므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자꾸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발랄한 성장 소설 틈새에 끼워 넣은 과학 지식은 소설을 따라 끝까지 읽힌다는 막강한 장점을 획득하게 되는 듯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담고 있는 천문학 지식이 두루뭉실하게 대충 때우는 식의 얄팍한 지식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소설 속에서 비너스 아줌마나 안텍을 통해 전달되는 지식도 있지만 ‘비너스 아줌마의 쪽지’라든가 ‘아빠의 교양 백과사전’, ‘우주에서 온 메시지’같은 제목을 단 팁이 페이지 하단이나 오른 편에 구성되어 내용을 더 보충 설명하거나 개념을 정리해 주기도 하고, 한 챕터가 끝나는 마지막 부분에는 ‘안텍의 책가방 속 이야기’라는 꼭지가 있어 그 장에서 다룬 천문학 지식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요점을 짚어주고 있기 때문에 꽤 성실하게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 우려했던 것보다 만족하며 책을 덮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청소년의 입맛을 자극하는 그저 맛있기만 한 정크푸드 같은 책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청소년들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몸에 좋으니까 먹으라고 강요하는 쓰디 쓴 한약 같은 느낌의 책도 그에 못지않게 문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양 쪽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절충한 책이라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에게 좀 덜 미안해하며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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