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텍, 우주에 작업 걸다 - 인터넷 소설보다 재미있는 발칙한 우주이야기 생각이 자라는 나무 11
란카 케저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인터넷 소설보다 재미있는 발칙한 우주 이야기’라고 써있는 표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요즘 책들 표지며 띠지에 너무 과장광고를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도대체 우주에 대한 과학적 설명들을 어떻게 소설이라는 틀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 SF 공상 과학 소설도 아닌데 그게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자꾸 솟아났다.  책을 읽기 전에 이런 선입견부터 가지게 되면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걸 안다. 혐의의 눈길로 읽어가는 책은 긍정적인 평가를 얻는데 불리해지고 그러다보면 읽는 나도 읽힘을 당하는 책도 서로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선 열린 마음으로 만날 준비를 해야 했다.  요즘 장르와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괜찮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성장소설과 천문학이라고 만나지 못할 게 뭐냐는 마음으로 새롭게 무장하고 책을 펼쳤다.

주인공 안텍은 이 책 속에서 사춘기 소년의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재클린과 프리치를 두고 설레면서도 사랑에 대해 고민 하고 선택을 하는 것이라든가, 자기를 두고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들을 대견스럽게 극복해가는 과정, 아빠의 새 여자친구 비너스 아줌마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소신 있게 밝히고 아빠에게 뼈있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 의젓함, 환경미화원인 아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이해하고 남들에게 아빠의 입장을 변호해 주는 품 넓고 속 깊은 모습, 비너스 아줌마를 통해 알게 된 천문학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그려가는 미더운 모습까지... 사춘기 소년이 가질만한 걱정거리들과 자잘한 일상들과 가족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들은 비록 문학적 깊이를 거론하기엔 부족함이 있을지는 몰라도 인터넷 소설과 비교해서 재미를 따진다면 기죽지 않을 만큼 소설의 줄거리는 재미있었다.

아빠의 여자 친구 비너스 아줌마가 안텍에게 거대한 우주와 은하, 태양계, 행성 등등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나 안텍이 여자친구 프리치와 데이트하면서 천문학 지식을 설명하는 부분은 좀 현실성이 없다 싶기도 하지만 스토리가 기대되는 소설을 읽으며 만나게 되는 우주에 대한 글들은 ‘지식 습득의 고생스러움’이라는 거부감을 녹이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청소년들에게 인문학 서적이나 과학서적들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니라는 걸 안다.  일단 재미없고 따분한데다 학교와 학원에서 쏟아놓는 지식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우리 청소년들에게 그런 책들까지 읽으라고 권하려면 엄마인 나도 좀 미안해질 정도다. 그러므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자꾸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발랄한 성장 소설 틈새에 끼워 넣은 과학 지식은 소설을 따라 끝까지 읽힌다는 막강한 장점을 획득하게 되는 듯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담고 있는 천문학 지식이 두루뭉실하게 대충 때우는 식의 얄팍한 지식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소설 속에서 비너스 아줌마나 안텍을 통해 전달되는 지식도 있지만 ‘비너스 아줌마의 쪽지’라든가 ‘아빠의 교양 백과사전’, ‘우주에서 온 메시지’같은 제목을 단 팁이 페이지 하단이나 오른 편에 구성되어 내용을 더 보충 설명하거나 개념을 정리해 주기도 하고, 한 챕터가 끝나는 마지막 부분에는 ‘안텍의 책가방 속 이야기’라는 꼭지가 있어 그 장에서 다룬 천문학 지식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요점을 짚어주고 있기 때문에 꽤 성실하게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 우려했던 것보다 만족하며 책을 덮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청소년의 입맛을 자극하는 그저 맛있기만 한 정크푸드 같은 책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청소년들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몸에 좋으니까 먹으라고 강요하는 쓰디 쓴 한약 같은 느낌의 책도 그에 못지않게 문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양 쪽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절충한 책이라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에게 좀 덜 미안해하며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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