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앙월드픽처북8] 아기를 돌본 파루미라 (로저 캅데빌라 이 볼스 지음/중앙교육연구원)
2. [피카소동화나라47] 999마리의 형제 (기무라 겐 글/무라카미 야스나리 그림/한국몬테소리)
3. 빈 화분 (데미 글,그림/사계절)
4. [빌린책] 마녀 위니 (코키 폴 그림/밸러리 토머스 글/비룡소)
5. [빌린책/MathStart1] 모양 서커스 (스튜엇 J. 머피 글/에더워드 밀러 그림/한솔교육)
6. [빌린책] 우리 아빠가 제일 멋져! (로스 콜린스 지음/국민서관)
7. [빌린책/차애창10]여우 아저씨, 고마워요 (고야마요시코 글/단노야스코 그림/한국슈테이너)
8. [빌린책/뉴트라움메르헨1] 꽃이 되고 싶은 악어(베네딕뜨 게띠에 지음/글랜도만)
9. [빌린책] 개가 무서워요! (볼프 에를브루흐 글,그림/사계절)
10. [빌린책] 그림책 버스 뚜뚜 (조준영 글/윤정주 그림/사계절)
11. [빌린책] 큰일났다, 상어다! (닉 샤라트 글,그림/책그릇)
12. [빌린책] 나를 그리고 싶었어 (마르그레트 레이 글/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그림/아이세움)
13. [빌린책] 나는 티라노사우르스 (피터 매카티 글,그림/마루벌)
14. [빌린책/차애창4] 생일케이크 만들기 (구보 리에 글,그림/한국슈테이너)
15. [도서관에서/헤인동] 바쁘다, 바빠
16. [도서관에서] 비밀이야 (한국프뢰벨)
17. [도서관에서] 어떻게 똥을 닦지? (하인트 야니쉬 글/필리프 구센스 그림/어린이작가정신)
18. [노부영] Who Stole the Cookies from the Coolkie Jar?

도서관 미술놀이 강좌가 있는 목요일이었다.  반납할 책 9권에 미술놀이 때 갈아입을 유빈이 옷 한 벌, 수건과 내 소지품 등등을 넣으면 가방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즐겁게, 비가 안 오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여기며, 털털대는 마을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갔다. 
유빈이가 퍼포먼스 미술놀이 강좌를 들은 지도 벌써 만 1년이 되었다.  처음 강좌를 들을 땐 가을학기까지만 들으려고 했는데 유빈이가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겨울을 넘기고 봄을 넘기고 이제 1년을 넘기게 되었다.  덕분에 목요일마다 동네 구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빌려올 수 있어서 무척 좋다.  딱 1년만 듣자고 했었는데 유빈이가 여전히 좋아하니 겨울 전까지는 계속 해야겠다.  이번엔 두루마리 휴지를 물에 적셔 조물락거리다가 물감을 섞은 다음 동글하게 뭉쳐서 벽에다 던지는 놀이를 했다.  강의실 가운데 커다란 휴지 연못 세 개가 만들어졌고 각각 빨강, 파랑, 노랑 물감이 섞였다.  아이들은 난리도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1년간 미술놀이를 하면서 미꾸라지, 달팽이, 풍선, 야광펜, 각종 야채, 물총, 휴지, 비누방울, 장미꽃, 장난감 자동차, 밀가루, 녹말.....  정말 다양한 재료로 미술놀이를 해왔다.  그래서 이 도서관은 유빈이에게 '미술놀이 도서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장을 보고, 놀이터로 직행하자는 유빈이를 달래서 집에 들어왔다.  놀이터에 한 번 나갔다 하면 최소 세 시간, 보통이 네 시간이라서 아예 저녁을 먹여서 나가자는 계획이었는데, 다행히도! 유빈이가 6시 좀 안 돼서 잠이 들어버렸다.  덕분에 나는 <만행 1>을 다 읽고, 2권으로 들어갔다. ^^

금요일인 오늘은 12권의 책을 들고 움직여야 한다.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도서관에서 이야기방이 있는 날이고, 구민 문화센터에서 유빈이의 첫 가베놀이 문화강좌가 있는 날이다.  그래서 금요일엔 책엄책아 도서관 책 3권과 구립도서관 책 9권의 책이 반납, 그리고 다시 대출되어야 하는 날이다.  오늘 들르는 구립도서관을 유빈이는 책엄책아 가는 길에 있는 도서관이라고 '가는 길에 도서관'이라고 부른다. ^^
어떤 엄마들은 어떻게 차도 없이, 아이 데리고 무거운 가방 들고 버스 타고 다니냐며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곤 한다.  차라리 빨리 어린이집에라도 보내라며 날 불쌍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난 어쩐지 이 생활을 좀 더 계속 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내년 한 해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유빈이에게 나랑 놀자고 하고 싶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놀이터에서 유빈이랑 함께 놀던 아이들이 올해 모두 어린이집에 갔다.  덕분에 오전이나 이른 낮 시간에는 놀이터에 나가도 유빈이랑 함께 놀아줄 친구가 없다. 그 점이 좀 아쉽다.  뭐, 대신 오후에 나가서 여덟시가 넘도록 놀이터를 맨발로 누비며 열정적으로 놀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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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빌린책/반과그29] 알 수 있어요 (김윤정 글/갈현옥 그림/웅진씽크빅)
2. [빌린책/반과그22] 다리가 달라요 (김수주 글/ 한병호 그림/ 웅진씽크빅)
3. [빌린책/반과그54] 해 이야기 (이은하, 김경숙 글/정유정 그림/웅진씽크빅)
4. [빌린책/헤인동60] 최고의 친구 (이노우에 요코 글/후지모토 시로 그림/한국헤밍웨이)
5. [빌린책/헤인동56] 신기한 버스 여행 (후지모토 도모히코 글,그림/ 한국헤밍웨이)
6. [빌린책/헤인동48] 물 마시기 대작전 (마마다 미네코 글,그림/한국헤밍웨이)
7. [빌린책/차애창54] 악어 이야기 (스즈키 데쓰로 글/아카마 아키코 그림/한국슈테이너)
8. [빌린책/차애창46] 빨래하는 야옹이 (다카기 산고 글,그림/한국슈테이너)
9. [빌린책] 토끼가 커졌어! (정성훈 지음/한솔수북)
10. [빌린책] 쥐돌이와 팬케이크 (나카에 요시오 글/우에노 노리코 그림/비룡소)
11. [도서관에서] 바람이 불었어 (펫 허친스 글,그림/시공주니어)
12. [도서관에서] 비 오는 날 (유리 슐레비츠 지음/ 시공주니어)
13. [도서관에서] 친구야, 목욕하자 (크리스티나 가렐리 글/프란체스카 체사 그림/시공주니어)
14. [피카소 동화나라 44] 삼형제 이야기 (이희탁 글,그림/한국몬테소리)
15. 숲 속의 요술 물감 (하야시 아키코 글,그림/한림출판사)
16.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나카가와 리에코 글/오무라 유리코 그림/한림출판사)
17. 나의 크레용 (초 신타 글,그림/ 보림)
18. 그건 내 조끼야 (나카에 요시오 글/우에노 노리코 그림/비룡소)
19. [교재/아이챌린지] 우리 집에 놀러 와 (2007년 8월호)

유빈이가 즐겨 읽는 책은 <다리가 달라요>(세 번째 대출이다), <빨래하는 야옹이>, <쥐돌이와 팬케이크>, <그건 내 조끼야>, <숲 속의 요술 물감>,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그건 내 조끼야>같은 경우, 유빈이는 생쥐의 작은 조끼를 입고 동물들이 "조금 끼나?"할 때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는지, 매번 읽을 때마다 깔깔거리며 웃는다. 자기도 같이 생쥐 조끼를 입은 동물처럼 몸을 경직시키면서 "조금 끼나?" 해 놓고는.. ^^  그리고 맨 마지막 그림에선 아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된다.  아주 간단하다고 할 수 있는 짜임과 내용의 그림책인데도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대단한 것 같다.
열아홉 권을 읽었으니 좀 많이 읽은 편에 속하는 날이다.  기침감기가 살짝 찾아든 목으로 읽으려니까 나중엔 목소리가 쉬어서, 내 안에 있는 다른 사람이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무섭다!) 

나는 아직 두 권의 책을 붙잡고 지지부진 하고 있고, 옆지기는 알랭 드 보통의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을 시작한 것 같다.  늘 바빠서, 게다가 요즘은 예술의 전당 매그넘 전과의 일에 엮여서 책을 잡았다가 도중에 놓아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읽을 책을 찾는 그가 기특(?)하다. ^^ 오늘 중으로 나는 <만행> 1권이라도 다 읽을 수 있을까? 이제 반 정도 읽었는데..

유진이와 명보는 기말고사 준비로 학원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중이다.  유진인 국어 말하기 수행평가에 지가 좋아하는 뮤지컬 캣츠에 대한 발표를 하겠다며 어제는 지난 번에 공연 가서 사온 팜플렛과 인터넷을 놓고는 자료 조사를 했다.  A4용지에 10포인트 크기의 글자로 채운 자료를 외워서 발표해야 한다는데, "어떡하니.."하고 염려했더니만 "캣츠라면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쉽게 외울 수 있다'며 표정이 밝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보다. ^^  (그러고 보니까 캣츠 관람 페이퍼도 아직 쓰지 못했다.  아무래도 상반기 결산을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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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됐다.  아침에 저 비를 뚫고 아이랑 어떻게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도서관에 갈까, 귀찮은데 가지말까, 고민했다.  지난 주부터 "도서관에 엄마가 있다!"라는 제목으로 '품앗이를 위한 도서관 학교'가 8주 과정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주 첫 강의도 무슨 일인가 있어서 가질 못했는데, 이번 주도?  베란다 창 밖으로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갈등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우리 아파트에 살다가 이사한 지흔이네 엄마였다.  같이 도서관 강의를 듣기로 한 이웃.  "오늘 꼭 와요."한다.  이러면 약해진다.  그래, 가야지.  비 오는데 집에 있어봤자 유빈이도 지루하고 심심해할 테니까 가서 놀다 오자, 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난 운전을 할 줄 모른다.  아예 운전면허를 아직 안 땄다.  겁이 나기도 하고, 그냥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바깥 풍경이나 사람들 구경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직접 운전을 하면 정신 바싹 차리고 주변 차나 신호등에만 신경을 써야할테니, 뭔가 시시하단 생각도 들고.  아이랑 우산을 들고 나란히 걷자니 기분이 좋았다.  도서관에 가서 커피부터 한 잔 마셔야지, 하는 확실한 목표의식(?)이 떠오르기도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유리창에 다닥다닥 맺힌 빗방울을 보며 작은 소리로 아이랑 노래도 불렀다. "유리창에 예쁜 은구슬, 또로로롱 또로로로롱~~~"

오늘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도서관의 김소희 관장님께서 '어린이 책과 도서관'이라는 주제로 2시간에 걸쳐 강의를 해 주셨다.  지난 주엔 고양자유학교의 이철국 선생님이 오셨었는데, 오늘 강의 자료를 지난 주 것까지 받고 훑어보니 못 들은 게 너무 아쉽다.  지난 주 강의 자료에 이런 글이 써 있었다.  "교육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 대조되는 글이라서 더욱 가슴에 와서 박혔다.  네덜란드와 핀란드의 예가 나왔는데, 그 나라에서는 모든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교육 표준 경비가 나가는데 부모의 학력이 낮은 가정의 자녀들에게는 기본 단위의 1.25배를 지급하고, 농어촌 자녀는 1.4배, 이민자 자녀는 1.7배, 이주노동자의 자녀는 1.9배의 교육예산이 집행된다고 한다.  우리에겐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오늘 강의에서도 참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 세대의 독서이력과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의 독서 이력의 차이를 점검해 볼 수 있었고, 아이가 책과 가까워지게 해 줄 수 있는 법도 테크닉 차원에서가 아니라 엄마인 나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근본적 차원에서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가장 좋은 엄마는 "아직도 더 자라나야 하는 엄마"란다.  레오리오니가 어릴 적 학교와 집을 오고가는 길에 있었던 박물관이 자기가 성장하는 데 하나의 BIG MOOD가 되어 주었다고 말했다는 예를 드시면서 아이에게 엄마가 BIG MOOD가 되어주라는 말씀은 깊이 새겨둘 이야기인 것 같았다.

유빈이가 강의 도중에 왔다갔다 하고 '엄마 이제 다 끝났어?"하고 물어대는 통에 좀 산만하긴 했지만, 이게 몇 년만에 강의를 듣는 건지, 감개무량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내 자신은 비누처럼 서서히 닳아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어서 괴롭기도 했었다.  그런 괴로움을 책이, 그리고 도서관이, 도서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이 덜어주었다.  어쩌면 도서관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더 필요한 장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부터 책놀이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다음 주엔 박문희 마주 이야기 대표님이 오셔서 '함께 말하는 마주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신다.  마주 이야기라면 이제 네 살인 우리 유빈이와 함께 해볼만한 활동이다.  기대가 된다. 

돌아올 땐 이웃엄마가 차로 집까지 모셔다(?) 줬다.  기름값도 무섭게 치솟았는데, 나 때문에 일부러 길을 빙 돌아서 가주는 그 엄마가 참 예쁘고 고마웠다.  장마는 얼만큼의 길이로 내릴까.  얼만큼의 길이로 오던간에 나까지 축 처져서 그 길이가 더 늘어지게 하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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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람..  유빈이에게 읽어주는 책을 매일 기록하려고 했었는데, 광고 들여다보다가 내가 쓸 수 있는, 하루에 얼마 안 되는 컴시간을 다 보내버렸었다.  동아일보가 6월 16일, 내 생일 이후로 뚝 끊어져 버렸으니, 돈 주고 동아일보를 사보지 않는한 조중동이여, 영원히 안녕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유빈이에게 읽어준 책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1. [빌린책/호기심아이34] 무늬를 찾아봐! (김향금 글/ 김영수 그림/ 한솔교육)
2. [빌린책/호기심아이4] 왜 그러는 걸까? (나은희 글/ 강우근 그림/ 한솔교육)
3. [빌린책/반과그16] 이게 뭘까요? (클레어 루엘린 글/피터 베일리 그림/웅진씽크빅)
4. [빌린책] 마녀 위니 (코키 폴 그림/밸러리 토머스 글/비룡소)
5. [빌린책/차일드애플창작동화46] 빨래하는 야옹이 (다카기 신고 글,그림/한국슈타이너)
6. [빌린책] 쥐돌이와 팬케이크 (나카에 요시오 글/ 우에노 노리코 그림/ 고향옥 옮김)
7. 숲 속의 요술물감 (하야시 아키코 글,그림 / 한림출판사)
8. [교재/아이챌린지] 우리집에 놀러 와 (2007년 8월)

빌린책 투성이다. ^^  유빈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물론 반복해서 즐겨 읽는 그림책들이 있지만, 자기가 유별나게 좋아하는 책이 아니면 다시 읽으려고 하질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면 그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래서 읽어준 책에 [빌린책]이라는 명찰이 줄줄이 달려 있게 된다. ^^ 저번에는 웅진씽크빅의 반딧불 과학 그림책 시리즈 중 <이것만 있으면>이라는 책을 무척 좋아하며 즐겨 읽었는데, 반납할 때 "이 책은 내가 계속 가질 거야."며 서운해 했었다.  그런 책은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빌려오곤 한다. 

요즘 내가 느릿느릿 읽고 있는 책은 <원숭이는 왜 철학교사가 될 수 없을까>(미셸 옹프레 지음/모티브)와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1>(현각/열림원)이다. 유빈이가 낮잠 자는 시간이나 늦잠 자는 아침 시간 동안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도 어느 땐 잡다한 집안 일로 보내버리게 될 때도 있어서 갈수록 서재는 부실해지고, 책읽기는 느려진다.
마음잡고 정말 오랜만에 철학책, 그것도 청소년대상의 가벼운 입문서로 골라서 책을 잡아봤다. 올해는 서평 쓰기에도 실컷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이것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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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짚문화 우리 문화 그림책 13
백남원 글.그림 / 사계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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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늙고 투박한 농부의 손이 보인다.  핏줄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손등, 거칠고 굵은 손마디와 노동에 단련된 뭉툭한 손끝 때문에 가만히 쓰다듬으면 어쩐지 애잔함에 빠져들 것만 같은 그런 손이다. 그 손이 짚을 엮어 새끼를 꼬고 있다.

이 책은 작지만 다부진 몸매를 가진 듯한 나이 지긋한 농부가 낫으로 벼를 베는 그림이 그려진 속표지와 첫 장의 지푸라기 그림,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있는 검버섯 자국이 짙은 주름진 얼굴의 할아버지와 짚신, 그 짚신을 신어보며 즐거워하고 있는 소녀의 세 컷의 그림을 제외하고는 모두 짚을 꼬아 짚신을 만드는 과정의 그림이다.  본문에 있는 17장의 그림 중에 15장의 그림이 짚 그림이거나 짚신을 만들고 있는 할아버지 손 그림이니 아이들 눈으로 보기엔 좀 심심하다 싶을 정도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궁금했다.  요즘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빛깔로 칠해지고 다이나믹한 동선이 살아있는 그림, 사실화보다는 대상을 과장하고 단순화한 그림, 밝고 경쾌하고 어딘가 웃긴 구석이 있는 그림을 좋아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그림 작가가 더 잘 알 텐데 말이다.

그런데 천천히 시간을 들여가며 그림만 보면서 페이지를 넘기다가 아하, 하고 감탄했다.  이 책은 아이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구나, 하고.  그러자 책의 글 내용과는 다른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도시에 사는 손녀는 할아버지 댁에 놀러왔을 것이다.  가을걷이 시기인 것 같으니까 아마 추석 때쯤이 아니었을까?  할아버지는 사랑스런 손녀를 데리고 논으로 간다.  그리곤 귀한 손녀에게 혹시 더러운 논물이라도 튈까봐 논 옆길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게 하고는 당신 혼자 논에 들어가 낫으로 써억써억 벼를 베었을 것이다.  논에서 혼자 벼를 베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바로 속표지의 그림이다.  아이가 조금 심심하고 따분해하며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 그림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손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명절이라고 먼 도시에서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를 찾아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를 위해 짚신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하셨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단순한 짚신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세대만이 알고 있는 삶의 비법이고, 이제는 다음 세대로 건너 이어지지 않을 할아버지의 향수이자 추억이며, 우리가 잊어선 안 될 할아버지 세대에서 멈춰버린 우리 전통의 자연관과 가치관이 아닐까. 

도시생활에만 익숙한 손녀의 눈에 할아버지가 지푸라기로 부리는 마술과 같은 일이 마냥 신기했을 것이다.  손녀는 할아버지의 손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그림책 속의 그림이 오직 할아버지의 손과 짚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할아버지는 짚신을 만들며 손녀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자상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그게 바로 이 책의 글 부분이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할아버지의 손놀림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에 놓인 까마득한 세대차이의 벽을 짚 하나로 훌쩍 뛰어넘는, 건너지 못할 세대간에 따스한 정이 오고가는 강이 흐르기 시작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짚>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인 ‘짚’에 대한 정보그림책 쯤으로 여겼던 나에겐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할아버지는 손녀 앞에 완성된 짚신을 놓아주고는 짚을 엮느라 구부리고 있던 허리를 펴신다.  등줄기가 뻐근하고 눈이 침침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허리를 펴고 손녀가 자신이 만들어준 짚신을 환하게 웃으며 신어보는 모습에 뻐근한 허리도, 침침한 눈도 다 낫지 않으셨을까.  이 책의 맨 마지막 장, 손녀가 짚신을 신으며 웃고 있는 그림은 이 책에 담긴 유일한 할아버지의 시선이다. 

이 책을 읽고 엄마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시골도 아니고 대도시 중심가에 있었는데도 가끔 엄마는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알 수 없는 짚 무더기를 들고 오셔서는 바구니를 엮어서 고양이 집으로 쓰곤 했다. 그 때 엄마가 지푸라기 몇 가닥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양손을 쓰윽 비비면 마술처럼 단단하게 꼬인 끈이 되곤 했다.  일명 새끼 꼬기를 하신 건데, 하도 신기해서 나도 지푸라기 몇 가닥 쥐고서 엄마 흉내를 내보면 엄마 것처럼 야무지게 꼬이질 않고 허술하고 어설펐다.  그래도 앉아서 새끼를 꼬아보겠다고 끙끙대는 나를 보며 웃으시곤 하셨던 기억이 밀려왔다.  

네 살 배기 막내가 좀 더 크면 아이 손잡고 둘이서 짚풀 생활사 박물관에 가봐야겠다고 계획했었다.  체험 프로그램도 있는 것 같아서 아이랑 같이 하면 참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그리고 이 책 때문에 떠오른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각해서  계획을 좀 수정했다.  짚풀 생활사 박물관에 가되, 아이랑 나랑 단 둘이 가지 않고 우리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가는 것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앉아서 아이가 체험프로그램을 해본다면 더 의미 있고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막내 아이에게 읽어주기엔 좀 수준이 높은 것 같아서 아직 읽어주진 못했다.  하지만 좀 더 크면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서 읽어주고 싶다.  “할아버지가 지푸라기 꼬아서 짚신을 만드는 게 너무 신기해서 이 아이는 할아버지 손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나 보다..”하면서.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보다 쉽게 낡기는 했지만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어.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쓰고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난 뒤엔, 또다시 자연이 준 것으로 새로 만들면 되었으니까.” 라는 글은 할아버지의 투박한 손과 함께 편리와 효율의 잣대가 최선은 아니라는, 소박하고 단순한 자연의 순환과 연대의 가치를 돌아보게 했다.  아이는 그것을 말이 아니라 몸으로 배운다.  뒷표지의 그림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보면 볼수록 맛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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