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빌린책/헤인동49] 딸꾹딸꾹 꿀꿀이 (아시누마 도루 글,그림/한국헤밍웨이)
2. [빌린책/차애창15] 두더지가 불쑥 (와타나베 유이치 글,그림/한국슈타이너)
3. [빌린책] 머리에 뿔이 났어요 (데이비드 스몰 글,그림/김종렬옮김/소년한길)
4. 줄줄이 꿴 호랑이 (권문희 글,그림/사계절)
5. 구름빵 (백희나 글,그림/김향수 빛그림/한솔수북)
6.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심스 태백 지음/김정희 옮김/베틀북)
7. [빌린책] 엄마 젖이 딱 좋아! (허은미 글/윤미숙 그림/조은하 꾸밈/웅진주니어)
8. [빌린책] 노란 잠수함을 타고 (조미자 글,그림/시공주니어)
9. [빌린책] 꼬꼬댁 꼬꼬는 무서워 (한병호 글,그림/도깨비)
10. [빌린책/차애창8] 빨간 장갑 (고우가 슈지 글/야타 미호 그림/한국슈타이너)
11. 바바빠빠 (아네트 티종, 탈루스 테일러 글,그림/이용분 옮김/시공주니어)
12. 숲 속의 요술물감 (하야시 아키코 글,그림/고향옥 옮김/한림출판사)
13. [노부영] Monster, Monster

난 <구덩이> 다 읽고 <나온의 숨어 있는 방>도 다 읽고,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를 읽기 시작.  비염 시작.  여름만 되면 왜 비염이 도지는 거지? 

<도서관>과 <리디아의 정원>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스몰의 <머리에 뿔이 났어요>.  <도서관>이나 <리디아의 정원>은 사라 스튜어트의 글에 그림을 그린 거지만, <머리에 뿔이 났어요>는 데이비드 스몰이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한 그림책이다.  무척 유머러스한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빈이가 옛이야기 그림책을 좀 무서워했었는데, <꼬꼬댁 꼬꼬는 무서워>랑 <줄줄이 꿴 호랑이>는 그래도 재미있게 듣는 편이다.  <꼬꼬댁 꼬꼬는 무서워>를 읽으며 의문사항 하나.  일반적으로 수탉의 울음소리는 '꼬끼오"다.  '꼬꼬댁 꼬꼬'는 암탉의 울음소리로 알고 있는데, 이 그림책에선 수탉이 '꼬꼬댁 꼬꼬'하고 우는 걸로 나온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사소한 문제지만 읽으면서 자꾸 껄끄럽게 걸리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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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 한 권도 읽지 않았음.

7월 2일
1. 우리 몸의 구멍 (허은미 글/이혜리 그림/천둥거인)
2. 구름빵 (백희나 글,그림/김향수 빛그림/한솔수북)
3.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나카가와 리에코 글/오무라 유리코 그림/한림출판사)
4. 바바빠빠 (아네트 티종, 탈루스 테일러 글,그림/시공주니어)
5. 틀려도 괜찮아 (마키타 신지 글/하세가와 토모코 그림/토토북)

7월 3일
1. [빌린책] 아프리카에도 곰이 있을까요? (사토미 이치카와 지음/크레용하우스)
2. [빌린책/프뢰벨자연관찰19] 바다거북 (프뢰벨)
3. [빌린책/차애창15] 두더지가 불쑥 (와타나베 유이치 글,그림/한국슈타이너)
4. [빌린책/차애창8] 빨간 장갑 (고우가 슈지 글/야타 미호 그림/한국슈타이너)

7월 4일
1. [빌린책] 달팽이가 말하기를 (김춘효 글/민정영 그림/마루벌)
2. [빌린책] 바로 나처럼 (마리 홀 에츠 글,그림/비룡소)
3. [빌린책]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에릭 로만 지음/미래M&B)
4. [도서관에서] 움직여 봐! (스티브 젠킨스, 로빈 페이지 지음/웅진주니어)
5. [도서관에서] 보물찾기는 힘들어 (카도노 에이코 글/다루이시 마코 그림/웅진주니어)

놀기 바빠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유빈이는 요즘 낮잠이 없어졌다.  놀이터에서 일곱, 여덟시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샤워를 하고 얼마 있다가 잠이 들어 버린다.
문제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노는 유빈이를 쫓아다니다 보면 나도 지쳐서, 아이가 잠들면 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지금도,,,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
명보, 그 녀석이 남은 얼음을 홀라당 다 써버리고는 도로 물을 부어 얼려놓지를 않았다.
(괘씸~~~!!!)

어제는 루이스 새커의 <구덩이>를 읽었다.  한참 전에 유진이 읽으라고 사준 책이었는데, 아직 나는 읽어보질 못했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무지 재밌고 멋진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마치 팀버튼 감독의 '빅 피쉬'라는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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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 아침부터 날씨가 구질구질하다.  아이 데리고 외출하기엔 그리 좋은 날씨가 아니다.  그래도 어쩐지 '꼭‘ 참석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게으름 떨었다간 내 마음 속 누군가가 “요놈~~!!!”하고 호통을 칠 것 같은 조바심으로 서둘러 준비했다.  비가 오더라도 책엄책아 바로 코앞에 있는 정류장까지 데려다줄 버스가 있으니, 괜히 날씨 핑계대지 말자고 스스로를 독려하면서 강의 끝나고 나면 유빈이랑 같이 먹을 도시락까지 챙겼다.  그런데 전화..  우리 큰딸이었다.  “엄마, 책상 위에 과학 파일 놓고 왔는데, 그것 좀 갖다 주면 안돼?  오늘 선생님이 검사하신다고 그러셔서..”  에궁, 오늘 호나우딩유가 학교에 온다고 좀 들떠 있더니만.... 큰딸 학교까지 들렀다 가려면 책엄책아 코앞까지 가는 버스는 포기하고 마을버스를 타고 좀 빙 돌아야 한다.  유빈이를 조금 더 재촉해서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 비는 오는 듯 안 오는 듯, 애매모호하게 내려주고 있었다.

학교 후문에서 첫째 시간이 끝나길 기다리고 서 있다가 파일을 전해주고 돌아서는데, 택시가 와서 선다.  오호,, 이건 하늘의 계시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유빈이랑 택시에 올라탔다.  기본요금으로 책엄책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강의를 하는 2층으로 올라갔는데, 어라 오늘은 책장들이 싹 치워져 있고, 앉을 의자도 없고, 가운데가 훵하니 비어 있다.  연극놀이에 관한 강의를 한다더니 역시 준비가 다르구나, 했다.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에서 나오신 김 선 선생님 작고, 마르고, 선한 눈웃음을 가진 분이셨는데 마이크도 없이 강의를 진행하셨다.  그냥 듣는 강의가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강의를 하실 거라는 말씀에 무난하고 평범한 강의는 아니겠구나하는 걱정과 불안에 살짝 긴장했다.  그런데 어라? 이거 참 재미있다.  30명 가까이 되는 엄마들이 빙 둘러서서 ‘눈 맞은’ 사람끼리 자리를 바꾸는 게임으로 출발한 강의는 둘씩 짝지어 내 얼굴 앞에서 움직이는 상대방의 손바닥을 따라 움직이는 가상최면놀이(놀이제목은 내 맘대로다), 둘둘 말은 신문지를 가지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물의 변형성을 끌어내야 하는 초간단 마임 놀이(둘둘 만 신문지 하나를 가지고 다 큰 어른들에게서 서른 개가량의 상상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경이로웠다!!!)를 지나 동화의 두 장면을 골라 정지동작으로 표현한 다음 동화의 제목을 알아맞히는 놀이까지, 이 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놀이체험에 쏙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끝 부분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로 연극놀이를 했다.  행복한 왕자 동상 제막식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되어보기도 했고, 둘 씩 짝을 지어 한 사람을 행복한 왕자 동상이, 다른 한 사람은 제비가 되기도 했으며, 맨 마지막엔 세 팀으로 나누어 행복한 왕자들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짤막한 연극 한 편을 공연(?)하기도 했다. 

강의를 따라가다 보니 서로의 생각과 상상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연극은 서로에게 자극이 될 뿐 아니라 일종의 감정적인 카타르시스 효과까지 내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난 행복한 왕자가 어떤 사람일지 잘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행복한 왕자가 생전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아도 될 만큼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말에 ‘참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복한 왕자의 도움을 받은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은 도움을 받은 후에 행복했을까, 하는 의문 역시 이 연극놀이 이전엔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었다. 

놀이연극은 그런 면에서 느낌을 구체화하고 생각을 확장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효과가 큰 것 같았다.  아줌마들이 이 정도의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궁금했다.  아이들은 더 신나고 재미있게 참여하고 거침없이 자기의 내면을 쏟아내고 다시 채우는 경지에 더 빨리 도달하지 않을까.  함께 연극에 참여하는 다른 아이들과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미덕을 배우지 않을까.  서로 다른 빛깔로 점점이 찍어 놓은 물방울무늬 같던 아이들이 한데 섞이고 어울리는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을 만드는 즐거움과, 여럿이 함께 가는 길에선 때론 내 주장과 의견을 스스로 꺾고 욕심을 덜어내야 할 때도 있다는 삶의 지혜를 얻지 않을까.

강의가 끝날 무렵엔 엄마들 모두 아쉬워했다.  내 아이들을 연극놀이에 참여시키고 싶은 욕심이 마음속에서 스멀거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엄마들이 오늘 연극놀이의 맛을 알았으니 관장님을 잡고 조르지 않을까? 책엄책아의 김소희 관장님의 고민이 하나 더 늘게 될 듯...^^

집에 돌아오면서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연극놀이가 유아나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지나야 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집에서 내가 유빈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연극놀이 비슷한 것이라도 뭐 좀 없을까 싶기도 하고, 첫째 유진이랑 둘째 명보는 이런 것도 모른 채 너무 자라버려서 참 안됐다는 생각도 들고, 오늘 날씨도 나쁘고 가는 길에 유진이 학교에도 들러야 했고 아침에 유빈이가 짜증을 좀 부렸는데도 게으름 떨지 않고 택시를 타고서라도 도서관에 가서 착한 학생이 되어 앉아 있었던 나 자신이 참 성실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칭찬도 해주고.. 

다음 주는 전래놀이에 대한 강의다.  무보수에 노동시간이 엄청 길고 스트레스 강도도 세지만, 엄마라는 직업(?), 참 좋은 직업인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나도 계속 자랄 수 있으니까.

    ***  참고도서
  유아를 위한 연극 놀이 (김 선 외 지음/ 창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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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시끄럽다 책읽는 가족 56
정은숙 지음, 남은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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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나?  아파트 단지 앞 큰 길 건너에 있는 빌딩 1층에 해물 샤브샤브 뷔페가 새로 문을 열었었다.  그 후 한동안은, 막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면 아줌마들 서넛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 샤브샤브 집 맛에 대한 품평을 늘어놓곤 했다.  다리 하나 건너면 화려한 강남이 펼쳐지는 동네라서 그런지, ‘근처에 아주 근사하고 맛있는 집 있어.’라고 이야기할 만한 음식점이 동네에 없었던 터라 아줌마들의 수다 재료로 삼기에 딱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막내를 데리고 시장 쪽 마트를 가려고 단지를 나서는데, 어디선가 장송곡이 들려왔다.  샤브샤브 집이 있던 건물 앞에 상복을 입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카세트로 장송곡을 틀어놓고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가로수 사이에 펼쳐 걸어 놓은 플래카드에는 ‘대통령은 뭐하나, 귀신은 뭐하나, OOO 사장 안 잡아가고’, ‘아들아 딸들아 이 원통함을 절대로 잊지 마라.’ 등등의 글귀가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써 있었다.  아마 건물주가 세입자들을 등쳐먹은 모양이다.

우리 동네에도 몇 년 전부터 재개발 붐이 불었다.  나야 아파트에 살고 있고, 부동산 투기와는 한참 먼 사람이라 재개발이라고 해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작년인가에 동네 주택의 평당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이야기를 동네 아줌마한테 듣고는 무척 놀랐었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가게가 부동산인 걸 보면, 한 몫 챙기려는 투기꾼들의 전문적인 ‘작업’도 평당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내가 관심을 기울여 속속들이 살펴보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동네도 시시때때로 들썩이고 소란스럽게 덜커덕거리며 부대끼는 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는 시끄럽다>며 한 집 한 집 짚어가며 소란한 사연을 들려주는 이 책은, 그래서 겉으론 아무리 고상하고 우아한 척 해도 속으론 지지고 볶으며 사는 거라고, 뒤집어 탈탈 털어보면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살다보면 눈물에 젖을 때도 있고 그 눈물을 웃음바람에 말리는 날도 있다고,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 일 하나도 없지만 또 그게 인생의 묘미 아니겠냐며 어깨를 다독여주는 맛이 난다.  이 책 덕분에 장보러 나가는 길에서 우리 동네를 새롭게 ‘구경’하는 느낌으로 찬찬히 둘러보는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마치 마을 수호신이라도 되어서 허허 웃으며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는 느낌이랄까. 

동화이니만큼 아이들 시각에서 본 어른들의 모습도 재미있다. 개발이익을 노리는 엄마의 뜻에 따라 다 쓰러져가는 백조연립으로 이사한 진욱이의 눈에는 재건축을 둘러싸고 벌이는 어른들의 다툼이 도무지 불가해하고, 아파트 주인이 꿈이라는 엄마의 장래희망이 아무리 생각해도 시시하기만 하다.  낡고 허름한 백조연립 앞에서 텔레비전 드라마 촬영이 있던 날, 친구 수정이와 미나의 단역 출연 경쟁을 둘러싸고 벌이는 어른들의 수상한 행동과 들끓는 뒷담화가 수정이와 진욱이의 순수함과 좋은 대조를 보이는가 하면 동네 지하철역 옆에 새로 생긴 패밀리 레스토랑을 두고 아이들 사이에서 생겨난 상대적 빈곤감과 위화감을 극복하려는 호빈이의 눈물겨운 ‘스테이크 대작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아이들의 반장 선거와 어른들의 통장선출을 놓고 ‘밑창 뜷린 신발’과 '떡 돌리기‘라는 창조성이 결여된 천편일률의 방법을 동원한 어른들의 잘못된 경쟁은 아이들에게는 그저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정작 당사자인 아이들에게 반장 선거는 일종의 이벤트거리일 뿐인데 엄마들이 과도하게 오버하며 극성을 부리는 모습이 희극적이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우리 제과점의 단팥빵과 어려운 가정환경을 가진 단짝 친구네 붕어빵 사이의 매출과 수입증감의 희비의 쌍곡선 때문에 벌어지는 금옥이와 은재네 이야기는 마음이 짠해진다.  먹고 산다는 게 뭔지, 하며 저절로 한숨이 폭 새어나온다.  세탁소 집 아들 민석이가 세탁소만의 특권으로 오만한 모범생 희준이의 비밀을 알아냈을 때엔 ’거봐, 사람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거라니까.‘라고 중얼거리며 둘의 화해를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아이들에게 이 책은 모험도 판타지도 어쩌면 희망이나 꿈조차도 보여주지 않는다.  평범한 보통 동네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서민의 복닥복닥한 이야기, 그래서 너무 익숙하고 친근한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너무 살가워서일까?  장보러 나선 길에 마주치는 아이들, 무더운 여름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쮸쮸바 하나씩을 입에 물고 친구들과 어울려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꼭 이 책 속에 나오는 진욱이나 민석이, 호빈이, 수정이, 미나 같이 느껴진다.  그토록 우리와 참 가까운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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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김종성 지음 / 지호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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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몸을 쓰고 살면서도 특별히 아프거나 병이 나지 않으면, 내 몸의 쓰임새와 그 정교성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특히 다른 어떤 신체 기관보다도 훨씬 많이 일하고 엄청나게 정교한 곳이 바로 ‘뇌’인데,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인지, 뇌의 작용이 마음이나 영혼으로 표현되는 쪽에 더 친숙하고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쩐지 ‘뇌’에게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에게 “내 마음과 영혼을 모두 바쳐서 너를 사랑해.”라는 말 대신에 “내 뇌의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 간뇌와 기저핵, 뇌량과 신경전달물질까지 송두리째 바쳐서 널 사랑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하며 가차 없이 차일 확률이 더 커지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굳이 연인에게 신체의 일부분을 바친다면 뇌보다는 심장을 바치는 게 더 로맨틱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뇌는 그 중요성에 비해서 감정적으로는 홀대를 받은 신체 기관이면서, 복잡하고 섬세한 수없이 많은 기능을 수행하는데 비해 밝혀진 게 별로 없는 신비의 영역인 듯.  “내 마음 나도 몰라”는 “내 뇌 나도 몰라”라는 무지에 대한 고백인 셈이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교수이기도 한 지은이는 의학적, 유전학적, 진화론적인 설명으로 우리의 ‘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수필이다.  어떤 분은 이 책의 일부분이 너무 ‘야’하다는 말씀을 하셨다는데, ‘여성의 가슴은 왜 커졌을까?’와 ‘섹스에 대한 고민은 왜 인간만 할까?’라는 제목으로 쓰인 딱 10페이지의 분량을 가지고 하신 말씀인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에서 ‘잠은 왜 잘까?’라는 글이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그래서 ‘권장도서’라는 생각으로 집었다가 화들짝 놀라셨던 것 같다.  하지만 ‘야’하다는 게 뭘까.  ‘야’하다는 이유로 성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것도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을까.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알 건 다 아는 세상에, 아이들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성에 대한 음습하고 왜곡된 시각을 갖게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아예 밝은 곳에 드러내서 ‘성’을 다양한(여기서는 의학적, 진화론적 관점)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게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그런 건전한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성에 대한 음습하고 왜곡된 시각을 고정화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난 280쪽의 이 책에서 단 10쪽이 ‘야’(?)하다고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금하는 것에 반대다.  게다가 뇌가 ‘성’이나 ‘생식’에 대한 기능만 담당하는 게 아닌 이상 이 책이 뇌에 대한 다양하고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참작한다면 더더욱.

그런데 사실 조금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자면 이 책은 ‘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뇌’를 도구삼아 ‘인간’과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그래서 읽고 나면, 인간이란 다른 동물들보다 조금 더 우수한 뇌를 가진 생명체일 뿐이라는 생각, 오만을 떨 정도로 그렇게 잘나지는 않았다는 생각, 단호박만한 내 뇌의 작은 부분 하나만 삐끗해도 삶 전체가 엉뚱하게 어긋날 수도 있을 만큼 내가 연약한 존재라는 생각, 그러니 아직 내 뇌가 쓸만할 때 열심히 생각하고 좋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요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의 뇌를 파헤쳐 조사해보고 싶다는 욕구도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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