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아이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10
김동성 그림, 임길택 글 / 길벗어린이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째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는 비에게 너도 하루쯤 쉬어야 되지 않겠냐고, 해가 너무 게을러져서 큰일이라고, 서로 돌아가며 공평하게 일하라고 잔소리 좀 했습니다.  잔소리는 했어도 가만히 내다보고 있으면 비 내리는 바깥 풍경은 참 고요합니다.  온 세상이 비로 흠뻑 젖고, 고운 빛깔의 우산들 속에서 사람들은 좀 더 다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몸서리치게 짙푸르던 초록빛, 쨍쨍하게 따갑던 햇빛이 그 열기를 식히고 차분하게 가라앉았습니다.  꼭 김동성 님의 그림 같습니다. 김동성 님이 그려내는 초록과 황토빛이 감도는 갈색은 아득하고 신비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 남몰래 숨겨두었던 현 하나가 ‘둥’하고 낮게 울리는 듯하고 그 찌르르한 진동에 설레게 됩니다.

<들꽃 아이>의 그림은 <엄마마중>을 닮았습니다. <엄마마중>의 마지막 그림, 초록빛 하늘에서 함박눈이 한가득 쏟아지던 장면이, 이 책의 여름풍경과 비슷하게 겹쳐옵니다. <엄마마중>에서 눈이 날리던 초록빛 하늘에 <들꽃 아이>에선 총총한 여름 별빛이 은은하게 박혀있기도 합니다. 선생님이 깊은 산골에 사는 보선이네를 찾아가는 울창한 숲길은 숨이 턱 막힐 만큼 초록이 곱습니다.  당장에라도 시원한 매미 소리, 재잘대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올 것만 같습니다. 김동성 님의 그림에서 초록은 나무와 풀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학교 창틀에, 교무실과 교실 문에, 칠판과 게시판에, 보선이의 티셔츠에, 그리고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에도 이끼처럼 피어있습니다.  그 초록이 황토빛 갈색과 어우러져 시간을 거꾸로 되돌립니다.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길어 올립니다. 

그림책 속의 사람들은 김동성 님의 황토빛 갈색이나 초록과 비슷합니다.  은은하고 수줍은 표정들입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책상에 둘러앉아 식물도감에서 꽃 이름을 찾으며 즐겁게 웃는 그림에서조차 요란스럽고 소란스러운 기운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책은 제목과 표지에서 드러나듯 고요히 ‘여자 아이’의 세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식물도감을 보며 선생님과 웃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 남자 아이는 끼어들지 못했습니다.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남자 아이의 세계는 이 그림책에서 주변으로 물러나 있습니다. 곱고 여리고 잔잔한 사람들의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 표정에서 그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에서는 책 속 선생님의 순수한 열정이 보입니다.  다른 선생님들께 보선이가 꺾어온 꽃 이름을 물었다가 면박을 당하자 “왠지 온몸을 바늘에 찔린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책방을 뒤져 식물도감을 사다가 꽃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식물도감을 펴놓고 꽃 이름을 찾아보기도 하고, 급기야 어느 선생님도 찾은 적이 없었던 보선이의 집을 찾아가기도 하지요.  그런 선생님께 보선이는 진달래꽃을 시작으로 산과 들에 피어나는 온갖 꽃들을 선물합니다. 가난하고 먼 길을 걸어 학교에 다녀야 하고, 장심부름을 하느라 수업시간에 늦기도 하는 보선이지만 생활기록부에 쓰인 대로 ‘공부는 뒤떨어지나 정직하고 맡은 일을 열심히“하는 성실한 아이이고 꽃처럼 고운 마음을 가졌습니다. 

순수하고 고운 마음을 가진 선생님과 제자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특별하고 유난한 사건이 없는데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손전등을 챙겨서 학교를 가야 하는 아이, 손전등에 들어갈 전지를 사느라 수업에 늦는 아이, 눈이 내리면 결석해야 하는 아이,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에서 사람보다 나무와 풀과 꽃들을 더 많이 만나는 아이를 통해서 선생님이 오히려 세상살이를 더 배웠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내 앞에 놓이게 된 것일 테고요.

이미 1997년 마흔 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는 임길택 선생님께서 ‘들꽃 아이’에 대해 남기신 글을 읽다가 더 가슴이 아파집니다.
“‘들꽃 아이’에 나오는 보선이도 실제 아이다.  이름 또한 그대로 썼다..... 지금 아이들이 보선이가 걸었던 길을 잃어버렸다는 게 안타까워 이 이야기를 썼다.  이런 길을 잃었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꿈을 잃어버린 거나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임길택 산문집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그러게요, 지금 아이들은 꽃도 나무도 풀도 볼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네요.  학원버스에 짐짝처럼 실려서 피곤하고 지친 눈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길을 가라고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그림에서는 뿌연 유리창 너머 초록빛 하늘에서 눈이 내립니다.  마치 <엄마마중>에서처럼요. 그렇게 눈이 내리는 바깥 풍경을, 학교를 떠나야 하는 선생님이 반듯하게 정돈된 빈 교실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어떤 말도 건넬 수 없는 뒷모습입니다.  그저 곁에 서서 잃어버린 그 길을 생각하며 한숨 돌리고 싶을 뿐입니다.  애잔하고 쓸쓸한 뒷모습이지만 곁에 서면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을 것만 같습니다.  아마 쉰을 넘긴 나이를 살고 있을 보선이는 어릴 때 선생님께 드렸던 꽃 선물에 대한 보답을 이 책으로 받았겠지요.  이 책을 보고는 눈물을 쏟지 않았을까요.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저이지만, 어쩌다 가끔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도 있나 봅니다.  참 아름다운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여름 내가 반한 작가의 세 권의 책이다.



 

 

 

 


 

 

 

 

바로 '유은실'이라는 작가인데,
내가 읽은 세 권의 책에 쓰여진 작가 소개 글을 종합해 보면,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원래는 덕성여대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했는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좋아 명지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고 한다.  <창비 어린이> 2004년 겨울호에 단편 <내 이름은 백석>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에 반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헌책방에서 사 모은 40여권의 린드그렌 동화책이 보물 1호라고 한다.  
서울독산초등학교 2학년 때(<우리집에 온 마고할미>의 윤이만할 때), 구구단 외우는 게 제일 싫었단다.  텃밭이나 장독대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앉아서 외로움을 달래던 생각이 많이 나는데, 식구들은 하루에 밥을 네 끼씩 먹고 놀 궁리만 했다고 한단다. 어른들 말 엿듣기를 아주 좋아했고, 단편동화, 단편소설, 단편영화 등 각종 짧은 것을 좋아한다고.  고들빼기 김치, 보랏빛, 손때 묻은 시집, 조용필 노래도 좋아한다.  사람 중에서는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이 제일 싫고, 책받침 중에서는 19단표 책받침이 제일 무섭다나..  

이 달에 처음 만난 작가다.  책은 여기저기서 참 많이도 만나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만나기까지 왜 이렇게 게으름을 부렸던 걸까.  도서관에서 빨리 가자고 보채는 유빈이의 성화에 약간 펄이 들어간 보랏빛 표지가 맘에 들어 서둘러 뽑아들었던 책이 바로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이었다.  유빈이가 보채지만 않았더라도, 나는 책들을 꼼꼼히 살피고 몇 권을 뽑았다 다시 꽂았다 하다가 결국 자주 읽던 작가의 책 중 하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렇게 얼렁뚱땅 어쩌다 보니 만난 작가지만,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읽으며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만국기 소년>과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까지 읽어버렸다.  그러고도 난 입맛을 다신다.  언제 또 이 작가의 새 책이 나올까, 하고.. 

황선미 님의 작품을 읽으며 아이의 심리를 참 잘 그려내는 작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작가는 아이들의 ‘심리’ 그 이상의 것을 그려내는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읽다보면 반짝이는 모래알이 떠오른다.  햇빛을 받으면 예쁘게 반짝이지만 예쁘다고 손바닥으로 싹싹 문지르다보면 까끌까끌한 질감 때문에 따끔거리는 모래알 말이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만국기 소년>,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내면에서 들끓는 치열한 갈등과 고민으로 괴로워한다.  아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속 시원히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에서 비읍이는 이모에게 전화로 자기와 싸운 이야기를 늘어놓는 엄마를 보며 ‘나를 위로할 사람은 나뿐’이라며 쓸쓸해한다.)

작가가 정말 아이들 편에 서 있구나, 아이들 마음으로 어른들 세상의 복잡하고 너저분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어른들의 기준으로 제멋대로 만들어 놓은 세상이 정말 힘들 것 같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에서는 비읍이와 엄마 사이의 갈등과 할머니와 살고 있는 친구 지혜의 가난하고 쓸쓸한 가정환경이 비읍이가 가장 고민하고 속상해하는 문제다.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는 작가의 다른 책들에 비해 유쾌한 편이기는 하지만 주인공 윤이가 그리 밝고 명랑한 아이 같지는 않다.  간혹 가사분담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 엄마 아빠 틈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듯 하고, 그래서인지 우락부락하고 씩씩하며 힘이 세고 일을 잘하는 마고할미(?)는 두려움의 대상인 동시에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 어쩌면 의지하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다.  <만국기 소년>의 경우엔 어른의 세계가 더 리얼하게 그려진다.  아이들은 어른들 때문에 불안하고 고달프며, 어른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고 안쓰럽다고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상황 때문에 힘들고 속상하지만,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그 어려움을 묵묵하게 감내할 수밖에 없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속의 ‘그러게 언니’를 제외하면 아이를 이해해주는 어른이 눈에 띄지를 않는다.  오히려 어른을 이해하려는 아이들의 안간힘이 가슴 짠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세 권의 책들은 마음에 참 커다란 자국을 남겼다.  까끌까끌하고 따끔따끔하고 얼얼하고 욱신거린다.  아무래도 책이 가진 서정적인 힘이 참 큰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을 참 잘 대변하고 있고, 그 대변하는 말투가 참 단단하고 깔끔하고 예리하다.

앞으로도 얼렁뚱땅 우연히 좋은 작가를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른다.  길을 가다가 주은 돈으로 복권을 샀는데 제대로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랑랑별 때때롱 (양장)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권정생 선생님이 영면하시기 전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기신 동화가 바로 ‘랑랑별 때때롱’이다.  병드신 몸으로 집필하시기가 무척 힘드셨을 텐데, 이 책 어디에도 선생님의 고통은 스며있지 않다.  맑고 순수하고 따뜻하고 천진한 아이들의 고운 마음만 한가득 부려놓으셨다.  그게 더 마음이 아파온다. 

소리 내서 말하면 입안에서 방울 소리라도 울려 퍼질 듯한 어감을 가진 제목, ‘랑랑별 때때롱’. 지구별 농촌에서 살고 있는 새달이와 마달이는 어느 여름날 밤에 랑랑별에 살고 있는 때때롱과 매매롱을 만나게 된다.  만난다고는 했지만 사실 처음엔 목소리만 듣고 이야기와 쪽지, 사진만 오가는 사이다.  티격태격 작은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지만 어느 새 정들고 서로가 궁금해지는 친구가 된다.  그러다가 새달이와 마달이는 결국엔 랑랑별에 놀러갈 수 있게 되는데, 랑랑별은 자연과 어울리고 밥상에 반찬 세 가지만 놓으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아이들은 모두 고루고루 먹고 열심히 일하고 뛰어놀고 공부는 학교에서만 해도 되는(p.120) 아름다운 별이다.  권정생 선생님이 이상향으로 생각한 곳이 바로 랑랑별인 것 같고 어쩐지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을 랑랑별에 가면 만나뵐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린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셨기 때문인지 책  곳곳에서 어린이와 어린이가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사랑과 염려가 드러난다. 
“맞아요, 일은요, 사람이 땀 흘리며 열심히 해야 해요.”(p.186)라든가,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살아야 한다.“(p.180), "그래, 그게 정상이야. 열 살이면 아무것도 모른 채 즐겁게 뛰어놀며 살아야 한다고 돌아가신 고조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 그러셨거든.  그 할아버지는 맞춤 인간이니, 로봇이니, 과학이 너무 앞서 가는 걸 반대하셨어.  사람은 순리대로 태어나서 자라야 한다고.”(p149)와 같은 말씀은 사람의 편의대로 어린이의 삶은 물론이고 자연과 세상을 억지로 부자연스럽게 변형시키려는 인간의 오만을 꾸짖는 것만 같다. 

아름다운 그림자극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정승희 님의 그림은 동화의 맛을 더욱 끌어올려 준다.  하지만 읽으면서 좀 염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요즘 아이들에게, 특히 도시에 사는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뒤돌아볼 틈도 없이 눈부시게 발달해가는 과학문명에 대한 경계심, ‘훌륭하게 잘 사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 자연과 생명에 대한 존중, 어른들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본성이 이야기 속에 드러나 있지만 새달이와 마달이의 사는 모습이 우리 아이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 좀 아쉽다. 

마지막 동화를 남기면서 권정생 선생님은 책 머리말에 동물 복제에 대한 반대 글을 남기셨는데 그 반대의 이유가 권정생 선생님답고 명쾌하다.  “잘생겼든 못생겼든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야”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가장 근본을 맑게 들여다보시는 분이 하실 수 있는 말씀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동화가 “그다지 잘 쓴 동화 같지는 않”아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까지 하셨다.  그런데 솔직히 사과하셔야 할 만큼 재미가 없지는 않다.  특히 뒤쪽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흥미로워지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담뿍 묻어나서 읽는 동안 아주 포근했다.

아이들은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본다. 사랑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인지 자기를 예뻐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 동화를 쓰신 분은 우리를 정말 사랑하시는구나, 하고.  좀 억지스러운 주장일지도 모르지만, 그 사랑을 느낄 줄 아는 아이들이라면 말투가 좀 어색하다든가 하는 문제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라는데, 바로 여기 이 책 속에 권정생 님의 어린이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이 녹아있으니 말이다. 새삼 그 분이 그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월 20일

1. [빌린책/헤인동53] 잠깐만, 잠깐만 (미야니시 다츠야 글,그림/한국헤밍웨이)
2. [빌린책] 공주님과 드레스 (슈 히입 글,그림/중앙출판사)

7월 21일

1. [도서관에서] 달과 숨바꼭질 (프랭크 애시 지음/마루벌)
2. [도서관에서] 꼴찌 강아지 (프랭크 애시 지음/마루벌)
3. [도서관에서] 그림자가 따라와요 (프랭크 애시 지음/마루벌)
4. [도서관에서] 까만 크레파스 (나카야 미와 글,그림/웅진주니어)
5. [도서관에서] 예방주사 무섭지 않아 (후카미 하루오 글,그림/한림출판사)
6. [도서관에서] 애완동물 뽐내기 대회 (애즈라 잭 키츠 지음/비룡소)
7. [도서관에서] 뻐드렁니 코끼리 (윤미숙 그림/김중철 엮음/웅진주니어)
8. [빌린책] 안녕, 우리 집 (프랭크 애시 글,그림/마루벌)

나는 <만국기 소년>이랑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를 읽었다.  오랜만에 동화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까만 크레파스>는 도서관에서 읽고는 유빈이가 빌려가자고 해서 대출받아 왔다.  집에서도 두어 번 더 읽었다.  유빈이는 요즘 도서관에 가면 프랭크 애시의 책을 한 두 권쯤은 꼭 읽고 오는 것 같다.  <안녕, 우리 집>은 도서관에 가면 읽곤 했던 책인데, 그 책도 빌려가자고 해서 빌려왔다. 
이제 빌려 갈 책을 자기가 선택하기 시작한 유빈이, ㅋㅋㅋ 좋은 현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다는 것.  어느 분 말씀처럼 책 읽기도 교육이 된 세상에서, 순수하게 마음을 쏟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온갖 단체에서 추천도서목록이 발표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신간이 쏟아지고, 읽어야 할 책이 책장에 빼꼭하게 쌓여가는 요즘, 나의 마음과 책의 마음이 맞닿는 독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어떤 작은 의도도 숨어있지 않은 책 읽기, 갑자기 그게 참 그리워졌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유은실’이라는 작가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에 새로운 작가의 책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낯선 작가의 책을 읽고 이만큼 뿌듯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이 사람,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 책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어깨에 팔을 두르는 순간, 잠자리에서 이불을 덮고 누웠을 때 곁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책이 노래를 불러주는 그 순간을 아는 사람.

비읍이가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린드그렌 선생님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읽고난 후 ‘그 때 누가 와서 “이 책에서 어떤 점이 가장 좋았나요?”하고 물었다면 나는 아무 말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 빠지는 것‘이 뭔지 가슴과 머리로 깨달았다.’(p.16)고 말한다.  '책에 빠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은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비읍이는 린드그렌의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가고,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자신의 슬픔을 위로 받는다.  그래서 비읍이는 ’나도 가슴 깊은 곳에 쓸쓸함을 잔뜩 갖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린드그렌 선생님의 이야기들이 그것들을 조금씩조금씩 갉아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중략)  그리고 결심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쓸쓸함을 갉아먹는 린드그렌 책벌레를 엄마랑 지혜한테 옮기기로 말이다.‘(p.168)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교육’이라는 게 얼마나 우스운 용어인지 잘 알 것 같았다.  책 읽기는 교육이 될 수 없다.  책 읽기는 가르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책 읽기는 나와 책이 마주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비읍이처럼 책에 푹 빠져드는 경험을 하고 나면 저절로 자꾸 다시 하고 싶어지는 즐거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  넘쳐나는 책 속에서도 책과 만날 수 있는 여유를 잃어가는 요즘의 아이들이 떠오른다.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와 상처를 해결하고, 타인을 이해할까, 궁금하다.

아이들과 꼭 만나게 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 속 ‘그러게 언니’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언니’가 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 버렸지만, 그러게 아줌마나 그러게 할머니라도 괜찮을 것 같다. 

린드그렌 선생님은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멋진 팬레터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 팬레터를 읽어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니 너무나 안타깝다.  내가 만약 린드그렌이라면 이 책으로 인해 인생이 천 배쯤은 더 행복해졌을 것 같다. 

그리고 난 ‘유은실’이라는 작가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더 이상 낯설지 않게 그녀의 책을 망설임 없이 뽑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참 행복했다.  그 행복함으로 이 세상에 있는 아름다운 모든 책들과 그 책들을 써준 작가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