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똥?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한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그림책의 소재로 똥이 인기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온갖 종류의 똥들을 그림책들 속에서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재미있어 한다.  '똥'이라는 말만 듣고도 자지러지게 웃어대곤 한다.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경우가 아마도 아이의 배변습관 형성과 관련된 이야기 속에서가 아닐까 싶다.  이 그림책도 금붕어, 염소, 애벌레, 코끼리의 똥이 등장하고 아이가 건강한 똥을 누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그런데 금붕어 똥과 애벌레 똥을 그림책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그림도 검정색의 굵은 테두리선이 둘러친 단순화된 그림이라 오히려 아이들이 보기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하려는 것들이 강조가 될테니까 말이다. 

22개월이된 비니는 아직 배변훈련에 들어가질 않았다.  내가 너무 느긋한 걸까? 별로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도 화장실 변기를 보면 자기도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 보다. (아기변기조차도 장만해주지 않았다)  괜히 쉬~쉬~하며 앉혀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앉히면 가끔 성공하기도 한다. 

따로 배변훈련을 하지 않았는데도 가끔씩 그런 의사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배변훈련과 관련된 그림책들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특히나 배변훈련 그림책들 중에서 재밌어 하는 그림책이다.  얼마전에 다른 그림책을 보았는데 문장이 너무 길고 많아서 아이가 잘 보려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그림책에서 리듬을 타는 짧은 글과 단순한 그림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배변훈련에 대한 은근한 압박을 아이에게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엄마들은 고민이다. 그림책에게 모든 걸 맡길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해보긴 해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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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0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6-12-1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마음 느긋하게 그냥 기다리고 있어요. 때 되면 다 하겠지.. 하면서. ^^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구판절판


의심을 인생철학으로 선택하는 것은, 운송수단으로 '정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45쪽

신은 '궁극적인 실체'이자 존재를 떠받치는 틀이건만, 마치 신의 힘이 약해서 자기가 도와야 된다는 듯 나서서 옹호하는 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중략)
이런 자들은 겉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신을 옹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분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는 것 모른다. 바깥의 악은 내면에서 풀려나간 악인 것을...... 선을 위한 싸움터는 공개적인 싸움장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있는 작은 공터인 것을.... 과부와 집 없는 아이들의 운명은 너무 힘들다. 그러니 독선적인 자들이 편들어주러 달려갈 곳은 신이 아니라 그런 이들인 것이다. -96쪽

사람들은 조바심에 시달려 이주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무것도 못 얻을 거라는 불안감이 야금야금 파고들어서. 일 년 걸려 쌓은 것이 남의 손에 하루 만에 무너지리라는 불안감 때문에. 장래가 꽉 막힌 것 같아서. 본인은 괜찮지만 자녀들은 그렇게 살면 안되겠기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 때문에. 행복과 번영을 다른 곳에서만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107쪽

그는 수줍은 사람이다. 그는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랑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109쪽

어떤 이들은 한숨지으며 생명을 포기한다. 또 어떤 이들은 약간 싸우다가 희망을 놓아버린다. 그래도 어떤 이들은 - 나도 거기 속한다 -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운다. 어떤 대가를 치르든 싸우고, 빼앗기며, 성공의 불확실성도 받아들인다.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 그것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다. 놓아버리지 않는 것은 타고난 것이다. 그것은 생에 대한 허기로 뭉쳐진 아둔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188쪽

근본을 흔드는 공포, 생명의 끝에 다가서서 느끼는 진짜 공포는 욕창처럼 기억에 둥지를 튼다. 그것은 모든 것을 썩게 한다. 그것에 대한 말까지도 썩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힘껏 싸워야 한다. 거기에 말의 빛이 비추도록 열심히 싸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피하려 하고 심지어 잊으려 하는 고요한 어둠으로 다가오면 우리는 더 심한 공포의 공격에 노출된다. 우리를 패배시킨 적과 진정으로 싸우지 않았으므로. -204쪽

내가 겪는 고통이 있는 모습 그대로 보였다. 유한하고 미미했다. 그리고 난 아직 존재했다. 괜찮았다. (저항심이 일어나는 것은 한낮이었다. "안돼! 안돼! 아니야! 내 고통이 중요해. 난 살고 싶어! 내 인생을 우주와 섞어 생각할 수밖에 없어. 삶은 엿보는 구멍이야. 광활함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입구란 말이야. 사물에 대해 갖고 있는 이 순간의 복잡한 시각을 품고 살 수밖에 없잖아? 이 작은 구멍이 내가 가진 전부인데 어쩌겠어!")-222쪽

신을 믿는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고, 마음을 풀어 놓는 것이고, 깊은 신뢰를 갖는 것이고, 자유로운 사랑의 행위이다. 하지만 때로는 사랑하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때로는 내 마음이 분노와 절망과 약함으로 급속히 가라앉아서 태평양 바닥에 처박힐 것 같았다. 거기서 다시 올라오지 못할까 두려웠다.
(중략)
절망은 빛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무거운 어둠이었다. 그것은 이루 표현 못 할 지옥이었다. 그것이 늘 지나가게 해주시니 신께 감사하다. (중략) 어둠이 휘휘 젓다가 결국 물러갔고, 그 때마다 신은 내 마음에 환한 빛으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계속 사랑하면 됐고. -260쪽

구명보트에서의 삶은 생활이라고 할 게 없다. 그것은 몇 개 되지 않는 말을 가지고 하는 체스 게임의 마지막 판과 같다. 구성요소는 더할 수 없이 간단하고, 판돈도 크지 않다. 생활은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고, 정신적으로 죽어간다. 살아나고 싶다면 적응해야 한다. 많은 것이 소모된다. 가능한 곳에서 행복을 얻어야 한다. 지옥의 밑바닥에 떨어져서도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지어야 한다. 그러면 지상에서 가장 복 받은 사람이 된 기분이 된다. 왜일까?-270쪽

상황이 좋을 때는 기분이 처지고, 상황이 나쁠 때는 기운을 낸다. 나 같은 처지가 되면, 당신 역시 기운을 낼 것이다. 상황이 나쁠수록 정신은 위로 오르고 싶어하는 법이니까. 그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끊임없는 고난 속에서 슬프고 절망적일 때, 신께로 마음을 돌려야 했다. -352쪽

인생에서 일을 알맞게 마무리 짓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만 놓아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지 못하면 우리는 꼭 해야 했지만 하지 못한 말을 남기게 되고, 후회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작별인사를 망친 일이 오늘날까지도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다. -354쪽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 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3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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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알라딘에 서재를 트기 시작한지 한 달 반정도가 된 것 같다.  최근의 일인데도 내가 왜 갑자기 책을 사는 용도로만 이용했던 사이트에 서재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쩌면 비니가 태어나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살고 있는 나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서인지도 몰랐다. 

나 자신이 꼭 비누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조금씩 조금씩 닳고 닳아서 어느틈엔가는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머릿 속으로는 나 자신을 달랬다.  비누같으면 어떠랴.. 닳고 닳아가면서 내 아이들 우리 가족 잘 돌보면 그것도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 아니냐..

이사를 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집 안에 갇혀있었다.  집을 벗어나면 길이라는 길은 모두 낯선 길이었고, 도로를 다니는 버스 노선도 하나 아는 것이 없었다.  아기를 데리고 나설 곳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내가 사람을 그리워하다니.. 그것도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그냥 아무라도 라는 마음으로. 

그래서였을 거다.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누군가가 들려주는 사람의 말이 그립다면 책을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업고 재우면서, 새벽에 압력밥솥에 김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씽크대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허겁지겁 책을 읽는다.  누군가 내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서 듣기 좋았다.  그 이야기가 그대로 그냥 사라지게 하기 싫어서, 내 정신없는 일상에 묻혀 그냥 잊혀지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서재를 만들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난 쫓기듯이 서재에 글을 올린다.  늘 부족함을 느낀다.  책을 읽고 내 안에서 그 이야기가 숙성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를 갖지 못한다.  느낌이 온전히 스며들기도 전에 서둘러 내뱉어 놓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나만의 서재니까 괜찮을 거라고,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볼품없는 서재를 누가 아는 척이라도 할라구.. 내가 도둑고양이처럼 남의 서재들을 들락날락거려도 아무도 모를걸..

그런데 초라한 내 서재에도 누군가 찾아오는 흔적이 보인다.  그 흔적이 고스란히 수치로 보이니 대단한 수치는 아니더라도 내겐 묵직한 무게로 다가온다.  내 서재 옆에 또 다른 이의 서재가 있다.  벽 너머로 소곤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제 내가 비누같다는 생각은 그만두었다.  정신없는 내 하루하루의 생활이 질서정연하게 정돈된 것은 아니다.  그저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사람들의 목소리도 정겨워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항상 소모되기만 하고 채워지지 않는 것 같은 갈증은 사라졌다.

부디 이 서재를 찾아오는 분들이 서재의 허접함을 너무 실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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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12-11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누가 실망을 해요.. 기분좋은것을요..
님의 글을 보며 공감할수 있어 참 좋아요..몇번 고개 끄덕이며 나도 이러는데 하다가 ....전 이마을 서재가 참 좋아요. 아늑하고 내 안방에 푹 쑤셔박혀 있는듯한 편안함도 좋구요..늘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만남으로 더욱 즐거우시길.

섬사이 2006-12-1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마워요.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뒷표지에 적힌 글 "캐나다를 향해 가던 화물선이 대양 한가운데서 침몰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은 열여섯 살 인도 소년 파이는 간신히 구명보트에 오르지만 보트에는 하이에나 한마리, 오랑우탄 한마리,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한 마리, 그리고 200킬로그램이 넘는 뱅골 호랑이 한 마리가 올라타 있었다 오, 신이시여...."

이 부분을 보고 난 상상했다.  뭐, 이렇게 어이없고 황당한 설정이 다있어? 이것도 요즘 유행하는 환타지 동화 종류인가 보구나. 틀림없이 파이라는 어린 소년이 동물들과 텔레파시같은 게 지지직 하고 통하면서 보트위에 에덴동산같은 공간을 꾸며가는 모양이지..아니면 함께 작가의 상상력이 펼쳐 낸 섬같은 데에서 함께 모험을 하거나.  이렇게 생각했다. 

책의 앞부분 , 파이라는 소년은 동물원 집 아들이였다.  (동물원 집 아들이라.. 동물들과 교감을 주고 받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군..)  거기다 이 파이라는 소년은 힌두교 신자이자, 천주교 신자이며 이슬람교도이다.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은 무신론자다. 이런 상황을 어이없어하는 사람들에게 파이는 대답한다.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예요."라고,, 한 술 더떠서 '힌두교도들도 사랑의 용량에 있어서는 대머리 기독교도들과 같고, 이슬람교도들이 모든 사물에서 신을 보는 방식이 수염 남 힌두교도와 같으며, 기독교도들이 신에게 헌신하는 마음은 모자를 쓴 이슬람교도와 같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난 생각했다.  서너가지 종교를 한꺼번에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세계역사에서 사람들이 자기들의 이기심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저지른 만행이 한두가지던가.  사람들이 서너가지 종교를 한꺼번에 가진다면 세계역사는 바뀌지 않았을까? 목요일은 힌두사원에가고 금요일엔 이슬람사원에, 토요일은 유대회당에, 일요일엔 교회에가고, 월요일엔 절에 가고... 일주일이 정말 거룩하고 성스러울 것 같다.  파이는 신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데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소년이다.  세상에 대한 경외감과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힘의 원천은 아마 그런 남다른 신앙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여기까지 읽을 땐  작가가 꽤 신선한 발상을 했군 하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문제의 화물선 침몰 사고 이후 이야기는 웃을 수 없게 전개된다.  이건 환타지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 벌이는 열여섯살 소년 파이의 227일간의 처절하고 잔인한 모험담이다.  아니 모험담이라는 말도 이 책의 내용에 비하면 너무 낭만적이다.  채식주의자였던 파이는 생존을 위해 변한다.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파이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건 파이를 생존하게끔 만드는 힘이 된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견뎠을 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할께. 약속한다구!"

또 하나의 힘을 이야기 하자면 그건 파이가 가지고 있던 신에 대한 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족을 잃고 홀로 조난을 당한 어린 소년이 극심한 공포와 절망 속에서 기댈 곳이라고는 신 뿐이었을 것이다.  '신이 나와 함께 하는 한 난 죽지 않아'라고 외치면서 '끊임없는 고난 속에서 슬프고 절망적일 때, 신께로 마음을 돌려야 했다'고 고백한다.

삶이 질기고 든든한 등산용 베낭처럼 우리 등에 착 달라붙어 메고 다닐 수 있을 때라면 몰라도 여기엔 환타지가 끼어들 틈이 없다. 읽으면서 삶이라는 것이 서늘한 칼자루 같이 느껴졌다.  더없이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우리 각자에게 맡겨진 칼 한자루.

우리도 매일 보트에 오른다.  늘 누군가가 함께 타고 있다.  보트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무도 모른다.  삶이라는 게 늘 그랬으니까.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처럼 내 삶에 위협적이지만 그래서 더 긴장하고 열심히 살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하이에나처럼 탐욕스러운 사람도 있다.  때론 마음에 내키지 않지만 냉정하고 잔인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도 생기고, 비상식량처럼 소중한 것들을 함께 나누어야 할 때도 있다.  바다 위로 벼락이 떨어지고 상어 떼가 나타나고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칠 지도 모를 일이다.  넓은 태평양 작은 보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통과 절망을 이겨낸 파이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싸우고 빼앗기며 성공의 불확실성도 받아들여가며 놓아버리지 않끝까지 싸우는 것,  인생에서 일을 알맞게 마무리 짓는 것, 그것이 파이가 우리에게 던지는 삶의 비법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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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밥이다 - 엄마가 읽는 수학책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함께도서관 6
강미선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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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거르지 말고 때 되면 꼭 챙겨먹어야 하는 밥같은 거란다.  참 지겨운 이야기다.  내가 엄마라서 그렇지,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수학을 밥같이 생각하라면 밥조차도 싫어질 것 같다.  그래도 맞는 말이니까 쓴 소리긴 하지만 삼키는 수 밖에 도리가 없을 듯...

난 수학이라면 지독한 열등감을 가진 엄마다.  중학교 때 좀 유별난 수학선생님을 만나 철없는 마음에 선생님 싫다고 공부까지 놓아버린 얼치기였다.  우리 아이를 나같은 얼치기로 만들면 안되겠어서 읽어보게된 책이다.  모방송 프로그램에 이 책의 저자가 나와서 아이들 수학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본 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이런 나에게 저자는 '엄마 혹은 아빠가 수학을 잘 못했던 것이 아이에게 내림이 될까봐  걱정을 하면서 더 많이 시키거나, 아니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에게까지도 수학에 대해 무신경하든 간에, 수학이 맨처음부터 '공부'로 부담스럽게 다가왔던 아이의 경우는 그 후유증이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수학을 잘 못했거나 싫어했던 분들은, 무조건 피하거나 무조건 공부하라고 강요만 하지 마시고 아이의 특성에 맞는 방법을 택하시는 게 좋습니다.'라고 조언한다.

말이야, 쉽지.  나도 첫째, 둘째 애 다 내가 끼고 가르쳐 봤지만 수학이야 문제 많이 풀고 연습시키는 게 최고 아닌가? 아이의 특성에 따라 골라서 적용할 만한 방법이 몇가지나 된다고? 그리고 사실 내아이 가르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수학문제라고는 하지만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인 문제는 정답 풀이집이라도 슬쩍 미리 컨닝을 해두지 않으면 애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이쯤에서 저자의 한마디는?

"학부모가 학교 수학에 통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엄마한테 수학 자체보다는 '수학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매일매일 배우는 것은 지식 자체라기보다는 그 지식을 대하는 태도와 지식을 얻는 방법입니다.  그런 것이 체질화되어서 결국 사고방식을 지배하게 됩니다.

어려운 수학 내용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엄마가 수학박사라 해도 아이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하고 깨달아야 하는 사람은, 바로 아이 자신이니까요. 공부하는 것은 '습관'이고 습관을 만드는 것은 학원이나 학습지가 아니라 부모와 함께하는 '일상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서 '수학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다고? 으아, 그렇다면 큰일이다.  수학은 끝끝내 내 인생의 발목을 잡은 웬수고 보다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던 학창시절에 어두운 먹구름을 드리운 악마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계산하는 것을 넘어서 수학에 대해 좀더 폭넓게 생각해 보면, 오늘 하루를 보낼 계획을 세우는 것도 수학이고, 자기가 해야할 일과 못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등을 구별하는 것도 수학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것들은 '수'를 넘어선 수학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계산에만 너무 몰두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학은 계산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주지시켜 주고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해 내도록 해야 합니다. "

자, 이 책에 대해서 감을 잡으셨는가... 이 책에는 수학공부에서 반복이 중요한 지 어떤지, 계산이 전부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선행학습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연산학습지는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틀린 문제에 대해 엄마는 어떤 태도로 반응해야 하는지 등이 설명되어 있다.  마지막 장은 '유아수학지도의 실제"라는 제목으로 유아에게 수학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유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은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와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선 어떤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설명하고 있다.  수학은 우리가 필사적으로 무찔러야할 괴물이 아니라고 말이다. 

"아이가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못가지고는, '정답을 내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는 오답을 낸 이유(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 답에 나름의 일리가 있는 건 아닌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엄마'라는 환경과 '반복하다보면 혹시 이치를 깨닫지 않을까에 목매는 엄마'라는 환경의 차이에서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많은 엄마들은 일상생활에서 아이를 수학적인 세계에 동참시키지 않고 '수학'을 따로 떼어놓고 '가르치려고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가 받아들이는 수학은 한정될 뿐만 아이라 지속적이기도 힘들고 그 생명력도 길지 않습니다.  수학은 생활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 강미선씨가 펴낸 수학책이 몇권 더 있다. 이 책은 수학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 다른 책들은 보다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것들 같다.  아이들 수학을 어떻게 공부시켜야 할까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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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12-08 0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이든 재미를 붙여야 하는데 말이지요..

섬사이 2006-12-0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라면 아이도 즐겁고 보는 저도 흐뭇할텐데.. 언제까지 교육제도 탓을 하며 맥빠져해야하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