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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백작과 악어 스테이크
이향숙 지음, 강경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에 별 기대도 하지 않고 사준 책이었다. 아마도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아들녀석이 책 제목을 보고 사달라고 졸랐던 건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많은 우리 딸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아이들이 갖고 있는 유치한 호기심들을 자극하는 책이 아닌가 싶어서 좀 망설였던 것 같다. '오싹오싹 공포체험'같은 류의 그런 책들처럼.
지금은 아이 작은 아이 모두 좋아하는 책이다. 지금까지 몇번을 읽었는지.. 아마 두아이 모두 최소한 너댓번은 읽지 않았을까 싶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고 또 꺼내보고..
이 책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첫장에 나오는 이탈리아의 피자와 파스타 이야기를 하면서 맨 앞에 이탈리아 지도가 나오고 역사가 간단히 소개 된다. 책 가장자리에 이탈리아의 공식이름, 면적, 인구, 언어, 수도 등이 따로 박스 처리되어 적혀있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음식 소개. 오늘날 세계 최고의 요리로 꼽히는 프랑스 요리도 이탈리아의 요리에서 유래된 거라고 하면서 피자와 파스타가 맨처음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으며 어떻게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대표피자라는 마가리타 피자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13개국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 다음장에는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요'라는 제목 아래에 햄버거와 돈가스, 아이스크림, 초콜릿, 껌, 커피, 샌드위치... 등등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3장에서는 지구촌 엽기음식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독거미 구이, 철갑상어 알, 악어 스테이크, 곰 발바닥, 말고기, 흰개미 등등이 그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 독일맥주가 그 유명세에 비해 미국맥주처럼 전세계에 널리 퍼지지 않은 이유라든가, 예전에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에 다섯끼를 먹었다는 것, 세계라면협회가 지정한 '인스턴트 라면의 날'이라는게 있다는 것,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이 만들어진 유래, 햄버거가 중앙아시아 초원에 살던 몽골계 기마민족 타타르족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것, 아이스크림이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으로 인해 서양에 소개된 사실, 껌이 비행기 사고를 막은 사실, 커피의 원산지가 에티오피아이며 브라질과 콜럼비아가 세계최대의 커피생산국이 되기까지의 과정, 케첩이 중국 양념이라는 것, 캐비어를 먹을 때는 금속으로 된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곰 발바닥 중에 오른쪽 앞발바닥이 가장 맛있다는 것,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길에서 동상에 걸린 말의 궁둥이살을 베어 소금대신 화약을 묻혀 먹으며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는 것, '캥거루'가 '나도 모르다'라는 원주민들의 말이라는 것....
그러고 보니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것들이 꽤 많다. 읽고 나니 꼭 전세계를 누비다 온 것 같다. 이 책이 '음식으로 떠나는 재미있는 세계사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세계사 보다는 음식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세계사에 대해 깊은 지식을 얻게 될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음식문화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세계가 좀더 내 가까이 와있는 느낌을 얻게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도록 하고 나면 아마도 부모님들이 조금 피곤해질 수도 있겠다. 부모 앞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새롭게 얻은 신기한 지식들을 과시하려고 계속 말을 걸테니까.
"엄마, 그거 알어? 케첩이 어느 나라 음식인지.." 하면서.. 엄마가 모른다고 도리질을 하거나 얘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하는 뜨악한 표정을 하면 아이들은 엄마도 모르는 걸 자기가 안다는 사실에 콧대를 높이며 설명하려 들테니... 뭐, 좀 피곤하더라도 열심히 들어주자. 책을 읽더니 우리 00, 엄청 유식해졌네 하고 칭찬도 해주면서..
혹은 "엄마, 우리도 캐비어나 푸아그라 좀 먹어보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재밌어하지만 엄마들은 여러가지로 피곤해질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을 아이들에게 줄 때, 우리 엄마들은 박0스라도 몇 병 미리 준비해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