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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아이들 - 웅진 푸른교실 3 ㅣ 웅진 푸른교실 3
황선미 지음, 김진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소극적인 성격을 가지 민서. 맘에 드는 친구가 생기면 그림공책 하나 만들어 거기에 그 친구의 모습만 잔뜩 그려놓는 아이다. 다가가 친구하잔 말은 꺼내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에게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되는 일은 아주 특별한 행사다. 생일파티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밌게 놀아도 좋은 이벤트라서가 아니다. 그런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다는 것이 내가 친구들에게서 따돌림당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뜻이고,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친구에게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래서 내가 꽤 괜찮은 아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샌님'소릴 듣는 민서는 좋아하는 친구 성모의 생일에 초대받지 못한다. 너무 너무 속상해 죽겠는데 엄마마저 자꾸 짜증을 내며 화를 돋군다. 그러던 어느날 책가방에서 발견된 분홍색 초대장. 누구의 것일까..
드러나는 성모의 실체(?)에 실망하지만 민서는 성모의 생일파티를 통해서 마음을 볼 줄 아는 다른 좋은 친구를 얻는다. 인기 많은 보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줄 줄 아는 친구가 더 좋은 친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 거다.
읽으면서 민서 엄마가 참 멋진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아들과 남편에게 서운함이 컸을텐데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무척 산뜻했다. 성모 때문에 속상해 하고 있는 민서에게 성모를 그려놓은 그림공책을 선물로 주라고 조언한다.
"민서야, 이건, 멋지게 화내는 방법이기도 해. 더 잘해 줘 버리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참 멋진 엄마다. 아이에게 그런 지혜를 가르쳐줄 수 있다니~!!!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도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시대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물을 할 땐 그냥 물건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것을 선물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는 선물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민서는 성모의 생일초대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더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이 책을 읽는 우리 아이들도 그렇고.
황선미님은 그냥 생각치 못하고 지나쳐버릴 수 있는 아이들의 마음과 일상생활들을 참 잘 잡아내는 분이다. 그래서 어른이 읽으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 하나를 얻은 듯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