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차에 올랐다.  날씨 한 번 기막히게 좋았다.

늦은 아침을 먹고 인천으로 출발,  우리의 15년 단골냉면집에 가서 냉면과 수육으로 배를 채웠다.

아는 분네 화원에 가서 꽃을 준비해야지. 어버이날인데..

올해 카네이션 작황이 나쁘단다. 

국산 카네이션은 20송이에 5만원을 호가한다고.

카네이션 화분바구니가 작은 건 7000원, 큰 건 10000원...

고민하다가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라고 쓰여진 리본을 달은 예쁜 양란 화분을 사기로 했다.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깎아줘서 3만원이랬다.

거기에 시할머님 드릴 꽃화분 두 개와 뽀가 원했던 피망모종을 공짜 선물로 받았다.

작년 어버이날에 꽃을 사러 갔을 땐 화원에 불이 나는 바람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며 힘들어했었는데

올해는 옆 화원까지 넓혀 오히려 사업을 확장했고,  집도 더 좋은 데로 이사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어서 기분이 더욱 좋았다. 

사업확장기념으로 남편과 나는 "말발돌이"라는 화초 세 화분을 샀다. 

정말 열심히 사는 부부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시댁에 가서 어머님 아버님과 저녁을 먹고, 쌀이며 쑥가루며 애들 용돈이며 또 한 가득을 얻어왔다.

10일에 중국여행을 떠나실 예정이시라 어버이날 겸 여행 여비겸 해서 준비한 봉투가 어머님이 싸주시는 한보따리 선물에 비해 너무 성의없어 보여 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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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05-0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의가 없으시긴요.. 어른들께서 다 아시지요..
15년이나 다니신 냉면집.. 얼음 둥둥 뜬 냉명 먹고 싶어요~~ >.<

홍수맘 2007-05-07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냉면먹고 싶어요.

섬사이 2007-05-08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내리사랑의 농도를 아랫사람의 치사랑이 앞설 수는 없겠지요.^^ 날이 워낙 더워서 냉면 생각이 절로 나더라구요.

홍수맘님, 날씨가 너무 덥죠? 여름이 너무 성급하게 찾아온 것 같아요. 조금은 더 봄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뽀는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다.

나는 누나 자전거나 아빠 자전거를 손봐서 타라고 했다.

남편이 나가서 자기 자전거 - 타지 않고 방치한지 오래되어 낡고 녹슨 - 의 안장을 낮추고

물걸레로 닦고 바퀴에 바람을 넣어서 뽀더러 타라고 줬다.

뽀, 새 자전거는 아니지만 신나게 아파트 단지 안을 몇바퀴 돌았다.

지니는 중학생이라 이젠 어린이가 아니고, 비니는 아직 아기라 어린이가 아니라고

어린이날 아무 것도 안해줬다. ㅋㅋ

대신 뽀를 "어린이"라고 부르며 심부름도 면제해주고 밥도 더 많이 퍼주고 다른 날보다 더 많이 포옹해줬다.

어린이날인데..하며 투정을 부리면

너희는 365일 어린이 대접 받으면서 또 어린이날 하루는 특별히 더 받으려는 건 부당하다고 외쳤다.

어린이날 3일 후가 어버이날 이라는 걸 기억하라며 협박도 했다.

우리집 어린이날은  다섯식구가 뒹굴거리기도 하고 열띤 공방전도 벌여가며 저물어갔다.

그 흔한 피자 한 판 치킨 한 마리도 없이.

애들이 크니까 이렇게 뻔뻔해질 수 있는 게 좋았다.

뻔뻔해진 엄마아빠를 웃음으로 받아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했다.

꼼짝도 하기 싫었던 어린이날을 이렇게 넘기고 우리 가족만의 어린이날을 다른 날로 계획하며

낄낄거릴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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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05-0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정성이 자전거가 없어져서 동네 한바퀴 다 돌아서 결국엔 찾아왔죠.
도대체 누가 9층까지 올라와서 자전거를 훔쳐가는건지.. --++
당장에 자물쇠 사다가 달았어요.
(어린이날과 전혀 상관없는 댓글이었슴다 ^^;;)

홍수맘 2007-05-07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언젠간 그렇게 방콕으로 어린이날을 보낼 수 있겠죠?

섬사이 2007-05-08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정성이가 참 속상했겠네요. 남자 아이들의 자전거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던데.. 찾았다니 참 다행이예요. 그런데 자전거에 자물쇠 채우고 풀고 하는 일도 참 귀찮은 일이죠?

홍수맘님, 그럴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크는 거 금방이잖아요. ^^
 

지니 시험이 끝난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중간쯤 어디에서
"엄마, 나 수학 시험 망쳤어."하고 전화를 했다.
"괜찮아.  됐어. 걱정하지 말고 얼른 와."
집에 와서는 평균 계산해 본다고 법석 떨고, 수학이랑 체육이 평균 점수 다 깎아 먹었다고 울상짓고 앉아 있더니  잠시 후.

"엄마, 친구들이 스파이더맨 보러 가자는데 갔다와도 되지?" 한다.
그러라고 허락해줬더니 식탁에 앉아 밥먹으면서 친구랑 문자 주고 받더니 금방 헤헤헤호호호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첫 운동회 때, 달리기에서 지니는 꼴등을 했다.
손등에 1,2,3 도장을 찍고 신나하는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과 빛나는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다는 좌절감 때문에 지니는 화가 나있었다. 
점심시간에 돗자리에 앉아서도 내내 입이 나와 있는 지니에게 내가 했던 말은,

"지니야, 너 달리기에서 꼴등한 거 가지고 그렇게 서운해 하지마.  네가 달리기를 못하는 건 너가 진짜 엄마아빠 딸이라는 확실한 증거야.  엄마 아빠가 다 운동을 못하고 달리기를 못하는데 네가 달리기를 잘하면 그건 정말 이상한 거잖아.  엄마도 너도 네가 달리기에서 꼴등한 걸 기뻐해야 해.  병원에서 애가 바뀌지 않았다는 거니까."

그 때 지니는 어렸는데도 엄마의 이 농담같은 위로가 효과가 있었나보다.   그 후로 꼴찌를 해도 그다지 속상해 하지 않았던 걸로 보면..  

이 둔하기 그지 없는 운동신경 외에도 지니가 유전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는 것이 또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모자라는 이과적 두뇌다. 

지니는 스파이더맨 3를 재미있게 보고 망친 수학시험점수를 훌훌 털어버렸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선천적인 모자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걸까? 

스파이더맨의 "WHO AM I?"에 지니도 그럴 듯한 대답을 발견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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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05-0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이야 잘볼때도 있고 망칠때도 있는것..
그렇지만 달리는 영원히 잘 못 뛴다는 것... ㅠ.ㅠ
(저도 우리집 지성정성도 정말 못뛰어요... --;;;)

홍수맘 2007-05-0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우리집이랑 똑같네요. 저희 부부도 영~ 운동신경은 둔하거든요. 제가 초등학교다닐때 오래달리기 종목에 모든 학생이 출전하도록 했었는데 제가 심하게 꼴지로 뛰었거든요. 그때 방송에서 "야, *진우 뛰어! 뛰어!" 하는 담임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왔었답니다. 울엄마 요즘도 가끔 그 얘기를 하시면서 웃으신답니다.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세요? ㅋㅋㅋ

섬사이 2007-05-0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맞는 말씀이예요. 시험이야 잘 볼 때도 있고, 망칠 때도 있죠. 인생에 시험이 한 번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달리기는 정말 극복이 안되더이다. ㅠ.ㅠ

홍수맘님, ㅎㅎㅎ 저는 달리기 뿐만이 아니구요, 뜀틀, 철봉, 넓이뛰기.. 다양한 종목에 대한 다양한 안좋은 기억들이 저를 운동에서 더 멀어지게 하죠. 늘어나는 체중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말이에요. ㅠ.ㅠ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Philosophy + Film
이왕주 지음 / 효형출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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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해는 하지 말자.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화 자체의 틀 바깥에 나서서 이 모든 규칙, 질서, 원리 등을 깡그리 부수고 묵살하고 위반하라고 선동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에는 그 바깥이 있음을 깨우쳐주려는 것이며, 그 바깥으로 나서려는 의지와 안의 것들에 맞서려는 위반의 정열을 부추기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해방된 영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그래서 자신의 삶을 풍요하게 살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전략일지 모른다. -37쪽

도시든 시골이든 결국 아이들은 이 바깥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일하고, 쉬고, 타인과 만나고 헤어지고, 상승하고 몰락하는 곳은 모니터 속의 '바깥'이 아니라 목숨을 안고 뒹구는 바로 이 바깥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뛰어다니며 넘어져서 상처도 입어보고, 흐르는 피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버티는 법을 익혀야 한다. 미뤄봐야 소용없다. 손 안의 마우스처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는 저 냉엄한 바깥 세계와 마침내 화해할 때가 오고야 만다. -40쪽

우리가 바깥에 나섰을 때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길을 묻는 것'이다. 오래 헤매다가 지쳐버리는 것은 바깥에서의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 물론 우리가 길을 물을 때, 언제나 원하는 답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답을 얻지 못할 때조차 그런 실패를 통해 얻는 게 있다. 그러니 우리가 바깥에 나설 때는 겸손하게 길을 묻는 태도부터 배워야 한다.
(중략)
바깥은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우리를 기다리는 곳이 아니다. 때로 "여긴 당신이 찾는 게 없다"는 말을 듣고 힘없이 발길을 돌려야 할 때가 있으리라.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이제 다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기를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 -44쪽

사람이 나이 든다는 것은 바깥들과 만나는 기회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고, 철이 든다는 것은 그렇게 만나게 되는 바깥의 낯선 것들을 점점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성숙은 익은 감이 나무에서 떨어지듯 시간이 가면 저절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든 싸워서만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다.
그러니 먼저 바깥으로 나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을로 가서 이웃을 살피고, 또래들을 만나 자신을 돌아보고, 바깥 자체와 대화하고 소통하려 애써야 하는 것이다. (중략) 소통의 변함없는 비결은 배려, 사랑, 헌신이다. 얘들아, 바깥은 아주 가까이 있다. 컴퓨터 스위치를 끄로 창문만이라도 활짝 열어보렴. 창 밖에 서 있는 그 멋진 손님, 그게 바깥이다. -50쪽

어쨌든 진정으로 자유롭고 창조적인 주체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는 타인에 대한 '판단중지' 상태를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60쪽

근본적인 불행은 변신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61쪽

무엇인가 되고자 할 때 오직 하나 가능한 길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중략)
내가 여기서 '자신이 되라'고 한 것은 자기 존재를 긍정하라는 말 이외의 다른 게 아니다.
(중략)
자신의 존재, 자기의 현실을 외면한 채, 타자와의 불가능한 동화만을 꿈꾸며 시간과 기력을 헛되이 소모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내 존재의 가능성을 충분히 헤아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나 자신으로 당당히 남아 있는가. -70쪽

내가 이 세상과 진정으로 화해하기 위해 지금 멈춰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이제 시작해야 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105쪽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한다고 믿으면서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소유 앞에서 주저한다. -114쪽

시선이 비켜서면 마음도 비켜서게 마련이다. -124쪽

사람들은 '놓쳐버린 열차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쏠려 있거나 '새로 도착하게 될 열차에 대한 상상'으로 들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서 있는 현재라는 시간의 플랫폼을 바라보지 못하고, 역사 뒤로 늘어선 나무, 그곳에 불어오는 바람, 쏟아지는 햇살, 날아오르는 이름 모를 벌레들을 보지 못한다. '이미 없는 열차'와 '아직 없는 열차' 때문에 현재 있는 플랫폼과 역사의 풍경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없는 것 때문에 있는 것을 놓치는 셈이다. -135쪽

기술은 살아남는 방편에 불과하다. 예술은 전혀 다른 것으로서, 그것은 살아가는 삶 자체다. (중략) 삶의 예술에 눈 뜨는 것 혹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 정직하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172쪽

춤은 고통과 권태와 피로로 부대끼는 삶이 생동하는 육체로써 다시금 싱그러운 긴장과 탄력을 회복하는 몸놀림이고, 대지와 하늘과 바람 속에서 내가 아직은 이토록 건강한 몸으로 살아있음을 자축하는 신명에 찬 몸동작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었다. -228쪽

조너선 리빙스턴만은 오직 나는 것 자체를 한없이 사랑해서 날았다. 낢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자신이 갈매기임을 긍정했고 자신의 날개를 신뢰했으며 또한 그러한 날개로 날아다닐 저 무한한 공간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조너선 갈매기의 낢이 어찌 단순한 날개짓이겠는가. 그것은 그대로 니체가 말하는 삶의 거룩한 긍정으로서의 춤이다. -233쪽

삶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중략) 본능적이고 단순하고 직접적인 의식이 섬세해지고 복잡한 성숙된 의식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 깃들어 있을 뿐이다. -276쪽

인생에는 모험 끝에 얻게 되는 보물 같은 것은 없다. 그 편력의 험난한 과정에서 다채롭고 풍요해지며 아름다워지는 삶밖에는. -288쪽

'글은 생각 없이 써야 한다.' 이 말은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글은 손으로 써야 한다.' 머리가 아니라 손이다. 이 때 손은 단순히 글쓰기를 수행하는 신체의 일부를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머리를 굴리느라 휘어져버리기 전에 솟구쳐오르는 언어들을 다침 없이 드러내주는 글쓰기의 진정한 주체다. 손이 머리에 복종하고 만다면 글에는 반드시 어떤 억지가 끼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머리가 손에 복종하면 가슴에서 솟구치는 언어를 지킬 수 있다. 결국 머리 안에 손이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손 안에서 머리가 들어 있어야 한다. 생각 없이 쓰라는 말은 이런 뜻이다. -298쪽

이해 불가능한 것은 해석 불가능한 것이고 해석 불가능한 것은 허용 불가능한 것이다. -322쪽

사랑은 휴대전화를 눌러대거나 기도하거나 마술을 부리는 게 아니다. 상대를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는 것이다. -329쪽

결국 인식은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나와 상대가 함께 얽힌 종횡의 맥락을 아는 것이다. 반성은 특히 그것을 흘러간 시간의 지평 위에 되려 놓고 보는 것이다. 인식과 반성이 결여될 때 우리의 사랑은 도구적 사랑, 쾌락적 사랑으로 굴러떨어질 위기에 시나브로 내몰린다. -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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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一部

 

                                        1

    내 사랑은 우리집 책상 속에 잠들어 있어요.  고운 노래를 
들으면 그것은 하늘 위로 날아갔다 돌아오곤 해요.  꿈꾸는
바다가 보여요.   깨울 수 없는 그 바닷가에는 고기 뗴들만
하얗게 죽어 있어요.

                                       2

   새들의 집 지붕 위로 푸른 빛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
어요.   발가락을 간지리던 새앙쥐도 떠나가고 나는 심심히 오
래된  그림책을 펼쳐요.  잠든 때에도 오렌지빛 바다는 얘기해
요.  흩날리는 거리에서 돌아오면 피곤한 손을 닦아 주기도
해요.

                                      3

  나는 모른다고 했어요.  책상 위 제라늄이 왜 자꾸 시드는
지를.  내 낡은 머리칼 위에서 왜 늘 겨울 바람이 펄럭이는
지를.  이따금 열린 창틈으로 새털구름이 지나가고 지금 내
귀에는 어둠 소리만 가득해요.  떨어져 쌓이는 쓸쓸한 바닷
가도 보여드릴께요.

 

                                               홍영철

 

---------------------------------------------------

지금 내 마음 속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 시를 읽다보면
쓸쓸함이나 외로움, 따분하고 지친 일상 따위도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기분이 되곤 한다.
서랍속에 잘 간직해두고 웃으며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낡고 먼지 낀 창틈으로 밖깥 세상을 슬쩍슬쩍 훔쳐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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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7-05-0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시네요~ 퍼가서 두고두고 볼게요 ^^

섬사이 2007-05-1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 제 방 벽에 색펜으로 써놓고 잠자기 전에 시선을 두던 시 중에 하나예요. 앤디뽕님 마음에 들었다니 기분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