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는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다.
나는 누나 자전거나 아빠 자전거를 손봐서 타라고 했다.
남편이 나가서 자기 자전거 - 타지 않고 방치한지 오래되어 낡고 녹슨 - 의 안장을 낮추고
물걸레로 닦고 바퀴에 바람을 넣어서 뽀더러 타라고 줬다.
뽀, 새 자전거는 아니지만 신나게 아파트 단지 안을 몇바퀴 돌았다.
지니는 중학생이라 이젠 어린이가 아니고, 비니는 아직 아기라 어린이가 아니라고
어린이날 아무 것도 안해줬다. ㅋㅋ
대신 뽀를 "어린이"라고 부르며 심부름도 면제해주고 밥도 더 많이 퍼주고 다른 날보다 더 많이 포옹해줬다.
어린이날인데..하며 투정을 부리면
너희는 365일 어린이 대접 받으면서 또 어린이날 하루는 특별히 더 받으려는 건 부당하다고 외쳤다.
어린이날 3일 후가 어버이날 이라는 걸 기억하라며 협박도 했다.
우리집 어린이날은 다섯식구가 뒹굴거리기도 하고 열띤 공방전도 벌여가며 저물어갔다.
그 흔한 피자 한 판 치킨 한 마리도 없이.
애들이 크니까 이렇게 뻔뻔해질 수 있는 게 좋았다.
뻔뻔해진 엄마아빠를 웃음으로 받아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했다.
꼼짝도 하기 싫었던 어린이날을 이렇게 넘기고 우리 가족만의 어린이날을 다른 날로 계획하며
낄낄거릴 수 있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