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는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다.

나는 누나 자전거나 아빠 자전거를 손봐서 타라고 했다.

남편이 나가서 자기 자전거 - 타지 않고 방치한지 오래되어 낡고 녹슨 - 의 안장을 낮추고

물걸레로 닦고 바퀴에 바람을 넣어서 뽀더러 타라고 줬다.

뽀, 새 자전거는 아니지만 신나게 아파트 단지 안을 몇바퀴 돌았다.

지니는 중학생이라 이젠 어린이가 아니고, 비니는 아직 아기라 어린이가 아니라고

어린이날 아무 것도 안해줬다. ㅋㅋ

대신 뽀를 "어린이"라고 부르며 심부름도 면제해주고 밥도 더 많이 퍼주고 다른 날보다 더 많이 포옹해줬다.

어린이날인데..하며 투정을 부리면

너희는 365일 어린이 대접 받으면서 또 어린이날 하루는 특별히 더 받으려는 건 부당하다고 외쳤다.

어린이날 3일 후가 어버이날 이라는 걸 기억하라며 협박도 했다.

우리집 어린이날은  다섯식구가 뒹굴거리기도 하고 열띤 공방전도 벌여가며 저물어갔다.

그 흔한 피자 한 판 치킨 한 마리도 없이.

애들이 크니까 이렇게 뻔뻔해질 수 있는 게 좋았다.

뻔뻔해진 엄마아빠를 웃음으로 받아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했다.

꼼짝도 하기 싫었던 어린이날을 이렇게 넘기고 우리 가족만의 어린이날을 다른 날로 계획하며

낄낄거릴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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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05-0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정성이 자전거가 없어져서 동네 한바퀴 다 돌아서 결국엔 찾아왔죠.
도대체 누가 9층까지 올라와서 자전거를 훔쳐가는건지.. --++
당장에 자물쇠 사다가 달았어요.
(어린이날과 전혀 상관없는 댓글이었슴다 ^^;;)

홍수맘 2007-05-07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언젠간 그렇게 방콕으로 어린이날을 보낼 수 있겠죠?

섬사이 2007-05-08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정성이가 참 속상했겠네요. 남자 아이들의 자전거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던데.. 찾았다니 참 다행이예요. 그런데 자전거에 자물쇠 채우고 풀고 하는 일도 참 귀찮은 일이죠?

홍수맘님, 그럴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크는 거 금방이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