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시험이 끝난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중간쯤 어디에서
"엄마, 나 수학 시험 망쳤어."하고 전화를 했다.
"괜찮아. 됐어. 걱정하지 말고 얼른 와."
집에 와서는 평균 계산해 본다고 법석 떨고, 수학이랑 체육이 평균 점수 다 깎아 먹었다고 울상짓고 앉아 있더니 잠시 후.
"엄마, 친구들이 스파이더맨 보러 가자는데 갔다와도 되지?" 한다.
그러라고 허락해줬더니 식탁에 앉아 밥먹으면서 친구랑 문자 주고 받더니 금방 헤헤헤호호호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첫 운동회 때, 달리기에서 지니는 꼴등을 했다.
손등에 1,2,3 도장을 찍고 신나하는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과 빛나는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다는 좌절감 때문에 지니는 화가 나있었다.
점심시간에 돗자리에 앉아서도 내내 입이 나와 있는 지니에게 내가 했던 말은,
"지니야, 너 달리기에서 꼴등한 거 가지고 그렇게 서운해 하지마. 네가 달리기를 못하는 건 너가 진짜 엄마아빠 딸이라는 확실한 증거야. 엄마 아빠가 다 운동을 못하고 달리기를 못하는데 네가 달리기를 잘하면 그건 정말 이상한 거잖아. 엄마도 너도 네가 달리기에서 꼴등한 걸 기뻐해야 해. 병원에서 애가 바뀌지 않았다는 거니까."
그 때 지니는 어렸는데도 엄마의 이 농담같은 위로가 효과가 있었나보다. 그 후로 꼴찌를 해도 그다지 속상해 하지 않았던 걸로 보면..
이 둔하기 그지 없는 운동신경 외에도 지니가 유전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는 것이 또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모자라는 이과적 두뇌다.
지니는 스파이더맨 3를 재미있게 보고 망친 수학시험점수를 훌훌 털어버렸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선천적인 모자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걸까?
스파이더맨의 "WHO AM I?"에 지니도 그럴 듯한 대답을 발견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