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2년동안 다니던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대기자로 2년 반을 기다려 6살에 겨우 들어갔던 어린이집이고,
그만큼 마음에 들었었다.
믿을 수 있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는데
어느새 졸업이라니, 아쉽고 서운하다.
한편으로는 경쟁의 교육시스템 안으로 아이를 밀어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지럽기도 하고.
졸업가운을 차려입은 아이들의 모습은 천진하고 귀여웠다.
졸업의 의미를 알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
졸업하기 며칠 전부터 막내에게
"이제 졸업하면 어린이집에 가고 싶어도 못 가.
친구들이 보고 싶어도 보기 힘들구.
그러니까 열심히 가서 열심히 놀고 와."
라며 알려줬는데도 이별은 아이들에게 너무 추상적인 것이었나보다.
원장님과 선생님들은 목이 메여 말씀도 잘 못하시고
급기야 눈물을 쏟는데,
아이들은 조잘조잘 참새처럼 즐겁다.
졸업하는 아이들 모두를 축복해주고 싶었다.
다시 오지 않을 유년기의 행복한 기억들을 잊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기도 했다.
아이들과 부모들 앞에 새로운 도전이 놓여있구나.
나와 막내가 받은 도전장이다.
그래, 어디 12년동안, 어쩌면 16년동안 잘 싸워보자!!
아이의 교육을 도전으로,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다니!
누구와 뭘 얻기위해 싸워야 하는 건지....
이런 마인드를 뜯어고치는 게 우선이지.
큰딸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지겨운 입시전쟁을 끝내고 난 후의 편안함이 얼굴에 묻어난다.
요즘은 수강신청을 앞두고 시간표 짜기에 여념이 없다.
중학교도 같은 학교를 나왔고, 고등학교 때에는 2,3학년 같은 반이었던
걸그룹 멤버인 친구가 반 친구들을 콘서트에 초대해서
담임선생님과 함께 콘서트에도 다녀오고,
(졸업식 날 걸그룹 친구 앞에 앉아있던 큰딸이 그 친구보다 더 크게 나온 사진이
인터넷 기사에 떠서 우리 가족과 시부모님, 친척들까지 보고 한참 웃기도 했다.)
이번 주엔 2박3일간의 과 OT가 있다며 걱정도 했다가 기대도 했다가..
보고 있으면 나도 같이 흐뭇하고 기분이 좋아질 만큼 잘 지내고 있다.
12년 후, 막내에게서도 저런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차근차근 즐겁게 막내 손 꼭 잡고 가자, 그래,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