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이네서 놀고 있는 유빈이를 저녁 6시경에 데리고 오는 길이었다.  해는 기울어 벌써 어둑했고 바람이 몹시 찼다.  종종걸음으로 아이 손을 꼭 잡고 오는 데 저만치서 까만 고양이 한마리가 뛰어가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 자주 만났던 그 고양이 같았다.  유빈이에게 "고양이닷!"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고는 "이야~~오옹~~"하고 고양이 소리를 몇 번 냈다. 
 
그런데 겁을 먹고 후다다닥 도망갈 줄 알았던 이 고양이가 그 자리에 멈춰서더니 우리 쪽을 보면서 "야옹~~야아~~오옹~~미야아오옹~~야~옹~~~"하며 무슨 할 말이 있다는 듯 계속 울어대는 거다.  동 입구에서 선뜻 들어서질 못하고 그 고양이의 수다(?)를 한 동안 듣다가 어쩐지 맞장구 내지는 호응을 해줘야 할 것만 같아서 "야아오옹~~야옹"하고 유빈이랑 몇 마디 대답해줬더니만 어라?  이 고양이 가던 길 계속 갈 생각은 안하고 "야옹, 야옹" 한참을 울어댔다.  어떡하지?  아무리 고양이라지만 말 하던 중간에 집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하고 그랬다간 고양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미안해. 우리는 집에 들어가야 해.  나중에 다시 보자'하는 마음을 담아 "야옹,야옹"하고는 손 한 번 흔들어 주고 들어왔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그 고양이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였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혹시 "너무 추워요. 당신 집에서 오늘 밤 좀 쉬어가면 안될까요?"하는 게 아니었을까.  정말 그랬다면 냉정하게 집으로 쏙 들어와버린 우리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고양이는 추위에 약하다는데 지난 밤 얼어죽은 건 아닌지 오늘 아침에도 자꾸 신경이 쓰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화단 한 쪽에 담요 깔은 스티로폼 박스라도 내어주는 건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다.  어제 저녁 만난 그 까만 고양이가 마음 속을 떠다닌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책을 주문했다.  <옛이야기와 어린이 책>,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우아한 거짓말>. 세 권이다. 모두 창비에서 나온 책이다.  창비어린이 구독자가 디지털 창비에서 책을 구입할 경우 40%할인을 해준다기에 처음으로 주문해봤다.   

 요즘 나는 옛이야기 그림책들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그림책이 우리 옛이야기를 어떻게  훼손시키고 왜곡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계속 호기심이 일었는데, 결국은 호기심이 내 자제력을 이긴 것이다.   배송되어 온다고 해도 곧장 읽기는 힘들 것 같은데도 말이다.  이번 주에도 읽어야 할 알라딘 서평단 책이 세 권이다.  신간을 받아 그 내용을 확인하기는 서평단 활동이 유용하긴 한데, 지나치면 서평단 일 때문에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뒤로 밀리는 단점이 있다.  좀 있으면 서평단 활동이 끝나니까 그러고 나면 여유를 가지고 읽고 싶은 책들을 읽고 싶다.  서평은 쓰고 싶으면 쓰고..  아니면 관두고.. ^^ 

목요일이면 시험이 끝나는 명보를 위해 주문한 책이다.  아마 시험이 끝나자마자 컴퓨터부터 켜서 밀려있는 웹툰을 보고 게임하기에 바쁘겠지만 당장에 못 읽으면 방학 때라도 읽겠지, 싶다.   
재미있다는 평이 많아서 내가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명보가 안 읽으면 내가 읽으면 되는 거니까. ^^  사실은 이 칙칙한 겨울에 밝고 따뜻한 지중해의 태양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은근 기대가 된다.

 
슬프다고 해서, 눈물이 난다고 해서, 읽으면 안되겠다 했던 책인데 모두들 너무 좋다고 해서 까짓거, 읽고 오랜만에 확 울어버리지, 뭐, 하는 용기로 주문했다.  김려령 작가는 <완득이> 로 처음 만나서 꽤 밝고 유쾌한 글을 쓰는구나 했는데 그 후에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를 읽어보고는 <완득이>랑 분위기가 달라서 깜짝 놀랐었다.  <요란요란 푸른 아파트>는 내게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진 않았는데 네 번째로 만나는 김려령 작가의 책, <우아한 거짓말>. 이 책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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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2-16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날씨가 추워져서 집주변 길고양이들이 맘에 걸려요. 밥이라도 좀 줄까 들고 나가서 내 놓았는데, 누가 먹어줄지 ... 꼬리가 멋진 줄무늬인 꼬질한 하얀 고양이 한마리가 아침에 야옹거리길래 말로 사료좀 들고 나갔는데, 결국 못 찾고 근처에 사료만 놓고 왔어요.

사료도 사료지만, 길고양이의 목숨을 앗아가는 가장 큰 요인인 '물' 때문에 더 걱정. 영하로 떨어지면 물이 얼어서 가뜩이나 물구하기 힘든데, 더 고달프겠죠. 날이 좀 풀려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근데, 고양이따라 좀 틀린가봐요. 말로는 추위에 강하더라구요. 컴퓨터나 프린터기 위에 널부러진 고양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한 겨울에도 창문가나 화장실 바닥에 가서 앉아 있지 뭐에요; ^^

아, 저는 하루에 사람말 반 고양이말 반 이렇게 하는듯합니다. ㅎ 그 길고양이 말도 받아주고 신기하네요. 근처에 그 고양이 돌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사람에 익숙한걸까요?

섬사이 2009-12-17 10:42   좋아요 0 | URL
그 녀석을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만날 땐 늘 후다닥 도망갔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뭔가를 한참 얘기하듯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어요. 하이드님이 옆에 계셨으면 정확한 통역을 해주셨을 것 같은데.. ^^
그 녀석, 무사할까요.. ???

마노아 2009-12-1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이야기네요. 고양이와 주고 받는 말을 생각했을 때부터 이미 남다른 마음가짐이에요. 고양이가 추위에 약하군요. 내일은 더 춥다는데 걱정스럽네요. ㅡㅜ

섬사이 2009-12-17 10: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고양이를 만난 다음부터는 집 없는 짐승들이 마음에 걸리긴 하네요. 겨울은 사람도 힘들지만 그런 동물들에게도 참 가혹한 계절일 것 같아요. MBC던가.. 멧돼지 잡는 프로그램이 있던데 그거 보면서도 기분이 참 안좋더라구요. 물론 농사짓는 분들도 속이 상하시겠지만.

무스탕 2009-12-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동네 고양이들중 몇 마리는 제 목소리를 알고 있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때 고양이 먹을만한걸 따로 갖고 나가서 야옹~ 하고 부르면 몇 마리가 뛰어 나올때가 많아요 ^^
그러다 먹이 없이 무심코 야옹~ 하면 그 녀석들이 달려와서 절 빤~히 쳐다보며 야옹거려요.
어우.. 그땐 얼마나 미안한지...
'밥 줄거 아님 부르지 마. 뛰어 오느라 힘들어!' 그러는거 같아서요..;;

섬사이 2009-12-17 10:58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동네 고양이들의 대모셨군요!!!
무스탕님 주변으로 고양이들이 몰려들어 야옹거리며 몸을 비비는 풍경이 눈 앞에 그려지네요.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만나면 얼른 줄 수 있는 고양이 먹잇감이 없을까요? 멍멍이라면 소시지라도 갖고 있다가 줄 텐데.. 고양이도 소시지 먹을 줄 아나 모르겠네요. 마트에 고양이 사료 통조림도 팔던데 소시지보다 그게 낫겠죠? 아파트 경비아저씨나 청소하는 아줌마들이 싫어하시겠지만..

꿈꾸는섬 2009-12-1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도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 주변을 어슬렁 거려요. 날도 추운데 배도 고픈가봐요. 근데 우리동네 고양이 쏜살같이 도망가더라구요.

섬사이 2009-12-24 06:32   좋아요 0 | URL
우리동네 고양이들도 잽싸게 도망가기 바빠요.
그런데 저 날 저 고양이는 도망갈 생각은 안 하고 야옹거리더라구요.
그래서 더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동화를 너무 많이 읽은 걸까요..?^^

세실 2009-12-1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다. 제가 분명히 댓글을 단 것 같은데.....ㅎ
고양이의 수다를 들어주었다는 님의 글에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 왜 고양이와 개가 싫을까요. 아이들이 키우자고 하면 일거리 늘어나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감정이 메마른걸까요. ㅠ

섬사이 2009-12-24 06:34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들이 집에서 동물을 키우자고 하면 싫다고 해요. 세 아이 키우기도 벅차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