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홈베이킹
사계절의 홈베이킹 - 마요가 알려 주는 스위트 레시피
한마요 지음 / 나무수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아, 이런이런..  홈베이킹이라니.  몇 번 이야기했던 것 같기도 한데, 난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이 차려준 걸 맛있게 먹는 거, 그냥 대충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거, 그런 걸 더 좋아한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아들녀석이 몇 번인가 오븐을 사자고 조른 적이 있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로 난 확고부동하게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주욱 훑어보고 나서 할 수 있는 말은 "이런 걸 손수 만들어 먹고 사는 사람도 있구나..."였다.  내가 이런 걸 만드는 상상보다 우리 집 앞에나 위나 아래 쯤,, 가까운 이웃에 이런 거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살아서 가끔 얻어먹을 수 있으면 참 행운이겠다, 하는 상상이 더 즐거웠다.   이런 걸 손수 만들어 먹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저자소개글을 봤더니 동양화를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다.  밥보다 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더운 여름 날엔 찬밥에 물말아서 김치 한 쪽 올려놓고 맛있다며 먹는 나랑은 참 동떨어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어떻게 하면 미술적인 감성과 디저트를 잘 조화시킬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그것을 직접 시도하는 매순간이 행복'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책 속에 들어있는 쿠키며 케이크며 일단, 참 예쁘다.  사실 서양요리 디저트에서 모양이나 장식이 너무 예쁜 것들은 대부분 너무 느끼하거나 달치다는 게 내 개뿔같은 지론인지라, 이 책에 나오는 베이킹 요리들도 그런 게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아파트 같은 동 옆라인에 작은 전기 오븐을 갖고 아이들에게 쿠키며 빵을 구워주는 이웃이  산다.  우리 집에 커피 한 잔 하러 놀러 왔을 때, 이 책을 보여주었더니 "어머~~~ 이 책 너무 괜찮다."하며 좋아한다.   
"책 크키가 좀 작지 않아?" 했더니
"언니. 요리책이 크면 요리할 때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해서 안 좋아요.  작은 게 좋죠." 한다.
음,, 그렇구나. 
그녀가 돌아간 다음 책을 펴들고 꼼꼼히 살펴봤다.  

제목에 알맞게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 베이킹 요리들이 선보이고 있는데 본격적인 요리 들어가기에 앞서 도구들과 재료들, 기본반죽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사실 베이킹 요리에 필요한 도구들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오븐은 물론이고 대부분이 우리집에는 없는 관심 밖의 도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담아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얼마 전 떡 만드는 요리책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도구에 대한 설명이 길어서, 떡 만드는 일 자체가 길고 복잡하게 느껴졌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재료들에 대한 설명은 유제품류, 가루류, 설탕류, 견과류, 초콜릿들, 베리류, 향신료들로 나누어져 있는데 설탕의 종류 하나만 하더라도 10가지나 되어서 깜짝 놀랐다.  비타민, 미네랄, 미량 원소등이 포함되어 있는 유기농 설탕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만큼은 나는 자신이 있었다.  유기농 설탕을 쓰고 때에 따라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마스코바도 슈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쩐지 조금 이 책을 들여다 보고 있을만한 자격을 얻은 것 같은 기분에 우쭐해졌다.  하지만 이 설탕은 일반 마트에선 구하기 어려운데, 홈 베이킹을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재료를 구입하는  곳에선 이런 물건들이 다 갖춰져 있는 것일까.  하긴 옆라인에 사는 그녀도 가끔 '방산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곤 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고 밝고 구김이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부럽구나.    

홈베이킹 요리의 기본다지기도 타르트 반죽과 쿠키 반죽에서 각종 크림, 머랭 등 아홉 가지가 소개된다.  여기서 출발하고 모든 것이 여기서 응용되는 거겠지.  그런데 '머랭'이 뭘까.  케이크 반죽에 넣어 섞거나 무스케이크, 마카롱을 만들 때 쓰이는 거라는데, '마카롱'은 또 뭐래?  이래저래 내가 요리 방면에 무식하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사계절의 맛과 분위기를 잘 살린 베이킹 요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다섯 살 난 딸아이는 이 책을 끌어안고 다니며 엄마 속은 모르고 "엄마, 나 이거 만들어줘.  와~~ 이거 예쁘다."하며 난리도 아니다.  나도 "요거 괜찮네.."하는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가을 편에 들어있는 '홈메이드 뮈슬리'와 '뮈슬리 바'다. 오트밀과 각종 견과류등이 들어가는데 아침에 애들 학교갈 때나 남편 출근할 때, 출출해지면 먹으라고 간식으로 싸주면 참 좋을 것 같다.  
 

중간중간 케이크와 음료를 파는 카페를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는데, 남편 사무실이 있는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청담동 쪽의 카페도 나와있어서 '잘난 척'하고 소개해줬다.  책 뒷편에는 예쁜 선물포장법과 그릇이야기가 들어있다.









 

  

요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답게 나는 그릇에도 별 관심이 없는데, 그릇이야기에 소개된 것들 중에 '버얼리'라는 그릇이 그 중 마음에 들긴 했다. 은은한 청화백자를 연상시키는 그릇인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커피잔 하나에 5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격.  가까이하기엔 너무 사악한 그릇이구나.   
선물포장법에 나오는 사진들 하나하나가 참 기분이 좋다.  이런 선물을 받는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요리를 좋아하고 만든 요리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은 부지런하고 밝고 구김이 없을 뿐 아니라 참 따뜻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얼마 전에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하마터면 울 뻔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주먹밥 식당을 하는 사치에가 만화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 가사를 묻는 토미를 처음 만나  집으로 데려와 따끈한 저녁을 차려주는 장면이었다.  따끈한 밥, 따끈한 식탁이 주는 든든함이랄까, 온기랄까 하는 것에 대한 느낌이 뱃속부터 울컥하게 치밀어 올랐던 거다.  요리를 한다는 건 물질에 마음을 담는 행위인지도 모르겠구나...   

오븐을 사버릴까, 고민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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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1-2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넘 탐나요

섬사이 2009-11-25 22:26   좋아요 0 | URL
홈 베이킹을 좋아하는 분들은 탐낼 것 같은 책이긴 해요.
요리를 싫어하는 저도 '오븐을 살까..'고민했으니까요.

꿈꾸는섬 2009-11-24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받고 제 생활과 너무 먼 얘기라 아직 들춰보지도 않았어요. 전 요리에 대한 욕심이 없네요. 근데 책은 정말 예쁘더라구요.^^

섬사이 2009-11-25 22:27   좋아요 0 | URL
저도 요리는 영~~~
그래서 오븐 욕심은 접기로 했어요. ^^
책은 리뷰에 등장한 이웃에게 줬지요.

비로그인 2009-11-2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븐은 있는데 사용하지를 못하는 것은, 그보다 더한 재료들을 챙기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서울에는 꽤나 유명한 시장이 있다는데 부산에서는 어디에 가야할지(어딘가에서 구할 수 있으나 안구하는 게으름), 그리고 베이킹의 재료는 오븐 말고도 저울, 핸드믹서 등등의 도구가 더 있으며 칼날 공포증 때문에 믹서를 못돌리는 저에게는 오븐마저도 무용지물이 되어 오븐은 스테이크와 군고구마와 생선의 영역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예쁜 베이킹 도서를 볼 때마다 제 오븐도 이제 이런 것을 만들게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리뷰, 잘 읽었어요.

섬사이 2009-11-25 22:28   좋아요 0 | URL
저는 가스레인지에 붙어 있는 그릴에 만족하고 있어요. 거기에 고구마를 굽거나 생선을 굽는 정도는 가능하거든요. ^^
어떤 분은 오븐에 애들 운동화를 말린다는 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