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광화문 세종대왕상 사진을 보고 기겁을 했다.  이게 뭐야..  하는 황당함.  90년대 초반 법주사에 갔다가 거대한 금불상 앞에서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세종대왕상 사진 위를 덮쳤다. 
그 때 법주사 거대 금불상을 보면서 손톱만큼의 경외감도 느낄 수가 없었고, 1미터가 안되는 크기의 삼국시대 반가사유상보다도 귀품이 떨어지는구나, 했었다.   
그 거대 불상은 크기에 있어서나 번쩍임에 있어서나, 그리고 비례의 불균형에 있어서나 오히려 코미디에 가까웠다.   

광화문에서 법주사 거대불상에 이은 또하나의 코미디를 보는 듯했다. 세종대왕님도 어이없어하시지나 않을지.  그렇게 세종대왕을 기리는 방법이 고작 저거라니.
세종대왕상의 크기가 10.4m에 이르고 동전 3200만개 분량이라는데, 그게 뭐 어쨌다고 떠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너무 커서 뒷 배경의 산허리를 잘라먹고 그 뒤의 경복궁이 개집처럼 보이는 것만 빼면, 그나마  법주사 거대불상처럼 비례가 맞지 않아 불상이 큰바위 얼굴같다는 느낌이 들거나 하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에고... 그래도 유명한 홍익대 교수의 작품이다.  아줌마에 지나지 않은 내가 뭐라고 한다고   어느 동네 개가 짖나..겠지만, 어쩐지 광화문이 싫어지려고 한다.  자꾸 광화문이 망가져가는 건 아닌지, 집구석에 앉아 공연한 걱정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9-10-1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가서 보면 더 흉물스럽습니다. 거대한 똥덩어리에요. ㅠ.ㅠ

섬사이 2009-10-13 13:40   좋아요 0 | URL
허걱, 정말요? 이런 낭패가.... ㅠ.ㅠ

네꼬 2009-10-13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백 번. ㅠㅠ 그러니까 제 말이 그 말이에요. ㅠㅠ

섬사이 2009-10-14 19:4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그렇다니까요..ㅠㅠ

qualia 2009-10-13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세종대왕님께 정말 죄송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동상이나 기념적 건축물에서 우리가 경외감, 숭고함, 아름다움, 자랑스러움 따위를 느끼는 것은 그 크기/규모와는 (본질적으로)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역사적 배경, 공간적 배경, 심리적 배경, 미학적 구조 등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그 조형물들을 세운다면, 그 크기/규모가 크든 작든 얼마든지 우리의 미적 감각이나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광화문 세종대왕상은 (섬사이 님 말씀처럼) 역사적/공간적/심리적 배경들과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특히 미학적 구조의 설계/디자인 측면에서 세종대왕상을 안치한 기단은 너무나 조악한 수준입니다. 세종대왕상과 그 기단 사이의 부조화, 그 이물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군요. 미를 창조하는 예술가의 머리에서 어떻게 저런 조야한 디자인이 나왔는지, 참으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저 기단을 어떻게 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기단 내부와 외벽을 어떤 재료로 처리했는지, 즉 내부는 콘크리트로 하고 외벽은 대리석 판재로 마감한 것인지 궁금하군요. 제가 판단하기에 저런 설계와 디자인과 재질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세종대왕상에 걸맞지 않게 품격도 없고 싸구려이고 내구성도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세종대왕님의 위엄을 크게 해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 세종대왕님께 불경스런 짓을 저지르게 될 것입니다.
(2009. 10. 13. 화요일. 낮 3시 18분. 구름.)

섬사이 2009-10-14 19: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 기단, 정말 흉해요. 그리고 왜 세종대왕은 한손에 책들고 저렇게 교무실에 앉아 있는 선생님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놓는지.. 어떻게 보면 체육시간에 애들 줄넘기 시켜놓고 점수 매기는 선생님같기도 하구요..
아아아아 좀 더 창의적일 수 없냐구요,,
그나저나 qualia님은 전문가이신듯.. 전문가 입장에선 일반인보다 더 속상할 수도 있겠네요...

쿠키별 2009-10-1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색깔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단만이라도 좀 어떻게 하면...

섬사이 2009-10-14 19:52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볼수록 속만 상합니다.

비로그인 2009-10-1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이상합니다. 확 쓸어버리고 싶을 만큼 이상해요.

섬사이 2009-10-15 22:29   좋아요 0 | URL
예, 볼수록 이상하고 괴기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