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광화문 세종대왕상 사진을 보고 기겁을 했다. 이게 뭐야.. 하는 황당함. 90년대 초반 법주사에 갔다가 거대한 금불상 앞에서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세종대왕상 사진 위를 덮쳤다.
그 때 법주사 거대 금불상을 보면서 손톱만큼의 경외감도 느낄 수가 없었고, 1미터가 안되는 크기의 삼국시대 반가사유상보다도 귀품이 떨어지는구나, 했었다.
그 거대 불상은 크기에 있어서나 번쩍임에 있어서나, 그리고 비례의 불균형에 있어서나 오히려 코미디에 가까웠다.
광화문에서 법주사 거대불상에 이은 또하나의 코미디를 보는 듯했다. 세종대왕님도 어이없어하시지나 않을지. 그렇게 세종대왕을 기리는 방법이 고작 저거라니.
세종대왕상의 크기가 10.4m에 이르고 동전 3200만개 분량이라는데, 그게 뭐 어쨌다고 떠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너무 커서 뒷 배경의 산허리를 잘라먹고 그 뒤의 경복궁이 개집처럼 보이는 것만 빼면, 그나마 법주사 거대불상처럼 비례가 맞지 않아 불상이 큰바위 얼굴같다는 느낌이 들거나 하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에고... 그래도 유명한 홍익대 교수의 작품이다. 아줌마에 지나지 않은 내가 뭐라고 한다고 어느 동네 개가 짖나..겠지만, 어쩐지 광화문이 싫어지려고 한다. 자꾸 광화문이 망가져가는 건 아닌지, 집구석에 앉아 공연한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