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 - 최강의 진리를 향한 철학 격투
야무차 지음, 한태준 옮김 / 동녘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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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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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출신인 아빠이지만 철학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단다. 하지만 철학책은 늘 읽기가 어려워. 그냥 글씨가 써 있으니 읽고, 다 읽고 나서도 뭔 소리인가 하는 경우가 많아. 그러다 보니 철학책 읽기가 꺼려지게 된단다. 그러다가 가끔 쉽게 써진 것 같은 철학책이 눈에 띄면 겁도 없이 관심을 갖게 된단다. 이번에 읽은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도 그렇게 알게 된 것이란다.

책 겉표지에 제목이 없었다면, 이 책이 철학책이라는 것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마치 만화책 표지와 같았어. 그리고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자마자 뜨는 생각은 일본에서 나온 책일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일본 작가가 쓴 책이란다. 겉표지에 그려진 그림이 일본풍인 것도 있었지만, 일본에는 이 책처럼 철학에 관한 책을 쉽게 풀어 쓰려는 노력들이 있는 것 같았어. 아빠가 작년에 읽은 <대논쟁! 철학 배틀>이라는 책도 비슷한 성격의 책이었거든. 겉표지에 그런 그림의 성격도 비슷하고 말이야. 그래서 혹시 지은이도 같은 사람인가 보니까, 지은이는 다른 사람이었단다.

이번에 읽은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은 야무차라는 사람이 썼어. 야무차라는 이름은 필명이고,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사업을 해서 성공한 사람이래. 작가이자, 경영자이고, 만화가 지망생이라고 하는구나. 그 동안 철학, 과학, 수학 등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책들을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이번에 읽은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은 말 그대로 철학 입문서란다. 철학이라고 하면 철학자가 꼭 등장하게 돼.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명한 서른 한 명의 철학자들을 비슷한 주제로 묶고 그 철학자들이 주장한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단다. 아빠가 기억력이 좋다면 참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쉽게 썼다고 했지만, 그보다 간단히 요약해서 썼다고 해야 옳을 것 같구나. 각 철학자들의 사상들을 주제별로 엮어서 요약한 그런 책. 기억력이 좋거나, 이 책을 시험공부 하듯이 열심히 공부한다면 이 책에 나온 서른 한 명의 철학자들에 대한 아는 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아빠는 한번 정독을 했지만, 기억력은 그리 길지 않아서 이미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구나. 그래서 책의 내용을 설명해 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지금까지 주절주절 책이 어떻게 구성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거야.

 

1.

아빠가 책을 읽을 때 쪽지에 메모를 하면서 읽으려고 해. 기억력을 조금이라도 더 보존하기 위한 이유이고, 너희들에게 독서 편지를 쓸 때 도움을 받기 위한 이유이지.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런 메모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렇게 메모 없이 책을 읽는 경우도 있거든. 독서 편지를 너희들에게 쓰려고 책을 쭉 훑어봤는데, 이런,,, (많지는 않지만) 메모를 해 둔 게 있더구나. 다시 한번 아빠의 기억력에 대실망. 아빠는 분명 메모를 한 기억이 전혀 없었는데 말이야. 나이를 먹으면 진짜 기억력은 급속도로 감퇴하는 슬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더 나이 먹기 전에 열심히 읽고 열심히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겠구나.’

진리란 무엇인가. 결국 철학이라는 것은 진리를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구나. 그럼 진리는 것이 무엇인가. 절대적인 진리가 있을까. 철학자들도 주장이 서로 달랐어. 인간이 다다를 없는 절대적인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진리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프로타고라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상대주의 일인자라고 했어. 절대적인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어. 인간이 만물이 척도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했어. 사람들마다 진리가 다르다고 했어. 어떻게 생각하면 유연한 것 같지만,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었지. 당시 프로타고라스의 상대주의가 온 세상을 점령하고 있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용감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낸 사람이 바로 소크라테스였단다. 소크라테스는 절대 진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자신을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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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우선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네!”

이것이 소크라테스의무지의 지의 진정한 의도다. 결국 그는 특별히 무지를 자각하고 있는 자신이 위대하다고 겸허함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무지를 자각해야만진리를 알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가슴 속에서 끓어오른다고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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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명한 정치인들과 철학자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모순을 이끌어냈어. 요즘 말로 하면도장 깨기를 했다고 해야하나. 그런 소크라테스는 다른 이들에게 미움을 사서 결국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지.

기독교가 등장하고 나서는 오랫동안 절대 진리를 주장하는 이는 없었어. 그러다가 중세를 지나 데카르트가 출현했지. 최근에 아빠가 데카르트를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구나. 얼마 전에 읽은 수학책을 이야기하면서 이야기를 두어 번 했었는데오늘은 수학자가 아닌 철학자로서 데카르트야. 데카르트는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로 유명한데, 너희들도 이제 조만간 학교에서 배우게 되지 않을까 싶구나. 그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의심할 수 없는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책은 이렇게 진리를 찾아가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프로타고라스, 소크라테스, 데카르트로 시작하는 진리의 진리라는 이야기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홉스 등으로 이어지는 국가의 진리에 관한 이야기. 에리쿠로스, 예수 그리스도 니체 등이 출현하는 신의 진리에 관한 이야기.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데모크리토스, 뉴턴 등이 출현하는 존재의 진리 이야기이렇게 크게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단다.

그 중에 아빠가 가장 관심이 갔던 분야는 국가의 진리에 관한 글들이었어. 국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빠도 인정해. 법의 테두리로 아빠의 신변을 보호해 줄 수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국가의 권력이 국민들의 신변을 위협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를 역사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보면서 과연 국가는 왜 존재해야 하고 어떤 국가가 가장 이상적인 국가일까? 하는 생각을 평상시에도 자주 했었거든. 국가를 리바이어던이라는 가상 괴물로 정의 내린 홉스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이 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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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타자를 죽이는 자유를 포기한 보상으로 안전을 얻는다. 다시 말해 국가란 개인의 자유를 포기해서 손에 얻은 안전보장 체계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이라는 책에 이런 말을 썼다. 리바이어던이란 성서에서 나오는 무서운 짐승의 이름으로, 절대적인 공포의 대상이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의 모습이야말로 국가의 본질이라 생각했다.

, 인간의 끝없는 파멸적인 욕망을 제한하기 위해 인간은 스스로 리바이어던(국가, )이라는 가상 괴물을 만들어 그 괴물을 두려워하고 복종함으로써 어쨌든 서로 죽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안전보장 체계가 국가의 정체라고 홉스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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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라는 사람은 이름만 알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사상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어 좋았단다. 아빠가 그의 저서를 읽을 철학적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한번 읽고 보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에 서른한 명의 철학자들(사실 과학자들도 일부 포함되었어.)을 한 명씩 이렇게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아빠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이 책에 관해서는 이 정도로만 하고, 너희들이 좀 더 커서 이 책을 읽을 수준이 되면 그때 책을 통해 직접 서른한 명의 철학자를 만나기를 바란단다.

오늘은 이만메리 크리스마스.

 

PS:

책의 첫 문장: 철학을 처음 접하는 분이나 철학을 배우려고 했지만 몇 번이나 좌절했던 사람을 위한 입문서가 있으면 좋겠어요..

책의 끝 문장: 끝으로 이 책을 제 둘째와 잭 한마씨에게 바칩니다..


‘신화’라는 절대적인 가치관이 붕괴된 시대에 상대주의를 대표한 철학자가 프로타고라스다. 그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주장했다. - P27

샤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라는 형벌을 받고 있다"라고 말한 철학자로도 유명한데, 그는 왜 ‘자유를 형벌’이라고 했을까? 일반적으로 자유라고 하면 모두가 추구하는 훌륭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유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자유란 무엇이 올바른지 알지 못하는데 알아서 하라며 내팽개쳐진 불안정한 상태를 말하네." - P85

동양은 왜 역사에 그런 대략적인 방식을 취했을까? 동양에서 역사란 영원히 돌고 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간에 끝이 없고 역사가 영원히 계속된다면 몇만 년 전 아주 오래전부터 같은 일은 몇 번이고 되풀이됐을 것이고, 앞으로 몇만 년 후 미래에도 몇 번이고 되풀이될 것이다. 어떤 남자가 여성에게 빠져 멸망하는 일은 몇만 년 전에 존재했던 남자도 겪었고, 몇만 년 후의 남자도 겪을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시간이 움직이고 장소가 바뀌어도 인류의 일상은 바뀌지 않는다. - P96

니체는 자신의 저서에서 종말의 시대, 즉 모든 가치관이 붕괴된 세계를 사는 종말인이라 불리는 자의 모습을 묘사한다. 종말인이란 그 무엇도 목표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그저 건강과 좋은 잠자리만을 원하며, 원만하게 인생을 보내기 바라는 평범하게 살아갈 뿐인 존재다.니체는 가까운 시일에 신이 죽은 세계가 도래하고 종말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백 년도 훨씬 전에 예언했다. 이런 종말인의 삶이 현대를 사는 우리와 정말 다를까. - P274

이러한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만약 당신에게 결코 양보할 수 없고 가장 소중한 ‘가치가 있는 무어가’가 존재한다 해도 당신이 죽으면 그 존재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바라보는 세계는 당신 특유의 가치로 재단한 세계이며,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당신 특유의 가치로 재단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없는 세계는 당신이 생각하고 있던 세계 그대로 결코 존재하지 않고 지속되지도 않는다.
존재란 그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는 존재가 있어야 비로소 존재하기 때문이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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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4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bookholic 2019-12-25 01:25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도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되신 거 축하합니다~~
그리고 때마다 인사해 주셔서도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고,
내년에도 좋은 글들 부탁드려요... 좋은 이웃 되어 주시고요...
늘 행복하세요~~~
 
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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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장용민이라는 분의 <귀신나방>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아빠가 장용민님의 책을 읽은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단다. 첫 번째 읽은 책은 <궁극의 아이>라는 책인데,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구나. 우리나라에도 이런 장르 소설을 이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쓰는 작가가 있다니 말이야.. 당시 읽었던 <궁극의 아이>는 이야기가 얽히고 설켜서 줄거리 이야기해주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구나.

이번에 읽은 <귀신나방>이라는 소설도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단다. 다만, 아빠가 군대에 있을 때 읽었던 <모레>라는 소설과 살짝 모티브가 같아 보였고, 약간은 예상되는 반전이 있었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단다. 소재도 기발했고, 이따가 이야기하겠지만 예전에 <녹색평론> 등 다른 책에서 읽었던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강력한 파워의 진실도 알 수 있었어.

1.

오토 바우만이라는 유태인이 있었어. 때는 1960년대. 장소는 미국. 오토는 뮤지컬을 감상하고 있는 어떤 열일곱 살 소년을 총으로 죽였단다. 오토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잡혔고,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그의 눈에는 드디어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보이고 있었단다. 열 일곱 살 소년을 무자비하게 죽은 오토 바우만. 그는 어쩌다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까.

오토 바우만의 지난 날을 이야기해줄게. 오토 바우만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에서 연합군의 시설 복구팀으로 일하고 있었어. 그에게는 슬픈 과거가 있었단다. 아우슈비츠에서 모든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았던 거야. 오토는 연합군 비밀조직 아디 헌터의 마커스 소령의 통역을 우연히 도와주었다가 팀원이 되었단다. ‘아디 헌터라는 비밀 조직의 임무는 바로 진짜 히틀러를 찾는 일을 있다고 했어. 뭐라고? 히틀러라고? 독일 어느 한 벙커에서 죽은 히틀러는 진짜가 아니라는 거야. 그 사람은 가짜 히틀러이고, 진짜 히틀러는 어딘가 생존해 있다는 거야. 당시 실제로 그런 소문들이 있었나? 아무튼 아우슈비츠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그였으니 히틀러는 철천지원수였어.

아디 헌터의 팀장은 마커스 소령으로 그들은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다가 1949년 재정적인 이유로 팀이 해체되고 말았단다. 결국 진짜 히틀러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단다. 마커스 소령의 도움으로 오토는 미국으로 이민을 왔단다.

2.

비록 팀은 해체되었지만, 오토는 여전히 히틀러의 뒤를 쫓고 있었어. 그에게 히틀러는 한 세상에 같이 존재할 수 없는 존재니까아디 헌터에 있으면서 가지고 있던 정보들을 가지고 뒤를 쫓았지. 큰 성과 없이 시간이 지나갔어. 그는 경찰이 되었어. 1962년 우연히 아디 헌터의 옛 멤버들을 알아보다가 마커스 소령을 빼고 모두 의문사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오랜만에 마커스 소령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마커스 소령도 괴한의 습격을 받아 죽고 말았단다. 죽기 전에 마커스 소령이 한 이야기…. “애덤 휘슬러를 찾아라.” 그 다음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어.

마커스 소령은 어떤 비밀을 말하려던 것일까. 당연히 히틀러와 관계된 이야기였겠지. 오토 바우만은 애덤 휘슬러라는 사람이 히틀러와 연관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린츠라는 시골 마을에서 애덤 휘슬러라는 사람을 찾는 광고를 냈어. 오토는 그 시골 마을을 갖고, 그곳에 얼마 전까지 애덤 휘슬러가 그곳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애덤 휘슬러는 외지에 온 마음씨 착한 청년인 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샀지만, 이에 이간질을 시켜 조용한 시골 마을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었어. 서로 살인을 하게 말이야. 그들을 이간질 시킨 근본적인 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용한 것이었어.

오토 바우만은 애덤 휘슬러를 쫓기 시작했어. ? 그가 바로 그니까 말이야. 무슨 소리냐고? 그게 바로 장용민 작가가 이번 소설에게 선보인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단다. 아주 핵심적인 내용이라서 스포가 될까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이 소설을 읽는 이라면 소설의 앞부분부터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단다. 지은이도 그 사실을 크게 숨기지 않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애덤 휘슬러가 바로 히틀러라는 것을 눈치채게 되어 있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아우슈비츠에서 생체실험을 했어. 너무 잔인한 짓이었지. 그리고 그 생체실험을 통해서 위험한 실험이 성공시켰단다. 뇌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지? 히틀러의 뇌를 애덤 휘슬러라는 사람의 몸에 이식을 했던 거야. 물론 수술을 하고 나면 후유증으로 한창 동안 괴로워 한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휘슬러라는 사람의 몸에 적응을 하게 되면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어. 늙은 몸은 버리고 아주 쌩쌩한 젊은이의 몸을 얻었으니…. 그리고 생존해 있는 그의 옛 측근들도 몰래 다시 모여들었어. 그렇게 미국 내에서 세력을 만들어갔지.

….

미국에 정착한 애덤 휘슬러, 아니 히틀러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는 거야. 완전한 세계를 만드는 것. 어떻게? 자본주의로 말이야. 미국식 자본주의를 점령하는 것이란다. 그렇기 위해서 그는 연방준비은행에 접근을 했단다. 이름과 달리 연방준비은행은 정부 소속이 아니고 철저하게 사기업과 같은 조직이었단다. 그런 조직이 미국, 나아가 전세계의 경제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 거야. 연방준비은행의 권한을 억제하려는 대통령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도 있다고 이야기들은 적 있단다. 그 배후에 연방준비은행이 있다는 썰도 있어. 그렇게 죽은 대통령 중에는 바로 케네디 대통령도 있었다.

감 잡았지? 이 소설에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장면도 나온단다. 히틀러가 애담 휘슬러의 몸에 들어갔고, 애담 휘슬러가 연방준비은행의 최고 수장인 밀턴에게 신임을 얻게 되고, 미국의 대통령을 제거하는 거지. 이보다 미국을 접수하기 위한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어디 더 있겠니?

….

3.

이야기는 그런 줄기를 가지고 흘러간단다. 연방준비은행의 수장이었던 밀턴도 늙고 병든 노인이었는데, 애담 휘슬러가 어떻게 그를 꼬셨겠니? 바로 뇌이식이겠지그런 늙은이의 뇌를 가진 젊은이는 두 명이 되겠지. 아참, 애담 휘슬러는 20대 청년인데,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오토가 히틀러라고 죽인 이는 열일곱 살 소년이었잖아. 어떻게 된 거냐고? 몇 년 전에 사실 오토가 애담 휘슬러을 드디어 찾아내서 죽였단다. 죽였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의 총은 그의 뇌를 겨냥하지 않았던 거야.

이해하겠지? 다시 다른 사람의 몸으로 갈아 탄 것이야. 이 사실을 나중에 눈치챈 오토가 다시 추격을 했고, 그렇게 알아낸 이가 열일곱 살의 소년이었던 거야. 결국 가족들의 복수에 성공한 오토 바우만. 이번에는 정확하게 뇌에 총을 쏘았지. 비록 사형을 당했지만, 행복하게 죽을 수 있었어.

... 오토가 죽은 후 또 한번의 반전이 일어난단다. 오토가 죽인 뇌는…. (누구였을까?)

아빠가 거의 끝까지 다 이야기해주었구나. 완전 스포일러. 나중에 너희들이 이 글을 읽을 때는 이 소설을 읽고 난 다음이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만 마칠게.

이 책의 제목 귀신나방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나방이라고 책에 나와서, 진짜 있는 곤충인줄 알았는데, 아니라는구나. 지은이가 만들어낸 곤충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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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귀신나방이라고 들어봤나?”

그놈들은 천둥이 가까워오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나무에 내려앉는다. 그러면 놀랍게도 그 나무에 벼락이 치는데, 녀석들은 벼락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에 마지막 순간 죽음을 향해 비행한다. 우기가 끝나면 아침 햇살과 함께 부화한 유충들이 나타나 어미가 생을 마감했던 나뭇등걸로 모여든다. 그곳에 둥지를 틀고, 또다시 반복될 생애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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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날이 저물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기억상실증이라는 칵테일에 취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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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4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안해도 괜찮아 - 불안한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
최주연 지음 / 소울메이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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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제목만 봐도 책의 절반은 읽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란다.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알게 된 책인데, 아빠도 늘 걱정하고 알 수 없는 것들에 불안해 하곤 하기 때문에 읽었어. 지은이는 최주연이라고 하는 의사 선생님이고, 이 책은 그 전에 한번 출간했던 책을 제목을 바꾸고 내용을 보충해서 낸 책이라고 하는구나.

아빠가 예전에 읽은 일레인 N. 아론의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라는 책의 내용과 다소 비슷했어. 용어만 다르지 민감한 사람이나 불안한 사람이나 모두 신경이 좀 예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거든.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에서 그런 내용이 있었어. 민감한 사람들 덕에 인류가 오늘날까지 존속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다른 이들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해서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고 했지. 그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번에 읽은 <불안해도 괜찮아>에서도, 불안이라는 것이 나쁜 것만 아니고 고맙다고 이야기했단다. 불안한 이유는 위험을 감지했다는 것이고, 그 위험으로부터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도 불안 때문이라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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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고맙습니다. 왜냐하면 불안은 위험에서 우리를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즉 불안은 위험을 예측하게 만들고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준비시킵니다. 위험에 취약한 인간은 불안이 없으면 하루도 안전하게 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불안은 긍정적인 태도를 불러옵니다. 자신에 대한 불안은 교만하지 않고 스스로 더 노력하게 만들고 관계에서의 불안은 배려와 겸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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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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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나 불안은 가지고 있단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걱정그 불안의 정도는 물론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이들은 일상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불안을 가지고 있단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불안에 대해 알아보고, 대처하는 자세를 알려주고 있어. 그리고 지은이가 의사다 보니, 자신이 직접 치료했던 사례를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그런 사례들을 읽다 보니, 아빠가 가끔 불안해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도 가끔 불안을 느끼면 나름 그 불안을 떨치는 방법이 있는데, 아빠의 방법은 이 책에는 안 나오더구나. 아빠도 회사 일에서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경우를 접하다 보면, 그것에 몸에 배여, 작은 실수가 발견되거나 어떤 것이 잘못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단다. 이럴 때는 멘탈이 약한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난 걸 어떡하니? 사람들의 10~15%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하는데그걸 문제 삼지 말아야지

그래서 아빠도 걱정은 하되, 너무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그런 불안이나 걱정거리들이 생겨나면 우주를 생각하곤 해. 아주 커다란 우주 말이야. 아주 커다란 우주에 관한 영상을 보기도 한단다. 그러면 아빠의 존재와 너무 미미하고, 아빠가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일이 아주 하찮은 일처럼 느껴진단다. 우주는 우리의 일들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흘러왔고, 커져갔으며, 또 오랫동안 흘러 갈 텐데내가 불안해하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불안이 좀 줄어들고 걱정이 좀 줄어든단다.

….

이 책을 덮은 지 좀 되었더니 어떤 이야기들을 했었는지 자세히는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그만큼 아주 인상적인 내용은 없었나 봐. 하지만, 여전히 힘을 주는 것은 책의 제목이란다. 명심하자. 불안해도 괜찮아. 불안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야. 불안하면 불안한대로 몸을 맡기면 되는 거야. 그리고 불안거리 걱정거리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아빠한테 이야기해주면 좋고그럼, 오늘은 짧게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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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본인이 경험하고 있는 불안이 얼마나 특별하고 괴로운지를 설명하고, 불안을 경험한 자신을 자책하는 환자분들에게 불안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제가 자주하는 질문입니다.

책의 끝 문장 : 당신은 지금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까? 불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포레스터입니까? 자말입니까? 크로포드입니까?


불안이라는 감정은 위험이라는 인지를 통해 작동되고 그 결과로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하게 만듭니다. 마치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도로 위에 빨간 신호등처럼 사람들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위험에 대비하게 만듭니다. 물론 빨간 신호등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빨간 신호일 때는 속도를 줄여야 하고 갑자기 속도를 줄일 때는 차가 덜컹거려서 타고 있는 사람을 짜증나게 만듭니다. 차가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에서는 번거로운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도로 위에 빨간 신호등이 없는 것을 상상할 수는 없습니다. 신호등이 주는 불편함보다 이로움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 P21

생각을 다루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생각과 감정이 고정적이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할 수 있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 보기 전, 시험 보는 중간, 시험 보고 나서의 생각과 감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상황을 막연하게 시험 볼 때로 정리하게 되면 시험 자체에 대한 막연한 생각과 감정만 정리하게 될 것입니다. 뭉뚱그려진 상황에서 섬세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 어렵다면 상황의 시점을 세분화해 두세 가지 상황으로 나누는 것이 구체적인 감정과 생각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됩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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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스테인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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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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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휴먼 스테인 2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콜먼 실크와 포니아 팔리의 사랑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궁금증을 가지고 2권의 책을 들었단다. 그런데, 2권의 첫 문장부터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구나. 화자인 네이선이 이야기하기를, 그해 7월 이후 생전의 콜먼을 딱 한 번 봤다고 하는구나. 콜먼이 죽었단 말이로구나. 도대체 어떻게? 포니아 팔리는? 조금 더 읽어보니 포니아 팔리도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그들에게는 진정한 사랑이었지만, 남들에게는 비난을 받았던 사랑이 결국 그런 비극적인 결말이 되었구나.

그들이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줄게. 포니아의 전남편 레스.. 베트남 전쟁에 다녀온 이후 후유증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간혹 광폭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는 재향군인보훈국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어. 루이라는 사람이 그를 도와주었는데, 꾸준한 치료로 많이 좋아진 것 같았어. 하지만 그것은 그런 것이 아니고 레스가 좋아진 것처럼 연기를 한 거야. 그는 결국 자살을 모의하기로 했어. 그것도 혼자가 아닌 포니아와 콜먼과 함께 말이야. 그가 생각하기에 그가 불행한 것은 모두 콜먼과 포니아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는 콜먼과 포니아가 타고 오는 차를 보고, 정면으로 빠른 속도로 달렸지. 그렇게 같이 죽으려고 했던 거야. 그들의 정면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를 본 콜먼은 본능적으로 핸들을 틀 수 밖에 없었어. 그런데 그곳이 낭떠러지였고, 그리곤 그들은 그만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단다. 레스는 살아 났고 말이야. 그렇게 콜먼과 포니아가 죽은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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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적

델핀 루 교수. 기억나니? 콜먼 교수에게 비난의 메일을 보냈던 그 교수. 프랑스에 건너와 혼자 미국에서 지낸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외로움에 힘들어했고, 미국에 온 것을 후회도 했어. 어느 늦은 밤의 분위기마저 휩싸여 남자 친구를 찾는 광고를 낼까 말까 고민을 했단다. 그러다가 외로움에, 밤의 분위기에 광고 발송 버튼을 눌렀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델핀은 실수로 대학 내부 교수들의 단체 메일 수신처로 보낸 것이야.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야. 다시 로그인해서 발신 취소를 하면 될 일인데, 이 소설 상에서는 발신 취소가 안 되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단다. 아마 인터넷 초창기에 이메일 발신 취소 기능이 없던 시절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델핀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당황했어. 각 교수들 방마다 돌아다닐 수도 없고 말이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단다.

콜먼 실크의 사망 소식. 순간 델핀은 머릿속에 좋은 수가 하나 생각이 났어. 자신의 교수실에 누군가 침입했던 흔적을 남겨둔 거야. 콜먼 실크가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자신의 PC로 그런 혐오스러운 단체 메일을 보냈다는 것이지. 콜먼 실크가 델핀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자신을 모욕했기 때문에 충분이 그런 나쁜 일을 벌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야. 나쁜 사람이구나.

콜먼과 포니아의 죽음 이후안 좋은 소문들이 그들의 죽음을 포장했단다. 콜먼이 죄책감에 자살을 한 것이고, 포니아는 원하지 않았는데 강제로 같이 죽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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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니아와 콜먼의 장례식은 따로따로 진행되었단다. 포니아의 장례식이 먼저 진행되었고, 콜먼의 장례식이 그 다음에 있었어. 네이선은 두 장례식 모두 참석을 했단다. 포니아의 장례식은 그녀의 삶처럼 초라했지만, 친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죄책감에 깊이 빠진 친아버지

콜먼의 장례식은 그의 자식들이 준비를 했어. 생전에 연락을 끊고 지냈지만, 죽음은 모든 이들을 용서하고 화해하게 만들지. 그들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했어. 그래서 추도사 할 사람으로 아테나 대학의 콜먼과 친분이 있다가 멀어진 교수에게 부탁했어. 추도사의 주요 내용은 콜먼의 말을 믿었으며, 콜먼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이란다. 네이선은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 흑인의 늙은 여자가 있었어.

딱 보는 순간 콜먼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지. 그런데 피부 색이…. 순간 네이선을 깨닫게 되었어. 콜먼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네이선은 그 여자에게 말을 걸었어. 그 여자의 이름은 어니스틴콜먼의 여동생이었어. 그 여동생으로부터 콜먼의 과거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었어. 콜먼은 흑인이었고그가 가족과 의절을 하며 지냈지만, 여동생과는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며 지냈다고 했어. 어니스틴도 콜먼과 콜먼의 아이들을 모두 알고 있었어. 네이선도 그제서야 평생 동안 짊어졌을 콜먼의 죄책감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했을 콜먼.

….

.

3.

네이선은 사건의 정황상 레스 팔리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우연히 길거리에 주차되어 있는 레스 팔리의 차를 발견하였고, 주변에서 그를 찾아보았어. 외진 곳에서 혼자 얼음 낚시를 하고 있었어. 그가 어떤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 걸기 조차 겁이 났지만,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으로 지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그 얼굴에 대고 콜먼과 포니아의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단다. 레스 그는 이미 형벌을 받고 있었어. 오랫동안.. 앞으로도 쭉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휴먼 스테인…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제목을 번역해 보면 인간의 얼룩을 뜻한단다. 두 주인공 콜먼과 포니아그들은 바라보는 왜곡된 주변 사람들의 시선들..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얼룩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들의 몸에 둘러싸인 얼룩들로 인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야. 소설에서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겠더구나.

1권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오래 전에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했어. 한 번 찾아서 봐야겠구나. 그리고 작가 필립 로스의 소설들이 은근히 끌리는구나. 그의 또 다른 소설들도 더 읽어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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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나는 그해 7월 이후 생전의 콜먼을 겨우 한 번 보았을 뿐이다.

책의 끝 문장 : 바닥에서 솟는 샘들로 끊임없이 물이 뒤집히는, 미국의 아르카디아 산정의 호수에서 양동이를 엎어 깔고 앉아 십팔 인치 두께의 얼음구멍을 통해 낚시질을 하고 있는 외로운 남자의 모습처럼 말이다.


순수함에 대해 환상을 갖는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다. 미친 짓이다. 보다 많은 불순함을 찾아내지는 못할지언정, 순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들다니 무슨 짓이란 말인가? 오점에 대해 그녀가 하는 말은 그것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전부다. 당연히, 그것은 오점이라는 것에 대한 포니아의 견해다. 우리 인간은 불가피하게 오점을 지닌 존재라는 것. 끔찍하고 자연적인 불완전함과 화해하고 그것을 받아들였던 것일 뿐.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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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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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필립 로스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단다. 나쁘지 않았어. 그래서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두 번째로 고른 필립 로스의 소설은 바로 <휴먼 스테인>. 아빠가 영어가 짧아서 스테인(stain)’이 무슨 뜻인지 기억이 나질 않더구나. 찾아보니얼룩… ‘휴먼 스테인을 해석하면 인간의 얼룩?

이 소설에 대한 의의는 전문가들이 이야기로 대신할게.

빌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1990년대를 배경으로 도덕적 위선과 폭력 등으로 얼룩진 현대 미국 사회의 음울한 표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 중간중간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 소설을 정말 싫어하겠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아무튼 아빠는 언제나 그랬듯이 너희들에게 옛날 이야기하듯 소설의 줄거리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줄게. 먼저 오늘은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마. 아참,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소설에 대해 찾아보니,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졌더구나. 안쏘니 홉킨스와 니콜 키드먼 주연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 영화도 한번 보고 싶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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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흔 한 살 아테나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콜먼 실크라는 유태인이 주인공이란다. 대학에서는 고전학을 가르쳤고, 학장도 역임을 했어. 학장을 하던 시절 개혁을 이유로 교수들을 많이 자르고 해서, 다른 교수들과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단다. 그런데, 그가 은퇴한 이유는 따로 있었어. 불명예 은퇴였지.

2년 전이었어. 학장을 그만 두고 다시 평교수가 되어 수업을 하였는데, 수업에 계속 빠지는 두 명의 학생들에게 유령이라는 뜻의 “Spooks”라고 이야기했어. 수업에 계속 결석을 하니 그들은 유령인가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문제는 “Spooks”라는 단어의 또 다른 뜻이었어. Spooks라는 단어는 흑인을 뜻하는 비속어로도 쓰여. 더욱이 결석을 한 두 명의 학생들이 모두 흑인이었고 말이야. 학생들은 이를 두고 인종 비하 발언이라고 하고 콜먼 교수를 고소했고, 이 일은 일파만파 커지게 되었어. 학교의 다른 동료 교수들도 섣불리 콜먼 교수의 편을 들 수 없었어. 같이 욕먹을 수 있으니. 더욱이 사이가 좋은 교수도 그리 많이 않았고 말이야.

결국 콜먼은 억울하지만, 진실을 밝히겠다면서 은퇴를 하였고, 얼마 안가 콜먼의 아내 아리이스가 죽었는데, 콜먼은 이 일로 인해 아이리스가 충격을 받고 몸이 안 좋아져 죽었다고 생각했어. 콜먼의 분노를 극에 달았어.

이웃에 살던 작가 네이선을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고 했어. 작가 네이선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란다. 이런 일이 2년 전에 있었던 거야. 콜먼 스스로도 자신이 겪은 이 억울함을 글로 쓰긴 했지만, 만족하지는 못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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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근에 콜먼이 네이선을 찾아왔어. 아테네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서른네 살의 포니아 팔리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고일흔한 살의 대학교수와 서른네 살의 청소부의 사랑. 이것 또한 비난 받지 딱 좋은 조합이었단다. 당연히 일흔한 살의 대학교수가 욕을 먹겠지.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사랑이었어.

포니아 팔리. 어렸을 때는 넉넉한 집안에서 살았지만, 부모가 이혼을 하고 엄마와 함께 살다가 엄마가 재혼을 해서 계부도 함께 살았어. 그런데 그 계부가 계속 포니아에게 성추행을 했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집에서 나와 혼자 지내기 시작한 것이야.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 안 해 본 것이 없었지. 그러다가 베트남 파병 출신 레스터 팔리라는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레스터 팔리는 베트남 전쟁에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회부적응자이자, 가정 폭력범이었어. 결국 그들은 이혼을 했어. 두 아이가 있었는데, 그만 화재로 모두 잃고 말았단다. 레스터는 그 일은 포니아가 일부러 불을 내서 아이를 죽인 것이라고 생각했어.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그의 망상이었지. 이렇듯 삽십대 초반 모든 것을 잃은 포니아 팔리그렇게 좌절한 그에게 자상한 콜먼을 우연히 만나게 된 거야.

그들의 사랑이 처음에는 비밀 연애처럼 이루어졌지만, 이내 소문이 나게 되었지. 콜먼을 아는 이들이 그를 비난하고 나섰어. 인종 차별 주의자의 비윤리적인 사랑까지콜먼에게는 네 명의 자식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콜먼과 포니아 사이를 알게 되고 모두 연락을 끊었단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나이도 없고 직업도 없다고 하지만, 그들 마음 속에는 늘 국경도 있고, 나이도 있고, 직업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야.

포니아의 전남편도 콜먼과 포니아 사이를 알게 되고, 찾아와 폭행시비가 붙기도 했어.

.

3.

그런데, 놀라온 진실.. 콜먼 실크가 숨겨 온 정체. 그는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가족들은 모두 유색인종이었던 것이야. 흑인 말이야. 지금까지 유태인인줄만 알았는데 말이야. 그런데 콜먼만 피부색이 검지 않았어. 그들의 부모가 100% 흑인의 후손이 아니었으니, 유전적으로 피부색이 덜 검은 아이가 나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얼굴 생김새는 부모와 형제와 똑같았어. 확실히 그 가족이 맞아.

콜먼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권투도 잘하는 만능이었어. 특히 권투는 최상위로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였어. 하지만 부모님이 권투를 반대하여 그냥 일반 대학으로 진학했어. 하지만 그 전에 겪어보지 않았던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받았어. 그는 자신의 인종을 숨기기로 했어. 겉으로 봐서는 유색인종임을 알 수 없었으니까 말이야. 당시 흑인으로 갈 수 없는 해군에 지원해서 군대도 다녀왔어. 그리고 여자 친구도 생겼지, 물론 백인이었어. 집에 여자 친구를 데리고 가서 소개해 주었는데, 이후 그 여자 친구는 콜먼을 떠났어. 무슨 상황인지 알겠지?

다시 백인 여자 친구 아이리스를 만났어. 다시는 집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하고,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남았다고 거짓말을 했어. 형제도 없고 말이야. 이때부터 콜먼은 유태인이라고 했어. 그리고 혼자 고향에 찾아갔어. 어머니한테 가족과 연을 끊고 살겠다고 했어.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꽂는 짓이었지. 자신이 흑인 집안 출신이라고 밝히고 인종 차별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었겠지. 그렇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또다시 잃을 수도 있겠지. 콜먼은 자신의 돌연변이 같은 피부색을 이용하는 아주 쉬운 선택을 한 거야. 한가지 마음은 아프겠지만, 가족을 버리는 일이었지.

나중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조부모에 대해 물어봐도 거짓으로 답했어. 그렇게 완벽하게 오랫동안 살아온 거야. 자신 스스로 흑인 출신인데,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그러니 2년 전 사건에 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아내 아이리스도 잃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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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포니아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식들도 모두 연락이 끊겼다고 했잖아? 콜런은 그래도 가장 말이 통하는 장남 제프에게 전화했어. 이제라도 포니아와 관계를 끊겠다고 했어. 그런데,, 제프가 이상한 소문이 있다는 거야. 포니아가 낙태 수술을 하고 자살을 하려다가 실패했다는 소문. 그것이 모두 콜먼 때문에 생긴 일들이라고물론 모두 사실이 아니었어. 콜먼은 갑자기 욱하면서, 자기를 그렇게 모르냐고? 그런 말도 안되는 소문을 믿냐고.. 아빠 말을 믿지 않고.. 그렇게 소리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화는 이미 끊겨 있었단다.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인가? 자식들도 등을 돌린 마당에, 옛 동료 교수는 경고 편지까지 보냈어. 현재 학장으로 있는 젊은 여자 교수 델핀 루라는 교수였어. 델핀 루는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으로 유학 와서 공부를 했어. 자기 스스로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아는 사람이고, 당연히 명문대에서 교수 제의가 올 줄 알았는데, 아테네 대학에서만 와서 실망했지만, 그곳에서 대학 교수 생활을 시작했단다. 20대에 대학 교수로 채용이 되었는데, 당시 그를 고용한 이가 바로 콜먼 교수였어. 어쩌면 자신에게는 은인일 수도 있는데, 델핀은 자신이 똑똑해서 교수가 되었다고 생각하겠지. 콜먼이 학장에서 물러나고 평교수가 되고, 델펜이 학장이 되었을 때, 그들 사이에는 이미 갈등이 있었어. 그 와중에 콜먼의 스캔들이 터지자 비난의 편지를 보냈던 것이지.

….

글쎄 콜먼과 포니아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이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랑인데 말이야. 사랑이라는 것이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나도 모르게 어느날 옆에 와 있는 것이 사랑인데 말이야. 콜먼과 포니아의 사랑의 끝은 어떻게 될까? 2권에서 더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 이웃인 콜먼 실크가 일흔할 살 나이에 인근의 아테나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서른네 살의 여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내게 털어놓은 것은 1998년 여름의 일이었다.

책의 끝 문장 : 이제 그는 절대 그녀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겉보기엔 무력하거나 연약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정신적 고통은 육체적 질병보다 한층 더 위험하다. 모르핀 점적주사나 척수 마취 혹은 근치수술 같은 것으로 고통을 완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마음의 병에 붙들리면, 벗어날 방법이라곤 죽음밖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 병의 생생한 현실성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 P27

그렇다면 왜, 이 극단적인 은둔 실험이 고독하지만 모자람 없는 충만한 생활로 바뀐 지금, 왜 갑작스럽게 내가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가? 무엇에 대한 외로움인가? 사라진 것은 사라진 것이다. 엄격한 생활태도를 누그러뜨릴 일도 없을 것이고 금욕을 해제할 일도 없을 것이다. 정확히 무엇에 대한 외로움인가? 간단하다. 내가 점점 혐오하게 되었던 것에 대한 외로움이다. 내가 등돌렸던 것에 대한 외로움이다. 삶에 대한 외로움이다. 삶의 번잡함에 대한 외로움인 것이다. - P78

그는 비밀이라는 묘약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외국어에 능통한 것과 비슷하다. 마치 언제나 새로운 장소에 있는 것 같다. 비밀 없이 지내는 동안에는 마치 언제나 새로운 장소에 있는 것 같다. 비밀 없이 지내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끔찍한 일도 전혀 일어나지 않고 불쾌하지도 않았다. 비밀 없이 산다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천진난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밖의 다른 모든 게 부족한 기분이었다. 분명 그는 천진난만함을 되찾았었다. 그건 의심의 여지 없이 엘리가 준 것이다. 하지만 천진난만함을 어디에 쓴단 말인가? 아이리스는 그 이상의 것을 준다. 그녀는 모든 걸 또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아이리스는 콜먼이 살고 싶어하는 스케일의 삶을 되돌려주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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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19-12-11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권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행복했스면 좋겠어요 ㅠㅠ

bookholic 2019-12-12 00:10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부지런떨어 곧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주인공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