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69호 - 2019년 11월~1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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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169호의 제목은 농민기본소득이 나라를 살린다란다. 녹색평론이 최근에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농업과 농민에 관한 이야기란다.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야.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인들이 가장 관심을 두지 않는 부분이고 말이야. 아빠도 녹색평론의 주장에 깊이 공감을 하고 있단다. 그렇다고 아빠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고, 같이 걱정하고 같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뿐이란다.

이번 호에는 네 분의 특별 좌담으로 책을 시작하였단다. 김정남 나주시 여성 농업인 센터장.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웅두 정의당 농민위원장.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 및 편집인. 이번 좌담의 제목이 이번 호의 제목인 농민기본소득이 나라를 살린다였어. 제목이 이번 좌담의 주제를 그대로 담고 있단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현재 실시하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농민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하지만 현재 실시하고 있는 것은 죽어가는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너무 부족하단다. 나라에서 좀더 주도적으로 농민 기본 소득을 늘려갔으면 좋겠구나.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정치판에 농민을 대변하는 이들이 거의 없단다. 진보 성향의 민주 정부가 들어섰지만, 농업에 대한 정책이 적다는 것은 아빠도 안타깝구나. 그리고 진보 성향의 정당조차 농업에 관심이 적다는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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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김종철 : 그러니까 정치판에 단 한 사람도 농민의 대변자가 없는 셈이네요.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농사라는 게 우리들 모두의 존재의 기반 중에 기반인데 말이에요. 정말 한심한 현실입니다. 지금 중앙 언론의 간부들이나 기자들이 거의 전원이 도시 출신이고, 도시에서만 교육 받고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농촌에 대한 기억을 가진 언론인들은 이제 다 늙어서 은퇴했어요. 그리고 제가 지방에 있다가 서울로 옮긴 지도 1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서울에서 만나본 지식인들 중에서 농촌에 대해서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녹색평론> 지면에서라도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이러다가는 책도 안 팔리고, 일반 독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주제인 줄 알면서도, 계속 농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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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먹을 것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것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고 해. 기후 위기 시대에 언제 어떻게 세계 농작물의 작황이 좋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러면 지금처럼 수입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고, 갑작스런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국내 자급 기반을 넓히는 것에 대한 정책을 바로 펼쳐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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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농업 정책을 무턱대고 선진국이 쓰는 방법을 따라 하면 안돼. 미국 같은 선진국의 농업이란 것은 말이 농업이지, 석유에 의존한 기업형 농업이라는 거야. 그래서 그런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유기농, 소작농으로 방향으로 잡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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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하여간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 자원 대신에 재생 가능한 자연적인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에너지시스템을 만들고,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유기농 농사법을 통해서 식량 자급을 도모하는 일은 당장 해야 할 긴급한 과제들입니다. 어제까지 가능했으니 내일에도 가능할 것이다, 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계속해서 석유에 기반한 구태의연한 산업과 경제성장을 지향하다가는 어느 날 갑자기 나라 전체가 멸망할지도 모릅니다. 국가나 지방 자체체는 물론이고, 언론, 학계, 시민들, 농민들이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제대로 눈을 떠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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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에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결국 계속되는 포탄 투하를 참지 못하고 사퇴를 했단다. 그가 오래 전부터 마음먹었던 검찰과 사법 개혁의 꿈을 펼치지도 못한 채 말이야. 우리나라 사법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단다. 언제부터 이렇게 사법부 특히 검찰의 권력이 막강해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들을 바꾸려는 용기 있는 자들이 나타나면 철저하게 털어버린단다. 그들은 무서운 것이 없는 것 같구나.

국회의원들은 그대로 선출직이다보니 국민을 무서워하는 이들이 조금은 있으나, 검찰은 시험을 통해서 얻는 권력이라서 그런지 자신들이 잘난 줄 알고, 이미 가지고 있는 권력을 휘두르면 되니까 무서울 것이 없는 사람들인 것 같구나. 그들은 법조차도 무서워하지 않아. 검찰뿐만 아니라 재판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우리나라의 법이 평등하다는 것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을 거야. 판사의 성향에 따라 재판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니까 말이야. 자존심도 없는지 모르겠구나. 봐주기식 판결, 눈감아주기식 판결을 해도 떳떳한 그들…. 아빠는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AI로 대체해야 할 직업군이 바로 법관이라고 생각한단다. 이번 녹색평론에 북한의 참심제라는 제도를 소개했는데 그 글을 읽어보니, 오히려 북한의 사법제도 더 합리적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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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사법권력 분산의 차원에서 북한의 사법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공산당 독재체제라고 비난받는 북한의 사법제도를 보면 의뢰로 민주적인 데가 있다. 사법권력이 민중에게도 주어져 있는 참심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심제는 용어부터 남쪽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낯선데, 그것은 배심제와 다르다. 배심제는 법조인 판사가 형량을 결정하기 전에 유무죄를 시민 재판관, 즉 배심원이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참심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 형량의 결정에도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재판관이 세 명으로 구성되는데, 한 명은 전문 법조인, 나머지 두 명은 민중이다. 이들 민중은 판사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하는 데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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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런 사법부를 제대로 된 사법부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민들이 일어나야 하겠지. 지난 여름 검찰 앞 거리를 점령했던 수많은 사람들그들이 같이 한 목소리를 낸 검찰 개혁. 하지만 검찰과 사법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단다. 그들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단다. 그들은 대통령도 무서워하지 않는단다. 그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알 수 없구나. 타노스를 데리고 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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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후 위기 또한 최근 녹색평론에서 많이 다루는 이야기란다. 아빠도 기후 위기를 알고는 있지만, 여전히 믿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단다. 아빠 주위에도 우리 자식 세대들까지는 괜찮다면서, 걱정을 하지 않는 이도 있어.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그것 봐, 기위 위기 아직 아니야, 그렇게 싶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또는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면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포기하는 이들도 있어. 이것이 기후 위기의 딜레마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고 하는구나.

이런 기후 위기에 대한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있겠니? 기후 위기는 어느 하나 한 두 명의 움직임으로 해결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움직이지 않으면 국가에서 강제성을 두고 움직이게 해야 해.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절박하게 대응하는 나라가 없는 것 같아. 그러니, 그레타 툰베리 같은 소녀가 발벗고 나설 정도지. 기후 위기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세대 간에 입장 차이에 대한 문제도 큰 문제란다. 기성 세대는 여전히 자본주의의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성장만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런 성장 우선주의는 기후 위기를 더욱 앞당기고 있단다. 반면 청소년들에게 기후 위기는 그들의 미래이니,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문제이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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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세대 간 정의의 문제도 있다. 기성세대의 행동(온실가스 누적) 및 무행동(온실가스 통제의 방임) 때문에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가 입을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 연설에서 우리는 어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듣고 밤잠을 설친 어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기성세대가 세대 간 연대의 정신으로 책임 있게 행동에 나서고, 기후위기의 고통을 더 오래 겪을 젊은 세대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참정권 확대 요구를 생명권-생존권 차원의 문제로까지 넓혀 인정해야 한다. 자녀들의 대학입시에 부모들이 퍼붓는 관심과 정성의 1%만 기후위기에 쏟아도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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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에게 참 부끄러운 기성세대에 아빠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구나. 아빠라도 기후 위기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할게. 자가용은 되도록 타지 않고, 전기도 아껴 쓰고 물도 아껴 쓰고 할게. 선거를 할 때는 기후 위기의 대책을 마련하는 이들과 정당에게 투표를 할게. 선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금요시위에 나서는 젊은이들이 주장하는 선거 연령 내리는 것에 대해 아빠도 절대 찬성이란다.

지난 지방 선거 때인가 투표권 10대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지지한 정당과 사람들을 보니, 그들의 판단력은 나라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했단다. 선거 연령을 내리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 같더구나. 그런데 그런 10대를 두려워하고 있는 정당이 적극 반대를 하고 있으니 쉽지 않을 것 같으나, 일단 그 정당을 내년 총선에서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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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72)

금요시위에 나선 젊은이들은 투표 연령을 16세까지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몇 년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 80세의 고령자들이 투표를 통해서 지구의 환경조건을 결정하고 있는데도, 이 지구에서 앞으로 60년 이상을 살아간 다음 세대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일리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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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후 위기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는 스웨덴 소녀로 금요일마다 스웨덴 국회 앞에 가서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시위를 한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아빠는 자세히는 몰라. 스웨덴 국회가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는지 말이야. 하지만 스웨덴 국회의원들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보다는 좀더 일도 잘하고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단다.

몇 달 전에 읽은 조정래 선생님의 <천년의 질문>에서도 스웨덴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지. 이번 녹색평론 169호에서도 스웨덴 국회의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비교를 했어. 딱 다섯 가지만 예를 들었는데, 아래 다섯 가시만이라도 스웨덴 국회의원들처럼 한다면, 아마 진심 국민들을 위해 일할 사람들만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인 듯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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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여기서 꼭 기억할 게 있다. 한국 국회의원들(300명 정도)에겐 있지만 스웨덴 의원들(350)에겐 없는 것 다섯 가지다. 첫째, 전용차 기사나 유류비 지원이 없다. 둘째, 월 보수처럼 받는 세비 외에 특별수당이 없다. , 무노동 임금이다. 셋째, 개인 비서나 고용 직원이 없다. 한국은 의원 한 명이 보좌관을 아홉 명까지 거느리나 스웨덴은 네 명의 의원 곁에 한 명의 보좌관만 있다.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한다. 넷째, 지역구 의원이 없다. 스웨덴 총선은 정당에만 투표한다. 다서째,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이 없다. 그러니 언행에 신중을 기한다. 물론, 자기 양심과 철학에 따른 소신 발언은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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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해서 유명한 축구 선수들을 좀 알고 있단다. 독일의 유명한 축구 선수 외질이라는 선수가 있어. 아빠는 외질이라는 선수가 터키계 독일인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고 생각한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이 외질이라는 유명한 축구 선수를, 2014년 월드컵 우승컵을 독일에게 안겨주는 데 큰 공을 세운 이 선수를 인종 차별했다는 것에 좀 놀랐단다. 외질이 독일 국가 대표에 탈퇴를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인종 차별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경기에 이기면 독일인, 지면 이민자 취급을 했다는 거지..

아직 독일도 민주주의의 완성은 아닌가 보구나. 독일뿐이겠니. 민주주의의 완성은 시민의 참여의식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같은 정답이 아닐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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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독일 축구의 간판이었던 터키계 독일 선수 메수트 외질이 국가대표팀을 탈퇴한 것은 인종차별 때문이었다. 거기에다가 인터넷을 통한 대중의 폭력까지 더해졌다. 외질은 2014년 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공로자로서 소위 국민 영웅이다. 그런 그가 독일축구연맹과 언론이 내가 터키 혈통이라고 차별했다.”고 항의하며 대표팀을 탈퇴했다. 독일축구연맹 회장은 (자신을) “이기면 독일인, 지면 이민자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그 말들이 지닌 아픔을 나는 공감할 수 있다. 독일 태생인 외질의 이런 말들은 국경을 넘어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공통된 마음이라는 것을 주류에 속한 다수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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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다들 바쁘실 텐데 멀리서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의 끝 문장: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기술 목록들과 툰베리의 분노 사이의 간극은 더욱 많은 말과 걸음들로 채워져야 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단견이에요. 지금 기후위기 시대에 앞으로 전 세계 농작물이 작황이 아주 나빠질 거라고 계속 연구가 나오는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농산물을 수입해서 먹고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국내의 자급 기반을 넓힐 생각은 안하고, 엉뚱한 짓만 하려고 하니 기가 찹니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지속 불가능한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지,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인식이 없으니까요. 지금 쌀이 남아돈다고 하지만, 진짜 쌀농사를 많이 지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요. 외국에서 수입해온 다른 먹을거리들을 워낙 많이 소비하니까 그런 건데. - P31

사회에 끼친 객관적인 피해가 아니라 행위한 자의 주관적 의도를 기준으로 하는 재판은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결 원칙과 짝을 이루어 한국을 무법의 사법 마피아 왕국으로 전락시켰다. 양심에 따른 판결 원칙은 세상의 어떤 법치국가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21세기 한국에서는 18세기 베카리아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채, 양심을 빌미로 법률로부터도 ‘독립’한 법관의 전제적 재판이 횡행하고 있다. 더욱이 기준 없는 봐주기식, 눈감아주기식 ‘양심 판결’의 오류에 대해 법관을 검증,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다. 민중은 속수무책으로 신같이 무오류를 참칭하는 법관의 전횡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살아야 한다. - P47

한국은 민주국가를 표방하면서도 민중의 권리와 동력을 인정하려 않고 관료 일변도의 권위주의 행정, 입법, 사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풍토가 지금까지도 만연하게 된 주요 원인은 목숨이 아까워 겁내고 저항하지 못한 우리 자신에게 있다. - P63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올바른 기술을 가지게 되면, 우리의 자유로운 이동 습관을 줄이거나 에너지 소비를 줄일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세계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그런 믿음은 그냥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은 아직도 기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을 뿐이다. 전기 자동차나 기타 ‘녹색’ 제품들은 우리의 심리를 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따지고 보면 인권유린과 환경훼손이 우리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도록-그리하여 불건강하고 임금이 싼 콩고나 내몽고 등의 광산으로-장소만 옮겨 놓는 음험한 책략이다. ‘녹색’ 제품들은 그것들을 이용하는 부유한 자들에게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결국 그것들은 증기기관의 발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근시안적 세계관을 영구화하는 도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환상을 ‘기계물신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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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1 - 태조에서 세종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1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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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텔레비전을 잘 안보기 시작한 지 이제는 꽤 된 것 같구나. 예전에 텔레비전을 볼 때 가끔 역사 관련 교양 프로그램을 보곤 했어. KBS에서 끊이지 않고 역사 교양 프로그램을 했었던 것 같구나. 예전에 <역사스페셜>을 가끔 보곤 했는데, 그 이후에 거의 보질 않았어.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이유가, 이번에 아빠가 읽은 책이 KBS에서 했던 역사 교양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이라는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란다. TV로 이 프로그램을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구나.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 지금도 하나? 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하는구나. 2013년부터 시작했으니 꽤 오래된 프로그램이구나. 이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어 시리즈로 꽤 되는 것 같은데, 아빠가 이번에 읽은 것은 1권이란다.

하루 24시간 다 똑 같은 날이 아니란다.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었던 날들. 그 특정한 날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TV <역사저널 그날>이고, 책의 구성도 텔레비전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말들을 그대로 적었단다.. 1권에서는 조선 태조 이성계부터 세종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워낙 유명한 사건들도 많이 있었던 시기라서, 드라마라도 많이 만들어지고,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지는 그런 시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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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그날은 정도전과 이성계가 만나는 그날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이성계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 만큼 역사적인 날들이 참 많을 텐데, 이 책에서는 정도전과 첫만남을 가진 날을 역사적인 그날로 뽑았단다. 두 명 모두 고려의 아웃사이더였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결국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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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정도전과 이성계 둘 다 고려의 아웃사이더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러던 이 둘이 만나서, 즉 붓과 칼, 사상과 무력이 만났기 때문에 이런 대업을 이룰 수 있었는데요.

저는 여기서 정도전이란 사람이 똑똑하다고 여겨지는 게, 자신이 갖고 있는 것과 잘하는 것(사상)을 알고 있는 것보다 자신이 못하는 것, 가지고 있지 않은 것(무력)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게 정도전의 천재성 같거든요.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걸 누가 갖고 있는지 알아내서 그 사람과 힘을 합쳤다. 이게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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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성계가 고려라는 자신의 나라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위화도 회군이 정당한 것인가 질문을 던지는 이도 있단다. 하지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시킨 윗사람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 그것이 옳지 않은 것이고, 잘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 있는데 말이야. 아빠도 이성계의 입장이라면 많이 고민했을 것 같구나.

역사는 승자의 것.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은 승자의 붓으로 옳은 판단이었다고 쓰여지고 있단다. 하지만 위화도 회군을 하고 나서 고려라는 나라까지 뒤엎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했을까? 아빠는 어쩌면 정몽주처럼 고려라는 나라 틀 안에서 개혁을 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것 같구나. 정몽주, 정도전 이 두 사람은 이색이라는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한 동문이고,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같이 같고 있었지만, 방법의 차이로 남남이 된다. 심지어 정몽주는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에게 살해당하고 만난다. 이 이야기는 너희들도 앞으로 많이 접하게 될 아주 유명한 이야기라서, 이만 생략할게.

아무튼 1392 7 17일 이성계는 조선을 세운단다. 왕위 자리를 몇 차례 사양하다가 어쩔 수 없는 맡는 식으로 왕위에 오른단다. 다 정해진 수순이었겠지만

그리고 수도를 한양으로 옮겼어. 신천 일대의 무악이라는 지역과 북악산 아래 한양이라는 지역을 두고 저울질하다가 교통의 요충지이고 방어하기 좋은 한양으로 정하게 되었어. 조선의 시스템은 정도전이 쓴 <조선경국전>에 기초를 했단다. 정도전이 꿈꾸던 나라는 민의를 중시하는 나라로 당시 전세계 그 어느 곳도 없었던 이상적인 나라였다고 하는구나. 책에서 약간 부풀려 이야기한 점도 없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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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15세기 세계 다른 지역의 역사와 비교해 볼 때, 지배층이 위민(爲民)이라는 분명한 목표와 그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점, 또 그걸 실천할 수 있는 여러 제도적인 장치를 잘 만들었다는 점에서, 저는 당시에 조선 말고는 그런 것들을 성취한 나라가 없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군사적으로 강력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정말 백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 15세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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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나라에 민심도 흔들리지 않고 지지하는 분위기였어. 금방 새로운 나라에 정착을 하는 것처럼 보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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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지만, 또 하나 영화와 드라마의 좋은 소재가 된 왕자의 난이라고 부르는 역사적인,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단다. 그것도 두 번이나이성계의 넷째 아들 이방원의 권력에 대한 욕심. 이성계의 실책. 아무리 새로 얻은 부인이 예쁘다고 해도, 열한 살 밖에 안된 이방석을 세자로 앉혔단 말인가. 목적을 위해서는 정몽주 같은 거물도 서슴없이 죽이는 이방원을 보고도 말인가. 자신과 가장 닮은 이방원을 세자로 후계자로 정해서 새로운 나라의 초기 정국을 안정되게 가지고 가야지 말이야.

연 이은 두 번의 왕자들 간의 칼부림에 몸서리를 친 이성계는 왕 자리를 내놓고 함흥땅으로 가버렸단다. 개국 공신 정도전도 이방원에 칼에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단다. 그렇게 왕위에 오른 태종은 흩어진 민심을 얻고자 노력을 했단다. 백성들에게는 잘 대하려고 했지만, 권력에 눈독 들이는 이들에게는 가차 없었단다. 특히 외척에 대한 숙청은 마치 트라우마가 있는 듯 했단다. 외척들은 씨를 말릴 정도로 죽였고, 나중에 사돈지간인 세종의 장인어른 심온도 죽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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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태종은 안정적인 왕위 세습을 위해 세자도 일찌감치 가장 정당한 이로 정했어. 큰아들이자 자신과 많이 많은 양녕대군. 양녕대군의 삶 또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단다. 14년 동안 세자의 교육을 받은 양녕대군은 끝내 폐위되었단다. 폐위된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세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야사에는 자신보다 뛰어난 세종을 위해 일부러 양보했다는 설도 있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고 여자 문제, 세자 공부를 소홀했던 문제 등 이유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한편으로 그것이 폐위당할 만큼 잘못한 일이었냐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단다. 양녕대군이 폐위당하지 않고, 왕위에 올랐다고 해도 평균 정도의 왕 역할은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란다.

하지만 그가 왕위에 올랐다면 세종이라는 평균 이상 최고 만렙 수준의 왕을 만나 볼 수 없었겠지. 무슨 이유가 되었던 양녕대군의 폐위는 세종이라는 위대한 왕이 나올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단다. 세종이 왕이 되고 나서 조선이라는 나라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단다. 세종의 업적들은 너희들이 앞으로 많이 배울 것이기에 여기서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으련다.

세종이라는 왕을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철인이 나라를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세종이 한 일들 중에 의외의 일이 하나 있어 소개해줄게. 바로 그 시절에 국민투표를 실시했다는 거란다. 말도 안된고 하겠지만, 당시 공법을 도입하기 위해 조선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고 하는구나. 그 놀라운 것은 의견이 모였어도 바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도 들어보는 등 신중을 기하고, 시범지역을 적용한 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고 하는구나. 의견 조사부터 실시까지 15년이 걸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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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아무리 좋은 취지와 내용을 가졌더라도 모든 변화는 일단 불편하다. 제도와 규모와 중요성이 클수록 변화의 내용과 불편의 정도도 커지게 마련이다. 국가 경제의 줄기라는 측면에서 공법의 도입은 지대하고 지난한 문제였다. 이런 사정은 전근대 한국사에서 독특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 전까지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대규모의 의견 조사가 실시된 것이다. 조정은 1430 5개월 동안 전국 17만여 명에게 찬반 의견을 물었다. 그 때의 교통, 통신 같은 기술력과 행정력을 생각하면 인구 4분의 1을 대상으로 한 그야말로 방대하고 지난한 조사였다. 결과는 찬성 9 8000여 명, 반대 7 4000여 명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라도와 경상도가 크게 찬성한 데 견주어 함길도와 평안도는 반대가 우세했다. 찬성이 더 많았지만 세종과 신하들은 공법을 서둘러 도입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루할 정도로 오래고 집요하게 제도의 장단점을 논의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1441년 앞서 찬성이 우세했던 전라도와 경상도로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3년 뒤에 전국적으로 실시했다. 의견 조사부터 전국적 실시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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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정책 결정과는 판이하게 다르구나. 임기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빠는 그런 오랜 시간의 정책들은 4년짜리 직업 정치인이 결정하면 안되고, 국민들 중에 무작위 선출로 뽑은 이들이 결정하면 가능하고 생각한단다. 아이고, 이야기가 딴 데로 샜구나.

아무튼 세종이라는 왕이 있었다는 것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양녕대군이 그대로 왕위에 올랐다면 한글이 만들어졌을까? 옆에서 세종이 부추겼을까? 한글을 만들자고? 아니면 다른 이들에 의해서 한글이 만들어졌을까? 지금 한글이 아닌 다른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해보려 하지만, .. 상상이 안 가는구나.

, 오늘은 이만 마칠게,

.

PS:

책의 첫 문장 : 삶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는 만남이다.

책의 끝 문장 : 창덕궁과 창경궁 남쪽의 종묘까지 완벽하게 이어질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찾아갔을 때 두 사람의 처지는 사뭇 달랐다. 이성계는 그동안 눈부신 전공을 세워 고려를 대표하는 무장으로 자리를 굳힌 상태였다. 그러나 정도전은 반대였다. 그 또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젊은 관원으로 중앙 정치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1375년 이인임 등이 이끈 친원배명(親元排明) 정책에 반대하다가 전라도 나주로 유배되었다. 3년 만에 풀려났지만, 그는 관직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도전은 9년이라는 짧지 않은 낙백(落魄)의 시간을 보낸 뒤 이성계를 찾아간 것이다. - P13

네, 사대문의 이름을 보면 인의예지가 다 들어가 있죠. 흥인지문(興仁之門, 동대문)의 ‘인(仁)’, 돈의문(敦義門, 서대문)의 ‘의(義)’, 숭례문(崇禮門, 남대문)의 ‘예(禮)’까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智)’가 있어야 하는데, 이 숙정문(肅靖門, 북대문)의 ‘정(靖)’자에 ‘꾀한다’는 뜻도 있어서 이게 지혜 ‘지(智)’자를 대신해서 쓰인 게 아닐까 추정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중앙에 보신각(普信閣, 종각)의 ‘신(信)’자까지 들어가서 ‘인의예지신’이 완성되는 거죠. - P58

정도전의 생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 이것 아니었겠습니까. 그러면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려면 어떻게 애햐 하느냐? 모든 것을 왕에게 맡겨 둘 수는 없다. 능력 있고 깨끗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해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이런 대원칙이 서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재상 중심의 정치(관료정치)라는 것이 <조선경국전>에 분명하게 제시되었던 것입니다. - P67

저는 이렇습니다. ‘양녕대군은 조선 최고의 전성기 세종 시대를 연출한 최고의 조연이었다.’ 결국 양녕대군의 등장이 세종을 훨씬 더 빛나게 해 줬고, 또 양녕 자신이 세종의 마음을 상당히 편안하게 해 준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만약 양녕대군이 정치적 변란에 휩쓸렸거나 역모 사건 같은 게 일어났다면 세종도 마음껏 정치를 펼치지 못했을 것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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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참 이상한 소설을 한편 읽었단다. 솔직히 말하면 읽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한글로 번역되어 있으니, 분명 활자를 따라 읽긴 했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소설이니 줄거리라도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도통 모르겠구나. 분명이 소설이라고 전해 듣고 책을 펼쳤는데, 앞부분 수십 페이지를 읽어나가면서, 소설이 맞나? 아빠가 장르를 잘못 봤나 싶어서 책의 앞면을 다시 보기도 했단다. 그곳에는 분명 “W.G 제발트 장편소설이라고 적혀 있었단다. 하지만 앞부분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여행 에세이 같았고, 읽으면서 점점 인문서적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현 사회의 비판적인 글을 만나 사회서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단다.

도대체 이 책의 정체를 아빠는 잘 모르겠더구나. 소설이라고 하니 소설이구나. 하고 읽어 나갔단다. 그렇다고 이게 다 허구인 것 같지는 않고, 사실과 허구가 경계 없이 섞여 있는 글들의 향연이라고 이야기해 볼 수 있겠더구나. 가뜩이나 집중력 레벨에 낮은 아빠가 읽기는 쉽지 않았어.

1.

책 제목이 토성의 고리다 보니 과학 관련 소설이나 SF 소설인가 싶었단다. 토성의 고리의 진실을 캐는 소설.. 토성의 고리가 생긴 유래를 밝히는 소설. 토성의 고리에 사실은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소설이런 류의 줄거리를 예상하고 책을 폈건만, 토성의 도 보이지 않더구나. 나왔는데, 아빠가 놓쳤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토성에 대한 이야기도, 토성의 고리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었단다. 책을 읽다가 하도 토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질 않아서, 책 제목에 써 있는 토성이 아빠가 생각하고 있는, ‘수금지화목토천해의 그 토성이 아니고, 동음이의어의 다른 토성’, 예를 들어 흙으로 만든 성이라는 뜻인가 싶어서, 원제를 들여다 보니 낯선 독일어로 된 제목에 Saturn이라는 단어가 보이더구나. ‘수금지와목토천해’(명왕성 빼도 말하려니 아직 낯설구나.)의 토성이 맞긴 하더구나.

도대체 제목은 왜 토성의 고리인가? 끝까지 읽다 보면 나오는가? 하지만 끝까지 나오지 않는단다. 소설의 배경은 끝내 지구를 벗어나지 못했단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영국을 벗어나지 못했단다. 잠깐, 원제가 독일어로 쓰여 있으면 지은이는 독일 사람인가? W.G. 제발트. 아빠가 이 분의 책은 처음 읽는데,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이름이 왠지 멋져 보인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이렇게 난해한 소설을 쓰신 분은 도대체 누구인가 한번 뒷조사를 해보았단다.

독일 사람 맞다. 1944년생인 그는 2001년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구나. 그의 작품들만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단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단다. 알라딘 인터넷 서점의 지은이 소개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장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독일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되어 있단다. 아빠는 그의 책을 한 권만 읽었지만(책 마지막까지 읽긴 읽었으니 읽었다고 치자) 그의 소개에 쓰인 깊은 반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감이 올 것 같구나.

책 뒷면에는 추천사가 있단다. 소설가 배수아님은 제발트 이전과 제발트 이후가 있다는 말로 극찬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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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발트를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의 풍경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날 나는 한 명의 제발디언(Sebaldian)으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여전히 구름층이 두텁고 무겁게 드리워진 11월의 하늘 아래 응급환자수송차는 여느날과 다름없이 무섭게 귀를 찢는 싸이렌을 울리며 베를린 중심가를 빠른 속도로 질주했으며, 사각형의 건물들은 모르는 사람처럼 차갑게 우울하고, 애타게 기다리는 소식은 그 어느 방향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정처없이 앉아 있는 까페테라스. 십년 전에도, 그리고 십년 후에도. 불안을 유발하는, 혹은 문학을 유발하는 어떤 장소들 중의 하나에 내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홀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도중 나는 은밀하고 남모르는 개인적인 위안이 현기증처럼 엄습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설명할 수 없는 위안. 그런데 나는 오늘, 무엇을 만났던/읽었던 것일까! 그리고 점차 번갯불처럼 명료하게 형체를 드러내는 사실: 나는 제발트를 읽었다, 그 이후에도 하루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변한 것은 단 한 가지, 제발트 이전과 제발트 이후가 있을 뿐. –배수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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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것보다 공감이 가는 추천사가 하나 있었단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학사에 대한 놀라운 문서 월스트리트 저널

그래 아빠가 줄거리를 너희들에게 이야기는 못해주지만, 이 소설에는 분명 자연도 있었고, 인간도 있었고, 문학사도 있었단다. 그 외 역사도 담고 있고,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했단다. 그래,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씩 책의 내용이 생각나기도 하는구나. 받은 느낌은 진보 성향의 작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영국 동부 써퍽 지역을 여행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 떠오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적고, 그곳과 연관성 있는 역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그렇게 화자의 생각이 쭉 나열되어 있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란다.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들도 첨부해 있는데, 이런 사진들 때문에 더더욱 소설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소설의 전형적인 형식을 깬 여러 소설들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 소설은 그런 형식을 깬 소설의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

2.

어떤 사람들은 가끔 어려운 책들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단다. 그리고 읽다 보면 고귀한 문구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어. 또 어떤 사람들은 읽다가 내용이 어렵다면, 읽기를 중단하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아빠는 읽기 어려운 책도 일단 집어 들었으면 끝까지 읽으려고 한단다. 중단한 책은 트라우마로 나중에도 다시 집어 들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세상에 읽을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읽다 만 책을 다시 집어 들겠냐 말이야.

아빠가 이 책을 너무 읽기 어렵다고만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도 공감 가는 문단들은 있었어. 특히 그 환경에 대한 그의 인식이 마치 <녹색평론>을 읽는 느낌이었단다. 1990년대 이미 지구 환경을 걱정하며 책을 통해서 경고를 했지만, 세계의 권력자들은 환경보다 권력이니까그가 비료와 농약의 경고한 글을 한번 읽어보자꾸나. 환경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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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매년 수천톤의 수은, 카드뮴, 납과 산더미처럼 많은 비료와 농약이 강을 거쳐 독일의 바다로 흘러든다. 대부분의 중금속과 여타의 독성 물질이 도거뱅크(영국 동북쪽 앞바다의 해역)의 얕은 수역에 침전되는데, 여기에 사는 물고기의 3분의 1은 이미 이상발육과 기형을 안고 태어난다. 면적이 수십 제곱마일에 이르고 깊이가 삼십 피트에 달하는 해안 가까이에 독성 해초무리가 자주 형성되는데, 바다 동물들은 여기서 떼로 고통스런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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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분별한 산업 사회에 대한 잔혹성도 이야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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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13)

그런데도 사람은 지구 표면의 어디에나 존재하며, 매시간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높게 치솟은 탑으로 이루어진 벌집 사이를 움직이며, 모든 개인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복잡한 네트워크에 점점 얽혀 들어가고 있다. 수천의 케이블과 권양기로 얽혀 있던 과거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도, 쉴 새 없이 지구 위를 몰려다니는 정보의 흐름에 휩싸인 증권거래소와 중개업소 사무실에서도 그러하다. 비행기가 해변을 지나 녹색 젤리처럼 펼쳐진 바다로 접어들 무렵, 나는 이런 고도에서 우리 자신을 내려다보면 우리가 우리의 목적과 결말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지가 끔찍하리만큼 분명해진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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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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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이른바 퇴근 뒤에도 멈출 줄 모르고 머릿속을 맴도는 끝없는 생각, 잘못된 실을 붙잡았다는, 꿈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 사람을 막다른 골목과 낭떠러지로 몰아가는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이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직조공들이 그렇게 정신병을 앓았던 반면,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직전의 몇십년 동안 노리치의 제조공장에서 생산된 많은 비단들은비단 브로케이드와 물결무늬의 태비넷, 쌔틴과 쌔티넷, 캠블릿과 채버렛, 프루넬라와 플로렌틴, 디아망테와 그레나딘, 블론딘, 봄바진, 베르아일과 마르띠니끄 등실로 환상적인 다양성과 말로는 거의 묘사할 수 없고 빛깔이 연신 아른거리며 변하는, 새의 깃털처럼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 같은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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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오늘 편지를 마치려고 해. W.G. 제발트의 다른 책들을 더 읽어봐야 하나 고민이 생기더구나. 고생을 또 해가며 읽어야 하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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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한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던 1992 8, 다소 방대한 작업을 끝낸 뒤 나는 내 안에 번져가던 공허감에서 벗어나고자 영국 동부의 써퍽 카운티로 도보여행을 떠났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비단 상인의 아들이었으니 비단을 보는 안목이 있었을 토머스 브라운은 <널리 진실로 오인되는 견해들>의 내가 다시 찾아내지는 못한 어느 부분에서 당대의 네덜란드 습속에 대해 적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당시 그곳에서는 망자의 집에 있는 모든 거울과 풍경이나 사람 혹은 들판의 열매가 그려진 모든 그림들을 슬픔을 표현하는, 비단으로 만든 검은 베일로 덮는 습속이 있었고, 이는 육신을 떠나는 영혼이 마지막 길을 가면서 자기 자신을 보거나 다시는 보지 못할 고향을 보고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저택을 둘러본 뒤 다시 바깥으로 나왔을 때, 대부분의 문이 열려 있는 큰 새장 안에 외로이 남은 중국 메추라기 한 마리가 새장 오른쪽 측면의 창살을 따라 연신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치매에 걸린 것이 분명한 그 새는 뒤돌아설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이 이런 암담한 상황에 빠지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곤 했다. 서서히 어둠 속으로 침잠해가는 저택과 달리 주위의 녹지는 쏘머레이톤의 영예롭던 시절이 끝나고 나서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바야흐로 그 진화의 정점에 도달해 있었다. 물론 그 시절에 화단과 묘상들은 더 화려하고 손질이 잘돼 있었겠지만, 모든 폐토가 심어놓은 나무들은 이제 녹지 위의 하늘까지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더러 4분의 1모르겐(약 이천오백 평에 해당하는 과거 땅넓이의 단위)에 이를 만큼 넓게 몇몇 가지를 뻗어 당시에 이미 방문객들을 놀라게 한 삼나무들은 이제 저마다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 P49

상상하기도 어려운 이런 막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자연사학자들은 인간이 생명의 순환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파괴의 작은 일부에만 책임이 있으며, 독특한 생리학적 조직 덕택에 청어는 고등동물이 죽을 때 느끼는 몸과 영혼이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실은 우리는 청어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청어의 골격이 이백 개가 넘는 다양하고 지극히 복잡하게 구성된 연골과 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뿐이다. - P73

때로는 우리는 이 지구에서 사는 데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들이고, 삶이란 끝없이 진행되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실수라는 생각이 듭니다.(It seems to me sometimes that we never got used to being on this earth and life is just one great, ongoing incomprehensible blunder)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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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리커버 특별판)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찬별.노은아 옮김 / 비즈니스맵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프로야구가 있는 나라라면 겨울철을 제외하고 일년 내내 야구를 한단다. 어떤 팀을 응원한다면 일년 내내 그 팀의 성적에 웃고 울고들 하지아빠는 그렇게 열성적으로 야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관심을 갖고는 있단다. 아빠 주변에는 특정팀을 열렬히 좋아하는 이들이 꽤 있단다. 그리고 직접 야구 동호회에도 나가서 야구를 즐기는 이들도 많아. 아빠도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 야구를 하기도 했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해 본 적이 거의 없구나.

올해도 일년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이 끝나고 각 나라의 올해의 우승팀이 다 가려지고, 다들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겠구나. 왜 아빠가 갑자기 야구 이야기를 하냐면 이번에 읽은 책이 야구에 관한 <머니볼>이라는 책이라서 그래. 이 책은 책뿐만 아니라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단다. 아마 영화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구나.

이 영화 덕분에 아빠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대략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고 있었어. 비록 영화도 보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미국 메이저리그의 가난한 야구 구단인 오클랜트 애슬레틱스가 즐비한 부자구단들을 꺽고 정규 시즌 1위를 하게 된 이야기. 철저한 통계 야구 그 이후에 다른 구단들도 오클랜드가 추구했던 데이터 야구를 하면서, 그들의 장점이 더 이상 발하지 않게 되었다는 뒷이야기도 알고 있었어. 그리고 이제서야 뒤늦게 그 책을 읽어보게 되었구나.

.

1.

이 책은 2002년의 이야기가 주 무대란다. 2001년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성적은 좋았어. 당시 오클랜드의 에이스였던 지암비를 비롯하여, 주축선수 3명이 부자구단으로 팔려갔어. 그들을 다시 메워야 하는 것이 단장 빌리 빈의 역할이었어. 주어진 적은 돈으로 주축 선수 대신할 이들을 찾아야 했지. 당시 빌리는 사십 대 초반의 젊은 단장이었단다. 빌리는 고등학교 때까지 유능한 운동선수였단다. 여러 운동을 다 잘했지만, 빌리는 야구를 선택했고, 야구에서도 발굴의 실력을 보였어. 처음에는 대학에 진학을 하려고 했지만, 메이저리그 팀이 그의 집을 찾아왔어. 고민 끝에 빌리는 메이저리그를 선택했어.

빌리는 야구에 천부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어. 멘탈이 문제였어. 긴장을 많이 하고, 쉽게 흔들리곤 했어. 많은 스포츠가 그렇지만, 야구도 심리적인 면이 실력에 많이 좌우하는 경기란다. 멘탈이 약했던 빌리는 기대와 달리 실패한 선수가 되었어. 여러 팀에 전전하다 마지막 팀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였어.

빌리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았어. 자신의 멘탈로는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십 대 젊은 나이에 은퇴를 했단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이, 선수 출신은 거의 선택하지 않는, 전력분석원이었단다. 그렇게 오클랜트 애슬레틱스 전력분석원으로 출발하였고, 빌리 빈은 1998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이 된단다.

1990년대 이후 재정이 좋지 않아 약체팀으로 분류되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빌리 빈이 맡은 이후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단다. 특히 이 책에서 주로 그리고 있는 2002년은 역사적인 20연승의 기록을 세우는 등,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게 된 거야.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이런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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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야구는 통계의 스포츠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통계로 분석하고 평가하고 있단다. 하지만, 2002년 당시만 해도 스카우터들은 선수의 단편적인 면을 보고, 스카우터의 오랜 경험적인 으로 선수들의 순위를 매겼어. 하지만 빌리 빈은 통계로 선수들을 평가했어.. 그런 빌리 빈의 오른팔이 있었으니, 야구와는 관련도 없는 경영학을 전공한 폴 디포데스타라는 사람이야. 다른 사카우터들이 볼펜과 노트를 들고 다닐 때, 폴은 마우스와 노트북을 다녔단다.

폴의 분석은 명확했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승수를 알고 있었고, 그 승수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선수는 홈런을 잘 치는 선수가 아니고, 출루율이 좋은 선수라는 것을 통계적으로 알고 있었어. 그리고 투수를 지치게 만드는 공을 잘 골라낼 줄 아는 선수. 그런 선수들의 리스트를 뽑아서 빌리에게 주었지. 그런 선수들의 공통점은 경험 많은 스카우터들이 말도 안 된다고 퇴짜를 놓는 선수들이었어. 그래서 드래프트를 뽑을 때 빌리는 팀의 스카우터들과 심한 갈등이 있었지만, 구단장인 자신의 선택권을 우선시 했어.

그렇게 뽑은 선수들이 다른 구단들에서는 거들떠 보지는 않은 제레미 브라운, 스캇 해티버그 등이었어. 사실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야구 선수들인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다들 유명한 선수들이더구나. 감독도 바꿨어.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말이야.

하지만 출발은 좋지 않았어. 올스타 시즌이 왔는데도, 승률이 5할도 되지 않았어. 하지만, 빌리 빈과 폴은 그들의 계산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단다. 올스타전이 끝나고 후반기가 되면 포스트 진출의 희망이 없어진 팀은 내년을 기약하며 선수를 내놓게 된단다. 그런 선수들 중에서 빌리 빈은 스카우트를 해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 물론 그런 선수를 노리는 많은 팀들이 있단다. 이때 빌리 빈의 협상 실력이 발휘가 된단다. 다른 구단주들과 계속 협상하고 전화하고, 결국 그가 원하는 선수들을 가지고 올 수 있었어. 그가 원하는 선수들도 모두 폴의 노트북에서 뽑아낸 통계의 선수들이었단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전혀 다른 팀이 된단다. 연승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어. 10연승을 해도 그들의 연승은 멈추지 않았어. 옛 전설들의 연승 기록들을 소환하며 그들은 지는 법을 잊고, 19연승까지 내달렸단다. 이제 20승을 하면 아메리카 리그 최고 신기록을 하는 것이란다. 경기는 쉽게 풀렸어. 팀도 약체팀이었지. 11:0. 쉽게 20연승을 할 것 같았어. 하지만,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단다. 한 점 한 점 따라오던 상대팀은 9회초 결국 11:11 동점을 만들었단다. 정말 20연승은 꿈의 일인가.

홈 경기였는데, 20연승에 기대는 한풀 꺾인 것뿐만 아니라, 여기서 지면 팀 분위기가 얼마나 가라앉을지 몰랐어. 그런데, 9회말 대타로 들어온 스캇 해티버그. 영화 시나리오로 써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단다. 끝내기 홈런. 그렇게 만들어진 20연승의 대기록. 인터넷을 뒤져보았단다. 유튜브로 그때 끝내기 홈런을 찾아보았어. 열광의 도가니가 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홈구장을 볼 수 있었단다.

그렇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시즌 시작 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1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단다. 이런 성과를 낸 것은 빌리 빈과 폴 디포데스타의 통계 야구 덕이었어. 선수들을 철저하게 분석을 해서 요소요소에 기용하는 능력. 협상으로 필요한 선수를 데리고 올 수 있는 능력. 이 책이 스포츠 분야보다 경영 분야로 분류되는 이유도 이해가 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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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지만 그들의 포스트 시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어. 2002년뿐만 아니란다. 빌리 빈이 단장으로 있으면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이내 고배를 마셨단다. 그래서 당시 빌리 빈의 방식이 정규 시즌에서는 통하지만, 포스트 시즌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들도 있었대. 하지만, 그의 업적을 내리깔아서는 안 된단다. 그의 이런 방식이 이후 다른 팀들도 다들 따라 했으니 말이야.

빌리 빈은 이후 부자 구단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지만, 그는 영원한 오클랜드 맨으로 남기로 했단다. 돈이 전부는 아니잖아. 그리고 그가 그것을 증명했고 말이야.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그는 부사장으로 승진을 해서 여전히 오클랜트 애슬레틱스에 남아 있더구나. 올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와일드 카드 진출전에 성공했지만, 단판 승부에서 패하며 포스트 시즌에서 일찍 짐을 싸고 말았단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를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1989년이란다. 빌리 빈이 오클랜드에 온 이후에 한번도 월드시리즈를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야. 그가 오클랜드에 몸 담고 있는 동안 한번쯤은 월드시리즈를 우승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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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메이저리그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퇴짜 맞은 프로야구 선수와 운영진이 모인 팀이 있다.

책의 끝 문장: 이것이 바로 가난한 팀이 실제 경기에서 그처럼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적응력이랴말로 타자의 성공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다. 볼넷 수는 그 타자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방식을 알고 있음을 증명하는 최고의 지표였다. 폴의 분석에 따르면 대학야구의 타석에서 날카로운 눈을 가진 선수는 프로야구에서도 날카로운 눈을 보여줄 수 있다. 타석에서 보이는 절제력은 타고난 재능에 가까우므로 제멋대로 방망이를 휘두를 아마추어가 프로 무대에서 훈련을 거친다고 해서 바뀌기는 어렵다. 또한 폴은 타자의 팀 공헌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계를 분석하고, 그 함의를 깊이 이해했다. 예를 들어 타석당 투구 수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출루율이 얼마만큼 중요한 지표인지 하는 것이다. 그는 소수의 증거가 아닌 방대한 양의 통계 데이터에서 일반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무한테도 설명하지 않았다. 빌리가 선수 출신에게 통계와 확률 이론을 설명해봐야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누누이 말했기 때문이다. - P61

그제야 사람들은 빌리가 결코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때는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선수였음을 떠올렸다. 라조이가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나는 그가 아직 선수로서 발전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라조이 단장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경기 도중 타석에서 빌리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 그는 항상 움직여야 하는 성격을 타고났지만, 타석에 서면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야 했다. 그는 일종의 폐쇄공포증에 시달렸다. 그에게 타석은 그의 영혼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새장이나 다름없었다. - P85

보라스는 다른 어떤 에이전트보다 아마추어 선수의 몸값을 많이 우려내는 것으로 악명 높은 사람이었다. 만약 구단에서 자신이 요구한 금액을 내놓지 않으면 고객인 선수에게 1년간 야구를 쉬었다가 다시 드래프트에 참가해 그 돈을 줄 수 있는 구단에 들어가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 P162

내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폴이 대답했다. "우린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려는 겁니다. 세상에는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 보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히는 경로가 조금 미묘하기는 해도 역시 결과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폴은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말해 이미 벌어진 일을 보지 말고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겠다는 겁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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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알고 있는 유일한 재일교포 작가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을 읽었다. 이번에 읽은 그의 소설은 <SPEED>라는 소설이란다. 그의 소설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번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지난번에 읽은 <플라이 대디>에도 나왔던 이들이 나오더구나. 인터넷 서점에서 책 소개를 읽어보니, 아빠가 지난번에 읽은 <플라이, 대디>와 이번에 읽은 <SPEED>, 그리 아직 읽지 않은 <레벌루션 No.3>를 ‘더 좀비스 시리즈’라고 부르더구나.

삼류 고등학교 문제아들이지만 미워해야 미워할 수 있는 이들의 모임 이름이 ‘더 좀비스’야.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스토리 흐름이 지난번에 읽은 <플라이, 대디>와 너무 유사했단다. 지은이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표절시비가 붙지 않았을까 할 정도의 유사한 흐름 전개였어. 한 작가의 소설들이고 시리즈로 묶여 있어서 그런 시비에 휘말리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이야기의 흐름이 비슷했단다.

 

1.

그래서 줄거리는 짧게 해주고 마치려고 한단다. 이번 소설에는 <플라이, 대디>에서의 아빠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오카모토 가나코라는 여학생으로 나온단다. 가나코의 과외 선생인 대학생 언니 아야코가 뜻밖의 자살로 삶을 마감했어. 가나코가 생각하기에는 자살 같은 것은 할 언니가 아니었는데 말이야. 아야코의 대학 친구인 나카가와를 만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괴한들의 습격을 받게 되었어.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천사 같은 이들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탈출했어. 그들이 바로 <플라이, 대디>에서도 등장했던 박순신과 일당들, , 미나가타, 가야노, 야마시타였단다. 그런데 그 괴한들을 제압하고 캐물었더니, 배후에 나카가와가 있었어. 방금 전 가나코가 만났던 아야코의 대학 친구인 나카가와 말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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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코의 자살의 원인 불륜 때문이라고 했어. 불륜의 대상이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그 불륜의 대상이 다름 아닌 인기 대학 교수이자 아야코의 담당 교수인 다니무라라는 교수였어. 이 사실을 눈치 챈 가나코가 아야코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캐려고 하자, 나카가와가 괴한을 시켜서 협박을 하려고 했던 거야?

도대체 왜 나카가와는 아아코와 다니무라 교수의 불륜 사실을 숨기려는 걸까. 그것은 큰 돈과 관련이 있었어. 얼마 후 나카가와가 다니는 대학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그 축제의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었어. 그 대학 축제에 움직이고 있는 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돈이었어. 그 중에 상당 부분이 나카가와의 주머니로 들어오는 상황이었고, 이 축제를 주관하면서, 자신의 대학교 졸업생들 중에 유력 인사들과 줄을 맺을 수 있어 향후 자신의 앞날도 밝혀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다니무라 교수의 불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 축제도 열릴 수 없게 되고, 돈도 없어지고, 자신이 계획한 미래도 없어지고.. 그런 이유들에 의해서, 나카가와가 그런 짓을 한 거야.

이런 사실들을 안 우리의 좀비스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정의의 불사신들이잖니. 가나코도 언제 또 괴한들이 덮칠지 모르니 호신술을 배운다고 했어. 그래서 박순신을 비롯한 좀비스들이 가나코에 싸움술을 가르쳐주었어. 어렸을 때 발레를 했었던 가닥이 있어서 가나코도 잘 따라와 주었어.

그들은 D-데이를 대학 축제일로 잡았단다. 나카가와도 그런 좀비스들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사전에 가나코를 납치를 했어.. 나카가와의 이런 짓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나 마찬가지야. 박순신의 좀비스들이 가뜩이나 준비하고 말이야. 가나코에 납치된 곳을 찾아가 나카가와의 일당들과 다툼이 시작되고… 우당탕탕…. 결론은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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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줄거리를 간단하게 이야기해준다고 했는데, 너무 간단히 했나?^^ 이번 소설은 약간 실망해서가네시로 가즈키의 다음 소설들을 기대해보면서, 오늘은 이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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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지금 내 앞에 가증스러운 적이 서 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스피드에 목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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