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외국 배우 중에 톰 행크스라는 사람이 있단다. 탐 행스라고 해야 원래 이름 발음과 더 비슷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톰 행크스로 부르고 있어. 아빠가 그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아마 <>이라는 영화일 거야. 그리고 그를 좋아하게 된 영화는 바로 <프레스트 검프>라는 영화였단다. 군대 휴가 나왔다가 군 동료랑 극장에서 본 것으로 기억되는데, 너무 재미 있어서, 그 이후에도 몇 번을 더 본 것 같구나. 그 영화로 톰 행크스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되어 이 이후 그가 출현한 영화들을 참 많이 봤단다. <아폴로 13>, <캐스트 어웨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등 생각나는 영화들만 해도 엄청 많더구나. 일일이 다 적지 못할 만큼 그의 많은 영화들을 보았는데, 대체적으로 재미있었어. 아빠가 본 그의 영화들 중에는 소위 폭망한 영화가 없었던 것 같아. 아빠가 안 본 그의 영화들 중에서는 재미없는 영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톰 행크스가 소설을 썼다고? 작년에 신간 코너에서 그의 소설집을 알게 되었단다. 미루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는데,  모두 열일곱 편의 단편 소설들이 실려있어. 책 날개에 작가 소개를 읽어보았는데, 톰 행크스는 타자기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모은 타자기가 100개도 넘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에 실린 소설들 중에 타자기가 많이 등장했단다. 타자기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타자기가 등장을 한 것이 지은이 톰 행크스의 타자기에 대한 애정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어.

1.

문득, 아빠도 타자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단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에, 친구네 집에서 본 타자기를 보고 나서 어찌나 갖고 싶었던지.. 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구나. 컴퓨터가 널리 사용되고 있어서 타자기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그리고 타자기로 탁탁 두들기면서 쓰는 맛은 여전할 것 같구나. 아직도 타자기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키보드 자판을 두들길 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것보다 탁탁 소리가 나고 누르는 느낌도 있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즐거움을 주어 컴퓨터 키보드도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잖아. 우리집도… ^^

이 책을 읽고 나서 혹시 타자기를 살수 있나 싶어서 검색을 해보았단다. 사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전자식 말고 기계식 타자기. , 신형은 거의 보이지 않고 중고가 좀 있고,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은 장식용이구나. 이 정도면 멸종되었다고 봐도 되겠구나. 그냥 컴퓨터 키보드로 두들기는 것으로백스페이스도 있고 좋구나.

2.

지은이 톰 행크스가 들려주는 이야기.. 모두 17편이었어. 대서사가 있는 것들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사랑 이야기가 있었고, 옛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추억이 담긴 이야기가 있었고, 미래를 오가고, 시간을 오가는 공상 과학 이야기가 있었단다. 아빠가 보통 소설을 읽을 때 줄거리를 금방 까먹기 때문에 메모를 하면서 읽곤 하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이런저런 일로 바쁘고 해서 앞부분 두어 편만 간단히 메모를 해 놓았어. 책을 덮고 줄거리 잊기 전에 적어놔야지, 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조금이라도 적어놓아야 너희들한테 이야기할 때 정확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든..

그런데, 그걸 하지 못하고 책을 덮은 지 꽤 시간이 지나간 것 같구나. 차례에 있는 제목을 보면 각각 어떤 이야기였는지 대충 생각나지만 그 줄거리들이 정확하지 않아서 너희들에 이야기할 수준은 안 되는구나. 그리고 17, “행크 피셋과 함께하는 우리 동네 소식” 4편을 빼더라도 13편이나 되는 소설들을 다 이야기하기에는, 아빠가 부지런을 떨 수가 없을 것 같아 줄거리는 안 적는 걸로

다만, 그의 17편 단편 소설들을 한 마디로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잔잔하고, 가끔 유머도 넘치고, 사랑이 담겨 있고, 평범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이야. 그리고 읽고 나면 마음에 평온해지고 말이야.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들더라. 그가 많은 영화에 출현을 하고, 또 영화를 만들면서 그 영화들의 스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이런 소설들을 생각해낸 것 같다는 생각 말이야. 어떤 소설을 읽었을 때는 그가 출현한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어.

….

그가 앞으로도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도 계속 써 갈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또 출간을 한다면 아빠도 또 그의 소설을 읽을 생각이란다. 그때는 줄거리를 잘 메모해서 더 자세히 알려줄게.

PS:

책의 첫 문장: 애나는 엠데시에게 뜻깊은 선물을 고르려면 앤틱 웨어하우스만한 데가 없다고 했다.

책의 끝 문장: 공은 윤기 나는 마룻바닥 위를 길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휘어져, 1번과 3번 필 사이에 있는 공간을 향해 굴러갔다. 스트라이크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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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문학에서 찾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2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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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장영희님께서 돌아가신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단다. 아빠가 장영희님의 책은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인터넷 서점에서 서핑하다가 장영희님 책 중에 읽지 않은 책을 보게 되어 구입해서 읽게 되었단다.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5월에 읽었는데, 아빠가 게을러서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구나. 이 책은 꼭 5월에 읽고 싶었어. 5월에 읽은 이유는 장영희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5월이고, 그런 장영희님을 그리면서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장영희님의 글은 풋풋한 봄 향기 같은 글들이라서, 5월에 읽으면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1.

장영희님의 글이 좋은 이유는 먼저 사랑이 있단다. 사랑이라는 것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장영희님이 이야기하시는 사랑은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많단다. 그래서 그 젊음을 회상할 수 있게 해서 좋단다. 장영희님의 마음만은 늘 청춘이고 젊음이었지. 사랑에 대해 어찌 그리 아름답게 표현을 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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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랑이란 느릿느릿 들어와 어느덧 마음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앉아 눈치 없이 아무 때나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힘들고 거추장스러우니 제발 나가 달라고 부탁해도 바보같이 못 알아듣고 꿈쩍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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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영희님의 글이 좋은 이유는 문학이 있어서 좋단다. 아빠가 소설 읽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어렵긴 하지만 고전 소설을 읽는 것도 좋아한단다. 장영희님께서 그런 문학 작품들을 추천해 주어 좋았어. 그리고 그런 문학 작품들 속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어. 가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어려운 고전도 있는데, 장영희님이 추천해주는 고전들은 사랑을 주제로 한 것들이라 그런지 일단 재미가 보장된 고전들이었어. 폭풍의 언덕이라든가, 위대한 개츠비라든가…,  장영희님은 생전에 문학은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이야기한다고 하셨어. 그만큼 문학을 무척 사랑했던 분이셨지. 아빠도 문학을 사랑해.^^

..

그리고 소설뿐만 아니라 문학의 또 다른 축 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어. 좋은 시도 추천해주고,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글로 남기시곤 했어. 아빠는 사실 시 읽는 것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란다. 그러나 장영희님이 소개해주는 시들은 모두 좋았어.. 때론 감동을 받기도 했단다. 이 책에 실린 시들 중에도 음주가라는 시가 마음에 와닿더구나. 짧기도 하고, 술에 관해 이렇게 아름답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 시의 힘은 대단하구나. 이 시를 다시 읽으니, 술 생각이 나는구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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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7)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예이츠의 시가 한 편 있는데요, 그 시의 제목은 ‘A Drinking Song’입니다. 우리말로 음주가라고 번역합니다.

음주가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게 될 진실은 그것뿐

술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며

그대 보고 한숨짓네.

영시 중에 한 편을 외워 오라는 숙제를 학생들에게 내주면 가장 많이 외워 오는 시입니다. 짧아서 부담이 없기도 하지만 우리 학생들의 마음에도 어필하는 시 같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보며 술 한잔 마시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죽기 전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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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님은 젊은이들에게 설파를 한단다. 사랑을 하라고아빠는 비록 젊음을 과거에 두고 왔지만, 장영희님의 말에 따르고 싶구나. 장영희님이 이야기하신 사랑은 사람에 국한된 것이 아니거든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해라.

삶이 끝날 때까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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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젊은이들이여,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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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책에 실린 장영희님의 글은 사실 새로운 글들은 별로 없단다. 대부분이 장영희님의 다른 책에 실린 글들 같았어. 아빠도 읽으면서 어디선가 본 글들이 많았거든. 그래도 좋았어. 좋은 글들은 몇 번이고 봐도 좋으니까 말이야. 아래 글도 전에 어디선가 본 글 같았는데, 또 봐도 좋더구나. 특히 아빠도 이제 너희들에게 든든하고 싶은 아빠가 되었잖니. 아래 글은 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에게 보여주고 싶더구나. 힘이 불끈불끈 솟게 하는 글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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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23)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 떠돌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 작자 미상의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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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기분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날 때 너털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혼자 마음껏 울 장소가 없어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는 매일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가는 사람이다

아버지란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나 보다매일 자책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격언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잘 깨지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식들이 늦게 들어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는아들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바라면서도아니,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하고 이중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위해 온몸이 부서져라 일해도부자 아빠가 못되어 큰소리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봄가을을 오고 가지만 아버지 마음은 가을겨울을 오간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한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 큰 소리로 기도하는 사람이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큰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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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오늘은 연애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눠 볼까 합니다.

책의 끝 문장: 무덤덤하고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것보다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찬란한 섬광 속에서 사랑의 불꽃을 한껏 태우는 삶이 더 나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고전학자이자 시인인 A.E. 하우스먼은 시(詩)란 ‘상처받은 진주조개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분비 작용을 하여 진주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진주를 얻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겪듯, 시인의 고뇌와 아픔 속에서 아름다운 시가 나온다는 말입니다. 예이츠의 경우는 짝사랑이 그를 위대한 시인으로 만드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 P58

"진정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아니?"
아버지 에드워드가 묻습니다.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 P126

사랑하는 일은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요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항상 배려하는 마음, 그 사람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 –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해도 항상 의식의 언저리에 있는 그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은 대단한 영혼의 에너지를 요한다. - P148

젊은이들이여,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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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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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망내인>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본 이 책의 부제 때문이란다.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이 소설을 읽거나 책 소개만 읽어 봐도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지만, 이 문구를 처음 봤을 때 아빠는 다르게 해석을 했단다. 아빠가 하는 일이 네트워크와 관련된 일이라서, 네트워크라는 일에 미친 사람들이라고 짐짓 해석을 해보았어.

그런 부제 때문에 책에 대한 소개를 읽어봤더니, 추리 소설인 것 같더구나. 지은이는 찬호께이라는 홍콩 사람인데, <13.67>이라는 소설로 많이 유명한 사람이었어. 아빠가 추리 소설을 좋아하고, 홍콩 작가의 추리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고, 먼저 읽은 이들의 평도 괜찮은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단다. 책이 700페이지가 넘는 엄청 두꺼운 책이더구나. 700페이지를 금방 읽을 수 있는 재미는 있지만, 예상되는 반전과 주인공들의 약간의 식상함이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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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 아이.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어. 그러나 아이의 아빠가 직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도 병으로 돌아가신 이후 모든 것이 변해 버렸어. 아이(주인공 이름)는 이제 여덟 살 어린 중학생 동생 샤오원과 단둘이었지. 아이는 중학생인 샤오원을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직장을 다녔어. 보수도 그리 넉넉하지 못했어. 그런데 어느날 샤오원 마저 죽었단다. 자살이었어. 아이는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샤오원이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어. 동생을 너무 몰랐다는 것에 마음 아파했단다. 아이는 이제 무슨 이유로 살아가야 할까. 얼마 전에 샤오원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너무 둔감하게 생각했던 자신을 자책했단다.

샤오원이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 성추행범한테 당한 적인 있었는데, 샤오원은 그냥 참고 말려고 했어. 그러나 주위 어떤 아줌마가 큰 소리로 성추행범에게 야단을 치면서 소란이 났고, 성추행범 당사자는 유죄를 받게 되었어. 하지만 이 소문을 삽시간에 퍼져 샤오원의 학교에서도 알게 되었어. , 그래도 피해자니까 이 정도로 끝이 나면 시간이 샤오원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얼마 뒤 유명한 인터넷게시판에 가해자의 외조카라는 사람이 억울하다며, 샤오원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어. 이 일로 샤오원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과 답글들이 달렸고,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샤오원을 불량소녀로 보는 시선들이 늘어났어. 그리고 신문들도 샤오원에 악의적인 기사를 싣기 시작했어. 샤오원은 이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에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삶을 마감한 거야. 사실 이런 일들이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실제에도 일어나는 일들이라서 더욱 안타깝구나.

.

2.

아이는 사설 탐정을 시켜서 샤오원의 죽음을 몰고 간 성추행범의 외조카의 주소를 알아달라고 했어.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다는 거야. 성추행범의 여자 형제가 없기 때문에 외조카라는 이가 있을 수 없다고 했어. 그럼 그야말로 게시판에 올린 글은 악의적인 목적으로 올린 것이었어. 게시판의 글을 올린 사람을 찾고 싶다고 하는 아이에게 그 사설탐정은 유명한 해커 아녜를 소개해 주었어.

해커 아녜. 그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보는 천재 해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소개된단다. 집안은 온통 지저분하고, 외톨이 스타일이지만 컴퓨터나 해킹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런 모습. 그리고 당연히 아이를 무시하고 의뢰를 단호히 거절하는 모습. 뭐 또 당연히 나중에 그 사건을 맡게 되겠지. 이것도 추리 소설의 일종의 패턴인가? 아빠는 그런 생각을 했어. 끝끝내 아녜가 의뢰를 맡지 않았다면 이 소설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이 될 수가 없었겠지.

아무튼, 아이는 처음 거절을 당했지만, 계속 찾아갔고 아녜는 이 사건을 맡기로 했어. 샤오원에게 악의적인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샤오원을 죽게 만든 이를 찾아 복수해 달라는 것. 그것이 아이가 아녜에게 부탁한 것이었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돈은 얼마 안되지만 전부를 주겠다고 했어. 아녜가 그 게시판의 글을 올린 이를 추적해보니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했어. 그날 글을 올리기 위해서 새로 계정을 만들었고, 글을 올리고 나서는 바로 삭제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계정을 만들고 글을 올릴 때도 해외를 통해서 우회했기 때문에 직접 글을 올린 이를 찾을 수가 없다고 했어. 해커거나 해커 수준의 컴퓨터 전문가가 글을 올렸다는 것이지. 이것이 아녜가 이 사건을 맡게 된 이유라고 했어. 범인을 찾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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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녜는 천재성을 보이면서 범인이 남긴 아주 작은 실마리로 범인의 범위를 좁혀갔어. 네트워크 시스템에 관한 용어들과 해킹에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나왔단다. 아녜는 범인이 아이폰을 쓰고 샤오원을 잘 아는 사람일 것이라고 했어. 샤오원의 핸드폰 속에 kidkit727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샤오원에게 협박성 메일을 보낸 것이 담겨져 있었는데, Kidkit727이라는 아이디는 그 게시판의 글을 올린 이의 아이디와 같았어.

샤오원의 죽기 전 생활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아이는 동생에 대해 자신이 너무 관심이 없었음에 죄책감을 느꼈단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자신이 모르는 샤오원의 비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러니까 착한 줄만 알았던 샤오원이 사실 나쁜 짓을 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진실을 아는 것이 오히려 두려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아녜와 아이는 샤오원의 유품을 정리한다는 이유로 샤오원이 다니던 학교에 들렀어. 담임 선생님도 만났고, 친구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편으로는 어떤 이가 범인일까 추리도 해보았어.

두쯔위. 도서관 사서 일도 같이 하는 학생. 샤오원의 장례식장에도 왔었음. 예전에 자신과 관계없는 친구의 잘못을 폭로해서 그 친구가 전학 가는 일이 있었음.

리민. 부잣집 딸. 공주로 불림. 소풍 장소 선정할 때 샤오원과 약간 트러블이 있었음.

수리리와 쿼타이. 샤오원이 예전에 쿼타이와 사귀었다가 2주 만에 절교함. 수리리와 쿼타이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다가 얼마 전부터 사귀기 시작. 2년 전 크리스마스, 불량배들에게 위험에 빠졌던 샤오원을 구출해준 적 있음.

, 어떤 친구가 샤오원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까.

샤오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친구의 오빠 스중난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단다. 스중난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이고 야심이 많은 사람으로 지금은 조그마한 벤처 회사에 다니고 있단다. 스중난이 자신의 동생에게 흔적 없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준 이란다. 스중난이 다니는 회사에 어느날 유명한 미국의 벤처투자회사의 대표인 스투웨이가 찾아왔어. 스중난이 다니는 회사에 투자하고 나아가 회사를 사고 싶다고 했어. 스중난은 이것이 자신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회사 밖에서 우연히 만난 척을 하면서 스투웨이를 만났단다. 스투웨이도 능력 있는 스중난과 자주 만나면서, 스중난이 다니는 회사를 사게 되면 CEO 자리를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어. , 뭔가 냄새가 나도 풀풀 나더구나. 스투웨이라는 사람 말이야. 그러니까 너무 티가 난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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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 다음부터는 아녜가 범인들을 찾아내고, 복수를 하는 단계로 이야기가 전개된단다. 하지만 복수가 정답일까 고민하는 아이. 그리고 소설이 진행되면서 지은이가 뿌려두었던 떡밥들을 하나하나 긁어 모으면서 소설은 마무리된단다. 냄새 풀풀 났던 스투웨이의 정체도 그리 놀랍지 않게 밝혀지고 말이야. 추리 소설인데, 결말까지 다 이야기해주는 것은 그렇고, 이만 여기서 독서 편지는 마칠까 해.

요즘도 많은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 익명의 폭력.. 윤리적으로 좀더 성숙한 인류가 되었으면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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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아침 8, 출근할 때만 해도 아이는 오늘 자신의 인생이 바뀌리란 걸 몰랐다.

책의 끝 문장: 아침에 집을 떠나면서 아이는 오늘이 자신의 인생이 바뀌는 첫날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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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 - 외계 생명체를 찾아 떠나는 과학 여행
제프리 베넷 지음, 이강환.권채순 옮김 / 현암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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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간은 어디서 왔는가? 라는 질문으로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해답을 찾으려고 했단다. 어떤 이는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가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유인원에서 진화하여 인간이 되었다고 했어. 과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진화론이 아무래도 맞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했지. 하지만, 유전자를 비교해보면 인간과 맞는 유인원이 없어서 그것도 아직 정확하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단다. 유인원과 인간 사이에 유전적으로 연결 고리를 찾지 못했다는 미싱 링크라는 용어를 써서 이야기하기도 했어.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난 생명체가 아닌, 우주 어디선가 왔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어. 지구의 기온 변화가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동물이 인간이라면서, 그런 이유가 인간이 먼 옛날 외계에서 왔기 때문에 그런다는 것이었어. 아빠 그 이야기를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잖아.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갖고 있다가 일이 년 전인가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보았단다.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 오호, 인간의 근원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책인가 보네. 그러면서, 책을 구입했었어.

그리고 아빠가 얼마 전에 원종우님의 <태양계 연대기>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외계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도 했었잖아. 그래서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라는 책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읽었지, 인간의 뿌리가 외계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주장하는지 한번 보자이러면서 책을 펼쳤단다. 그런데 말이지책 절반이 넘어가도록 그런 이야기는 안 나왔단다. 그리고 끝내…. 이 책은 인간의 뿌리가 외계인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책이 아니었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연구한 책이었어. 아빠가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 의도와 다른 책의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우주에 관해서, 외계 생명체에 관한 글들이 나쁘지는 않았어. 이 책의 영어 원제를 봤단다. Beyond UFOs. UFO 너머?? , 직역을 한 것을 그대로 책제목 쓰기도 좀 그런 것 같긴 하구나. 그래도 책의 내용과 맞는 책제목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 이건 좀…. 왜 이런 제목을 정했나 보니까. 지은이의 후기를 책에 실었는데, 그 후기의 제목이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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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광활한 우주에 생명체를 가진 행성은 지구뿐일까? 아니면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있을까? 아빠는 당연히 다른 행성 어딘가에 생명체가 있다고 생각해.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너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 그리고 나중에 인류가 멸종하고 나거나 아니면 태양이 생명이 다해 사라져서 이 광활한 우주에 아무런 생명체가 없어서 이 우주라는 존재를 아무도 모른다고 하면 이상할 것 같아. 이 광활한 우주의 존재도 모르겠고.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칼 세이건이 말한 것처럼 이 광대한 우주 속에 만약 우리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야.

이 책의 전개 방식은먼저 우주의 관한 이야기를 했어. 우주가 태어난 시절부터 행성들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이야기해주고, 태양계의 행성들 중에 왜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단다. 거리상으로 보면 지구뿐만 아니라 화성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거리라고 하더구나. 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얼마 전에 읽은 원종우님의 책에서 아주 먼 과거에 화성에는 생명체가 살았다는 주장이 더 솔깃해지는구나. 그리고 외계인이 있고, 그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올 수 있는 가능성도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풀어나갔단다.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하는가.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행성들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진실을 토대로 이야기해주고 있었어. 그리고 멀고 먼 행성들 중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발견하기로 했다고 했어. 외계 생명체가 있으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지구를 찾아올 수 있을까. 지구까지 오기에는 그들이 너무 먼 것은 아닐까. 지은이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세가지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책을 마무리했단다. , 그런데 아빠가 생각하기에 이 세가지가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서 큰 감흥은 없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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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내가 보기에는 이 해답들 모두 단 세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1. 우리는 혼자다. 문명은 너무나 드물기 때문에 우리은하에는 다른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은하에서 처음으로 생긴 문명이고, 어쩌면 전 우주에서 처음일 수도 있다.

2. 문명은 흔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도 은하를 정복하지는 못했다. 첫 번째 해답이 옳지 않다면 다시 문명이 흔하게 존재한다는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고려했던 가능성에 따르면 우리은하에는 우리보다 앞선 수천 개 또는 수만 개의 문명이 존재해야 한다. 두 번째 해답은  실제로 많은 문명이 있지만 아직 항성 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 다른 문명은 존재한다. 하지만 너무나 멀리 있어서 발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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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지은이가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추측을 하다 보니 이런 결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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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얼마 전에 너희들과 재미있게 본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 그 영화 속에서는 과학적 사실의 근거보다, 사람의 상상력 속의 우주를 그렸어. 빛보다 빨리 움직이는 우주선, 와프 등을 통해서 공간 이동을 하는 기술. 우주의 다른 행성들의 다른 외계생명체의 존재들. 하지만 그것이 유치하지 않고,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었단다. 물론 과학 상식을 갖고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우리가 백퍼센트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사실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 한두 가지였니. 지금 우리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잘못된 것일 수도 있잖아.

우주에는 지구인 말고 또 다른 생명체가 당연히 있다고 아빠는 생각해. 그리고 그들은 아마 지구를 찾지 못하고 있을 거야. 또는 찾을 생각도 안 하겠지. 뭐가 아쉬워 이 조그마한 지구를이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의 존재는 넓고 넓은 백사장에서 아주 작은 모래알 같은 존재인데찾고 싶어도 찾을 수 있겠니, 그들이 그래도 지구를 찾으려고 한다면 찾지 못했으면 좋겠구나. 타노스 같은 이들이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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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나는 나를 방문했던 외계인들의 소리와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

책의 끝 문장: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혹은 내가 희망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과 우리가 찾고 있는 방향을 통해서 적어도 우주의 한 곳에서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구에서.


과학에서 어떤 가설을 모든 의심이 해소되는 수준으로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태양계가 성간 가스구름의 수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다른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가설도도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 더욱이 이 경우에는 증거가 너무나 확실해서 과학자들이 ‘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과학 용어로서 이론은 추측이나 가설과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설이 신중하게 확인되고 제시된 모든 검증 과정을 통과하면 이론이 된다. 나중에 다시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이건 그저 이론일 뿐이야’라는 말은 과학자들이 정의한 이론이라는 의미로 본다면 완전히 잘못된 말이다. - P46

지구에 있는 모든 살아 있는 유기체의 부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을 제외하며, 생명체의 가장 중요한 성분은 탄소이다. 지구의 생명을 ‘탄소 기반’이라고 한다. 이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DNA를 포함하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중요 분자들 모두가 수소, 산소, 질소처럼 다양한 다른 원소들이 붙은 필수적인 탄소 원자의 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소들은 우주 도처에 존재하는데, 제1장에서 다루었듯이 그것들이 ‘별의 잔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에서 유용한 요소가 되기 위해서는, 원소가 환경으로부터 추출될 수 있는 형태로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탄소의 이용성은 제한적일 것이다. - P171

지난 대량 멸종이 벌어지는 동안, 먹이사슬의 꼭짓점에 있던 우점 동물 종들은 결코 멸종의 위기를 견뎌내지 못했다. 오늘날, 우점 동물 종은 인류이다. 인류의 지능이 주위에 있는 다른 종들이 멸망하는 동안에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예상을 맹신하지 않는다. 되풀이된 멸종의 역사와 지질학적 역사는 대량 멸종을 자행하는 것이 결코 인간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을 말해준다. 인간이 다음 우점 동물 종(아마도 어떤 종류의 곤충이 되지 않을까?)에 의해 교체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거의 교훈에 주의를 기울이는 현명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우리 생존이 달려 있는 뛰어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보다 훌륭한 일을 시작해야 한다. - P225

경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세요,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지구의 기후는 우리가 어떤 피해를 주든 자동적으로 복구될 테니까요." 너무나 어리석은 소리이다. 수 세기, 수백만 년 그리고 좀 더 오랜 시간 동안에, 다른 요소들이 자연적 온도조절장치를 쉽게 압도할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지구가 그렇게 많은 빙하기와 온난기를 통해 고통을 겪었다. 만약 인류가 자신들이 이룩한 문명을 파괴할 정도로 지구라는 행성을 망치기로 작정했다면, 자연은 결코 우리를 구하기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다. - P247

사실 우리가 계속 성정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우리는 계속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새로운 기술을 발달시키지만, 그런 기술들이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기분이 우울할 때에는 우리가 우리의 잠재력을 너무 몰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수백 년 뒤의 고고학자가 우리 문영의 흔적을 발굴하면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궁금해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더 심하게는 우리가 우리 행성에 너무나도 심각한 손상을 입혀 인류가 공룡들처럼 멸종을 하고 새로운 지적 생명체가 나타날 때까지 수백만 년이 필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예술이나 음악, 춤, 문학, 스포츠, 과학, 인류가 만들어낸 훌륭한 것들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이 모든 것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슬픔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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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의 여왕 - 제2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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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소설은 제목이 독특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소각의 여왕. 아빠는 뭔가 버리는 것을 잘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란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소각의 여왕이라니이 소설을 읽으면 혹시 아빠는 잘 버릴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책을 읽었단다. 그리고 무려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라고 하잖아. 그런데 막상 읽고 보니 여기서 소각이라는 것은 아빠가 생각했던 그런 소각은 아니란다. 더욱이 자신의 물건을 소각하는 것이 아니고, 남의 물건을 소각하는데 여왕이었던 것이야. 글은 잘 읽혔지만, 그렇다고 아주 재미있었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더라. 누군가에게 추천할만하냐고 물어봐도, 자신 있게 추천하지 못할 것 같아. 소설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시비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아빠 취향의 소설은 아니었던 것으로….

지은이 이유라는 분의 소설은 처음 읽어본 것인데, 이분은 대학에서는 수학과를 전공했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단다. 이과생이 꿈을 이루셨다는 것에 큰 박수를….

1.

해미는 아버지 지창씨와 단둘이 살고 있었어. 해미는 아버지를 부를 때 아버지나 아빠라는 호칭보다 지창씨라고 불렀어. 아버지도 해미가 그렇게 부르는 것에 개의치 않았어. 엄마는 몇 년 전에 병원비를 잔뜩 댔지만, 결국 돌아가셨어. 해미의 집이 그리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단다. 지창씨는 아버지가 하던 고물상을 물려 받아 운영하고 있었어. 고철과 폐지를 모아서 돈을 벌고 있었지.

해미는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를 하다가 공부를 접고 아버지가 하는 고물상에 와서 같이 일을 시작했어. 그것도 아버지는 개의치 않았어. 지창씨의 고물상은 그래도 예전에는 직원을 여럿 둘 정도로 잘 된 적도 있지만, 요즘에는 아버지와 해미씨 둘이 꾸려가고 있었어. 그것도 순진한 지창씨는 친구 정우성(이름 대박^^)한테 속아서 고물상 가게도 빼앗기고 자신의 고물상에 세 들게 되었어. 그런데도 그 친구 정우성의 말을 계속 믿었어.

정우성이 어느날 설계도면을 가지고 왔는데, 그 기계를 만들면 폐핸드폰 등 고물 전자제품에서 희귀 금속인 이트륨을 분리해낼 수 있다고 했어. 지창씨는 여기에 필 받아서 그 기계를 끝내 만들어내고 말았어. 또 거금의 돈이 들어갔지. 하지만 순수한 이트륨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어. 하지만 지창씨는 그 기계를 포기하지 않았어. 자신의 일은 뒷전이었지. 해미 몰래 하고 있던 소각의 일도 말이야.

2.

얼마 전부터 지창씨가 해미 몰래 출장을 가곤 했어. 해미는 지창씨에게 여자가 생겼나? 하는 의심을 했어. 그런데 지창씨의 핸드폰을 우연히 받고 지창씨가 유품 정리를 하는 일을 몰래 하고 있었던 것이야. 이게 바로 소각이었어. 지창씨는 이제 순수한 이트륨을 만들어내는 기계에 전념하면서, 유품정리 의뢰는 해미씨가 도맡아 했어.

해미의 유품 정리 솜씨는 뛰어났어. 여러 사연을 가진 세상을 떠난 자의 뒤를 정리해 주는 직업. 자살을 계획하고 자신의 유품을 정리를 의뢰하는 청년도 있었어.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다양한 죽음을 만날 수 있었어. 요즘은 많은 이들이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이 소설의 죽음은 그런 병원조차 가지 못하고, 집에서 삶을 마감하고그래서 집에 시신의 냄새, 시취가 배여 있는 그런 이들의 죽음이야. 그래서 소각의 여왕의 실력은 이 시취를 얼마나 잘 없애느냐에 있어. 그걸 해미가 잘 했던 것이야

….

지창씨의 집착과 열정이 섞인 이트륨 추출기는 결국 성공을 하게 된단다. 순수한 이트륨을 뽑게 되는 것이야. 성공 뒤에 급히 찾아오는 좌절지창씨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단다. 그리고 그 유품정리를 해미가 하게 되고

….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는데, 아빠는 이 소설에서 어떤 감동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심사평에서는 우리가 외면해온 세계의 슬픔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뉴스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현실에서는 더 큰 슬픔들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굳이 소설에서 슬픔을 찾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가 좀 좋지 않게 평가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다는 점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오늘 편지는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아버지, 허파에 바람이 들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책의 끝 문장: 널러가자, 널러가자, 널러가자, 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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