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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스테인 2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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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휴먼 스테인 2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콜먼 실크와
포니아 팔리의 사랑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궁금증을 가지고 2권의
책을 들었단다. 그런데… 아, 2권의 첫 문장부터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구나. 화자인 네이선이
이야기하기를, 그해 7월 이후 생전의 콜먼을 딱 한 번 봤다고
하는구나. 콜먼이 죽었단 말이로구나. 도대체 어떻게? 포니아 팔리는? 조금 더 읽어보니 포니아 팔리도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그들에게는 진정한 사랑이었지만, 남들에게는
비난을 받았던 사랑이 결국 그런 비극적인 결말이 되었구나.
그들이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줄게. 포니아의 전남편 레스.. 베트남 전쟁에 다녀온 이후 후유증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간혹
광폭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는 재향군인보훈국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어. 루이라는 사람이 그를 도와주었는데, 꾸준한 치료로 많이 좋아진 것
같았어. 하지만 그것은 그런 것이 아니고 레스가 좋아진 것처럼 연기를 한 거야. 그는 결국 자살을 모의하기로 했어. 그것도 혼자가 아닌 포니아와
콜먼과 함께 말이야. 그가 생각하기에 그가 불행한 것은 모두 콜먼과 포니아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는 콜먼과 포니아가 타고 오는 차를 보고, 정면으로 빠른 속도로
달렸지. 그렇게 같이 죽으려고 했던 거야. 그들의 정면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를 본 콜먼은 본능적으로 핸들을 틀 수 밖에 없었어. 그런데 그곳이 낭떠러지였고, 그리곤 그들은 그만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단다. 레스는 살아
났고 말이야. 그렇게 콜먼과 포니아가 죽은 것이로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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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적
델핀 루 교수. 기억나니? 콜먼 교수에게 비난의
메일을 보냈던 그 교수. 프랑스에 건너와 혼자 미국에서 지낸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외로움에 힘들어했고, 미국에 온 것을 후회도 했어. 어느 늦은 밤의 분위기마저 휩싸여
남자 친구를 찾는 광고를 낼까 말까 고민을 했단다. 그러다가 외로움에,
밤의 분위기에 광고 발송 버튼을 눌렀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델핀은 실수로 대학 내부 교수들의 단체 메일 수신처로 보낸 것이야.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야. 다시 로그인해서 발신 취소를 하면
될 일인데, 이 소설 상에서는 발신 취소가 안 되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단다. 아마 인터넷 초창기에 이메일 발신 취소 기능이 없던 시절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델핀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당황했어. 각 교수들 방마다
돌아다닐 수도 없고 말이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단다.
콜먼 실크의 사망 소식. 순간 델핀은 머릿속에 좋은 수가 하나 생각이 났어. 자신의 교수실에 누군가 침입했던 흔적을 남겨둔 거야. 콜먼 실크가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자신의 PC로 그런 혐오스러운 단체 메일을 보냈다는 것이지. 콜먼 실크가 델핀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자신을 모욕했기 때문에 충분이 그런 나쁜 일을 벌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야. 나쁜 사람이구나.
…
콜먼과 포니아의 죽음 이후… 안 좋은 소문들이 그들의 죽음을 포장했단다. 콜먼이 죄책감에 자살을 한 것이고, 포니아는 원하지 않았는데 강제로
같이 죽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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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니아와 콜먼의 장례식은 따로따로 진행되었단다. 포니아의 장례식이 먼저 진행되었고, 콜먼의 장례식이 그 다음에 있었어. 네이선은 두 장례식 모두 참석을
했단다. 포니아의 장례식은 그녀의 삶처럼 초라했지만, 친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죄책감에 깊이 빠진 친아버지…
…
콜먼의 장례식은 그의 자식들이 준비를 했어. 생전에 연락을 끊고 지냈지만, 죽음은 모든 이들을 용서하고 화해하게 만들지. 그들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했어. 그래서 추도사 할 사람으로 아테나 대학의 콜먼과 친분이 있다가 멀어진 교수에게
부탁했어. 추도사의 주요 내용은 콜먼의 말을 믿었으며, 콜먼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이란다. 네이선은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한 흑인의
늙은 여자가 있었어.
딱 보는 순간 콜먼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지. 그런데 피부 색이…. 순간 네이선을 깨닫게 되었어. 콜먼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네이선은 그 여자에게 말을 걸었어. 그 여자의 이름은 어니스틴… 콜먼의 여동생이었어. 그 여동생으로부터 콜먼의 과거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었어. 콜먼은 흑인이었고… 그가 가족과 의절을
하며 지냈지만, 여동생과는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며 지냈다고 했어. 어니스틴도
콜먼과 콜먼의 아이들을 모두 알고 있었어. 네이선도 그제서야 평생 동안 짊어졌을 콜먼의 죄책감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했을 콜먼.
….
.
3.
네이선은 사건의 정황상 레스 팔리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우연히 길거리에 주차되어
있는 레스 팔리의 차를 발견하였고, 주변에서 그를 찾아보았어. 외진
곳에서 혼자 얼음 낚시를 하고 있었어. 그가 어떤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 걸기 조차 겁이 났지만,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으로 지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그 얼굴에 대고 콜먼과 포니아의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단다. 레스 그는 이미 형벌을 받고 있었어. 오랫동안.. 앞으로도 쭉…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휴먼 스테인…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제목을 번역해 보면 ‘인간의
얼룩’을 뜻한단다. 두 주인공 콜먼과 포니아… 그들은 바라보는 왜곡된 주변 사람들의 시선들..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얼룩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들의 몸에 둘러싸인 얼룩들로 인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야. 소설에서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겠더구나.
…
1권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오래 전에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했어. 한 번 찾아서 봐야겠구나. 그리고 작가 필립 로스의 소설들이 은근히
끌리는구나. 그의 또 다른 소설들도 더 읽어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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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나는 그해 7월 이후 생전의 콜먼을 겨우 한 번 보았을 뿐이다.
책의 끝 문장 : 바닥에서 솟는 샘들로 끊임없이 물이 뒤집히는, 미국의 아르카디아
산정의 호수에서 양동이를 엎어 깔고 앉아 십팔 인치 두께의 얼음구멍을 통해 낚시질을 하고 있는 외로운 남자의 모습처럼 말이다.
순수함에 대해 환상을 갖는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다. 미친 짓이다. 보다 많은 불순함을 찾아내지는 못할지언정, 순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들다니 무슨 짓이란 말인가? 오점에 대해 그녀가 하는 말은 그것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전부다. 당연히, 그것은 오점이라는 것에 대한 포니아의 견해다. 우리 인간은 불가피하게 오점을 지닌 존재라는 것. 끔찍하고 자연적인 불완전함과 화해하고 그것을 받아들였던 것일 뿐.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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