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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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가끔씩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읽곤 한단다. 이 시리즈는 최근에도 계속 신간이 나오고 있는데, 알아보니 100권까지 기획했다고 하는구나. 엄청난 프로젝트로구나. 책 가격이 좀 비싸긴 한데, 컬러 사진도 많이 담겨 있어 읽기 편하고 책 구성도 괜찮고, 그리 두껍지도 않고(^^) 해당 인물과 그의 작품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더구나. 그래서 가끔씩 읽곤 한단다. 이번에 읽은 것은 클림트라는 작가란다. 지은이는 전원경이라는 분인데, 아빠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분이란다.

...

클림트라고 하면 화가보다 더 유명한 <키스>라는 작품의 작가로만 알고 있단다. 역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구나. <키스>라는 작품은 아빠가 알고 그림 중에 가장 화려한 그림인데 실제로 그림에 금박을 붙여 놓은 작품이란다. 너희들에게도 이야기했더니 <키스>라는 작품을 알고 있더구나. 이상한 포즈로 키스를 하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말이야. 그러면 이 유명한 작품을 그린 클림트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으며, 이 그림은 어떻게 그리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알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쳐 들었단다.


1.

클림트. 이 분에 대한 사전 지식은 하나도 없었단다.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트리아 빈 출생. 오스트리아 빈이라고 하면 음악의 도시 아닌가? 오스트리아 빈의 화가로는 클림트가 대표적이라고 하는구나. 화풍이 독특해서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에곤 실레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 또한 오스트리아 빈 출신으로 클림트와 교류도 했다고 하는구나. 비행기를 타고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내리면 공항 벽에 클림트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클림트를 그들의 대표 작가로 공식 인정하는가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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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예술의 도시 빈에는 여러 예술가들의 흔적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 도시 곳곳에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요한 슈트라우스와 슈베르트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거장들 중에서도 클림트처럼 빈에 자신의 발자취를 확실하게 남긴 이는 없다. 클림트는 빈의 공기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존재다. 빈 슈베하트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이들은 누구나 공항 벽에 펼쳐진 <키스>의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실물보다 훨씬 더 큰 그 이미지들은 클림트의 도시 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이 오래된 황제의 도시는 이제 예술의 황제로 클림트를 떠받들고 있다. 제국의 광휘는 오래 전 사라졌으나, 클림트의 영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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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게. 클림트가 언제적 사람이냐면, 1862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서 1918년 죽을 때까지 줄곧 빈에서 지냈다고 하는구나. 클림트가 살았던 시절의 오스트리아 빈은 전통을 중시하는 사회였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슈테반 츠바이크도 오스트리아가 전통을 중시하는 것을 빗대어 어제의 세계라고 불렀다고 하는구나. <어제의 세계>는 슈테반 츠바이크의 책제목인데 아빠도 지은이만 보고 사둔 책인데 오스트리아에 관한 책인가 보구나. 살짝 읽기 어렵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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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처럼 클림트가 살던 오스트리아 제국은 어제의 세계였다. 황제가 거주하던 도시, 19세기 말에 바로크 스타일의 궁전과 고딕 양식의 교회를 지었던 시대착오적인 도시가 클림트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그처럼 과거지향적인 분위기에서도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다. 19세기를 떠나 20세기로 전진하는 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기가 바뀌는 와중에 클림트는 먼 과거와 먼 나라에서 찾아낸 영감을 통해 혁신적인 걸작들을 창조해냈다. 그 혁신 속에서 발견되는 무수한 모순과 불균형들은 천재이기 이전에 빈 사람이었던 클림트가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클림트의 걸작들은 과거인 19세기도, 미래였던 20세기도 아닌 제3의 시간과 공간을 담고 있으며, 그 독특한 아름다움은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개성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클림트의 걸작들은 변화하는 시대와 복잡하고도 모순된 한 도시가 놀라운 천재성을 만나 이뤄낸 유니크한 혁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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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가 1912년부터 죽은 1918년까지 만년에 지내던 집이 있는데, 클림트 빌라라 부르는 그 집이 2000년에 복원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독특하게도 그 집 거실에 삼국지의 관운장 그림이 걸려 있다고 하는구나. 클림트가 말년에 일본 판화 등 동양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구나.


2.

구스타프 클림트는 1862년에 보헤미안 이민자 집안에서 칠남매의 둘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고 하는구나. 딱 봐도 어린 시절은 가난할 것 같구나. 역시나 가난했대. 그래서 17살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동생인 에른스트, 친구인 프란츠 마치와 함께 예술가 컴퍼니라는 회사를 차리고 건축물 장식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구나. 운도 좀 따르고 실력이 소문나면서 그들은 점점 많은 그림과 중요 건물의 천정과 벽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단다. 당시 빈에서도 유명한 부르크 극장의 천장화와 빈 미술사 박물관 벽면 그림도 그랬어.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도 생겨서 그들은 아틀리에를 구해서 캔버스에 그리는 그림 작업도 했대.

행복도 잠시, 동생 에른스트가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죽고 말았어. 그것도 아내 헬레나가 딸을 낳은 직후에 말이야. , 안타깝고 불쌍하구나. 동생 에른스트가 죽기 6개월 전에는 아버지가 56세 나이로 뇌출혈로 돌아가셨단다. 연이어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긴 거야. 이런 경험 때문인지 클림트는 평생 가족을 보살피고 함께 했다고 하는구나.

클림트가 평생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거의 결혼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여자친구 에밀리 플로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동생의 아내인 헬레나의 언니로 처음 알게 되었다는구나. 그렇다고 클림트가 일편단심 순정파는 아니었다고 해. 여러 여자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고, 사생아가 열네 명이나 되었다고 하는구나. 에른스트가 죽고 나서 친구였던 프란츠 마치와도 의견차이가 생겨서 예술가 컴퍼니는 해체되었다고 하는구나.

예술가 컴퍼니 활동을 할 때 클림트는 사진보다 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단다. 책에도 그런 작품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정말 사실적으로 그렸더구나. 그런데 예술가 컴퍼니를 해체하고 나서 클림트는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술을 시도했고, 그와 뜻을 같이 사람들과 함께 빈 분리파를 결성했다고 하는구나. (1897 5) 이때부터 파격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대.

이 시절에 빈 대학의 천장화를 그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의 바뀐 화풍으로 그리려고 했대. 여신의 누드 등이 포함된 스케치 초안을 빈 대학 측에 보여주었대. 빈 대학에서는 당연히 논란이 되었지. 결국 빈 대학은 클림트와 계약을 철회하기로 했단다. 바뀐 클림트의 화풍은 평론가들에게도 비판의 대상이었단다. 그런 비판에 신경 쓸 클림트가 아니었단다. 아마 평론가들의 입맛에 맞는 그림을 그렸다면 클림트가 오늘날 그렇게 유명해지지 못했을 거야.

클림트가 기존 전통을 깨는 것은 사실 스타일을 바꾼 것은 아니고, 잠재되었던 것을 겉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하더구나. 클림트가 좋아했던 음악가는 음악의 혁명가 같은 베토벤이라고 하고 베토벤을 위한 <베토벤 프리즈>란 작품을 그리기도 했단다. 그런데 미술을 이해하는 세포가 턱없이 부족한 아빠로서는 그 그림이 도대체 왜 <베토벤 프리즈>라는 제목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더구나. 그런데 그 그림이 클림트 그림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금을 사용하는 소위 황금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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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26)

금세공업자의 아들인 클림트는 금을 얇게 펴서 바르는 중세의 기법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중은 금을 칠한 벽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했다. <베토벤 프리즈>가 큰 화제를 모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었다. 클림트의 동료들은 이 새로운, 동시에 지극히 고답적인 재료의 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금의 사용은 예술가를 마치 신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심 클림트가 바라던 바였다. 클림트의 황금시대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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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앞서 이야기했듯이 클림트는 평생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냈는데, 몇 번 여행을 갔었는데 그 중에 이탈리아 라벤나 지역을 다녀온 것이 그의 그림 양식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구나. 라벤나 지역에 성당이 많았고, 성당에 모자이크 양식으로 그림이 그려졌는데 그것에 영향을 받았대. 라벤나 여행을 가기 전 작품인 <소냐 닙스의 초상>과 라벤나 여행을 다녀온 후 작품인 <프리차 리들러 부인의 초상>을 보면 그의 변한 화풍을 여실히 알 수 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키스>라는 작품을 완성하게 된단다. 당시 평론가들은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다양했다고 하는데, 오늘날은 그 그림에 흉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구나. 이 그림은 현재 벨베데레 미술관에 있다고 하는데, 검은 벽에 <키스> 한 점만 딱 걸려 있다고 하는구나. 지은이 전원경 님께서 <키스>에 대한 평가를 한 글이 있는데 감정이 메마른 아빠가 읽어봐도 그림에 대해 잘 설명해 주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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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벨베데레 미술관의 <키스>가 전시된 방으로 들어서면 검은 벽에 <키스> 한 점만이 걸려 있고 그 앞으로는 관람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 있다. 독일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각 나라 가이드들의 열띤 해설이 한꺼번에 들려온다. 그러나 그 모든 소음과 소란은 이 그림 앞에서 일순간에 정지한다. 남자가 여자의 몸을 안고 볼에 막 입을 맞추려고 하는 순간이다. 하나가 된 두 사람의 주위로 온통 황금빛 비가 내리고 있다. 이것은 곧 소멸하기 전의 우주, 마지막으로 빛나는 불꽃의 광휘와도 같다. 극도로 관능적인 순간이지만 결코 천박하거나 노골적이지 않다. 직사각형 문양의 가운을 입은 남자는 황금빛 구름을 몰고 천상에서 지상으로 막 내려온 듯하고 꽃무늬 옷을 입은 여자는 지상에서 막 피어난 것처럼 보인다. 여자의 발목에는 황금빛 넝쿨이 감겨 있다. 눈을 감고 있는 여자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지만, 남녀가 서로를 갈구하는 감정은 너무도 강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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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키스>는 화가로서 클림트의 인생이 함축된 작품이기도 하다. 남녀의 뒤로 펼쳐진 어두운 배경이 된 암흑은 그의 여름 휴가지인 아터 호수의 고요히 일렁이는 물결과 엇비슷하고, 기하학적인 황금빛 무늬는 라벤나에서 본 비잔티움 모자이크, 그리고 아버지의 금세공 작업을 연상시킨다. 결국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화가로서 클림트의 인생은 <키스> 한 점에서 모두 표현된 셈이다. 가득한 사람들, 그리고 갖가지 언어로 들리는 해설에도 불구하고 전시실은 고요했다. <키스>는 모든 것을 압도하는 거대한 침묵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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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림트의 그림 중에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이란 그림이 있단다. 이 그림은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남편인 블로흐-바우어 남작이 의뢰하였단다. 그림 속 모델은 당연히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부인이겠지. 부인이 죽으면서 이 그림을 오스트리아 정부에 기증하라고 유언을 남겼대. 그런데 그 와중에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서 이 그림을 나치가 가져갔다가 전쟁이 끝난 후 남편 블로흐-바우어가 가지고 있다가 블로흐-바우어가 죽으면서 그림을 조카에게 주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그 조카가 미국에 망명을 해서 그 그림은 미국에 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 오스트리아 정부는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유언에 따라 그림을 오스트리아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소송을 했지만, 져서 그 그림은 여전히 미국 뉴욕의 한 갤러리에 있다고 하는구나. 재미있는 에피소드이구나. 그림의 주인은 모델인가? 의뢰한 사람인가?


4.

클림트는 잘 안 알려졌지만 풍경화도 많이 그렸다고 하는구나. 아터 호수에 많이 갔는데, 그곳을 그린 풍경화가 많대. 아터 호수를 갈 때 가장 많이 동행한 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클림트의 평생 연인 에밀리. 에밀리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고 커리어 우면으로 당시 빈에서 꽤나 유명한 사람이었다고 하는구나. 에밀리는 클림트가 여성 편력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대. 당시 빈에서는 배우자가 바람 피는 것에 대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에밀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 같아. 평생 연인이고 클림트가 열네 명이나 되는 사생아가 있지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고 하는구나.

클림트는 아버지가 뇌출혈로 돌아가시고, 동생 에른스트가 어린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죽은 것을 보고 평생 건강에 신경 쓰면서 살았다고 하는구나. 운동도 규칙적으로 했대.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와 같은 나이인 56세에 아버지와 똑 같은 뇌출혈로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무서운 유전자의 힘이로구나. 그의 임종을 가족들과 에밀리가 지켜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던 에곤 실레도 클림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가 하는구나. 그래서 클림트의 죽은 모습을 그리기도 했대.

아빠가 이야기를 쭉 생각나는 대로 해서 한가지 빼먹은 게 있구나. 클림트가 빈 분리파를 조직했다고 했잖아. 빈 분리파가 해체되고 나서 빈 공방을 조직했는데, 다시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는구나.

이상으로 클림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단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클림트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천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클림트를 알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어떤 화가에 대한 책을 쓰고 싶으세요?”

책의 끝 문장: 제국의 광휘는 오래전 사라졌으나, 클림트의 영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자주 예술 작품을 통해 한 시대의 개성과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클림트의 그림에서 받는 독특한 느낌과 기묘한 불균형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빈의 모습 그 자체다. 19세기 말의 빈은 다가오는 다음 세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중세 시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빈은 미래보다는 과거를 더욱 갈망한 도시였다. 클림트의 그림들은 빈의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 P14

클림트의 일생에서 가족의 그림자를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클림트는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가족에서 집착했고 타계하는 순간까지 가족과 함께 살았다. 클림트에게 필생의 연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를 만나게 된 것도 그가 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에 대한 집착이 시작된 것은 1892년이었다. 그해 아버지 에른스트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서 동생이자 동료, 예술적 동지이기도 했던 에른스트가 심근경색으로 급사하고 말았다. 당시 클림트의 나이는 서른, 에른스트의 나이는 스물여덟에 불과했다. 연이은 비극이 클림트 일가를 덮친 셈이다. - P66

오랜 세월 빈은 모든 역사적 발전에서 동떨어진 장소였다. 그것은 다분히 빈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이기도 했다. 19세기 말, 바다 건너 뉴욕에서 22층짜리 고층빌딩이 지어지고 같은 유럽 대륙 내의 파리에서도 철골 구조로만 이뤄진 높이 304미터의 에펠탑이 세워지며 ‘현재’의 도래를 알리고 있을 때, 빈 사람들은 오히려 바로크풍의 웅장한 박물관과 르네상스 스타일의 기둥으로 장식된 부르크 극장을 세웠다. 그리고 그처럼 과거에 영원히 머물고 있는 자신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오스트리아 예술가 조합은 심지어 ‘자국 예술에 해악을 끼친다’는 이유로 해외 작가들의 오스트리아 전시를 금지했을 정도다. - P75

금세공업자의 아들인 클림트는 금을 얇게 펴서 바르는 중세의 기법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중은 ‘금을 칠한 벽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했다. <베토벤 프리즈>가 큰 화제를 모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었다. 클림트의 동료들은 이 새로운, 동시에 지극히 고답적인 재료의 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금의 사용은 예술가를 마치 신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심 클림트가 바라던 바였다. 클림트의 ‘황금시대’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 P124

클림트는 생전에 이미 유명한 화가였으나 작품에 대해서는 늘 평가가 교차했다. 보수적인 빈의 분위기 속에서 클림트의 관능적이고 파격적인 그림은 많은 비판과 논란을 불러왔다. 1908년 오스트리아 정부가 <키스>를 구입하면서 위상은 더욱 높아졌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예술가는 아니었다. 더욱이 사망 이후 오스트리아 제국이 해체되고 빈 역시 쇠락하면서 클림트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잊혔던 클림트의 작품이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은 사후 약 50년이 지난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클림트를 비롯해 이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어나면서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클림트는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화가가 되었다. - P281

실레는 열입곱 살이던 1907년 클림트를 처음 만났다. 당시 실레는 빈 미술학교 학생이었고 클림트는 이미 빈 분리파와 빈 공방을 통해 오스트리아 전체에 이름이 알려진 화가였다. 그러나 실레의 드로잉을 본 클림트는 이 소년의 넘치는 재능에 압도되고 말았다. "제가 재능이 있다고 보시나요?"라는 실레의 물음에 클림트가 "재능이 많아, 너무 많아"라고 대답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리고 클림트는 덧붙였다. "나도 자네처럼 사람의 얼굴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 실레가 클림트에게 자신의 드로잉과 클림트의 드로잉을 바꾸자고 제안했을 때 클림트는 이렇게 답했다. "왜 자네 걸 내 것과 바꾸려고 하지? 자네 그림이 훨씬 더 나은데 말이야." 이 대답의 의미를 실레는 곧 깨닫게 된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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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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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연말에 광고를 통해서 캐나다 교포 출신 허주은 님이 쓴 <사라진 소녀들의 숲>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단다. 요즘 다른 나라에 사는 우리나라 교포들이 우리나라를 소재를 영어로 쓴 책이 번역 출간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더구나. 그런 흐름에 또 하나의 책이 나왔나 보다 했단다. 그런데 얼마 전에 엄마가 너희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면서 이 책을 추천하더구나. 어디선가 추천 글을 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아빠가 주문을 했어.

책이 생각보다 많이 두껍더구나. 너희들은 숙제하느라 바뻐서 그런지 책이 한동안 그대로 있길래 아빠가 먼저 펼쳐 보았단다.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소설를 비롯하여 많은 홍보 문구가 있어서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단다. 너무 기대를 한 것이 잘못일까. 책을 넘기면서 실망감이 점점 쌓여갔고, 그래도 결말은 봐야지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책이 두꺼워서 끝까지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구나.

이 소설은 공녀(貢女)라는 실제로 우리나라에 실제 있었던 아픈 역사를 소재로 삼았단다. 공녀란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해서 간섭을 할 때, 강대국의 요구 또는 협박에 의해 약소숙의 미혼 여성을 보내는 것이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원나라가 고려를 침략했을 때, 고려의 여자들을 원나라에 공녀로 많이 보낸 역사가 있단다.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란다. 그런데 이 소설의 배경은 조선시대 초기란다. 조선시대면 중국땅에는 명나라인데, 이때도 공녀를 보냈었나?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명나라 초기에도 원나라만큼 아니지만 공녀를 요구해서 보낸 경우가 있다고 하더구나. 아무튼 시대적 배경은 조선 초기인 1426년이란다.


1.

때는 1426. 주인공 민환이. 성이 이고 이름이 환이란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이름을 부를 때 환이라고 이름만 부르는 것이 아니고 대화체 속에도 민환이이렇게 다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다 보니 번역이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는 앞으로 환이라고 할게. 환이는 남장을 하고 홀로 제주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단다. 일 년 전 종사관이었던 아버지가 제주도에 가셨다가 소식이 끊겼기 때문에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길이란다.

아버지가 제주도에 가신 이유는 사라진 13명의 소녀들을 조사하기 위해서였어. 그 사건을 조사하던 중에 실종되신 거라서 그 사건과 아버지의 실종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환이는 원래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5년 전에 아버지가 진급을 하시면서 제주도를 떠났단다. 환이에게는 동생 매월이가 있었는데, 매월이가 신병(神病)이 들어, 그러니까 신내림을 받아서, 5년 전 환이와 식구들이 제주도를 떠날 때 매월이는 제주도에 있는 노경심방이라는 무당에게 맡겼단다.

환이가 이번에 제주도에 가면 매월이를 5년만에 만나는 것이었단다. 환이가 제주도에 도착해서 먼저 매월이를 찾아갔단다. 매월이와 환이는 어렸을 때부터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5년만에 만나도 매월이가 그리 반가워하지도 않았단다. 사실 매월은 어린 자신을 혼자 두고 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단다. 덩달아 언니한테도 서운함이 있었겠지. 어머니라도 계셨으면 말렸을 텐데,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안 계셨지. 아버지가 잘못했네. 진급을 포기했어야지. 어린 딸을 홀로 남겨두다니

아무튼 환이는 13명의 사라진 소녀들의 대한 수사를 시작했단다. 그런데 13번째 소녀였던 현옥이라는 소녀의 시신이 한라산 자락에서 발견되었단다. 환이는 그곳을 시작으로 사건 조사를 시작했단다. 그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아버지의 행적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매월도 환이를 환대하진 않았지만, 환이를 도와주었단다. 시신 발견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 중에 유선비라는 사람이 환이의 조사를 도와주었어.

환이는 시신으로 발견된 현옥의 언니인 고이슬을 만났어. 고이슬은 일 년 전에 환이의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단다. 드디어, 아니 벌써 실마리가 잡히는 건가. 하지만 조사도 쉽지 않았어. 하얀 가면을 쓴 이가 환이를 공격했고, 이를 매월이가 나타나 도와주어 간신히 도망치기도 했단다. 아버지를 찾다가 환이도 덩달아 죽을 것 같구나. 조선 시대 낯선 장소에서 아무런 직책도 없는 여자 혼자 사건을 조사하고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더구나. 남자 형제가 없다면 일가 친척에게 도움을 청해도 도와줄 남자 친척이 있었을 것 같은데양반집 규수인 것 같은데, 든든한 하인들이라도 동행하면 좋았을 것을그 밖에 여러 가지 소설의 설정이 너무 이질감이 들더구나. 조선시대 맞나, 싶더구나.


2.

환이는 조사를 하면서 의심 가는 사람들이 생겼단다. 제주도로 유배를 온 죄인 백씨. 매월을 보살펴 주고 있던 무당 노경심방. 13명의 소녀들이 사라진 마을의 촌장인 문촌장. 제주의 권력을 휘어잡고 있는 제주 홍목사 등등. 환이는 가장 먼저 죄인 백씨를 범인으로 의심하는데, 한번 의심하면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초보 탐정의 실수를 한단다. 설마 읽는 이로 하여금 그를 범인이라고 생각하라고 쓴 건 아니겠지.

다음으로 노경심방을 범인으로 의심할 때도 진심으로 다해 의심하더구나. 환이와 매월은 이 일을 함께 하면서 어떻게 될 것 같니?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질까? 아니면 좋아질까? 뻔하겠지? 그리고 그들은 결국 한라산의 어떤 동굴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동굴 속에서 소녀들을 찾게 된단다. 그리고 그 일을 벌인 범인들도 찾게 되는데, 개연성도 그렇고 우연성은 지나치게 많고 그렇구나. 지명과 이름과 시대만 우리나를 배경으로 했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앞서 이야기한 이질감이 끝까지 이어졌단다.

이 책을 적극 추천했던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참 별로였단다. 엄마도 읽어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책이 아무리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너희들이 읽기에는 시간 낭비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래서 줄거리도 대충 이야기하고 오늘은 이만 하련다.


PS,

책의 첫 문장: 장장 스무 해 동안 범죄 사건을 수사하며 내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없었다.

책의 끝 문장: “집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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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2022 우수환경도서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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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그 어떤 공포 소설보다 무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란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고 모른 척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알아서 병이 되지만, 알아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기후 위기에 관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무서운 책이란다. 제목은 <최종 경고:6 도의 멸종>.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은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에서 소개해 준 책이란다. 예전에도 이 책을 주워들어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을 읽고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읽었단다.

이 책은 지은이 마크 라이너스가 2007년에 <6도의 멸종>이라는 제목으로 낸 책인데, 그 이후 10 여 년 지나는 동안 이 책에서 예상한 것보다 지구온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대부분의 내용을 다시 써서 새로 출간했다고 하는구나. 초판을 썼을 때 수십 년 뒤에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던 일들이 불과 10여 년 만에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야. 아빠도 이미 기후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단다. 아빠가 어린 시절의 겨울과 지금의 겨울은 천지차이이고, 폭우와 태풍의 강도가 어린 시절보다 심해졌고, 툭 하면 가뭄 소식이 들려오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최고온도 신기록을 세우고 있구나. 올여름도 무더위와 폭우가 번갈아오고 있잖니.

산업화 기준으로 1℃ 정도 높아졌다고 하는데, 1℃면 큰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 실감 온도는 더 높아진 것 같구나. 기후 위기가 이제는 현실이 된 마당에 적응하면서 살아야겠구나 생각했단다. 좀 더위지면 더워진 대로 살아야겠다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란다. 2℃만 올라가도 그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체들이 있어 멸종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생태계 파괴가 급속도로 이루어진다는 거야.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이나 남극의 얼음이 녹고, 시베리아의 동토들이 녹게 되면 태양열을 반사해내던 얼음이 없어지고 태양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는 양의 되먹임으로 지구의 온도는 더 빨리 올라가게 된단다. 그야말로 지구 생명체의 멸종 위기는 코앞에 닥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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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북극 만년설의 손실은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사실상 북극해 전체를 가로질러 얼음이 사라진 해역이 펼쳐지면서, 여름철 동안 태양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열이 흡수된다. (얼음 없는 탁 트인 바닷물은 해빙의 6배에 달하는 태양열을 흡수한다.) 그러면 이 태양 에너지가 겨우내 온기와 습기의 형태로 방출되어 중위도와 고위도를 가로지르는 폭풍의 경로를 변형시키고, 고기압과 저기압의 중심에 변화를 가져오며, 제트기류를 다른 곳으로 쫓아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흰색의 눈과 얼음이 사라지면서 알베도의 변화가 생겨 결과적으로 지구 전체의 에너지 균형을 바꾼다는 점이다. 반사량이 높은 극지방 얼음에 의해 우주로 반사되는 태양광이 적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태양열이 어두운 육지와 해양에 흡수되고 지구 시스템 안에서 다시 순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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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산업화 이후 1℃에서 6℃까지 1℃씩 지구의 평균 온도가 높아질 때 지구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단다. 산업화 이후 1.5℃로 마지노선이라고들 이야기하고 있단다. 1.5℃까지만 버텨주면 어느 정도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들 했어. 이미 그 세상을 살고 있고, 얼마 안 있으며 2℃ 상승한 세상에서 살 지도 몰라. 1.5℃나 2℃나 큰 차이가 있냐고 하지만, 2℃ 상승한 세상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지구상의 생물체들이 살아가기 힘든 생태계로 변하게 돼. 북극해에 얼음이 없는 풍경을 목격하고, 남극도 얼음은 아직 남아 있겠지만,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해수면은 급격히 올라가서 7900만명의 홍수 이재민이 생기게 된대. 1.5℃이하로 막게 된다면 홍수 이재민이 1000만명 정도라고 하니 그 차이가 엄청 크구나.

온도가 올라가면서 모기에 의한 뎅기열도 더 늘어가게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온도가 올라가면서 일부 곡식들은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된대. 물론 온도가 올라가면서 일부 농산물의 생산량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식량은 줄어들게 된다고 해. 그래서 2℃ 오르면 약 50만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대. 그런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는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프리카 사람들은 기구온난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사람들인데 말이야. 북반구 부유한 나라에서 내뿜는 탄소 배출량에 비해 아프리카에서는 탄소 배출량이 극히 적거든. 이 부당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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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기후변화를 가장 적게 일으킨 사람이 그 부작용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부당함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런 부당함을 가장 제대로 겪는 지역은 아마 아프리카일 것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1인당 탄소 배출량은 보통 부유한 선진국의 10분의 1수준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8톤으로, 미국의 16, 호주의 15, EU 6톤에 비하면 훨씬 적다.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은 지구온난화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는데도 지구온난화의 부작용과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사실 지구상 가장 격렬한 기후변화의 현장 가운데 일부가 아프리카 대륙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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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균 기온3℃가 상승하게 되면, 인류가 생겨난 이후 가장 온도가 높은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지구 평균 기온이 3℃가 올라가면 해수면은 2~4미터가 올라가 이를 막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게 되고, 극심한 폭염이 2년에 1번씩은 찾아오게 되고, 주요작물들이 사라지면서 대기근이 찾아올 것이라고 하는구나. 3℃ 온도 상승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그 피해는 더 이상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것 같구나. 이로 인해 대규모 문명 붕괴가 일어나고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할 것 같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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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내가 보기에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은 기온이 3℃ 상승한 세계에서 대규모 문명 붕괴를 일으킬 가장 유력한 요인이다. 급성장하는 전 세계 인구가 식량 공급의 실패와 지역 분쟁, 그에 따른 실패한 국가라는 동시다발적인 붕괴에 직면하면서 수백만 명이 기아와 내전에서 도망치려 할 것이다. 이들은 가뭄과 폭염의 직접적인 영향에 의해 고향에서 밀려 나온 사람들과 합류할 테고, 이런 흐름은 비슷한 여러 나라의 전반적인 거주 적합성을 위협한다. 그에 따른 난민 발생은 시리아 내전 당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결과를 낳았다. 안전과 피난처를 찾는 수백만 명의 난민들은 목적지였던 유럽 국가들에서 반이민 정서를 촉발시켰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추악한 극우 정치가 부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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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만 올라가도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은 어려운데, 4℃부터는 어떻겠니이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멸종을 지켜볼 수밖에 없겠구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속도가 빨라지겠구나. 4℃ 온도가 상승하면 히말라야 산맥에서 얼음을 볼 수 없게 되고, 시베리아 등에 있는 영구 동토층도 다 녹아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데 이것들이 모두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되는 기체들이어서 지구온난화는 더욱 심해진단다.

중위도 지역의 폭염은 일년에 80~120일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구나.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많아지면서, 바다가 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바다는 빠른 속도로 산성이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되면 바다의 생명체들이 죽여서 죽음의 바다가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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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지표수는 탄소가 풍부한 대기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바다를 산성화할 것이다. 남극해는 이번 세기가 끝날 때까지 면적의 90퍼센트가 탄산칼슘으로 불포화될 텐데, 이것은 해양 먹이사슬의 근간이 되는 여러 식물성 플랑크톤을 포함한 껍데기를 만드는 유기체들이 살아남기에는 바다가 너무 산성화된다는 의미다. 해양의 산성화는 산호가 고개를 내미는 곳마다 그 구조물을 녹여 버리고 기존의 오래된 산호초를 지속적으로 해칠 것이다. 또 탄소가 풍부해진 바다에서 유독성 조류가 증식해 연안 대륙붕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어류를 죽이고 독성 있는 해조류를 발생시킬 것이다. 그리고 바다는 깊은 곳에 탄소를 격리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바다 표면을 점령하는 탐욕스러운 해조류들이 탄소가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그것을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세기말까지 10년마다 20억 톤의 탄소를 대기 중에 추가로 옮겨놓을 이 과정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또 다른 간과된 양의 되먹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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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 상승하면 해수면 온도는 37℃인 곳도 발생하면서 해양생물들은 거의 멸종하게 된다고 하는구나. 그뿐만 아니라 지상의 생태계도 거의 다 멸종하게 된단다. 인간이 살 수 있는 곳도 10분의 1 정도뿐이라고 하는구나.

6℃가 상승하면 지구 어디에서도 얼음을 볼 수 없고, 북극과 남극에도 나무들이 자라게 될 거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화재들이 끊이지 않아서 곳곳에서 불길에 휩싸이게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지구의 대기 온도가 높아서 비가 오더라도 땅까지 떨어지기 전에 증발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 어떤 디스토피아 영화보다 더 무서운 세상이 되는 것이란다. 6℃ 상승은 어떻게 생각하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지구 생명체를 황폐화할 수 있는 그런 온도구나. 그런데 인간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구나.

정말 지구 상의 대부분의 생명체가 사라지고 나면 어떻게 될까.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몇몇 살아남은 인류는 후손을 이어갈 수 있을까. 지구는 자정능력을 발휘하여 다시 생명체들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무서운 미래 예측를 현실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살고 있는 인류가 잘 해야 하는데몇몇 사람들이 노력하는 것이 아니고,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동참을 해야 하는 일이라 싶지 않을 것 같구나.

얼마 전에 Jiny도 학교 숙제로 탄소중립을 위해서 실천해야 할 일들을 조사한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답은 알고 있지만, 늘 실천이 어려운 것 같구나. 기후 위기는 이제 미래가 아니고 현실이니 물이 끓는지도 모르는 채 죽는 개구리처럼 어리석으면 안 되겠구나. 탄소 줄이는데 아빠도 너희들도 함께 동참하자꾸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우리가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책의 끝 문장: 필요하다면, 나는 이 열기가 멈추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보일 때까지 끝없는 결단과 무한정한 애정으로 몇 년, 몇 십 년을 계속 싸울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겨우 2000년 동안이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더 오래전에는 어땠을까?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73가지의 데이터 출처에서 자료를 종합한 결과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에서 5000년 전 사이의 초기 홀로세(Holocene)에는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겨우 0.5℃ 남짓 따뜻했을 뿐이었다. 2015년 이후로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 넘게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날의 지구는 1만 8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이후 어느 시점보다도 따뜻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역사상 오늘날의 변칙적인 고온 현상을 비슷하게 보였던 시기를 찾으려면, 마지막 빙하기에서 더 내려가 과학자들이 에미안 간빙기라고 부르는 11만 6000년 전에서 12만 9000년 전 사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P32

2019년 역시 획기적인 해였다. 그린란드 전역의 기온이 예년 7월 말의 평균에 비해 12℃나 치솟았고, 2019년 7월 30일에서 31일 사이에는 빙상 꼭대기에서 다시 한 번 얼음이 녹았다. 고도가 가장 높은 점에서 이 시기의 기온은 2012년에 세워진 이전 기록을 넘어섰고, 이후 이틀에 걸쳐 영상을 유지했다. 이런 급속한 변화에 대응해, 일부 과학자는 21세기에 해수면이 예전의 예측보다 더 상승할 것으로 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 P39

산불은 전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파괴력도 더 커지는 것처럼 보인다. 2017년에는 칠레, 지중해 지역, 러시아, 미국, 캐나다에서 광범위하고 심각한 산불이 목격되었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기간이 지난 15년 동안 거의 5분의 1 길어졌고, 지구 전체적으로 식물로 뒤덮인 면적의 절반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캘리포니아주 파라다이스의 주민들이 불행히도 2018년의 재난을 통해 발견했듯이, 산불은 전례 없는 강력하고 치명적인 속도로 번질 수 있다. 이 산불은 어느 순간 초마다 축구장 하나를 덮칠 정도로 번졌다. - P79

연구자들은 북반구의 도시들이 평균적으로 남쪽으로 1000킬로미터 떨어진 더 따뜻한 지역의 현재 기후와 비슷해지면서 "모든 도시가 아열대 기후로 이동하는 경향이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연평균 약 20킬로미터의 ‘기후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러분이 북반구 중위도의 어딘가에 거주하고 있다면 1년에 20킬로미터, 즉 하루에 약 54미터, 또는 시간당 2.25미터의 속도로 남쪽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초속으로 환산하면 1초에 0.5밀리미터가 조금 넘으니 육안으로도 감지할 만한 이동 속도다. - P135

미래를 내다볼 때, 우리가 높은 배출량을 유지하는 경로를 따르다 보면 이번 세기말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1200ppm까지 상승한다. 오늘날 더 뜨거워진 태양과 함께, 이 층적운 효과는 메탄의 용해라든지 다른 되먹임과 더해져 지구를 문턱값 이상으로 밀어내 궁극적으로는 고삐 풀린 온실 상태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 위험성을 수량화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가 화석 연료를 계속 태운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에 놓여 있든 이 끔찍한 최후의 티핑포인트에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겠다고 거부하다가는 인류라는 종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훌륭하게 아름답고, 다양한 생명을 양육하고 키워 냈던, 아마도 우주 역사상 유일한 행성인 지구를 말이다. - P375

이 모든 이야기가 버겁게 들린다면 한 가지를 기억하라. 아직은 전부 망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당장 내일부터 전 지구적으로 탄소배출을 멈춘다면, 온난화는 1.5℃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약간의 추가 온난화와 빙하 융해가 이미 진행 중이어서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비중이 크지는 않다. 탄소 관련 전 세계 온도 조절 장치는 여전히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앞으로 건설될 공항 활주로, 불이 붙을 석탄 보일러, 시동이 걸릴 가솔린 엔진처럼 아직 완결되지 않은 선택지들이 우리의 미래가 얼마나 뜨거워지고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피할 수 없는 종말론에 대한 불길한 예언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선택지에 대해 설명하고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이 책에서 제시한 증거를 인류의 미래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라고 선언해야 할 이유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내 메시지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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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우리교육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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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이작 아시모프란 사람은 엄청 유명한 SF 작가란다.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로 유명한 아서 클라크, <스타십 트루퍼스>로 유명한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SF 3대 거장에 손꼽는다고 하더구나. 얼마 전에 읽은 키두니스트 님의 <고전 리뷰툰 2>에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 <파운데이션>을 소개해 주었어.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그 전부터 읽어보겠다고 1권을 사두었는데, 키두니스트 님의 책을 읽고 이 시리즈를 올해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그런데 <파운데이션>을 읽기 전에 먼저 <아이, 로봇>을 읽어야 한다는 키두니스트 님의 조언에 따라 <아이, 로봇>을 이번에 먼저 읽게 되었단다.

<아니, 로봇>은 로봇에 관한 단편들을 엮은 것이지만, 각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중복되어 나오고 한 로봇 회사에서 만든 로봇들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연작 소설이라도 해도 괜찮을 것 같구나. 이 소설은 시작하기 전에 로봇의 3원칙에 관한 내용이 나온단다.

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2원칙.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원칙.

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 세가지 원칙은 로봇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으로 이번에 읽은 <아이, 로봇>에 나오는 모든 로봇들은 이 세가지 원칙을 준수하여 만들어졌단다. 그런데 이 세가지 원칙이 서로 충돌하여 생기는 에피소드도 있고, 이를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는 에피소드도 있단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로봇의 3원칙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구나. SF이긴 하지만 고전의 반열에 들어서서 읽기 고루하고 재미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모든 작품들이 읽기 쉬우면서도 재미있더구나. 아빠가 먼저 읽고 나서 너희들에게 추천해 주었지만, 너희들은 숙제가 많구나.ㅠㅠ


1.

이 작품은 1950년에 출간한 책이란다. SF 소설이니만큼 1950년 기준으로 미래를 그린 소설이야. 때는 2057. 75세인 수잔 캘빈이라는 로봇 심리학 박사는 인터뷰를 하였고, 자신이 50여 년간 몸 담았던 US 로보틱스 회사에서 겪었던 로봇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단다.

첫 번째 작품 <소녀를 사랑한 로봇>에 등장하는 로비라는 로봇은 초창기 모델로 음성 지원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로봇이란다. 로비는 유모 역할을 대신하는 로봇인데, 어린 글로리아는 로비를 무척 따르고 좋아하는데, 엄마인 웨스턴 부인은 한낱 기계인 로비에 너무 의존하고 좋아하는 딸이 걱정되어 로비를 떼어놓으려는 이야기란다. 로비를 강제로 떼어놓으니, 글로리아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웨스턴 부부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두 번째 작품 <술래잡기 로봇>에서는 수성으로 셀레늄이라는 광물을 채취하러 로봇과 함께 떠난 로봇기술자 파웰과 도노반의 이야기란다. 함께 떠난 로봇은 로봇 3원칙에 따라 만들었는데, 이 로봇이 로봇 3원칙을 모두 지키려다 보니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엉뚱하게 동작하게 되어 파웰과 도노반은 위기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란다.

이후 작품들에서도 파웰도 도노반은 자주 등장한단다. 그리고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로봇들도 점점 진화를 하게 된단다. 생각하는 로봇이 등장하거나, 다른 부하들을 거느린 로봇도 등장하고, 마음을 읽는 로봇도 등장한다. 심지어 자존심이라는 개념까지 학습하게 된 로봇은 자존심이 상해서 사라지기도 했어.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중에는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로봇까지 나와서 <바이어리_대도시 시장이 된 로봇>에서는 로봇이 시장까지 되었단다. 하지만 다들 바이어리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가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일하자, 반대 진영에서는 그가 로봇이라고 이야기했고, 로봇이 시장이 될 수 없다면서 선거전에서 이를 이용했지만, 결국은 로봇이라는 것을 밝히지 못하고, 바이어리는 시장이 되었고, 그는 가장 훌륭한 시장 중에 한 명이 되었단다. 미래에는 시장 역할을 잘 만들어진 AI 로봇이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정치인들이야 늘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다 보니 보여주기식 정책이 많으니 말이야. 지금도 알게 모르게 세금 낭비가 얼마나 심하니… AI로 대체되어야 할 가장 시급한 직업은 바로 정치인.

이 소설에서 나오는 로봇들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로 인해 모든 작품들이 재미있었고 말이야. 그래서 각 작품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도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너희들도 본,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이 있단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로봇의 3원칙이라는 설정은 가져왔지만 소설의 줄거리랑은 관련이 없는 영화였지. 그래도 재미는 있었잖니.

이제 <아이, 로봇>을 읽었으니 <파운데이션> 시리즈도 도전해봐야겠구나. 모두 7권인데 천천히 읽어봐야겠구나. 검색하다 보니 <파운데이션>이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특정 OTT에서 서비스하고 있어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기회 되면 보는 것으로 하고

오늘 독서 편지는 이상 간단히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공책에 적힌 내용을 살펴보았다.

책의 끝 문장: 지난달에 여든 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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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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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즘 책을 고를 때 순전히 아빠가 읽을라고 하는 책도 있지만, 너희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도 고른단다. 우연히 책소개를 읽고 나서 너희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고 작년인가 주문한 책이 있는데 <거울 속 외딴 성>이라는 책이란다. 그리고 두어 달 전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도 들었단다. 아빠가 애니메이션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소설이 애니메이션으로 개봉을 한다고 하니, 재미가 있으니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리고 재미있으면 너희들에게 추천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얼마 전에 월악산 자락으로 캠핑 갔을 때 이 책을 읽으려고 가지고 갔으나, 책은 많이 못 읽었구나. 그래도 아침에 살살 부는 바람에 파란 하늘 아래서 잠깐 읽었는데 그 행위 자체가 힐링이 되더구나.

지은이는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인데 아빠는 처음 보는 작가로구나. 일본에 책 관련 상들이 꽤 많은 것 같구나. 일본 작가의 책들을 보면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책들이 많은 것 같았어. 이 책은 2018년 서점대상을 받은 책이라고 하는데, 수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했단다. 괜한 선입견만 생기니까 말이야.


1.

중학교에 처음 들어간 고코로는 집단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단다. 집단 괴롭힘이라는 것이 특별한 이유가 없어. 그런데 그 집단 괴롭힘을 주도했던 것이 선생님들한테는 모범생으로 알려진 학급회장 미오리라는 아이였어. 결국 고코로는 학교에 가지 않게 되었어. 고코로의 부모님은 고코로의 의견을 존중하여 이유도 묻지 않고 당분간 학교에 보내지 않았어. 그 시간이 길어져서 고코로와 같은 아이들의 적응을 도와주는 스쿨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는데, 고코로는 그곳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았어.

스쿨에 가기로 한 첫날 갑자기 배가 아파서 집에서 쉬기로 했단다. 첫날 그렇게 틀어지자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가지 않았어. 고코로의 부모님은 그런 고코로를 기다렸지만, 간혹 인내를 참지 못하고 고코로에게 잔소리를 하기도 했단다. 부모님은 모두 일을 하시기 때문에 출근을 하시고 나면 집에는 고코로 혼자 있게 된단다. 어느날 혼자 방에 있는데 고코로의 방 안에 있는 전신 거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 거울에 손을 댔더니 쭉 하고 빨려 들어갔단다.

고코로가 꿈을 꾸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꿈이 아니었단다. 그 거울 속에서 늑대의 탈을 쓴 소녀를 만났어. 늑대의 탈을 썼다고 하니 늑대의 탈을 쓴 인간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나쁜 이미지로 생각될 수 있으나, 그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아니란다. 책의 앞 표지에 보면 늑대의 탈을 쓴 소녀가 빨간 드레스를 입은 그림이 있는데, 딱 그 이미지란다. 늑대 탈도 착해 보여. 그 소녀는 자신을 늑대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어.

고코로가 빨려 들어간 거울 속은 성 같이 생겼어. 이해 가지? 소설 제목이 거울 속 외딴 성이잖아. 늑대님이 말하길, 그곳에서는 게임이 진행된다고 했어. 고코로를 포함하여 7명의 아이들이 그 게임에 참석하는데 다음해 3 30일까지 소원 열쇠를 찾는 게임이라고 했어. 그 소원 열쇠를 찾아 소원방에 가면 딱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지. 소원 열쇠는 딱 한 개. 그러니까 일곱 명 중에 한 명만 그 소원을 빌 수 있는 거지. 그런데 지금은 5월인데 내년 3월까지 시간을 준다고? 3월말이 일본에서는 한 학년이 끝나는 시점이란다. 4월에 학년이 시작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다음 학년이 올라가기 전까지 게임은 계속 되는 거야.

그 거울 속 성에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머무를 수 있다고 했어. 5시가 되어도 안 돌아간다면 늑대에게 잡혀 먹힌다고 했단다. 그 말이 하나도 믿어지지 않지만, 고코로는 진지하게 들었단다.  그렇게 거울 속 외딴성에 모인 아이들 일곱 명은 고코로, 마사무네, 스바루, 아키, 후카, 오레시노, 리온 이렇게 일곱 명이었단다. 다들 중학생이고, 학년도 골고루 있었단다. 아키, 후카, 고코로 이렇게 세 명은 여학생이고 나머지는 남학생들이었단다. 그들은 이곳에 처음 알게 된 사이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모두 고코로처럼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했어. 이유는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래서 그들은 아침 9시 이후에 언제든지 그 성으로 올 수 있었단다.

….

마사무네와 스바루는 남학생들답게 전자 게임기와 집에서 안 쓰는 TV 브라운관을 들고 와서 게임기를 설치해서 게임을 했단다. 고코로도 게임을 좋아해서 함께 게임을 하면서 친해졌단다. 고코로는 게임으로 남학생들과 친해지고, 아키, 후카 등 여학생들만의 연대감을 느끼면서 친해졌단다. 그곳에서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 다른 곳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거울 속 세상에서는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거지. 어차피 거울 밖에 나가면 그들을 만나지 않을 테니 말이야. 예전에 PC 통신이 처음 생겼을 때 유행했던 채팅과 비슷하구나. 서로 모르는 익명의 사람들이 채팅방에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그곳에 있는 이들이 간혹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 채팅방에서 이야기하고 끝이거든. 그러다 보니 닉네임 뒤에 본모습을 숨기고 자신의 비밀을 더 쉽게 털어놓기도 했단다..

이 소설의 거울 속 세상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 것 같아. 그리고 책을 읽다 보니,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예상도 되더구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모여서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서로 대화도 나누고 협력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성장해간다는 스토리그래서 일년이 지나면 비록 열쇠는 못 찾아도 내면으로 부쩍 성장해서 학교에 다시 갈 수 있게 된다는 그런 스토리가 예상되더구나. 그런 예상을 하면서 페이지를 넘겨 갔단다.


2.

아빠의 예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자주 만남을 가지면서, 거울 밖 세상을 이야기하기도 했어. 밖에서는 괴롭힘도 당하고 친구들과 제대로 사귀지도 못했지만 이곳에서는 서로 잘 어울렸단다. 그리고 우연히 한 아이의 학교 이름이 나왔는데, 리온을 제외하고 다들 놀랬어. 왜냐하면 자신이 다니는 유시키나 5중학교였거든. 그런데 밖에서는 다들 모르고 있었다니. 그만큼 여기 모인 친구들은 교우관계가 넓지 않았던 거야.

리온은 제외라고 했잖아, 리온은 하와이에 살고 있다고 했어. 거울을 통해서 그들과 함께 있는 거고. 그런데 리온도 일본에 있었다면 유시키나 5중학교에 다닐 예정이었다는 거야. 그 이야기는 모두 같은 지역에 있는 아이들이었던 거야.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장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서로 알기도 하고, 같이 알고 있는 선생님들도 있었어.

그들은 그곳에서 서로 지내면서 내적 성장을 했단다. 고코로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젠 자신이 학교에 다니지 않은 이유도 엄마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단다. 엄마는 자신에게 이야기해준 고코로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더욱 고코로의 편이 되어 주었단다. 고코로를 비롯한 거울 속 친구들은 하와이에 있는 리온을 제외하고 다같이 용기를 내어 학교에 가자고 했어. 오랜만에 가는 학교이니까 교실에 갈 용기가 없으면 양호실로 모이자고 했단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에 간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단다.

그렇게 약속한 날, 큰 마음 먹고 학교에 갔으나, 고코로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단다.

교실에 가는 것은 어려워서 양호실에 갔지만 고코로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단다. 그렇게 힘겨운 등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고코로. 거울 속에 들어가 보았어. 그런데 모두들 학교에 갔다고 했어. 그리고 모두들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어. 이게 무슨 일? 아빠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단다. 이미 거울 속 세상인데 그보다 더 놀랄 일이 일어나지 않을 법이 없겠니. 아이들은 모여서 이 현상에 대해서 분석했어. 어떤 친구가 이야기하기를 평행우주론을 이야기했단다. 이 세상에는 수 많은 우주가 있고, 각자 살고 있는 우주가 다르고 거울 속 세상은 각각의 우주를 연결해 주는 세상이라고 말이야.

그럴 듯한 생각이었으나, 그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단다.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답은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거란다. 나중에 너희들도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이 왜 아무도 학교에서 만나지 못했을까? 에 대한 답을 추측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소설의 끝은 예상했듯 거울 밖 세상에 잘 적응하는 그런 아이들이 된단다. 해피 엔딩이지. 약간은 식상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따뜻한 아이들의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단다.

우리나라도 학교 직단괴롭힘 문제가 끊이지 않고 뉴스에 나오곤 한단다. 십대 아이들은 아직 뇌가 성숙하지 못해서 그런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고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당하는 아이들은 그 상처가 정말 오래갈 수 있으니까 말이야. 엄격한 처벌 조항을 두어서라도 미인간적인 행동을 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이 소설은 주인공들이 너희들과 비슷한 연령대라서 너희들도 읽어보면 공감을 갖지 않을까 싶구나.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커튼을 친 창문 너머로 이동판매차의 선전방송이 들린다.

책의 끝 문장: 마주앉은 고코로와 아키를 그 빛이 조용히, 부드럽게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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