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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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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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주말마다 읽고 있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네 번째는 공포 소설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4개란다. 아셔가의 붕괴, 붉은 죽음의 가면극,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에드거 앨런 포는 무척 유명한 사람이지만, 아빠는 그의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어. 워낙 유명한 <검은 고양이>를 포함한 두어 편을 학창시절에 읽었던 기억이 있구나.

작년에 키두니스트 님의 <고전 리뷰툰>을 읽고 나서야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읽어보겠다고 전집을 일단 구입해 두었단다. 그리고 언젠가는 읽겠지, 하면서 비닐도 안 뜯고 또 먼지만 먹이고 있구나. 그런데 의무적으로 읽고 있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네 번째에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들이 실려 있어서 읽게 되었단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소설들은 모두 재미있었단다. 약간 기괴한 방식으로의 재미이지만 말이야. 예전에 텔레비전 외화시리즈 중에 <환상특급>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었어. 에드거 앨론 포가 더 이전 사람이니 드라마 <환상특급>에서 일부 에피소드는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들에게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었단다.

에드거 앨런 포는 1809년 보스턴에 태어나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어떤 부잣집에 입양되었다고 하는구나. 대학에 진학하면서 양아버지와 불화가 심해지면서 파양당했다고 하니 그리 행복한 젊은 날은 아니었을 것 같구나. 그 이후 단편 소설을 비롯하며 참 많은 글들을 썼다는구나. 그러다가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등진 이후 그는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어하다가 결국 그 또한 40세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그의 삶이 행복한 시절보다 불행하고 우울한 시절이 많았던 것이 마치 그의 소설과 비슷한 것 같더구나.


1.

이 책에 나온 단편 네 개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볼게.

첫 번째 소설은 <어셔가의 붕괴>

는 어린 시절의 친구 로더릭 어셔로부터 편지를 한 장 받는데 자신이 많이 아프다며 자신의 집을 방문해 달라고 했어. 어셔의 집안은 조상 대대로 번창한 집안이었어. 지금은 그 집에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 어셔와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려 있는 여동생 매들린이 함께 살고 있었어. 어셔는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계속 이야기하면서 한동안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단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매들린이 결국 죽고 말았단다.

어셔와 는 매들린은 지하 묘지에 여동생을 매장했어. 그후 어셔의 상태는 더 안 좋았어. ‘는 어셔를 위로한다면서 책을 읽어주었는데, 그 책 내용에 나오는 내용이 우연히도 현실에게 일어났어. 예를 들어 문이 끼이익 열린다는 내용이 책에 있으면 그 소리가 실제에서도 난 거야.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말이야. 그렇다 보니 도 겁이 나고 말았어. 그런데 그들이 있는 방에 매들린이 들어왔단다. 사실 매들린이 죽은 것이 아닌데 어셔는 동생이 죽은 줄 알고 매장을 했던 거야. 매들린은 관을 깨고 어셔의 방까지 오게 된 것인데, 그러면서 내는 소리가 소설 속의 소리와 우연이 같았던 것이야. 혼신을 다해서 와서 그런지 매들린은 어셔의 방에 도착하자마자 죽고 말았고, 그 충격으로 어셔도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어.

도 공포에 휩싸여 어셔가의 저택을 빠져나갔는데, ‘가 빠져나오자 어셔가의 저택은 무너지고 말았단다. 그렇게 어셔 가는 대가 끊기게 된 것이지.. 집까지 무너지는 기괴한 이야기아빠가 왜 <환상특급>이 연상되었는지 알겠지? 아참, 너희들은 <환상특급>을 모르겠구나.

….

두 번째 단편은 <붉은 죽음의 가면극>이라는 작품이야. 무서운 전염병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야비하고 비양심적으로 대처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단다. 마치 코로나가 초기 발발했을 때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어.

붉은 죽음이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있었어. 이 병에 걸리면 30분 만에 피를 토하며 죽었으니 정말 무서운 병이구나. 그 나라를 다스리던 프로스페로 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기가 아는 사람들만 따로 수도원으로 대피시키고 외부 세계와는 철저하게 격리시켰단다. 수도원 밖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도 수도원 안에서는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전염병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야.

그러던 어느날 수도원 안에서는 성대한 가면무도회가 열렸단다. 그들은 전염병은 생각하지 않고 그들만의 즐거운 가면무도회를 즐겼단다. 그런데 그곳에 시체 얼굴을 한 가면과 붉은 죽음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사람이 나타났어. 그 사람으로 인해 가면무도회는 흥이 깨지고 말았고, 사람들은 이런저런 말로 수근거렸단다. 프로스페로 공도 그 사람을 보고 기분이 상하고 자신을 조롱했다는 생각에 그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는데, 시체 얼굴 가면을 쓴 사람은 이내 죽고 말았단다. 가면을 벗기자 아무런 형체도 없었는데, 그가 바로 붉은 죽음그 자체였어.

곧바로 포로스페로 공은 붉은 죽음에 전염이 되어 죽고 말았고,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죽고 말았단다. 결국 그 무서운 전염병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정말 이렇게 무서운 전염병이 생기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손 쓰지도 못할 시간이 죽어버린다면 치료의 의미가 있을까. 소설이지만 이런 상상만 해도 오싹해지는구나.

세 번째 단편은 그 유명한 <검은 고양이>란다. 한 남자의 이야기란다. 그 남자는 원래 심성이 착했고, 동물들도 무척 좋아했단다. 특히 플루토라고 부르는 검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어. 그런데 우연히 술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 술의 유혹에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어. 그러면서 정신 이상으로 보이며 동물들을 학대했단다. 단 한 마리 플루토를 제외하고 말이야. 그런데 어느날 검은 고양이 플루토가 그 남자의 손에 상처를 냈는데 이에 분노한 남자는 그 검은 고양이의 눈알을 뽑고 목매달아 잔인하게 죽였단다.

그날 밤에 집에 화재가 일어나고 그는 새 집을 이사를 갔단다. 어느날 술집에서 자신이 죽인 검은 고양이와 꼭 닮은 다른 검은 고양이를 보게 되고, 주인장에게 자신에게 팔라고 부탁했어. 주인장은 모르는 고양이라고 해서 그 남자는 그 검은 고양이를 데리고 왔단다. 그렇다고 그 남자가 정상이 된 것은 아니야. 여전히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이상을 보였어. 지하실 계단에서 새로 온 검은 고양이 때문에 넘어질 뻔해서 그는 도끼로 다시 고양이를 죽이려고 했어. 보다 못한 아내가 그를 말렸는데, 이성을 읽은 그는 아내를 도끼로 죽이고 말았단다. 뒤늦게 그는 후회를 했지만, 자신의 범죄 사실을 자수하고 싶어하진 않았어. 지하실 벽을 헐어서 그 안에 아내를 세워두고 다시 벽돌을 쌓아서 시신을 숨겼단다.

좀 이상한 것은 그 일이 있고 나서 검은 고양이가 사라져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는 거야. 아내가 실종되자 경찰에서 조사하러 왔었는데, 경찰도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돌아가려고 했어. 그 때 남자는 자신이 경찰마저 속였다는 것에 승리감 같은 것을 느꼈고 그는 아내를 매장한 벽을 두들기며 무척 단단한 벽이라고 자랑을 했어. 그때 벽 안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 소리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경찰들은 벽을 무수고 그곳에서 아내의 시신과 살아 있는 검은 고양이를 발견하게 된단다. 결국 남자는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지.

이 유명한 <검은 고양이>는 참 기괴한 소설이란다. 다행히 나쁜 짓을 한 주인공의 범행이 밝혀져서 다행이구나. 그 남자의 아내는 무서운 남편과 진작 헤어지지 왜 끝까지 그 남자와 함께 있어서, 안타깝게 죽고 말았는지

네 번째 이야기는 <도둑맞은 편지>

에드거 앨런 포가 사설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도 썼단다. 그 탐정의 이름이 오귀스트 뒤팽이라고 해서 뒤팽 시리즈라고 하는데 그 뒤팽 시리즈는 총 세 편을 썼다고 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도둑맞은 편지>란다. 어느 날 파리 경찰청장이 뒤팽을 찾아와 도움을 청했어. 한 장관이 D라는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중요한 편지를 손에 넣었는데, 그 편지는 정치적으로 무척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 편지를 D로부터 빼앗아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모든 경찰력을 동원해서 D의 집을 수색했지만, 편지는 찾을 수 없다고 했어. 그러면서 도와달라고 했단다.

뒤팽은 이전에 D와 악연이 있어서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단다. 얼마 뒤 뒤팽은 파리 경찰청장이 찾던 그 편지를 들고 와서 전해 주었단다. 그 많은 경찰들이 못 찾은 것을 뒤팽은 어찌 그렇게 쉽게 찾았을까? 그것은 뒤팽은 경찰들이 찾지 않을 곳에 숨기는 범인들의 심리를 알고 있었던 거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눈에 가장 잘 띄는 곳 중에 하나인 서류꽂이그 안에도 구겨지고 더럽혀진 쓸모 없어 보이는 편지그러 그것의 그 편지였던 것이지.. 추리 소설을 읽다 보면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이고, 가장 숨기지 않은 곳에 단서가 숨겨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런 소설들의 원조 소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였는데,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모두 재미있었단다. 기괴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독특한 재미가 있었어. 그러면서 그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지더구나. 어떤 기괴한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말이야. 조만간 먼지 쌓인 에드거 앨런 포 전집의 비닐을 뜯어봐야겠구나.

오늘날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래 가을, 잔뜩 찌푸린 날씨에 음산하고 조용한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이건 크레비용의 <아트레우스>에 나오는 구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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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17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으으~~~ 에드가 엘런 포 무서워요. 저는 못보는 작가!

bookholic 2022-06-20 04: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밝은 대낮에 즐거운 마음을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도전해 보세요~~^^
즐거운 한주 보내시고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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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즐겨 읽는 기행문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여덟 번째 이야기를 읽었단다. 여덟 번째 이야기는 남한강 편이란다. 이번 시리즈도 유익한 글이 많이 실려 있고, 당장 이 책에 소개된 곳을 달려가고 싶게 만들었단다. 이 책을 쓰신 것은 2015년이란다. 유홍준 님께서 답사하시고 나서도 한참 시간이 흘렀으니 또 그 모습들이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남한강이라고 하면 아빠는 신륵사 앞쪽에 넓게 흐르는 그 강만 생각이 났단다. 그래서 그 근처의 문화 유산을 들려주나 싶었지. 그런데 남한강의 상류가 강원도 산골짜기까지 이어진 것이 당연한 것인데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구나. 그래, 저렇게 큰 강이면 당연히 상류가 있겠지남한강 역시 많은 지류가 있고, 그 상류가 강원도 영월까지 이어지게 된단다. 그리고 영월에 있는 유명한 한 동강과 서강이 남한강의 상류라고 하는구나.

, 그랬구나영월에 여행 갔을 때 동강과 서강을 보면서도 그 강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생각해 보질 않았는데 말이야. 거기서 본 강물이 남한강을 거쳐 한강을 거쳐 서해 바다까지 긴 여행을 하는구나. 영월에서 본 강물을 서울에서 다시 봤을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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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강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양수리에서 만나 도도한 강줄기를 이루며 서울을 가로질러 서해로 흘러드는 한반도의 젖줄이다. 그중 한강의 본류는 남한강인데, 태백산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서해에 이르는 물길은 약 500킬로미터에 이른다.

남한강에는 수많은 지류가 실핏줄처럼 퍼져 있어 상류로 올라가 각 고장을 지날 때마다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남한강의 상류는 크게 두 줄기로 흘러내려 영월에서 만난다. 그것이 영월의 동강과 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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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의 상류를 설명하면서, 영월의 문화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주천강 요선정, 마애불, 법흥사, 김삿갓 묘, 그리고 청령포까지우리가 작년에 청령포에 간 적이 있었잖아. 거기 가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희들한테 좀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고 말이야.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멀리 청령포까지 쫓겨왔다가 결국 어린 나이에 죽음까지 당한 단종이 청령포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그 생각만 하면 단종이 너무 불쌍하고, 그 이후에 환생해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구나. 단종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드라마, 영화, 소설에서도 다루었는데 친일파로 변절한 이광수가 변절하기 전에 쓴 <단종애사>를 유홍준 님께서 소개를 해주셨단다. 이 책이 일제 시대 독립투사, 친일파, 일제를 비유해서 썼다고 하는구나. 끝까지 그가 변절하지 않았다면 더 명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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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1)

이렇게 쓰인 그의 <단종애사>는 당시 독자들이 식민지 현실에 빗대어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은 일제의 이등박문을, 삼촌 손에 억울하게 폐위당하고 죽은 단종은 고종 순종을, 사육신 생육신은 독립투사를, 수양대군과 한패가 된 정인지 한명회는 이완용 조병준 등의 매국노를 연상시키는 뚜렷한 작중인물 설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춘원 이광수는 과연 춘원이로다라는 찬사를 받았다는데 나는 그의 명작을 이 이상 소개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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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한강 줄기를 따라 이번에는 단양, 제천, 충주의 비경과 문화 유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이 곳도 예전에 우리가 몇 번 여행을 해서 익숙하구나. 충주호에서 유람선을 타면서 비경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단다. 너희들이 어려서 기억을 못할 수도 있지만, 너희들도 충주호 유람선을 탔었거든. 아빠도 와, 그냥 멋있다고 했었는데, 알면 보인다고이 책을 읽었으니 기억력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구나. 책의 내용을 까먹으면 가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가도 좋고

이 지방에 관련된 사람들 이야기도 많이 해주었는데, 그 중에 조선 중종 때 단양군수를 했던 황준량이라는 사람을 기억하고 싶더구나. 피폐해진 고을을 살리기 위해 쓴 상소문의 내용이 백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글이었어. 오늘날 지방단체장들이 한번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이 지역에는 노래로 유명한 박달재라는 고개가 있는데, 이 곳이 조선말 황사영 백서사건의 주인공 황사영이 은거하면서, 백서를 쓴 곳도 이곳이라고 하는구나.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아빠가 좋아하는 정약용도 유배를 가게 된 사실만 알았는데, 황사영 백서가 엄청 작은 글씨로 엄청 많은 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단다. 흰 비단에 붓으로 썼다고 하는데 그 크기가 정말 작았고, 한자로 된 글자수가 무려 1 3311자라고 하니 대단하구나. 실제 사이즈의 글자 크기로 책에 실려 있는데, 정말 대단한 정성이 담겨 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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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황사영 백서는 길이 62센티미터, 너비 38센티미터의 흰 비단에 극세필 붓을 사용하여 먹으로 쓴 깨알 같은 글씨 1 3,311자로 이루어진 장문의 편지이다. 누구든 이 편지를 보면 내용을 둘째 치고 그 정성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2013년 울산 대곡박물관에서는 천주교의 큰 빛, 언양이라는 기획전을 하면서 이 황사영 백서의 정밀 복제본을 전시했는데 박미연 학예사의 말에 의하면 천주교인들은 그 내용보다 깨알 같은 글씨는 보면서 울먹이며 기도하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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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단양 8경 중에 도담삼봉이라는 곳이 있단다. 세 개의 바위섬인데, 아빠도 정도전의 호가 이 도담삼봉에서 유래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고 하더구나. 단양 분들이 들으면 별로 안 좋아하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 가치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이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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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삼봉집>에는 이외에도 삼봉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 위치를 보면 삼각산이 맞다고 했다. 이런 논증은 단양 사람들에게 서운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오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허구를 사실로 끼워맞추다보면 더 큰 허구만 낳는다. ‘한때 정도전의 삼봉이 도담삼봉으로 알려졌다.’고 한 걸음만 양보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런다고 도담삼봉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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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시 남한강을 따라 와서 원주와 여주 지역을 이야기해주었단다. 충주에서 원주에 오는 길에는 여러 폐사지를 답사를 했는데, 거돈사터, 법천사터, 흥법사터, 청룡사터, 고달사터를 이야기해주었단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보니 그리 유명하지 않아서 그 이름들이 낯설었단다. 그렇게 폐사지 답사를 하고 마지막 여정으로 여주 신륵사를 소개했단다.

여주 신륵사는 많이 유명한 절이고, 아빠도 참 좋아하는 절이란다. 절도 절이지만, 신륵사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경치가 좋기 때문이다. 아빠가 처음 갔을 때 남한강 건너편에 백사장이 있어 무척 좋았단다. 유홍준 님께서 말씀하신 그 경치가 아빠의 옛 기억과 함께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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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신륵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강변 사찰이다. 절집이라면 대개 깊은 산중이나 시내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남한강변의 높직한 절벽 위에 자리잡은 신륵사는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내려다보며 여봐란듯이 가슴을 젖히고 있다. 강물은 쪽빛으로 흐르고 강 건너 은모래 백사장은 눈부시게 빛난다. 그들이 말하는 신륵사의 아름다움이란 곧 신륵사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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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어떤 나쁜 사람이 강을 살린다 뭣 한다 하여 다 없어지고 말았단다. 참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천벌 받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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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신륵사 절집 자체도 주변의 번잡함에 오염되었는지 절집의 크기와 어울리지 않게 일주문을 거대하게 세우고 단청도 요란하게 하면서 고찰의 모습을 잃어간 것이 너무도 아쉽다. 게다가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서 신륵사는 두 가지를 잃었다. 강월헌 건너편 은모래 백사장이 이제는 사라졌다. 그 아름다운 강마을을 대신한 고수부지식 석축엔 자전거길이 휑하니 뚫려 있을 뿐이다. , 그것은 너무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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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남한강 줄기를 따라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강 특집으로 엮은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좋았단다. 그리고 책의 시작에서 강은 국토의 핏줄이라고 비유한 것도 참 좋았어. 남한강 말고도 우리나라에 큰 강들이 많은데, 그런 강들도 답사하면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내주셨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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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국토를 인체에 비유하면 산맥은 뼈, 들판은 살, 강은 핏줄이다. 산과 들은 국토의 골격을 이루고 강물은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강은 언제나 그렇듯이 유유히 흐르면서 국토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며 흐르는 강물은 여기에 살던 사람들의 애환을 침묵 속에 증언한다. 그리하여 강은 그 이름만 불러보아도 국토의 향기와 역사의 고동이 일어난다. 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대동강, 임진강, 한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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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국토를 인체에 비유하면 산맥은 뼈, 들판은 살, 강은 핏줄이다.

책의 끝 문장: 그러므로 장차 그 이름이 영원히 빛나며, 석종 탑비도 신륵사와 더불어 시종을 같이할 뿐만 아니라 이 여강과 저 달과 더불어 무궁할 것이다.


나는 최언위의 일생을 통해 통일신라가 왜 망했고 고려가 어떻게 새 왕조를 세웠는가를 생각해본다. 통일신라는 끝내 골품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당나라 과거에 급제한 지식인들을 여전히 6두품에 두어 아찬(阿飡) 이상 올라갈 수 없게 했다. 최치원이 제시한 ‘시무십조(時務十條)’라는 개혁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득권을 갖고 있던 보수적인 귀족들이 개혁은커녕 자신들의 보호막을 더욱더 두껍게 두르다가 종국엔 멸망의 길로 들어갔던 것이다. - P55

한국문화에 대하여 줄곧 애정 있는 충고를 해온 프랑스의 석학인 기소르망이 올해(2015) 6월 초,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한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는 경제와 산업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가’며 이제 한국은 문화적 정당성을 인지하고 그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정해보라고 한다면 백자 달항아리를 심벌로 삼겠다고 했다. 기소르망은 모나리자에 견줄 수 있는 달항아리의 미적 가치를 왜 한국이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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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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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구병모 님의 <위저드 베이커리>란 책을 읽고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포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라딘 서재 이웃께서 구병모 님의 <피그말리온 아이들>을 추천해 주어서 잘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피그말리온이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에 나온 그 유명한 조각가가 아니더냐자신이 만든 여인의 조각상을 진짜 여자로 변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고, 아프로디테가 보낸 에로스가 그 조각상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었다는 그 이야기 말이야. 그 여인의 이름은 아빠가 기억을 잘 못해서 찾아보니 갈라테이아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들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단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정확한 뜻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찬스 좀 써 보았단다. 교육심리학에서 나온 말인데,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고, 이것을 주장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로젠탈 효과라고 한단다.

그렇다면 이번에 아빠가 읽은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책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1.

조그마한 방송국 PD는 독특한 학교들을 찾아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단다. 이번에 촬영하기로 한 학교는 낙인도라는 섬에 있는, 베일에 쌓여 있는 기숙학교 로젠탈 스쿨을 촬영하기로 기획했어. 낙인도라는 섬은 워낙 작아서 로젠탈 스쿨만 있고, 섬 반대편에는 주민들이 고작 20여 명만 살고 있었어.

이 학교의 이름이 왜 로젠탈인지 알겠지?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이야기했던 사람이 로젠탈이라는 사람이잖아. ‘는 이 학교의 촬영을 위해 이사장을 만나서 허락을 받았으나, 로젠탈 스쿨의 교장은 이 촬영에 대해 무척 불편한 기색을 보였단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많은 조건을 달았어. 일단 섬에 들어오면 핸드폰은 학교측에 맡겨야 하고, 인터넷도 할 수 없고, 해야 한다면 허락을 받고 특정 시간에 가능하다고 했어. ‘는 알겠다고 하면서, 촬영 감독인 과 함께 단 둘이 낙인도에 들어왔단다.

교장의 비서는 학생인 신은휘라는 학생이 맡고 있었는데,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비서 일을 하고 있던 거야. 이 로젠탈 스쿨의 학생들은 부모가 없거나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받아들여서 이런 저런 기술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조사를 하다 보니 무척 폐쇄적이고 교장의 권위가 엄청난 학교였단다.

….

는 촬영을 하면서 이 학교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아이들이 어떤 약물도 먹는 것을 보게 되었어. 그가 촬영하는 것이 원래는 학교 소개를 하는 다큐였는데, 점점 시사고발 다큐의 성격을 띠어 갔어. 인터넷도 못하게 하니까, 몰래 숨겨온 태블릿으로 섬 밖에 있는 선배 에서 촬영한 내용을 미리 보내기도 했어. 그렇게 학교의 여러 모습을 찍고 싶어하는 는 학교의 특정 부분만 찍으라고 하는 교직원들과 대립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단다. 거기에 비서 일을 하고 있는 신은휘 학생은 암호를 이용하여 에게 도망가라고까지 하고 자신을 구해달라고까지 했단다. 도대체 이 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2.

학교 안에서도 규제가 엄청 심했단다. 어쩌다 싸움을 한 아이들은 며칠씩 캄캄한 지하실에서 갇혀 있어야 했어. 우연히 촬영감독 이 그렇게 갇혀 있는 아이의 소리를 듣고 도와주려고 갔다가 선생님에게 걸려 구타 당하고 도 감금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했어. ‘은 몰래 취재한 것을 빼돌리고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섬 밖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단다. 교장의 비서인 은휘도 그들의 탈출을 돕고 있었어. 은휘도 자신의 학교가 문제가 많고,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바랬던 거야.

그들의 소식은 섬 밖의 에게 알려졌어. ‘에게 이 학교 졸업생을 찾아 인터뷰를 해달라고 했어. 그 인터뷰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었단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학생들은 수천만 원의 빚을 학교에 지게 되고, 이를 계속 갚아나가야 한다고 했어. 오랫동안 말이지… ‘이 검사에게 이야기해서 해경까지 동원해서 로젠탈 스쿨에 오게 된단다. 그렇게 해서 은 무사히 그 섬을 빠져 나올 수 있었어. 하지만, 학생들은 다들 묵묵부답이었단다. 심지어 은휘까지도… ‘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렇다 보니 교장이나 교직원들도 대부분 무혐의 처분되었고, 선생님 두 명만 가벼운 책임을 지게 되었단다. 그리고 가 찍은 다큐도 방송에 내보내지 못했단다. 로젠탈 스쿨 뒤에 또 다른 권력이 있었던 것 모양이야. 로젠탈 스쿨은 다시 베일에 가리게 되었고, 은휘를 비롯한 그곳의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단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지은이 구병모 님은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을까. 아이들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획일적인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을 하신 것일까. 로젠탈 스쿨이라고 하는 좀더 극단적인 학교 모델을 등장시켜서 말이야. 오늘날 학교는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 단계로써의 역할에만 너무 치우쳐 있는 현실이 안타깝단다. 그러다 보니 그 경쟁에서 이기려고 점점 어린 나이부터 그 경쟁을 준비한다고 공부에만 열중하게 되고 말이야. 다른 개성을 찾거나 여러 가지 경험은 뒤로 한 채 말이야. 남들은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해서 그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면 그건 또 부모의 책임 회피 아닐까? 이렇게 많은 부모들이 생각하게 된단다. 사실 아빠도 하는 동일한 걱정을 하고 있고 말이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이 문제 많은 무한 경쟁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PS:

책의 첫 문장: 흙에 절반쯤 파묻혀 휘어진 나무줄기에 걸터앉아 마()는 숨을 몰아쉰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지금, 그게 누구든 간에 등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똑바로 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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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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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세 번째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란 책을 이야기해줄게. 이 책도 엄청 유명한 책이란다.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엄청 유명한 책이지만, 아빠는 책 제목이 주는 우울함으로 관심이 없던 책이었어. 지은지 다자이 오사무가 젊은 나이에 자살했다는 것도 좀 거부감이 있었고 말이야. 그런데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에 포함되어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구나.

읽고 나서는 나쁘지 않았고, 완전 아빠 취향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좋아할 만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이 소설을 통해 평범하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공감하게 되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단다. 이 소설의 지은이는 다자이 오사무라는 일본 작가란다. 아빠가 이 작가는 처음이라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좀 찾아보았단다. 1909년에 태어났다고 하는구나. 한창 일본 제국주의 주변 국가들에게 횡포를 부리던 시기이구나. 그는 대지주의 열 번째 아이로 태어나서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지는 못했대. 아무래도 아이가 열이 넘다 보니 그랬겠지. 어렸을 때부터 예민하고 감수성이 많았던 다자이 오자무. 자신의 집이 고리대금업 등 부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죄책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하는구나.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도 불편해 했다고 했어. 그래서 공산주의에 빠졌다가 큰 형이 돈을 끊겠다고 하자 그만 되었대. 결국 집에서 주는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에 자기 혐오에 빠지게 되었대. 이후 그는 문학에 빠지게 되어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처음부터 우울하고 어두운 작품만 줄곧 썼다는구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약물중독에 빠지기도 했어. 그로 인해 정신 병동에 보내지고 했어이런 경험으로 쓴 책이 <인간 실격>이라고 하는구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는 결국 서른아홉 적은 나이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단다.


1.

그러면 다자이 오자무의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주인공의 이름은 요바 요조란다. 요조라고 하면 우리나라 가수 요조가 떠오르는구나. 그래서 찾아봤더니 가수 요조는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바 요조에서 따온 예명이라고 하더구나.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셨나? 재미있어도 우울한 삶의 주인공의 이름을 예명으로 삼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던데

아무튼 소설 속 요조는 부잣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단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적용하지 못했어. 학교에 들어가서도 친구들과 교류를 하려고 일부러 광대짓을 하면서 친구들을 웃겼어. 요조는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어. 하지만 그는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었어.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하는 일종의 연기였단다. 그런데 어느날 친구 하나가 몰래 일부러 그런 것 다 안다고 이야기를 했단다. 그날 요조는 당황하고 불안에 떨었어.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고 숨기고 싶던 민낯이 드러나는 기분이랄까.

사춘기 시절이 되어 이성에 눈에 뜰 나이가 되어도 요조는 여자들을 사랑하는 감정이 없었어. 스스로도 사랑하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어.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그래도 화가라는 꿈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심한 반대가 있었어. 아버지 몰래 미술학원을 다녔는데, 거기서 호리키라는 친구를 사귀게 돼. 호리키를 통해서 술, 담배, 매춘부 등을 알게 되었고, 쓰네코라는 접대부를 만나게 되었어. 그런데 스네코도 늘 삶에 부정적이고 지쳐 있었어. 요조 자신처럼 말이야. 그래서 둘은 같이 자살하기로 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스네코만 죽고 요조는 살아났단다.


2.

이 일로 요조는 스네코의 자살 방조죄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가 풀려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넙치라는 사람이 와서 그를 데려갔어. 넙치는 예전에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아버지가 시켜서 넙치가 요조를 데리고 간 것이야. 넙치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였고, 생활비는 고향에서 부쳐주었어. 그 집에서 얼마 안 있고 나와서 다시 방황하다가 요조는 호리키를 찾아갔어. 그리고 요조는 만화를 연재하면 근근이 생활을 했단다.

우연히 시즈코라는 여인을 알게 되었어. 남편과 사별하고 시게코라는 다섯 살 딸과 함께 살고 있었어. 요조는 그 시즈코와 함께 살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자신이 그들의 행복에 방해된다는 생각이 들어 시즈코를 떠나고 만단다. 그 만큼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가 무척 힘든 사람이 사람이 요조였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그런 요조가 불교에 귀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리고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수행을 했다면 말이야. 하지만 소설 속 요조는 여전히 번잡한 이 삶 속에서 살아간단다.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말이야.

요조는 이번에는 담배가게 아가씨의 요시코를 만났어. 이번에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결혼까지 했단다. 그리고 둘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면 좋았겠지만, 이내 불행은 찾아왔단다. 요시코가 어떤 남자한테 겁탈을 당한 거야. 그걸 보고도 아무것도 못한 나약한 남자 요조. 다시 술을 마시고 또 마시고 폐인이 되었어. 수면제를 한꺼번에 많이 먹어 자살까지 기도했지만 실패하고 병원에 실려가 사흘 만에 깨어났단다. 이번에는 모르핀에 중독되었어. 넙치는 호리키를 찾아와 요조를 병원에 입원시키자고 했고, 결국 요조는 정신 병원에 보내졌어. 하지만 요조는 자신은 정상이라고 주장했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인간으로써 실격되었다고 생각했지.

어느날 큰형이 찾아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면서, 고향에 가서 요양하자고 했어. 그렇게 요조는 해변가 한적한 집에서 요양을 하기 시작했단다. 그의 나이 고작 스물일곱이었지.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인간 실격>은 지은이 다자이 오자무의 자전적 소설이자 그의 마지막 소설이란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소설은 약간의 희망을 암시하고 끝이 났다고 생각해. 해변가 한적한 집에서 요양을 혼자 요양을 하다 보면 다시 인간 합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지은이 다자이 오자무는 이 소설이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소설의 결말을 스스로 끝낸 것이 아닌가 싶구나.

씁쓸하구나. 이번에 읽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와 지난번에 읽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얼핏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회의 규칙이나 규범에 적용하지 못한 두 사람들사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단다.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참아내며 살아가는 사람들. <인간 실격>의 요조나 <이방인>의 뫼르소가 좀 심한 경우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간 관계에 힘들어한단다. 물론 아빠도그래서 이런 소설에 공감하고 찾아 읽는 것은 아닌가 싶구나. 나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네 난 이 정도는 아니니, 잘 살아보자 하고 말이야

, 오늘은 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나는 그 사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

책의 끝 문장: 신같이 선한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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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배신 - 착한 유전자는 어째서 살인 기계로 변했는가
리 골드먼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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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는 않지만, 앎에 대한 욕구가 좀 있고 호기심도 많은 편이란다. 그 중에 과학 분야에 관한 관심이 많아서, 간혹 과학 교양 서적을 찾아 보곤 해. 과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딱히 가리지는 않아. 과학의 여러 분야에 대해서 알고 싶은 욕구들이 많지. 그래서 가끔 과학 교양 서적을 읽는단다. 이번에 읽은 리 골드먼의 <진화의 배신>도 인터넷 서점 훑어 보다가 괜찮을 것 같아 읽게 된 것이란다.

진화의 배신이라진화가 뭘 배신했다는 것일까? 우리가 배운 진화에 다른 내용이 숨겨져 있을까? 진화의 새로운 주장인가? 이런 생각으로 책을 펼쳐 들었단다. 그런데 책 제목 <진화의 배신>은 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우리 몸이 오랜 시간 생존하기 위해 진화를 해봤는데, 그것이 오늘날 우리 식습관과 맞지 않게 되어 오히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다는 그런 의미에서 배신이었단다. 이 책의 지은이는 리 골드먼이라는 사람인데 아빠는 물론 처음 들어보는 사람인데 미국의 의사라고 하는구나. 이 사람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것은 이 책 한 권뿐이더구나. 아빠는 괜찮게 읽었단다.


1.

, 그럼 어떤 진화가 배신을 하고 우리 몸을 망쳤는지 몇 가지만 이야기해줄게. 아주 오래 전에는 인간의 종류는 여섯 종이 있었다고 해. 그런데 그 중에 모두 멸종하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지. 이 이야기는 예전에 읽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도 본 적이 있는 것 같구나.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이유들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 그런데 살아남을 수 있게 유전자들이 진화를 잘 한 것도 한 몫을 했다고 이 책 <진화의 배신>에서 이야기하고 있더구나.

인류가 막 탄생하던 그 오래 전에 인류에게 위협을 주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 등이 그런 것들이란다. 그러면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견뎌내려면 인류는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할까. 먼저 굶주림을 생각해 보자꾸나. 언제 먹을 것이 떨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대비하는 것은 무엇? 있을 때 많이 먹어두는 것이란다. 우리 유전자는 미래의 굶주림을 대비하기 위해 음식이 풍족하게 있을 때 과식을 해서라도 많이 먹고, 그것을 지방으로 비축할 수 있도록 진화를 한 것이란다.

========================

(72)

지구상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인간은 몸에 필요한 열량을 제공하는 음식을 간절히 원했다. 우리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할 능력이 있어서, 음식이 풍부할 때 과식을 해서라도 남은 열량을 지방으로 축적해 다음에 찾아올 기근을 이겨낼 수 있다. 또 다양한 음식을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로 바꿀 능력도 갖추고 있다. 굶주림은 개인뿐 아니라 생물 종 전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에 우리의 본능과 인체 내 조절 장치는 전부 과식을 해서라도 당장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는 쪽으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울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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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생활을 하던 인류는 오늘날에는 점점 굶주림과 멀어지게 되었지. 하지만 우리 유전자는 여전히 미래를 위해 비축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단다. 그래서 오늘날 비만 환자가 많은 거야. 비만이 건강에 안 좋고, 그것이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으니 적당히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유전자는 없어.. 진화의 속도는 그리 빨리 이뤄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더 먹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런 생존하려는 유전자의 성질 때문이었구나. 유전자를 탓하면서 계속 먹어야 할까? 결국에는 의지를 가지고 그만 먹어야겠다고 참아내야 하는 거야. 그걸 못 참으면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말이지

….

그리고 인류가 막 탄생했을 때에는 물과 소금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단다. 우리 몸에 물과 나트륨이 부족하면 탈수현상이 일어나서 혈압이 낮아지고 그로 인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어. 그러니 우리 몸의 똑똑한 유전자들은 어떡하겠니그것도 미리 몸에 축적하도록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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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나트륨과 물의 경우 과잉 보호가 주는 유리함은 간단하다. 몸에 나트륨과 물이 부족하면 탈수현상이 일어나 몸 전체에 혈액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최저 수준 이하로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 혈압이 너무 낮아지면 우리는 기절하거나 죽는다. 이에 반해 나트륨과 물이 몸에 조금 더 있으면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를 하거나 한동안 물을 못 마시는 일이 있어도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아도는 나트륨과 물 때문에 혈압이 조금 높아져 그 상태로 몇 년 동안 지속되더라도 몸이 견뎌낼 수 있다. 따라서 몸에 물과 나트륨이 조금 남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너무 없는 것을 걱정하는 쪽으로 몸의 미세 조정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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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날은 어떠니소금을 통해서 얼마든지 나트륨을 섭취할 수 있잖니. 짠 음식이 더 입에 당기는 것도 유전자들이 나트륨을 미리 몸에 축적하기 위해서 우리를 조정하는 것인가? 오늘날 사람들은 하루 섭취해야 할 나트륨도 더 많이들 먹는단다. 그러면서 고혈압이 되고이 또한 유전자가 진화하는데 아직 우리 식습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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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우리 몸의 과잉 보호 성향을 더욱 부추겨 필요 이상으로 혈압을 높인다. 고혈압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소금을 더 먹으면 혈압을 높인다. 고혈압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소금을 더 먹으면 혈압은 더 올라간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나트륨을 1그램 더 먹을 때마다 혈압은 2.1수은주밀리미터 상승하고 고혈압이 될 확률을 17퍼센트 높인다. 지나친 나트륨 섭취는 심장, 신장, 혈관에 손상을 가져오며, 하루에 나트륨을 6그램 이상 섭취하면 사망 위험을 높일 개연성이 아주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150만 명 이상이 나트륨 과다 섭취로 목숨을 잃는다고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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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그 다음 자연 속에서 살던 인류에게 또 다른 위협은 힘센 동물이나 또 다른 종족의 공격이란다. 물론 적보다 더 강해지면 되겠지만, 그렇다고 늘 이길 수는 없는 법. 이기더라도 자신도 부상 당할 확률이 많고그렇다면 그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란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두려움이란다자신보다 더 힘 센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유전자는 알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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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두려움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두려움 덕분에 공격당하는 일을 모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적어도 당분간은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간혹 위험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을 했는데도 공격적인 경쟁자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 처한 조상은 본능을 총동원해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을 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을 살렸던 이 방어 본능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심리 상태 중 일부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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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두려움의 유전자가 오늘날까지 이어졌고, 어떤 이들은 그 두려움에 대한 정도가 지나치게 되었단다. 그리고 오늘날은 힘센 적뿐만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은 더 많이 늘어났잖니. 그래서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병들이 생겨난 것이란다. 오래 전에 우리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했던 것들이 오늘날은 병을 유발시키게 된 거지아빠도 그렇고 너희들도 그렇고 좀 예민한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남들보다 두려움의 유전자를 좀 더 가지고 있는 사람그러니 걱정되고 두려운 일이 생기면, 나 때문이 아니라, 유전자 때문에 그런 거라고 마음 편히 생각하자꾸나

….

우리 생존에 위협을 주는 것 중에 또 하나 출혈이 있단다. 그 출혈로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 몸은 피를 응고하도록 진화했단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말이야. 그런데 그것이 혈관 특히 심장 주변의 혈관에서 발생하면 생명의 위협까지 줄 수 있다고 하는구나. 아주 작은 구멍이 발생해도 너무 과하게 출혈 응고를 하게 되어 혈전이 생겨서 그것이 오히려 혈액을 막을 수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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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294)

1628년 영국의 의사 윌리엄 하비가 혈액 순환을 최초로 상세히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의학은 진일보했다. 모두 합치면 9 6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동맥, 정맥, 모세혈관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순환계에는 5쿼트( 4.7리터) 정도의 피가 돌고 있다. 이 폐쇄 순환 체계에 아주 조금한 구멍이라도 생겨 피가 새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출혈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댐에 난 구멍을 막듯이 즉시 피를 응고시킨다. 하지만 원래 출혈로부터 우리를 구해 주는 이 응고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 때 작동하면 혈전이 생기는데, 이 혈전-로그 오도널의 관상 동맥에 생긴 것-은 우리를 몹시 아프게 하거나 심지어 죽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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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까지가 예전에는 생존을 위해 진화된 유전자들이 오늘날에 우리 생명의 위협을 주는 경우를 살펴 보았단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전자는 우리 식습관의 변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니, 힘들지만 우리의 의지가 필요한 것이란다. 그래서 이 책의 7장에서는 우리 행동 바꾸기, 8장에서는 우리 체질 변화시키기를 통해 지은이는 진화의 배신을 극복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은 것들이야.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유전자들의 배신은 곧바로 우리 몸에 영향을 주지 않아.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 서서히 우리 몸을 죽이게 되거든그렇기 때문에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고우리 함께 약간의 의지를 가지고 건강하게 잘 지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의사가 된 후로 가족과 친구들은 늘 내게 건강 문제를 상담하곤 한다.

책의 끝 문장: 그러나 20만 년에 걸쳐 살아남은 인류가 성공적으로 해쳐 온 모든 어려움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돌연변이 현상 자체는 무작위로 벌어지는 사건이다. 돌연변이 유전자의 운명, 즉 미래 세대에 그 유전자가 확산되고 지속될지 아니면 사라져 버릴지는 그것이 좋은 변화(유익한 돌연변이)인지 나쁜 변화(불리한 돌연변이)인지 또는 상관없는 변화(중립적 돌연변이)인지에 달려 있다. 무작위로 시작된 유전자 돌연변이는 자연 선택/도태 과정에서 당사자와 후손에게 충분히 유익하면 영구화된다. 이와 반대로 불리한 돌연변이는 그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살아남더라도 확산되지 않고 금방 사라지고 만다. 인류가 생존해 온 1만 세대라는 기간 동안 우리의 게놈은 천천히 그러나 확고한 걸음으로 상당히 큰 변화를 겪었다. 무작위로 시작된 돌연변이지만 그중 유익한 것들은 선택적으로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 P33

영양 실조와 굶주림은 인간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다. 그러니 우리 몸이 음식-특히 몸에 꼭 필요한 핵심적인 음식-을 원하고, 오염되거나 독이 든 음식은 먹고 병들거나 죽지 않도록 알아서 거부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몸은 허기와 입맛, 소화를 북돋고 제어하는 다양한 호르몬과 기관에 의존한다. 결국 우리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해 소화하도록 하는 유전자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서 살아남아 종을 보존할 수 있게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후손인 것이다. - P89

쓴맛은 좋은 느낌이 아니다. 독이 든 식물은 흔히 쓰므로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우리 몸이 만들어 낸 일종의 방어 기제다. 모든 미각 세포 중 쓴맛을 알아차리는 세포가 가장 예민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소량의 쓴 물질까지 감지할 수 있다. 아무리 적은 양의 독도 피하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기 때문이지 싶다. 쓴맛 감지를 돕는 유전자는 25가지가 넘는다. 단맛과 감칠맛 감지 유전자는 둘 다 합쳐 겨우 3가지뿐이라는 사실과 대조된다. - P94

항상 불확실한 식량 공급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몸은 반복되는 아사의 위협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우리의 미뢰는 열량 밀도가 높은 지방, 당, 단백질을 원하도록 만들어졌다. 소장과 대장은 섭취한 음식, 특히 원래 형태에서 분해되어야 하는 음식에서 영양소를 최대한으로 흡수한다. 거기에 대해 우리는 가능할 때마다 과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서 장래에 있을지 모르는 식량 부족에 대비해 지방을 저장한다. - P154

자연 선택은 훌륭한 체제다. 수천 년에 걸쳐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아마 그 속도는 점점 가속이 붙어 갈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속화더라도-그리고 유전자뿐 아니라 후성 유전학적 꼬리표까지 나서서 이 과정을 진행하더라도-자연 선택의 속도가 지금까지 변해 오고 또 앞으로 변해 갈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필요 이상의 음식과 소금을 섭취하고, 과도하게 불안과 우울을 느끼고, 혈액이 너무 잘 응고하는 이 타고난 형질을 막거나 되돌리는 일을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해내리라고 믿고 맡겨 둘 수가 없다. 대신에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킬 방법-정신력으로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이며, 동시에 ‘과학’과 ‘의학’의 도움을 구해야 할 것이다.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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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05 14: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몸이란 정말 캐면 캘수록 더 모르겠는 것들이 나오는 진짜 화수분같다고 할까요?
우주만큼 미지의 영역이 인간의 몸과 유전자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막 하게 되네요. ^^

bookholic 2022-06-06 23:45   좋아요 2 | URL
네, 그런 것 같아요...
유전자의 비밀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유전자들은 정말 우리 몸을 조종하는 걸까요???

mini74 2022-07-08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읽으며 우와! 정리 너무 잘하셨다 생각했는데 역시 !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2-07-09 07:29   좋아요 1 | URL
정리를 잘 한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듣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그보다 이 어지러운 방은 어찌할지...ㅎ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이하라 2022-07-08 1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상쾌하고 행복한 날들 되세요.^^

bookholic 2022-07-09 07:30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어제 저녁은 더위가 좀 가셨던데,
주말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하라님도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그레이스 2022-07-08 1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2-07-09 07:31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즐겁고 시원한 주말 되시길....^^

새파랑 2022-07-08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당선 단골 북홀릭님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7-09 07:33   좋아요 3 | URL
ㅎㅎ 새파랑님을 비롯해서 여러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께서 졸필에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덕분이죠~~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도 즐거운 책읽기와 즐거운 걷기로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강나루 2022-07-09 14: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당선 축하드려요.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쓰셨네요.

신선해요.

bookholic 2022-07-10 23:53   좋아요 0 | URL
^^ 고맙습니다.
글솜씨가 떨어져서
아이들한테 이야기하듯 리뷰를 쓰면 그나마 좀 쓰기가 편한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러블리땡 2022-07-09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2-07-10 23:54   좋아요 0 | URL
러브리땡 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필 그림이 귀엽습니다~~
시원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십시오...^^

thkang1001 2022-07-10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bookholic 2022-07-10 23:56   좋아요 0 | URL
thkang1001 님, 고맙습니다~~
별 거 한 것도 없는데 주말이 다 지나가버렸습니다...ㅠㅠ
곧 월요일이지만, 즐거운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thkang1001 2022-07-11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