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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ㅣ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구병모 님의 <위저드 베이커리>란 책을 읽고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포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라딘 서재 이웃께서 구병모 님의 <피그말리온 아이들>을 추천해 주어서 잘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피그말리온이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에 나온 그 유명한 조각가가 아니더냐… 자신이
만든 여인의 조각상을 진짜 여자로 변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고, 아프로디테가 보낸 에로스가 그 조각상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었다는 그 이야기 말이야. 그 여인의 이름은 아빠가 기억을 잘 못해서 찾아보니
갈라테이아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들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단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정확한 뜻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찬스 좀 써 보았단다. 교육심리학에서
나온 말인데,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고, 이것을 주장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로젠탈 효과라고 한단다.
그렇다면 이번에 아빠가 읽은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책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1.
조그마한 방송국 PD인 ‘마’는 독특한 학교들을 찾아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단다. 이번에
촬영하기로 한 학교는 낙인도라는 섬에 있는, 베일에 쌓여 있는 기숙학교 로젠탈 스쿨을 촬영하기로 기획했어. 낙인도라는 섬은 워낙 작아서 로젠탈 스쿨만 있고, 섬 반대편에는
주민들이 고작 20여 명만 살고 있었어.
이 학교의 이름이 왜 로젠탈인지 알겠지?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이야기했던 사람이 로젠탈이라는 사람이잖아. ‘마’는
이 학교의 촬영을 위해 이사장을 만나서 허락을 받았으나, 로젠탈 스쿨의 교장은 이 촬영에 대해 무척
불편한 기색을 보였단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많은 조건을 달았어. 일단
섬에 들어오면 핸드폰은 학교측에 맡겨야 하고, 인터넷도 할 수 없고,
해야 한다면 허락을 받고 특정 시간에 가능하다고 했어. ‘마’는 알겠다고 하면서, 촬영 감독인 ‘곽’과 함께 단 둘이 낙인도에 들어왔단다.
교장의 비서는 학생인 신은휘라는 학생이 맡고 있었는데,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비서 일을 하고 있던 거야. 이 로젠탈 스쿨의 학생들은 부모가 없거나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받아들여서
이런 저런 기술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조사를 하다 보니 무척 폐쇄적이고 교장의 권위가 엄청난 학교였단다.
….
‘마’는 촬영을 하면서
이 학교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아이들이 어떤 약물도 먹는 것을 보게 되었어. 그가 촬영하는 것이 원래는 학교 소개를 하는 다큐였는데, 점점 시사고발
다큐의 성격을 띠어 갔어. 인터넷도 못하게 하니까, 몰래
숨겨온 태블릿으로 섬 밖에 있는 선배 ‘박’에서 촬영한 내용을
미리 보내기도 했어. 그렇게 학교의 여러 모습을 찍고 싶어하는 ‘마’는 학교의 특정 부분만 찍으라고 하는 교직원들과 대립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단다.
거기에 비서 일을 하고 있는 신은휘 학생은 암호를 이용하여 ‘마’에게 도망가라고까지 하고 자신을 구해달라고까지 했단다. 도대체 이
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
2.
학교 안에서도 규제가 엄청 심했단다. 어쩌다 싸움을 한 아이들은 며칠씩
캄캄한 지하실에서 갇혀 있어야 했어. 우연히 촬영감독 ‘곽’이 그렇게 갇혀 있는 아이의 소리를 듣고 도와주려고 갔다가 선생님에게 걸려 구타 당하고 ‘곽’도 감금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했어.
‘마’와 ‘곽’은
몰래 취재한 것을 빼돌리고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섬 밖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단다. 교장의 비서인 은휘도 그들의 탈출을 돕고 있었어. 은휘도 자신의
학교가 문제가 많고,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바랬던 거야.
그들의 소식은 섬 밖의 ‘박’에게
알려졌어. ‘마’는 ‘박’에게 이 학교 졸업생을 찾아 인터뷰를 해달라고 했어. 그 인터뷰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었단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학생들은 수천만 원의 빚을 학교에 지게
되고, 이를 계속 갚아나가야 한다고 했어. 오랫동안 말이지… ‘박’이 검사에게 이야기해서 해경까지 동원해서 로젠탈 스쿨에 오게
된단다. 그렇게 해서 ‘마’와
‘곽’은 무사히 그 섬을 빠져 나올 수 있었어. 하지만, 학생들은 다들 묵묵부답이었단다. 심지어 은휘까지도… ‘마’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렇다 보니 교장이나 교직원들도 대부분 무혐의 처분되었고, 선생님
두 명만 가벼운 책임을 지게 되었단다. 그리고 ‘마’가 찍은 다큐도 방송에 내보내지 못했단다. 로젠탈 스쿨 뒤에 또 다른
권력이 있었던 것 모양이야. 로젠탈 스쿨은 다시 베일에 가리게 되었고,
은휘를 비롯한 그곳의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단다.
…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지은이 구병모 님은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을까. 아이들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획일적인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을 하신 것일까. 로젠탈 스쿨이라고 하는 좀더 극단적인 학교 모델을 등장시켜서
말이야. 오늘날 학교는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 단계로써의 역할에만 너무 치우쳐
있는 현실이 안타깝단다. 그러다 보니 그 경쟁에서 이기려고 점점 어린 나이부터 그 경쟁을 준비한다고
공부에만 열중하게 되고 말이야. 다른 개성을 찾거나 여러 가지 경험은 뒤로 한 채 말이야. 남들은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해서 그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면 그건 또 부모의 책임 회피 아닐까? 이렇게 많은 부모들이 생각하게 된단다. 사실 아빠도 하는 동일한
걱정을 하고 있고 말이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이 문제 많은 무한 경쟁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PS:
책의 첫 문장: 흙에 절반쯤 파묻혀 휘어진 나무줄기에 걸터앉아 마(麻)는 숨을 몰아쉰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지금, 그게 누구든 간에 등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똑바로 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