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 세 번째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란 책을 이야기해줄게. 이 책도 엄청 유명한 책이란다.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엄청 유명한 책이지만, 아빠는 책 제목이 주는 우울함으로 관심이 없던 책이었어. 지은지
다자이 오사무가 젊은 나이에 자살했다는 것도 좀 거부감이 있었고 말이야. 그런데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시리즈 MIDNIGHT 세트에 포함되어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구나.
읽고 나서는 나쁘지 않았고, 완전 아빠 취향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좋아할 만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이 소설을
통해 평범하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공감하게 되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단다. 이 소설의 지은이는 다자이 오사무라는 일본 작가란다. 아빠가 이
작가는 처음이라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좀 찾아보았단다. 1909년에 태어났다고 하는구나. 한창 일본 제국주의 주변 국가들에게 횡포를 부리던 시기이구나. 그는
대지주의 열 번째 아이로 태어나서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지는 못했대. 아무래도 아이가 열이 넘다 보니
그랬겠지. 어렸을 때부터 예민하고 감수성이 많았던 다자이 오자무. 자신의
집이 고리대금업 등 부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죄책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하는구나.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도 불편해 했다고 했어. 그래서 공산주의에
빠졌다가 큰 형이 돈을 끊겠다고 하자 그만 되었대. 결국 집에서 주는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에 자기 혐오에 빠지게 되었대. 이후 그는 문학에 빠지게 되어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처음부터 우울하고 어두운 작품만 줄곧 썼다는구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약물중독에 빠지기도 했어. 그로 인해 정신 병동에 보내지고 했어… 이런 경험으로 쓴 책이 <인간 실격>이라고 하는구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는 결국 서른아홉 적은 나이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단다.
1.
그러면 다자이 오자무의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주인공의 이름은 요바 요조란다. 요조라고 하면 우리나라 가수 요조가 떠오르는구나. 그래서 찾아봤더니
가수 요조는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바 요조에서
따온 예명이라고 하더구나.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셨나? 재미있어도
우울한 삶의 주인공의 이름을 예명으로 삼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던데…
아무튼 소설 속 요조는 부잣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단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적용하지 못했어. 학교에 들어가서도 친구들과 교류를 하려고 일부러 광대짓을 하면서 친구들을 웃겼어. 요조는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어. 하지만
그는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었어.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하는 일종의 연기였단다. 그런데 어느날 친구 하나가 몰래 일부러 그런 것 다 안다고 이야기를 했단다.
그날 요조는 당황하고 불안에 떨었어.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고 숨기고 싶던 민낯이 드러나는
기분이랄까.
사춘기 시절이 되어 이성에 눈에 뜰 나이가 되어도 요조는 여자들을 사랑하는 감정이 없었어. 스스로도 사랑하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어.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그래도
화가라는 꿈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심한 반대가 있었어. 아버지
몰래 미술학원을 다녔는데, 거기서 호리키라는 친구를 사귀게 돼. 호리키를
통해서 술, 담배, 매춘부 등을 알게 되었고, 쓰네코라는 접대부를 만나게 되었어. 그런데 스네코도 늘 삶에 부정적이고
지쳐 있었어. 요조 자신처럼 말이야. 그래서 둘은 같이 자살하기로
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스네코만 죽고 요조는 살아났단다.
2.
이 일로 요조는 스네코의 자살 방조죄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가 풀려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넙치라는 사람이 와서 그를 데려갔어. 넙치는 예전에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아버지가 시켜서 넙치가 요조를 데리고 간 것이야. 넙치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였고, 생활비는 고향에서 부쳐주었어. 그 집에서 얼마 안
있고 나와서 다시 방황하다가 요조는 호리키를 찾아갔어. 그리고 요조는 만화를 연재하면 근근이 생활을
했단다.
우연히 시즈코라는 여인을 알게 되었어. 남편과 사별하고 시게코라는
다섯 살 딸과 함께 살고 있었어. 요조는 그 시즈코와 함께 살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자신이 그들의 행복에 방해된다는 생각이 들어 시즈코를 떠나고 만단다. 그 만큼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가 무척 힘든 사람이 사람이 요조였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그런 요조가 불교에 귀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리고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수행을 했다면 말이야. 하지만 소설 속 요조는 여전히 번잡한 이 삶 속에서 살아간단다.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말이야.
요조는 이번에는 담배가게 아가씨의 요시코를 만났어. 이번에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결혼까지 했단다. 그리고 둘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면 좋았겠지만, 이내 불행은
찾아왔단다. 요시코가 어떤 남자한테 겁탈을 당한 거야. 그걸
보고도 아무것도 못한 나약한 남자 요조. 다시 술을 마시고 또 마시고 폐인이 되었어. 수면제를 한꺼번에 많이 먹어 자살까지 기도했지만 실패하고 병원에 실려가 사흘 만에 깨어났단다. 이번에는 모르핀에 중독되었어. 넙치는 호리키를 찾아와 요조를 병원에
입원시키자고 했고, 결국 요조는 정신 병원에 보내졌어. 하지만
요조는 자신은 정상이라고 주장했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인간으로써 실격되었다고 생각했지.
어느날 큰형이 찾아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면서, 고향에 가서 요양하자고
했어. 그렇게 요조는 해변가 한적한 집에서 요양을 하기 시작했단다. 그의
나이 고작 스물일곱이었지.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
이 <인간 실격>은
지은이 다자이 오자무의 자전적 소설이자 그의 마지막 소설이란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소설은 약간의 희망을
암시하고 끝이 났다고 생각해. 해변가 한적한 집에서 요양을 혼자 요양을 하다 보면 다시 인간 합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지은이 다자이
오자무는 이 소설이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소설의 결말을
스스로 끝낸 것이 아닌가 싶구나.
씁쓸하구나. 이번에 읽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와 지난번에 읽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얼핏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회의 규칙이나 규범에 적용하지 못한 두 사람들… 사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단다.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참아내며 살아가는
사람들. <인간 실격>의 요조나 <이방인>의 뫼르소가 좀 심한 경우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간 관계에 힘들어한단다. 물론 아빠도… 그래서 이런 소설에 공감하고 찾아 읽는 것은 아닌가 싶구나. 나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네… 난 이
정도는 아니니, 잘 살아보자 하고 말이야…
자, 오늘은 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나는 그 사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
책의 끝 문장: 신같이 선한 사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