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나라 동물 도감
이원중 엮음, 박시룡 감수 / 지성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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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동물'이다. 아이는 '사자'와 '코끼리' 책을 유독 좋아한다. 사자와 코끼리는 어떤 책이나 그림에서 만나든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반응한다. <나라 동물 도감>을 읽어준 후 부터는 '펜더'와 '호랑이'에도 반응한다. 도감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은데, 이건 엄마만의 생각일까?

책 <딩동~ 나라 동물 도감>은 한 나라를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동물, 즉 '국수'를 소개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사상 등을 반영하거나 해당 국가를 주요 서식지로 삼아 살아가는 동물을 나라의 상징으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책에서는 '나라 동물'로 표기한 개체를 주로 '표유류'로 했으며 새나 곤충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나라 동물 도감'은 대륙별 가나다순으로 48개국 총 74종의 '나라 동물'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동물 '호랑이'부터 시작한다.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동물이 호랑이는 걸!) 내게 호랑이는 100일동안 마늘과 쑥만 먹고 버텼어야 했는데 실패해 인간이 되지 못한 동물이었다. 그런데 사실 호랑이는 오랜 세월 우리의 신화, 전설, 속담 등에 등장했지만 일제 강점기에 지워졌다고 한다. 또 사냥당했다고. 더불어 한국전쟁을 겪으며 호랑이는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놀랍게도 전 세계 동물원 등에 호랑이는 단 30여 마리가 있다고 한다. (30만 마리가 아닌 단 30마리다..)


덴마크의 나라동물은 '붉은 청서'라고 한다. 붉은 빛이 도는 청솔모를 말하는데, 다람쥐를 잡아먹는 동물로 알았던 청솔모가 맙소사 다람쥐 무리라고 한다. 나무 열매를 먹고 새알도 먹는데, 다람쥐 무리와는 다르게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p.31)고.(다람쥐를 먹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책은 루마니아의 나라동물도 소개한다. 바로 스라노시다. 스라소니는 영화나 드라마에 '한 주먹'하는 형님들 별명 아니었던가. 스라소니는 덩치가 고양이보다 크고, 표범보다는 작다. 주로 밤에 움직이지만 먹이가 부족할 때는 낮에도 움직인다고. 삼각형 귀 끝에 검고 기다란 (뿔처럼 생긴) 털뭉치가 있는데, 이 털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아낸다(p.39)고 한다.


책은 인도의 나라동물 '킹코브라'도 소개한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사는 킹코브라는 세계에서 가장 몸이 기다란 독사(p.90)라고 한다. 사진 속 킹코브라의 혀는 보라색으로 보이는데, 책은 혀는 검은색, 피부는 초록빛이라고 소개한다. 먹잇감 냄새를 맡으면 혀를 날름거리며 위치를 알아내 사냥하고, 동물과 뱀은 물론 같은 무리인 킹코브라까지 먹는다고 한다. 생김새 만큼이나 무서운 녀석이다. 인도는 왜 이렇게 무서운 동물을 나라동물로 지정했을까? 궁금하다. 책은 이 외에도 여러 국가의 나라동물을 대륙별로 소개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가봉(검은표범), 리비아(사자), 알제리(사막여우), 유럽 대륙은 오스트리아(제비), 우크라이나(유럽황새), 아시아 대륙은 중국(판다, 두루미), 네팔(히말라야비단꿩), 북아메리카는 멕시코(재규어, 메뚜기), 미국(흰머리독수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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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나라꽃 도감
이원중 엮음, 신영준 감수 / 지성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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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아이와 병풍 속 꽃들을 구경한다. 무궁화, 코스모스, 진달래, 개나리. 스산한 겨울에 태어난 아이가 만물이 생동하는 봄과 활기찬 여름에 예쁘고 아름다운 꽃들을 많이 바라보길 바라며. 이제 그 범위를 <도감>으로 확대했다. 책 <딩동~ 나라꽃 도감>을 통해서다. 아직 아이가 말을 다 알아듣진 못하지만, 병풍에 있는 꽃과 도감에 있는 것들을 연결해 보여주면 꽤 흥미로운 눈빛을 보인다. 책은 나라꽃, 즉 한 나라를 상징하는 꽃을 소개하고 있다. 73개국 총 56종이다. 책은 장미와 같은 풀꽃 외 단풍나무 같은 나무꽃도 소개한다.


책은 우리의 나라꽃 '무궁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무궁화는 고조선 이전 '하늘나라의 꽃', 삼국시대의 신라는 '근화향(무궁화 나라)'로 불리었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정신의 표상으로, 결국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로 애국가에 삽입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350여종 중 우리나라에는 총 250여 종의 무궁화가 존재한다고 한다. 책은 생김, 모양, 꽃색 등으로 구분해 무궁화를 다양하게 설명한다.

도감은 각 나라의 위치, 그곳의 나라꽃, 꽃의 특징을 설명하는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년 봄 놀이동산에 가서 봤던 '튤립'은 네덜란드, 이란, 튀르키예, 헝가리의 나라꽃이라고 한다. '튤립=네덜란드'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네 나라에서나 나라꽃으로 삼고 있다는 놀랍다. 게다가 튤립은 남동 유럽과 중앙아시아가 고향이고, 머리에 쓰는 터번과 비슷한 생김으로 '튤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p.23)고 한다. 책은 '북한'의 나라꽃 '목란'도 설명한다. 목란은 나무에 피는 향기로운 난이라는 뜻으로 '추운 함경북도를 빼고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p.25)'고 소개되어 있다. 북쪽의 북한이 함경북도에서 자랄 수 없는 꽃을 나라꽃으로 정했다는 게 신기하다.


또 책은 '카네이션'도 소개한다. 어버이날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는 꽃으로만 알았던 카네이션은 바로 '스페인'의 나라꽃'이라고 한다. 꽃목걸이, 왕관이라는 뜻의 카네이션은 스페인 사람들이 집을 장식하거나 춤출 때 사용(p.63)한다고 한다. 나라별로 어떤 꽃을 나라꽃으로 삼았는지 흥미롭게 보다가 일본 페이지에서 멈칫했다. 책은 일본과 연결해 '벚꽃'을 소개한다. 설경의 후지산을 배경으로 분홍색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에 시선을 빼았겼는데, 그런데 일본의 나라꽃이 '벚꽃'이 아니고 단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어서 소개한다고 되어 있었다. 다른 나라들과 균형이 맞지 않는듯 느껴져 다소 아쉬웠다.

책은 아이에게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알록달록한 색들의 꽃들과 전 세계 지도 위의 나라들. 두 발로 땅을 딛고 스스로 여행을 다니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언젠가는 지금 함께 읽는 <나라꽃 도감>이 아이에게 그 시작의 동력이 되길 바래본다. 아이에게 읽어주며 엄마도 즐거운 나라여행&꽃여행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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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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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 작가의 책 <산책>에는 소설 <산책>과 <경유지에서>가 담겼다. 표제작 <산책>은 자매를 통해 '집'에 대한 관점을 드러낸다. 윤경은 서울의 리모델링한 아파트에 산다. 은행 이자에 시달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에 숨이 가쁘다. 반면, 여경은 경기도 외곽의 새 아파트에 살고 있다. 동네 주민들과 살갑게 인사를 나누고 혼자로서의 삶에 퍽 만족하는 모습이다. 핏줄로 맺어진 윤경과 여경은 '산책'을 하며 '집'에 대한 관점과 욕망을 확인한다. 자신의 바람과 상대의 처지를 비교해가며. 작가는 독자들이 자신의 상황과 관점에 따라 해석하도록, 어떤 쪽의 편도 들지 않는다. 여유롭고 고즈넉한 산책 속에 드러나는 자매의 신경전, 묘한 속내가 흥미롭다. '집'은 우리에게 그렇게나 복잡한 존재인걸까.

표제작이 선천적 관계 - 자매 - 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경유지에서>는 후천적 관계를 설정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영어학원을 다니게 된 이화는 그곳에서 에릭을 만난다. 이화는 에릭에게 '그냥' 집주소를 건네고, 둘은 동거를 하게된다. 이화는 에릭과 섹스를 하고 그의 시중을 들고 생활비를 댄다. 가끔 에릭이 '이 정도까지? 다 들어준다고?' 묻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이화는 불평 한마디 없이 살아갈 뿐이다. 이화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건 소설의 서두에 등장하는 '엄마의 죽음'과 연결된다. 또 이화는 에릭을 보며 '느닷없이' '기묘한 느낌'(p.48)을 받는다. 그러나 둘을 결정지은 건 에릭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대로 이화와의 관계를 매듭짓는다. 두 인물의 삶, 모두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특히 이화의 행동은 '방기'에 가깝다. 어렵게 근거를 찾아본다면 엄마의 죽음, 시끄러운 말들 정도가 있겠다. 고영직 문화평론가는 소설 <경유지에서>가 '외로움'에 내몰린 인물을 통해 '경유하듯' 사는 삶(p.71)을 표현한다고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소설의 엔딩은 이화의 '달라질 삶'을 기대하게 한다. 스스로를 돌보며 나아가리라는 결심 같은 것 말이다. 아마도 에릭과의 시간이 이화에게 '경유지'였던 모양이다.

두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산책'이 등장한다. <산책>이 자매의 산책을 <경유지에서>는 이화와 에릭의 이별 전야의 산책이 등장한다. 두 다리로 땅을 디디며 생각을 고르게 하는 '산책'이 누군가에게는 집을 꿈꾸게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별을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작가는 삶에 대한 방식, 불안, 욕망, 자기돌봄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물들의 성격과 구성이 명확해 장면은 확실하게 그려지는데, 여운은 가늘고 길게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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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 오늘의 시인 13인 앤솔러지 시집 - 교유서가 시인선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공광규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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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내게 시는 '그건 왜 읽어?'였다. 언젠가 내려올 산 정상에 왜 올라가냐는 물음과 일맥상통하는 존재였다고나 할까. 그랬는데 책의 '싱싱했다'는 어미에 매혹되었다. 고등어에 붙일법 한 이 말이 도대체 어떻게 현현할 것인가. 시집은 공광규, 권민경, 김상혁, 김안 등 열세명 시인들의 작품을 담고 있다. 단편모음집처럼 읽혀 좋았다. 또 해석하기 나름이니 정답이 없어 좋고!

권민경 작가의 <뻐꾸기 시계>가 인상적이다. 친구와 놀고싶은 주인공이 읽힌다. 그런데 할머니를 찾네. 친구들 모두 할머니랑 같이 사는데, 소개시켜주지는 않나보다. '아줌마'라고 하면 시큼한 김치 냄새가 연상되듯, '할머니'라고 하면 따뜻하고 그윽한 냄새가 생각난다. 알고보니 친구와 놀고싶던 주인공은 '뻐꾸기 시계'다. 시계는 자신을 돌보던 아이의 할머니, 또 그 할머니의 할머니. 누군가의 가보였나보다.

정민식 작가의 <어린 나의 외국어>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어린 나의 외국어는 궁금한 게 많아 질문하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p.135)는 문장은 "하고 싶은 말 대신 할 수 있는 말을 합니다."과 연결된다. 생각은 결국 '언어'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생기고, 타인에게 가닿을 수 있다. 그래서 '관계'에서는 입 안에 굴러다니는 말 대신 '해야할 말'을 해야할 때가 많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고 의미가 상이하기에. 가닿을 수 있는 '일종의 약속'만 떠들게된다. 이 시는 그런 답답함을 표현한 것 같다. 내 언어의 짧음도 한탄하게 하고.

전영관 시인의 <화엄사 수채화>에서는 눈물이 났다. "사람들이 기와불사에 이름 쓰느라 모여 있다. 등이 젖는 줄도 모른다."(p.130) 절에 가면 간절함이 가득하다. 엎드린 등에서, 중얼거리는 입에서, 기도하는 모습에서. 인생의 위기였던 작년 겨울, 아이들을 하늘에 보내며 나도 절을 찾았었다. 놀러갔는데 울고 나왔다. 끝없는 울음에 남편도 같이 울었다. 미안했다. 매달리고 싶었다. 잘 보내주고 싶었다. 잘 보내줬다 믿고 싶었다. 영험함이 불쑥 솟아날듯한 불상의 눈에 끝없이 빌었다. 그 때 내 등도 젖어 있었다.

소설을 읽지 않는 한 작가는 시집을 좋아한다고 했다. 건질 문장이 많다는 이유였다. 완전히 공감하진 않지만, '건질 문장'이 많아 시집이 좋다는 데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르고 고른 단어에 마음이 붙잡힌다. 글자는 없는데 감정은 빼곡하다. 그 의미를 생각하며 한 음절 한 음절 되새겨본다. 어쩌면 '시'는 나를 돌아보는 '성찰'같은 존재일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요즘 시가 너무 좋다. 제목도 고민하게 된다. 뛰는, 헐떡이는, 살아있는.. 뭐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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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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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의 메리 셸리는 여행을 하던 중 폭풍우로 인해 일행들과 함께 별장안에 갇힌다. 이때 무리 중 한 명이 '자기만의 무서운 이야기를 써보자'고 제안하고, 메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성공한다. 메리는 이때 우연히 '갈바니즘' - 죽은 개구리 뒷다리가 전기 자극을 받고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한 의사 갈바니의 실험 - 에 대해 듣게 된다. 이것이 현재 독자에게 소개되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시초다. 저자 메리는 연구가 집적된 괴물 앞에 무릎 꿇은 한 과학자를 떠올린다. 바로 책 <프랑켄슈타인>의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다. 자연과학에 고무된 그는 '생명을 만들어 내는 일'에 집중한. 식음을 전폐한 채 논문을 읽고 실험을 반복하다 결국 괴물을 만들어낸다. 창조자 자신도 두려운 피조물(괴물)이다.

책은 북극을 항해하는 배에서 시작한다. 누이에게 보내는 월튼 선장의 편지에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는 학자와 피조물을 대립시킨다. 프랑켄슈타인은 그의 피나는 열정과 몰입으로 '창조 연구'(p.81)에 성공한다. 그러나 연구의 지난한 과정과 달리, 프랑켄슈타인은 너무 쉽게 피조물을 내버린다. 흉칙한 얼굴과 엄청난 힘이 공포스럽기 때문이다. 반면, 피조물은 자신 존재에 대해 물으며 답을 구한다. 타인의 대화를 관찰해 언어를 학습하고, 책을 읽으며 난해한 과학적 원리를 습득한다. 인간의 사랑과 온정을 갈구하던 피조물은 인간 세계의 일원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창조자와 별 다를 것 없는 냉혹한 인간세계. 피조물에게 주어진 건 끈임없이 '존재'를 의심하고 '산다'는 것에 대해 묻는 일 뿐이다. 결국 창조자에게 요구하기에 이른다. "나에 대한 의무를 해."(p.159)라고.

책은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산다는 건 무엇인가? 창조할 수 있는가? 창조는 인간의 영역인가? 홀로 존재할 수 있는가? 사랑은 꼭 필요한가? 여성과 남성은 필수불가결인가? 나의 행복이 다른 누군가의 담보가 될 수 있는가? 이야기 속 피조물은 한 농가를 오랫동안 지켜본다. 가난하지만 서로를 살피고 배려하며, 걱정하고 아끼는 가족. 따뜻함에 경도된 피조물은 동일한 가치를 꿈꾼다. 창조자를 쫓으며 꿈을 실현하기를 원한다. 다소 집착적인 괴물의 몰입과 추격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반면, 창조자의 책임의식에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프랑켄슈타인은 오로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창조'했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에는 책임지지 않고 방기한다. 어쩌면 피조물을 '더 공포스럽게' 만든건 창조자의 무책임한 행동일지 모른다.

나는 통과해야 할 도시의 이름도 몰랐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사람도 없었어. 그래도 절망하지 않았네. 당신에게는 오로지 증오밖에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가 도움을 기대할 만한 사람도 당신밖에 없었으니까. 무정하고 무자비한 창조자! 내게 통찰력과 열정을 불어넣고는 그대로 내팽개쳐 나를 사람들에게 경멸과 두려움을 받는 대상이 되도록 했어. 하지만 나는 오직 당신에게만 동정을 바라고 이 상황을 바로잡을 보상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인간의 형상을 한 다른 존재에게 요구했다가 결국 손에 넣지 못한 정의를 당신에게 받기로 했어. (p.228)

결국 책은 '진짜 괴물'이 누구인가를 묻는다. 아마도 진짜는 욕망에 집착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이고, 겉모습만 보고 배척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일 것이다. 또 한 걸음 나아가, 존재의 의미를 (괴물처럼)외부에서만 찾는 누군가일 수도 있겠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건 다름아닌 그의 피조물이다. 괴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창조자와 같은 마지막을 생각한다. 그에게 자신의 시작과 삶과 끝은 결국 창조자에 의해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리라. 푸른 얼굴 곳곳에 못이 밖힌 얼굴이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였다. 아니었다. 호러 소설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의외로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정답은 없다. 피조물의 선택처럼, 창조자의 결정처럼, 모든 답은 스스로에게서 내재되어 생성된 그 무엇일 것이다. 그래도 희망도 읽힌다. 피조물이 바랐던 사랑, 배려, 친절, 온화, 인정 같은 것.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모두 '탄생된' 피조물일지 모른다. 책 속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면 '세계'로 받아들여졌다는 것.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살뜰히 살펴야 할 이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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