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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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의 메리 셸리는 여행을 하던 중 폭풍우로 인해 일행들과 함께 별장안에 갇힌다. 이때 무리 중 한 명이 '자기만의 무서운 이야기를 써보자'고 제안하고, 메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성공한다. 메리는 이때 우연히 '갈바니즘' - 죽은 개구리 뒷다리가 전기 자극을 받고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한 의사 갈바니의 실험 - 에 대해 듣게 된다. 이것이 현재 독자에게 소개되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시초다. 저자 메리는 연구가 집적된 괴물 앞에 무릎 꿇은 한 과학자를 떠올린다. 바로 책 <프랑켄슈타인>의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다. 자연과학에 고무된 그는 '생명을 만들어 내는 일'에 집중한. 식음을 전폐한 채 논문을 읽고 실험을 반복하다 결국 괴물을 만들어낸다. 창조자 자신도 두려운 피조물(괴물)이다.

책은 북극을 항해하는 배에서 시작한다. 누이에게 보내는 월튼 선장의 편지에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는 학자와 피조물을 대립시킨다. 프랑켄슈타인은 그의 피나는 열정과 몰입으로 '창조 연구'(p.81)에 성공한다. 그러나 연구의 지난한 과정과 달리, 프랑켄슈타인은 너무 쉽게 피조물을 내버린다. 흉칙한 얼굴과 엄청난 힘이 공포스럽기 때문이다. 반면, 피조물은 자신 존재에 대해 물으며 답을 구한다. 타인의 대화를 관찰해 언어를 학습하고, 책을 읽으며 난해한 과학적 원리를 습득한다. 인간의 사랑과 온정을 갈구하던 피조물은 인간 세계의 일원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창조자와 별 다를 것 없는 냉혹한 인간세계. 피조물에게 주어진 건 끈임없이 '존재'를 의심하고 '산다'는 것에 대해 묻는 일 뿐이다. 결국 창조자에게 요구하기에 이른다. "나에 대한 의무를 해."(p.159)라고.

책은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산다는 건 무엇인가? 창조할 수 있는가? 창조는 인간의 영역인가? 홀로 존재할 수 있는가? 사랑은 꼭 필요한가? 여성과 남성은 필수불가결인가? 나의 행복이 다른 누군가의 담보가 될 수 있는가? 이야기 속 피조물은 한 농가를 오랫동안 지켜본다. 가난하지만 서로를 살피고 배려하며, 걱정하고 아끼는 가족. 따뜻함에 경도된 피조물은 동일한 가치를 꿈꾼다. 창조자를 쫓으며 꿈을 실현하기를 원한다. 다소 집착적인 괴물의 몰입과 추격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반면, 창조자의 책임의식에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프랑켄슈타인은 오로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창조'했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에는 책임지지 않고 방기한다. 어쩌면 피조물을 '더 공포스럽게' 만든건 창조자의 무책임한 행동일지 모른다.

나는 통과해야 할 도시의 이름도 몰랐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사람도 없었어. 그래도 절망하지 않았네. 당신에게는 오로지 증오밖에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가 도움을 기대할 만한 사람도 당신밖에 없었으니까. 무정하고 무자비한 창조자! 내게 통찰력과 열정을 불어넣고는 그대로 내팽개쳐 나를 사람들에게 경멸과 두려움을 받는 대상이 되도록 했어. 하지만 나는 오직 당신에게만 동정을 바라고 이 상황을 바로잡을 보상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인간의 형상을 한 다른 존재에게 요구했다가 결국 손에 넣지 못한 정의를 당신에게 받기로 했어. (p.228)

결국 책은 '진짜 괴물'이 누구인가를 묻는다. 아마도 진짜는 욕망에 집착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이고, 겉모습만 보고 배척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일 것이다. 또 한 걸음 나아가, 존재의 의미를 (괴물처럼)외부에서만 찾는 누군가일 수도 있겠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건 다름아닌 그의 피조물이다. 괴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창조자와 같은 마지막을 생각한다. 그에게 자신의 시작과 삶과 끝은 결국 창조자에 의해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리라. 푸른 얼굴 곳곳에 못이 밖힌 얼굴이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였다. 아니었다. 호러 소설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의외로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정답은 없다. 피조물의 선택처럼, 창조자의 결정처럼, 모든 답은 스스로에게서 내재되어 생성된 그 무엇일 것이다. 그래도 희망도 읽힌다. 피조물이 바랐던 사랑, 배려, 친절, 온화, 인정 같은 것.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모두 '탄생된' 피조물일지 모른다. 책 속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면 '세계'로 받아들여졌다는 것.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살뜰히 살펴야 할 이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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