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 물리학자 김범준이 바라본 나와 세계의 연결고리
김범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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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의 '세상'에 관한 책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를 읽었다. 매진하는 분야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는 프레임이 달라지는 법. 물리학자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알쓸신잡>으로 얼굴을 알리고, 전작 <세상물정의 물리학>과 <관계의 과학>으로 ‘생각보다 멀지 않은 물리학’을 소개해온 김범준 교수의 책이다. 이번 신간에 대해 저자는 직접 “이 책이 과학책인지 과학책이 아닌지 헷갈리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책은 ‘나와 세계의 연결고리’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세계를 구성하는 처음, 흐름, 사과, 역설, 틈새, 성공, 경험 등의 ‘키워드’를 물리학으로 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최적화’와 ‘국소적 탐색’, ‘상전이’ 개념을 끌어온다. 원하는 분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성공이라면, 제한조건 하에서 가장 높은 곳이 어디인지 찾는 건 ‘최적화’의 문제이고, 주변을 한 걸음씩 조심스레 디뎌보며 이 길을 가도 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국소적 탐색’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또, 실패 혹은 시행착오의 반복을 ‘그 길로 가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도 어쨌든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p.73)며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듯 물질의 특성이 급격히 변하는 ‘상전이’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 나아가 ‘꼰대’에 대해서는 둘 사이의 관계를 재는 함수 ‘상관함수’를 빗댄다. 시간 t의 간격으로 어떤 양을 측정하고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잰 것이 상관함수로, 만약 거리 x의 간격으로 어떤 양을 측정해 거리를 잰다면 ‘거리 상관함수’(p.157)라고 한단다. 판단 기준이 형성된 시간과 공간상의 위치를 원점 (0,0)으로 정의하고, 시공간의 위치가 원점으로부터 (t,x)로 떨어진 지금 이곳의 상황을 (0,0)에서 형성된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꼰대’다. 이 외에도 저자는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빈칸’을 보며 ‘모름’을 인정하는 태도를, ‘무’를 빅뱅의 시작과 연결해 ‘처음’으로 빗댄다. 

책은 다양한 물리학 개념과 법칙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과학이 아닌 것’들과 섞인다. 다른 얘기를 하지만 종국에는 같은 얘기였다고나 할까. 저자는 ‘우리의 삶이 그렇듯 모든 것을 둘로 딱 나눠 구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서문에서 말한다. 물리학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 현상들의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쩌면 ‘모든 현상들’을 다루는 물리학자기에 작가는 우리 주변의 모든 현상과 개념, 사물을 ‘관찰’하고 ‘서술’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과학은 결코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과학자들만의 영역인것도 아니다. 그 사실을 물리학자 김범준이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를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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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의 꽃 2 - 위대한 고구려의 전쟁
윤선미 지음 / 목선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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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세기 고구려, 백제, 신라는 고구려/백제/일본과 신라/수(당)을 각각 한 축으로 하여 십자외교를 펼쳤다. 그후 신라와 당의 연합으로 백제가 멸망하고, 수 문제와 양제의 연속 공격에 대 고구려 또한 668년 멸망하고 만다. 수 양제와의 싸움에서 끝까지 버텨내며 싸웠던 이가 바로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장군이었다. 소설 <살수의 꽃 1,2>은 학창시절 국사책에서만 접했던 '을지문덕' 장군의 전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중국 땅에 남아 있는 고구려 유적지를 돌아보다가, 무심하게 방치되어 있는 우리 역사 앞에서 저자 윤선미는 '내 나라 역사를 지키지 못한다면 내 뿌리를 잃는 것이오, 미래도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특히 고구려인의 기백과 호방한 천성을 통해 고조선 탄생의 이념, 더 나아가 한민족의 역사를 완전한 '우리의 것'(p.303)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단다. 그리고 많은 역사 인물 중 '숭앙하는 마음'으로 을지문덕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책 <살수의 꽃 1,2>는 그 마음에서 시작해 8년의 시간동안 사료 분석과 고증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책 1권(을지문덕의 약조)은 '문덕'이라 불리던 소년의 탄생부터 '을문덕 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집도 가족도 빼앗긴 문덕의 어머니는 차디찬 폐가에서 문덕을 낳는다. '죽을 곳'이라 여겼던 곳은 '살아야만 하는 곳'이 되고, 그 안에서 필어난 생명은 국운의 횃불이 된다. 그의 경이로운 서사에 저자는 평강공주/온달장군의 이야기를 버무린다. 천민출신 온달을 사랑의 힘으로 장군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한 평강. 그녀는 소설에서 문덕의 기개와 용맹함을 알아보고, 그의 앞날을 인도한다. 문덕은 온달과 같은 천민 출신이나 이에 굴하지 않고 '태왕 폐하와의 약조를 반드시 지킨다'(p.84)는 일념으로 성장한다. 

책 2권(위대한 고구려의 전쟁)은 '을문덕 공'이 '을지문덕 장군'이 되어 전장을 누비는 모습이 그려진다. 수제 양견이 조공을 바치라는 요구를 해오고 고구려는 이에 대항한다. 수는 113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로 진격하고, 이때 을지문덕은 살수대첩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또, 2권에서는 을지문덕의 생애 중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 그려진다. 수와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귀환하는 길에 들렸던 요동성에서 아버지 죽음의 원흉을 만나고, 문덕은 기억을 잃고만다. 4년. 자신이 을지문덕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한 명의 남자로만 살아갔던 4년. 그 사이 을지문덕의 마음을 찢어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을지문덕의 스승은 우경 선인이다. 우경의 부인은 녹족부인이었다." (p.304) 

을지문덕의 이야기를 준비하던 저자의 눈에 가장 띄었던 문장이라고 한다. 책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역사적 사실을 그럴듯하게 제시하기에 끊임없이 '사실일까?' 자문하게 된다. 특히, 을지문덕의 친구이자 연인이자, 삶을 지탱하게 하는 구원줄인 녹족부인이 그렇다. 안타깝게도 저자는 녹족부인 이야기가 '야담'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작가는 '영웅의 로맨스지만 결코 헐후하게 다룰 수 없었'고 '충분한 타당성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에서가 아닌, 실제 을지문덕에게 녹족부인과 같은 사람이 있진 않았을까. 있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윤선미 저자는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을 다작한 작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극적으로 전개되는 대하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준다. 글들은 자연스레 고구려의 전장을, 평강공주/온달장군의 모습을, 요동에서의 부침을, 아정(을지문덕의 아들)을 만나게 되는 감격을 상상하고 느끼게 한다. 비록 천민 신분이지만 한계에 굴하지 않고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을지문덕의 생애는 독자들의 마음을 생동하게 한다. 무경계 세계에서 외교와 경제 등으로 구분되는 영역안에 살고있는 현생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지켜야 하리라. 괜시리 역사 공부가 하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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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1
에밀리 브론테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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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에밀리는 무어를 무척 사랑했어요. 동생은 무어에서 황량한 고독을 느끼면서도 진정한 자유를 맛보았어요."

<제인에어>의 작가 샬롯 브론테가 동생 '에밀리 브론테'를 두고 한 말이다. 서른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던 에밀리 브론테는 영국 북부 요크셔의 황무지 '무어' 지역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목초지가 끝없이 펼쳐진 고원지대 무어는 소설 <폭풍의 언덕>의 '황야'로 그대로 재연되었다. 광기를 닮은 사랑의 서사와 함께. 

<폭풍의 언덕>은 '히스클리프'가 언쇼가에 살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하인들에게 채찍질 당하는 히스클리프는 자연스레 자신을 인간답게 대우해주는 '캐서린'에게 빠져든다. 힌들리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도, 티티새 농원에서 깃털을 가지고 놀 때도 히스클리프 옆에는 늘 캐서린이 있었다. 캐서린은 린턴과의 결혼을 고민하면서 하녀 넬리에게 말한다. "그 애(히스클리프)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지.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 그 애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아." 그리고 덧붙인다. "린턴의 영혼은 달빛과 번갯불이 다르듯, 혹은 서리와 불꽃이 다르듯 우리의 영혼과는 다르지."(p.140) 히스클리프와는 같고, 린턴은 다르다는 캐서린. 그럼에도 캐서린은 마음에 반하는 선택을 하고, 이것은 결국 히스클리프의 광기를 촉발시킨다. 

어느 날, 사라졌던 히스클리프가 폭풍의 언덕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을 괴롭혔던 힌들리에게, 그리고 자신을 떠난 캐서린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과 결혼한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와 부부의 연을 맺고 자신의 아이 '린튼'이 캐서린 부부의 아이 '캐시'와 억지로 연결시킨다. 그 과정에서 히스클리프는 언쇼와 린턴 가문의 재산을 모두 손에 쥐게된다. 이것으로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성공한다. 그러나 캐서린이 생을 마감하면서 그는 행복은 영원히 이뤄질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히스클리프의 참담함은 캐서린의 망령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극적으로 표현된다. 

책은 '복수'에 대해 묻는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두고 다른이를 선택한 캐서린에게, 캐서린을 빼앗은 린턴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늘 매질을 했던 힌들리에게 복수를 한다. 특히, 힌들리에 대한 부분은 오히려 어린 시절 히스클리프의 아픔을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그는 힌들리의 아들 헤어턴을 '짐승'으로 만든다. 말과 행동, 모든 관계의 행위는 모멸감으로 귀결된다. 그 방식은 어린시절 언쇼가에서의 그의 경험과 닮아있다. 헤어턴을 바라보는 히스클리프의 마음은 통쾌했을까? 오히려 자신의 과거 암울했던 시절이 더 자주 떠올랐을 것이다. 히스클리프는 가해자이지만, 그도 결국에는 피해자였던 것이다. 자신을 '사람'으로 대우해주는 사람이 죽고, 떠났기에, 그는 스스로의 감정도 마음도 살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떠났다고 벽에 머리를 짓이기고, 복수로 일평생을 살아간다는 게 그 증거리라.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지만 정신없이 푹 빠져 읽은 소설이다. <폭풍의 언덕>은 언제 읽어도 마음이 아프고 복잡하다. 영화 <폭풍의 언덕>은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 대사없이 - 표정 변화만 보여준다. 쓸쓸한 바람이 느껴지는 언덕에서 남녀는 서로를 좋아하기도, 갈망하기도, 서로에게 원망하기도, 분노하기도 한다. <달과 6펜스>의 저자 서머싯 몸은 <폭풍의 언덕>을 두고 "사랑의 고통과 황홀, 그리고 그 잔임함을 이토록 강렬하게 표출해낸 작품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랑에 대한 중독, 그 감정의 끝에 이른 분노와 광기, 그리고 파멸. 그 비극적인 광기의 서사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엄청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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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교육처럼
이지현 지음 / 지우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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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 자란 사람들의 학창시절 경험담에는 '철학 공부'가 빠지지 않는다. 모국어로 읽어도 이해가 어려운 소크라테스, 니체 등의 사상을 원문으로 읽고 토론했다는 누군가의 경험. 부러웠다. 그들에게 부여된 기회와 교육환경이. 책 <프랑스 교육처럼>도 마찬가지다. 예고 진학에 실패한 열다섯 시절의 저자는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도피처럼 보였던 프랑스 유학길에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고 분투한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 현재 저자 이지현은 프랑스 대사관 IT분야 부상무관이자 플루티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교실 밖에서는 맞담배를 필 정도로 스스럼없이 지냈던 선생님을 교실 안에서는 철저히 존중하는 학생들의 태도(p.172), 수학 문제의 답은 숫자가 아닌 글(p.62)로 판단

책은 저자가 경험한 ‘프랑스 교육’을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한다. 사례는 교실 밖에서는 맞담배를 필 정도로 스스럼없이 지냈던 선생님을 교실 안에서는 철저히 존중하는 학생들의 태도(p.172), 수학 문제의 답은 숫자가 아닌 글(p.62)로 판단하며, 답(숫자)이 맞더라도 어떤 개념을 적용해 왜 이렇게 풀었는지 글로 작성해야 하는 교육 방식 등이다. ‘담탱이’로 불렸던 선생님들, 제 시간에 얼마나 정확하게 ‘답’을 낼 수 있는지 측정하는 수능. 우리와 많이 대비되는 현실이다. 그 외에도 지각이나 결석은 선생님이 아닌 담당 행적직원이 관리(p.41) 하고,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함께 체육수업과 시험을 치르게 한다는 점 등은 교육 환경 안에서 프랑스가 지향하는 평등의 개념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어릴 때부터 단계적으로 체화(體化)를 도와주는 프랑스 교육 시스템

- 시 학습과 바칼로레아

저자가 알려준 프랑스 교육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시’ 학습과 프랑스 수능에 해당하는 ‘바칼로레아’다. 프랑스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반 친구들 앞에서 매주 시를 외우게(p.81) 한다. 불문학 수업 시간에 보들레르, 랭보 등 프랑스 작가들의 시를 외우게 하는 데 저자는 이 교육의 효과를 프랑스 주요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기사 – 우리는 왜 학교에서 시를 위우는가? - 를 인용한다. '첫째, 외운 시를 낭송하면서 자신의 발음과 목소리 크기를 개선하고 억양을 다양화하여 청중들의 주의를 이끌기 위한 자세와 시선 처리, 표정과 제스처 사용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고 익히게 되며, 둘째,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외울 시의 분량을 늘려, 암기해야 하는 습관을 미리 알려 주는 효과'(p.82)가 있다는 것이다. 면접이나 진급 시험을 앞두고 발표 연습을 하거나, 시험 기간에 학생들이 능력껏(?) 암기해내는 우리 현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효과를 위해 어릴 때부터 단계적으로 체화(體化)를 도와주는 프랑스 교육이 부러웠다. 

그 부러움은 바칼로레아에서 극한에 달한다. 저자는 책에서 바칼로레아를 우리의 수능에 빗댄다. 하지만 둘은 시험의 형식과 내용 뿐 아니라 대학 진학과 연결하는 프랑스인들의 마인드 또한 많이 다르다. 하루에 한 과목씩 일주일 동안 치르는 바칼로레아는, 20점 만점에 전 과목 평균이 10점 이상이면 바칼로레아를 '취득'(p.118)하게 된단다. 즉, 수능처럼 단 하루에 모든 것이 결정돼 그 점수에 맞춰 대학을 '골라'가는 게 아니라 바칼로레아를 취득해 프랑스의 대학 입학 자격증을 얻는 셈이다. 물론 16점 이상(매우우수), 14점 이상(우수), 12점 이상(양호) 등의 등급을 부여받지만 이것은 지난 고등학교 3년간의 학습에 대한 평가일 뿐, 합격만 한다면 본인이 바라는 학과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바칼로레아 이후 학생들은 에콜(직업전문학교), 그랑제콜(특수 대학교), 위니베르시테(정규 대학교) 같은 식으로 자신들이 선택해 갈 수 있는 폭이 넓고 대학 진학률 또한 40%을 조금 넘는다고.

2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바칼로레아 제도 그리고 바칼로레아를 치를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토론하며 논리적 글쓰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 구조. 이걸 넘어서는 건 바칼로레아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태도다. 프랑스는 바칼로레아 시즌(매년 6월말)이 되면 각종 언론에서 올해 철학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상해보고, 당일 저녁 TV에서는 사회 각계각층의 지식인들이 나와 바칼로레아 문제 – 인간은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예술 작품을 설명하는 것은 왜 필요한가? 등 - 를 두고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입학 자격시험이라는 당위성을 넘어서는 문화'(P.137)라고 말한다. 또, 이를 두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권리'(P.138)라고 덧붙인다.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교육'의 키워드라고 하는 우리네 현실과 대비되어 씁쓸함이 남는다.

책은 매 챕터 마지막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실천노트'칸을 마련해두고 있다. 저자가 경험한 프랑스 교육의 좋은 점을, 한국의 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지 고심한 흔적으로 보였다. 한국 엄마들은 하루에도 수백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한다고 한다. 혹시 내가 뒤처지는 건 아닌지, 아이를 도태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고 자책하는 부모들도 많이 본다. 헬리콥터맘(자녀를 과잉보호하는 엄마), 잔디깎이맘(자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는 엄마)이라는 말이 왜 등장하는 걸까. 온전히 극성스러운 부모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우리 교육을 여러 지점에서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키울 부모도, 특히 교육 관련 정책입안자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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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던 책 어디 갔어? 풀빛 그림 아이
텔마 기마랑이스 지음, 자나 글라트 그림, 이정은 옮김 / 풀빛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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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아동문학상 '자부치 상' 수상작 <여기 있던 책 어디갔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림 책'이다. 책은 '여기 있던 책 어디 갔어?'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후 개, 고양이, 쥐, 새,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팝콘!! 까지 넘어가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각 장에는 '하나의 질문'과 '다채로운 그림들'이 펼쳐진다. 책장을 넘기면 바로 질문을 찾아본다. 책은 어디갔어? 개는 어디 갔어? 이후 화려하지만 다소 번잡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서 '주인공'을 찾아야 한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검정 오색으로 꾸며져 색감이 화려한 그림 속에는 여러 사물과 동물들이 수놓아져 있다. 우리가 늘상 보던 모습에서 벗어나 다소 기하학적으로 그려져 있다. 거기서 책의 행방을 찾아가며 '숨은 그림 찾기'를 할 수 있는 책으로 아이들이 색감을 익히며 관찰력도 키울 수 있겠다.


이 책은 '그림'이 주인공인데, 스페인 저자 '자나 글라트'의 그림이라고 한다. 어릴 때 연기학원에서 배운 캐릭터와 의상 등을 바탕으로 10여년을 세트 제작일을 하고, 이후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해 20편이 넘는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아이들 책은 항상 차분한 톤만 있다고 여겨왔는데, 선명한 색감의 그림들이 펼쳐지니 일종의 '각성'이 일어나는 듯 하다. 다만, 동물(사물)이 늘상 봐오던 모습보단, 다소 응용된 모습으로 책에 나타나니 사물과 이름을 잘 알 수 있는 연령대가 읽어보면 더 좋겠다. (사용연령 4세 이상 책이라고 한다) 눈이 즐거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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