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백년 후의 인류에서는 지금보다 더한 불평등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바로 ‘죽음의 불평등‘...
지구가 다른 외계 행성의 공격을 받는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이지만 너무도 무서운 세상이라
지금의 세상이 더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삼체세계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끌려가듯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는데 또 다른 위협 앞에 인류는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이루어내야할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진심 소설 속 후대의 인류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현재 건설 중인 태양계 경보 시스템의 예보 시간은 최대 24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정말로 암흑의 숲 공격이 닥친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우주선 중 단 한 대도 그 시간 내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벙커인 목성까지 갈 수 없다. 지구는 사실 죽음의 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셈이었고, 이 점은 사람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오경보 발령 직후에 나타난광적인 탈출 러시는 모든 걸 압도하는 인간의 생존 욕망이 불러온 집단 광란이었을 뿐, 사실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현재 5만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목성에서 장기간 생활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함대 세계의 목성 기지 소속 우주군이었고, 일부는 벙커 프로젝트의 초기 준비 작업을 위해 파견되어 있는 엔지니어들이었다. 그들에게는 그곳에 있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으므로 여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밀리에 건조되고 있는 항성급 우주선들이 완성되면 그 우주선의 소유주인 백만장자들도 목성의 반대편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 P514

법적으로 보면 적어도 현재까지는 특정 단체나 개인이 항성급 우주선을 건조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법도 없고, 거대 행성의 반대편에 숨는 것도 도피주의로 간주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불평등, 
즉 죽음의 불평등이 생겨났다. - P514

역사적으로 나타난 사회적 불평등은 주로 경제적 부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것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죽음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했다. - P514

물론 의료 환경의 차이, 빈부격차로 인한 자연재해의 생존률 차이, 전쟁에서 군대와 일반인의 생존률 차이 등등 죽음의 불평등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전체 인구의 1만 분의 1도 안 되는 소수는 안전지대로 피신해 살아남고 나머지 수십억 명은 지구에서 죽음을 기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주 오래전 고대에도 용인될 수 없는 끔찍한 불평등이므로 현대 사회에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것이 국제사회에서 광속 우주선 프로젝트가 반대 여론에 부딪힌 가장 큰 이유였다. - P515

목성이나 토성의 반대편에 떠 있는 우주선에서 사는 것이 암흑의 숲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동경하는 생활은 아니었다. 생태순환 시스템이 아무리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해도 춥고 황량하고 외부와 단절된 태양계의 변두리에서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체 제2함대를 관측해보면 곡률 추진 우주선은 순간적으로 광속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광속 우주선을 이용하면 지구에서 출발해 불과 수십 분만에 목성에 도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광속 우주선을 소유한 특권층과 백만장자들은 태양계 경보 시스템의 경보가 울린 후에도 지구에서 여유롭게 머물다가 공격이 임박했을 때 수십억 명을 버려두고 지구를 탈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건 인류 사회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 P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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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p가 넘게 읽었는데 아직 남은 페이지가 벽돌..
실화냐..ㅠ


지구는 이미 극심한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1000만 명 넘는 도시 인구가 생존 본능에 이끌려 미친 듯이 발사장으로 몰려들었다. 지금의 우주왕복선은 서기 시대의 비행기와 비슷해서 수송 가능한 인원이 많지 않았고,
•왕복선을 소유한다는 건 고대에 우주 비행선을 소유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우주 엘리베이터까지 동원한다 해도 일주일 동안 지구 저궤도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지구 전체 인구의 100분의 1도 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목성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은 100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 P506

"태양계 경보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해도 어차피 경보 시간은 기껏해야하루쯤 빨랐을 거예요………….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 경보가 가짜일 가능성도 있어요."
AA가 이런 생각 때문에 조금 전 그녀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는 걸 청신은 모르고 있었다.
AA의 추측이 정확했다는 게 금세 증명되었다. IDC 위원 중 PDC 간부가 청신에게 전화를 걸어 함대 세계와 UN이 이 경보가 오보이며 암흑의숲 공격과 관련된 아무런 조짐도 발견되지 않았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알려주었다. 화면을 켜보니 정말로 UN과 함대의 대변인이 성명을발표하고 있었다. 왕복선 바깥 발사장과 계류 구역에서도 더 이상 이륙하는 왕복선이 없었다. 혼란은 여전했지만 더 악화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바깥이 조금 안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왕복선에서 나왔다. 전쟁터만큼이나 참혹한 광경이었다. 새카맣게 불에 탄 시체가 곳곳에서 나뒹굴고 어떤 시체에선 아직도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P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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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첫 폴리오는 6월 초, 메모리얼 데이" 직후, 우리가살던 곳에서 시내를 가로지르면 나오는 가난한 이탈리아인 동네에서 발병했다. 그곳에서 한참 떨어진 도시 남서쪽 구석의 위퀘이크 유대인 구역에 살던 우리는 그 소식을 전혀 몰랐으며, 묘하게도 우리 동네만 빼고 뉴어크 전역의 거의 모든 동네에 한 건씩나타났던 이후의 여남은 건에 관해서도 전혀 듣지 못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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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의 위로》 그레텔 에를리히
‘와이오밍 주‘라는 황량하고 낯선 공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평원이 펼쳐져 있어 오히려 열린 공간이자 위로의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나에겐 카우보이들의 고향이기도 하고 크로우 족, 샤이엔 족, 쇼쇼니 족, 아라파호 족, 수 족 인디언들의 고향이기도 한 공간임을 알게 한 시간들...
오늘 아침엔 이 아름다운 산문의 대미를 장식할
‘12장 폭풍, 옥수수 밭, 엘크‘를 남겨두고 있다.

오전에 친구들이 놀러올 거라 맘이 바쁘다. 그래도 6쪽 남짓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와이오밍의 가을‘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자꾸 나를 재촉한다.
가을걷이 하는 카우보이들과 목장주들의 모습인데
이 정도면 우리로 치면 깊은 겨울이지 싶지만, 그리고 너무 고생스럽다 싶지만 이런 척박한 평원에서의 삶이 그래서 더 아름답고 충분히 가치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난주에 구름 덩어리들이 여름의 녹색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더니 폭풍을 풀어놓았다. 폭설은 권투 선수의 주먹처럼 난폭했다.
나무를 내리치고 건초 밭과 곡물 밭을 사슴 침대처럼 짓눌러놓고금빛으로 탈색된 옥수수는 난데없는 난투극에 휘청거렸다. 우리는밤새도록 미루나무 줄기가 부서지며 내는 신음 소리를 들었다. "망할, 지난밤에 무서워서 식탁 아래에 웅크리고 잤다니까." 한 이웃목장주가 내게 말했다. "나무가 우리 집 지붕을 뚫고 들어왔지 뭐유." 고속도로를 따라 전선들이 말의 고삐처럼 떨어져 있었다. - P174

폭풍이 다코타 주를 지나 동쪽으로 불어오면서 푸른 하늘이 짙푸르게 변했다. 하늘은 냇가와 마른 황무지를 조용히 파란 잉크로 물들였다.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절제된 행동으로 미루나무,
갈대, 야생화는 스스로를 불그스름한 색, 녹갈색, 적갈색, 암갈색, 황갈색으로 물들였는데 우리는 이러한 현란하고 과다한 스펙트럼의 색감이 우리를 향해 달려올 찬바람과 추위의 징조임을 알고 있다. - P174

프랑스 사람들은 가을 나뭇잎을 고엽 feuille 
morte 이라고 부른다. 나뭇잎들이 마침내 서리에 의해 부패되면 비와 함께 쓸려 내려가고나무는 스스로와 절연하기로 작정한 듯 모든 잎을 털어내 버린다. - P174

가을 내내 우리는 두 개의 목소리를 듣는다. 한 목소리는 모든것이 익었다고 말하고 다른 목소리는 모든 것이 죽어간다고 말한다.
이 패러독스는 매력적이다. 일본어의 ‘아와레‘라고 하는, 영어로는 거의 번역할 수가 없는 이 단어는 ‘아름다움과 비의가 공존함‘이라는 의미다. 언젠가 우리는 이 약탈자 같은 멜랑콜리에 대항해야만 한다. - P175

가을은 목장주들에게는 한 해의 마무리를 의미한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건초를 쌓아두고 소와 양을 모아서 젖을 떼어 출하하고 한살 된 수송아지와 망아지는 판다. "우리는 이맘때 좋아해요. 특히 소값 오르면 기분 째지죠." 3대째 목장을 운영하는 남자가 말했다.
이번 주에 나는 빅혼 산맥에서 소와 송아지를 모으는 일을 돕는다. 이달 초에 1미터의 눈을 내리게 한 폭풍은 이제 강하고 지속적인 비를 몰고 온다. 소를 타는 일은 스키를 타고 하는 터치 풋볼 게임과 비슷한데, 소와 카우보이들은 서로 부딪치고 송아지는 뒤로 뛰어가고 말은 미끄러진다. 오늘 두 번이나 나와 함께 말이 미끄러져 가파른 비탈길 위에 세게 넘어졌지만 진흙과 눈이 너무 깊게 깔려 있어서 멍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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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우다영/ 마지막 단편인 표제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중에서...

‘매기‘라는 이름의 인공지능과 하나가 된 새로운 인류로의 진화가 이루어진 세계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인류는 이미 매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며 2천 년간 전파신호의 유령으로 살았고, 매기의 
예측대로라면 앞으로 지구가 생존 가능한 상태로 정화되고 안정되는 1만9천 년 동안 이 낯선 문명을 더 지속할 것입니다. 그때는 정말로 인류가 영구히 지속 가능한 생체 인공지능을 얻게 될지도 모르죠. 우리는
그 일부가 될 겁니다. - P299

그때까지 인류는 현실의 자연법칙들과 인간의 범주를 심각한변형 없이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과연 그 보존이의미가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미 진짜 세계의 원형에서 한참 멀어진, 훼손되고 변질되어 원본을 짐작할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을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현실의 실감을 기억하는 자로서, 진짜 세계는 매기가 주는 그 어떤 영화의 감각과도 확연히 다르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P299

개는 천만 번쯤 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늘 개를 환대했던 두 팔을 내뻗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죠. 어쩌면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겼던 것도 같습니다. 개는 달려오던 힘과 속도 그대로 저를 관통해 지나갔습니다. 저는 아무런 고통도 느낄 수 없었지만 심장이 꿰뚫린 것처럼 놀랐습니다. 돌아보자 깜빡이며 윤곽이 흔들리고 있는 까만 개 역시 멈춰 서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오류가 일어난 겁니다. 거의 현실처럼 보였던매기가 시스템이었다는 사실을 저는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 P327

우리는 이미 매기의 실체를 알고 있으면서도 잘 체감하지 못하지요. 너무나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완벽에 틈새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을 알게 된 겁니다.
무수한 반복으로 오류가 끼어들 확률을 올리는 것. 매기가 확률로 세계를 유도하듯, 우리도 확률로 매기를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견고하고 단단한 확률이 통제하지 못하는 우연의 순간. 그 특별한 우연을 만드는 것은 방대한 반복이었습니다. 혜경. 오래전 개가 사라지는 장면을 만들었던 당신은 대체 어떤 영감에 이끌렸던 겁니까? - P327

"존엄한 인류의 일부가 된다는 건 무슨 뜻이야?"
이번에는 목소리를 내서 발화했습니다. 정확한
문장으로 물음으로써 스스로의 질문을 선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존엄한 인류는 요람 안의 인류와 요람 밖의 인류가분리되어 발전한 후 다시 결합한 상태로 예측됩니다. 존엄한 인류가 영원히 존속하기 위해선 이 분리와 결합의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요람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당신은 나갈 수 있습니다.
"누구나 나갈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조건은?"
- 세계를 의심하고 세계를 부순 자. - P329

혜경. 이미 우리보다 앞선 세대에 요람을 나간 자들이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으십니까? 어느 날 갑자기 생을마감한 위대한 디렉터, 영화의 범람 자체를 열렬히 사랑했던 어느 뷰어, 세상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은 은둔형 외톨이들 중에 혁명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매기를 떠나 진짜 세상으로 나갔습니다. 어쩌면 이미 작은부락, 혹은 원시 도시의 형태를 이루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매기가 지구의 회복 기간을 거짓으로 공개한 이유는최고 명령인 인류의 존엄한 존속에 필요한 거짓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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