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
1. 상실
너무 오래 쉬다 다시 이어서 읽으려니까
앞에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다.
처음 읽을 땐 지루하더니 다시 읽으니 또 너무 재미지다.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읽다 기절... 침 흘리며 엎어져 자고 있더라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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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계에서 말레이시아항공 370편에게 벌어진 사건은 극도로 변칙적인 예외였다. 지난 50년간 거의 10억편에 달하는 항공기들이 오간 항로에서 조그만 상용 비행기 하나가 훌쩍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더 큰 세상을 놓고 보면 전혀 이례적이지 않다. 경험과 역사는 우리가 그 가치나 크기와 관계없이, 아무리 주도면밀하게 지켜보려고 안달복달하더라도 이 지상에서 잃어버리지 않을 수 없는 건 없다고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눈을 똑똑히 뜨고 이 세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착륙하기 전의 비행기가 고속도로 위를 낮게 지나가는 모습은 충분히 거대하기에, 그런 물체가 사라질수 있다고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 P33
하지만 이는 문제를 가늠하는 잘못된 해법이다. 우리와 비교하면 보잉777 힌ㅇ공기가 거대하게 보이겠지만, 인도양 대양저에는 같은 기종 항공기 1800억 대가 충분히 놓일 수 있다. - P34
결국 이런 이유에서 어떤 상실은 그토록 충격적으로 여겨지는 것이리라. 현실을 거역해서가 아니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런 상실은 우리에게 많은 걸 알려주는데, 그중 하나는 우리로 하여금 규모에 대한 감각을 정정하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게끔 하는 것이다. 잃어버릴 수 없을 만큼 큰 건 없을 정도로, 반대로 무엇을 잃어버리기에 너무 협소한 장소도 없을 정도로 이 세계는 너무나 신비롭고, 거대하며, 복잡하다. 잃어버린 결혼반지 하나 때문에 동네 공원의 소박한 지형도가 로키산맥으로 바뀔 수도 있다. 하이킹을 하다가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평화로운 개울과 숲이 무시무시한 황무지로 돌변하기도 한다. (상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경외와 비탄처럼, 상실은 주변 환경과 우리의 크기를 단번에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질 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작아지고 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광활해진다. - P34
우리가 스스로를 중심에 두고 권한과 힘을 부여하는 감각을 교정하기란 이처럼 가혹해서 사소한 상실조차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언가 잃는 일은 우리를 한없이 겸허해지게 한다. 상실은 우리에게 정신의 한계를 직시하도록 강제한다. 우리가 식당에 지갑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어디에 지갑을 흘렸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실은 의지의 한계를 직시하도록 강요한다. - P34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을 시간과 변화의 가능성으로부터 지키기에 무력하다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상실은 우리에게 존재의 한계를 직시하도록 강제한다. 거의 모든 것들이 언제고 사라지거나 소멸하리라는 사실을. 상실은 지금 여기 존재할 수 있었던 무언가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는 당혹스럽고, 미칠 것 같고, 마음 아픈 사실을 통해 우리에게 이처럼 보편적인 일시성을 깨달아야만 한다고 반복적으로 요구한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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