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내몰린 여자들과 그들을 돕는 남자>
부카부Bukavu, 콩고민주공화국, 2007년 8월

이 글은 이브 엔슬러가 콩고민주공화국을 처음 방문하고 난 뒤 <글래머Glamour>에 쓴 글이다.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드니 무퀘게 의사를 인터뷰한 후 그 일을 계기로 콩고에 초청받았다. 그가 세운 부카부 판지 병원(강간피해 여성들을 집중 치료하기 위한 병원)에서 게릴라들과 정부군, 유엔군에게서 구해낸 여자들을 인터뷰했다.

작가는 말한다.
˝내가 먼 부카부 판지병원에서 그랬든 당신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기를, 마음을 열어주기를, 함께 분노하고 구역질해 주기를˝(140쪽)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이 짧은 인터뷰글을 읽었다. 차마 다 옮길 수가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인간이기를 거부한, 짐승보다 못한 그들이...
지옥이 있다면, 지옥에서 콩고 여성들이 겪은 고통만큼만 영원히 영원히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나딘은 주위에서 혼자만 따로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처럼 저는 스물아홉 살이에요."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는 닌자Ninja 라는 마을에서 왔어요. 그곳은 평소에도 치안이 불안정해요. 저희는 밤이면 자주 덤불 속에 숨어야 했지요. 그러다 군인들에게 발각되었어요. 그들은 제일 먼저 저희 마을 수장과 그의 자식들을 죽였어요. 저희 마을에는 오십 명의 여자가 있었고요. 저에게는 아이가 세명, 오빠가 한 명 있었는데, 군인들이 오빠에게 저와 
성교를 하라고 했어요. 오빠가 거부하자 그들이 그 자리에서 오빠의 목을 베 죽였어요."
나딘이 몸을 심하게 떤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 내 눈앞에 살아 숨 쉬는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라고 믿기 힘들다. ... - P148

나딘은 기억의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듯 
내손을 꼭 붙잡는다. 나딘이 누군가에게는 이 이야기를 반드시 털어놓을 필요가 있고,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그녀의 깊은 좌절감만큼 분명하다. 나딘은 눈을 감고 사실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어려운이야기를 한다. "군인 무리 중 한 명이 임신한 여자의 배를 갈랐어요. 태아는 꽤 컸는데 군인들이 아기를 죽였지요. 그리고 아기를 불에 구워 저희에게 먹으라고 했어요."

놀랍게도 그 오십 명의 여자 중 목숨을 구해 달아난 사람은 나딘이 유일했다.  - P149

여자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들의 가장 깊은 상처를 알았다. 바로 잊히는 것,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 그들이 겪은 고통이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그들의 이야기에 그저 귀 기울이기만해도 그들은 큰 위안을 얻었다. 아주 작은 친절이나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다. ...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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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진 2025-01-23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내용을 읽으며 소년이 온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은하수 2025-01-24 00:55   좋아요 0 | URL
동족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힘없는 약자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기는 이런 전쟁은 정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