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와 남성성]
제1장 식민지의 영국인: <퍼포먼스>로서의 남성성
1. 남성성과 퍼포먼스
19세기 영국의 제국주의 역사와 영국적 남성성의 형성 관계를 살펴보는 이 책에서 본 장은 먼저 식민지 인도에서 영국 남성의 행동과 역할이 어떤 것이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기로 한다. 최근 인문학의 연구들은 정치적 또는 역사적 운동의 거대 담론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개인의 역할이 어떤 것이었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접근들은 특히 거대한 정치적 변화 속에서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서 나타나는 심리 현상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P39
하지만 인도를 향한 영국의 식민 지배 욕망은 대단히 강렬했으며, 이를 위한 식민이데올로기 담론의 생산과 유지는 매우 체계적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영국의 식민 전략은 인도에 있는 영국인들에게 식민 통치에 부합하는 제국주의자가 되도록 강요하였다. 즉 장교, 상인, 의사, 성직자와 같은 영국 개개인들은 제국주의의 정치적, 사회적 정책들이라는 좀더 큰 틀 속에서 그 정책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 P40
인도에 있던 영국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도록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고, 영 제국의 이미지 강화에 부합되는 범주나 규범적인 행동의 기대 수준에 맞춰 자신의 태도를 적절히 결정해야 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인종과 계급 또는 성 정체성에 대하여 그다지 뚜렷한 자의식이 없던 영국 소년이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곧 자신이 영국 백인 남성이며 동시에 지배 엘리트계급의 일원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 P40
샤이어스가 빅토리아 시대에 등장한 가부장적 남성성을 남성 권위의 추락과 권력의 불안정에 대한 상쇄 반응으로 해석하는 것처럼, 인도에서 나타난 영국 남성성 역시 1857년 인도 항쟁 이후 식민지에서 영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제국의 권위가 추락하게 된 사실에 따른 반동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권력자가 권력을 상실했을 때 유발되는 심리 현상에 대한 이 이론은 인도에서 제국의 권위를 위협받게 된 영국인들을 논의하는 데 유용하다. 영국인이 인도에서 지배집단으로서의 엘리트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그러한 목적을 위해 구성한 남성성을 통한 <퍼포먼스>가 필수적이었다. 동시에 이러한 남성성은 곧 영 제국주의자들에게 자신들의 자아개념과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영국 남성성>은 그 자체로서 <퍼포먼스>였으며, 그 퍼포먼스는 19세기 인도에서 영 제국의 위상이 변화하면서 가장 극명하게 실천되었다. - P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