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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이 유리창을 마구 때리고 있는 바깥 날씨는 영하 십칠팔도를 오르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바람 소리에 가끔 고개를 들어본다. 유리창에는 실내에서 서려지는 김이 연방연방 얼어서 빙판을 이루고, 그 위에 또 김이 서려 얼어붙으며 있다. 무릎 옆에 놓인 화로에서 따뜻한 열기가 아랫도리에전하여지기는 해도 손끝이 딱딱하게 굳어져서 뜨개바늘이 흘러내리곤 한다. 다방 안에는 난로 옆에 두서너 명의 손님들이앉아서 불을 찍고 있을 뿐 자리들이 텅 비어 있다. 레지인 명자는 난로 앞에 서서 손님들의 잡담에 웃음을 띠고 있고, 광희는 바람받이를 피한 서쪽 창가에서 양손을 꼬아 쥐고 멍하니 가로를 바라보고 서 있다. - 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