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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이 유리창을 마구 때리고 있는 바깥 날씨는 영하 십칠팔도를 오르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바람 소리에 가끔 고개를 들어본다. 유리창에는 실내에서 서려지는 김이 연방연방 얼어서 빙판을 이루고, 그 위에 또 김이 서려 얼어붙으며 있다. 무릎 옆에 놓인 화로에서 따뜻한 열기가 아랫도리에전하여지기는 해도 손끝이 딱딱하게 굳어져서 뜨개바늘이 흘러내리곤 한다. 다방 안에는 난로 옆에 두서너 명의 손님들이앉아서 불을 찍고 있을 뿐 자리들이 텅 비어 있다. 레지인 명자는 난로 앞에 서서 손님들의 잡담에 웃음을 띠고 있고, 광희는 바람받이를 피한 서쪽 창가에서 양손을 꼬아 쥐고 멍하니 가로를 바라보고 서 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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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0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소설을 구판으로 읽었답니다 영화도 있는데 이름이 ‘현희‘로 바뀌었더라고요 ‘현회‘보다 무난한 이름으로요 ㅎ

은하수 2023-12-04 23:21   좋아요 1 | URL
이름이 중요한 거 같아요.
근데 무난한 이름이긴 한데 개성이 없죠?!^^
작가가 이 ‘현회‘라는 이름을 <애가>에서도 썼다는게 신기하네요. 거기에서는 끝까지 사랑을 지키는 여인으로 등장해요. 지금으로 서브 여주 정도 된달까요^^

서곡 2023-12-0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애가도 개정신판이 나왔더군요 아 거기도 현회가 나오나요 애가도 구판으로 읽었는데 가물가물...ㅎ

서곡 2023-12-04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선생님이 현회란 이름이 마음에 드셨나봐요 하긴 독특한 이름입니다 그에 비해 현희는 흔해서 말씀하신 대로 특별한 느낌은 없지요

은하수 2023-12-05 00:09   좋아요 1 | URL
그러신거 같아요
저도 오늘 표류도 읽고나서 문득 깨달았어요. 읽으면서도 내내 몰랐어요. 불과 얼마 전에 읽었는데도 이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