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양한 현대 페미니스트 법 이론들이 당연히 줄줄이 계속 나온다.  

읽다 보니 내가 이 책을 굳이 다 읽어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슬그머니 일어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관련법들이 어떻게 정비되어 있는지 궁금해지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그래서 또 검색을 해보게 되고 뭔가를 알게 된 듯도 하지만(?) 검색을 하면서 읽어나가는 것은 너무도 지루하고 더딘 작업이고 사실 어떤 법 이론이나 법에 대한 설명은 읽었는데 안 읽었습니다... 가 되어버린다. ㅠ.ㅠ

뭔 말이야 대체... 인용 되었다거나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되었다거나 관련법을 회피하려는 시도였다거나... 판단했다거나....  상소 허가 신청을 기각했다거나...  예외를 상정했다는데 어떤 예외를 상정했다는 건지...  아무튼 이런 말들이 기나긴 문장 속에서 무수히 나온다.  이해하며 읽어나가기가 어렵다. 내가 아무리 문과여도 법은 교양 과목으로도 한 적이 거의 없어서(한 번은 있었나?) 이해가 잘 안되고 한 번 읽어서 이해가 안되니 두 번, 새 번 읽기도 부지기수였다.  딴 짓하다 돌아와 읽으면 또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거다.  리뷰 쓰는 거 진짜 싫은 나도 지금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차라리 머리가 덜 아픈 느낌이다.




1장 페미니스트 법 이론/  2장 페미니스트 법학 방법론/  3장 직장, 임금, 그리고 복지/  4장 교육과 스포츠/   5장 젠더와 몸까지 읽었다.  

1장의 법 이론들은 다양하기도 하고 정말 지루하다. 하지만 대충이라도 숙지를 하고 가야 다음 내용들에서 그나마 이해가 되므로 꼭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문화 페미니즘, 지배이론, 반본질주의, 레즈비언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 실용주의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등등...  이러한 현재의 법 이론들은 같은 이론 내에서 한 가지 쟁점을 놓고도 서로 다르게 반응하기도 하고 충돌하는 경우도 많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겪으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다만 페이퍼를 쓰기 위하여 이러한 이론들을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머리가 아프기 때문에!  그냥 이러한 이론들이 있었고 대충 어떤 이론들인지만 알고 그냥 넘어가는 걸로 한다. 왜냐하면 다른 플친님들의 훌륭한 페이퍼가 이미 있으므로....(간단하면서 설명을 아주 잘 해놓으셨다!  단발머리 님, 감사합니다~~)

하하하.  궁금할 땐 나도 다른 이웃님의 글을 참고 하는 걸로 ... 

2장 페미니스트 법학 방법론인데 1장에서 다루었던 페미니스트 법 이론의 부속물이며, 여성 운동가들의 철학이 무엇이든간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다양한 설명이 있다지만 (1)가부장제의 가면 벗기기, (2)맥락추론, (3)의식고양이라는 3 가지의 기본적인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얼마 전 맥락추론의 중요성에 대하여 멋지게 페이퍼를 쓴 플친님의 글을 읽었다. 영화 러브 & 데스를 예로 들어 책보다 더 설명을 잘 해놓으셔서 아주 유용했단 생각이 들었다.  누구였지?? 미미 님이었다. 

궁금하면 북플 검색하기...ㅎㅎㅎ(잊어버리니까 적어놓자. 나에게 친절하기^^)




사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5~8장이 아닐까 싶다.

5장 젠더와 몸/   6장 결혼과 가족/   7장 섹스와 폭력/   8장 페미니스트 법 이론과 세계화로 구성이 되어 있다.

나는 오늘까지 5장 젠더와 몸을 읽었을 뿐이고 6장을 시작을 했지만 책은 오늘 5시까지 도서관에 반납을 해야한다.

다시 상호대차 신청해서 나에게 오려면 또 한참의 시간이 걸릴테니까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5장에서는 낙태와 대리모 출산, 그리고 포르노 그래피 법 이론에 관하여 다루고 있다.  낙태와 관련해서는 1973년의 Roe v. Wade(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낙태 법안이 어떤 식으로 약화되어 왔는지, 그리고 낙태를 하기 위하여 가난한 여성들이나 유색 인종, 청소년들이 어떤 고난을 겪는지에 대하여 알 수 있게 되고, 그 반대로 낙태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진영이 주장하는 이론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낙태를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책에서는 "부분 출산(Partial Birth)" 낙태와 약물에 의한 낙태의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해 놓았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방법은 "부분 출산(Partial Birth) 낙태"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 용어는 의학서적에서는 "무손상 확장 추출술(D&X)"이라는 용어로 언급이 되어 있을 뿐이고 낙태 반대론자들이 만들어낸 용어라는 것으로서 매우 드물게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한다. 시술 과정 중에 태아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하여 산모의 자궁 경부를  확장시키고 사산아를 모체에서 꺼내기 전에 태아의 두개골을 와해시키는 방법이다. 태아에게 뇌손상 등의 이상이 있거나 임부에게 위험을 야기할 경우에 사용되지만 전체 낙태 시술의 1% 만이 이 방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낙태 반대론자들은 이 수술 장면을 이용해서 부분적으로나마 낙태의 잔인함을  설파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미국 국민은 낙태에 관해서 양가적인 감정이 병존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러한 감정은 미국 국민에 국한하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거나 없거나 아이를 출산하지 않는 남성일지라도 같은 감정일 수 있다.  나 자신조차도 초기 임신 단계에서 낙태할 권리를 지지하면서도 낙태를 하는 방법에 대하여 읽을 때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그것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져서 ...  그러면서 오래 전 보았던, 낙태 수술할 때 자궁 안에서 자기를 잡으러 다가오는 수술 도구를 피해 도망가는 태아의 움직임이 오버랩 되었다.  내가 본 영상이 혹 'D&X'라고 하는 그 영상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면서 그냥... 낙태를 해야만 할 상황에 처하는 여성이 없거나 정말 극소수이기를 소망하는 거 외에는 마음을 다스릴 방법이 없었다. 




대리모(Surrogacy) 출산에 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용어 정의를 간단히 하자면 [대리모 약정, 혹은 계약 임신은 "유상인 경우를 포함해, 타인에게 인도하기 위해 아기를 만들기로 하는 합의"를 말한다.]  

오늘날 대리모 약정은 보통 두 가지 형태 중 하나를 취한다. 첫 번째 형태에서는, 계약자 부부가 "대리모"라고 불리는 다른 여성을 모집하는데, 이 여성은 수정란을 착상시키고 태아를 품고 있다가 출산한 후 그 아기를 계약한 부부에게 넘겨줄 것이다. 정자는 계약자 부부의 남편이 제공하므로, 그가 유전적이자 법적인 아버지가 된다.  계약자 부부의 아내는 아이와 유전적 연관이 없으며, 아이의 법적인 어머니로 간주된다. 아이와 법적 관계가 없도록 의도되는 대리모는 유전적 어머니가 된다. [이는 "대리(surrogate)"라는 용어를 다소 부정확한 호칭으로 만든다.] 대리모의 두번째 형태는 "임신 대리모(gestational surrogacy)"라고 불리며, 체외수정과 관련이 있다.  이 방식에 따르면, 이 수정란(잠재적인 배아)은 계약자 부부가 제공하는 난자와 정자를 이용하여 실험실에서 형성되고 수정란은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되며, 대리모가 태아를 품은 후, 출생 시, 그 아기를 계약자 부부에게 인도한다.  이 삼각관계에서, 계약자 부부의 남편은 아기의 유전적, 그리고 법적 아버지가 된다. 계약자 부부의 아내는 유전적, 그리고 법적 어머니가 된다.  때로, "임신 대리모"라고 불리기도 하는 대리모는 자녀와 유전적 또는 법적 연관성이 없게 된다.(214~215쪽)




이러한 약정은 법률적 자문을 맡은 변호사, 알선 기관, 난임 클리닉 등에 의하여 정교하게 계약과 출산의 과정이 이루어지고 매년 1,600명 이상의 아기들이 임신 대리모를 통해 태어나고 있으며 엘튼 존과 데이비드 퍼니시, 지미 팰론과 낸시 조보넌, 니콜 키드먼과 키스 어반, 리키 마틴(싱글 파더) 등 다수가 이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미 법원도 대리모 제도에 관하여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고심을 하고 있는데 매우 최근까지도 이 주제에 관한 법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리모 사건의 가장 잘 알려진 사례로 베이비 M(M: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음을 빗대어 미스테리) 사건과 Johnson v. Calvert(존슨 대 칼버트) 사건인데 두 사건 모두 대리모와 관련된 삼각 관계하에서 부모의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필요로 한 사건이었다.  




1985년 윌리엄과 엘리자베스 스턴은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와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서 화이트헤드는 윌리엄 스턴의 정자를 인공수정하여, 그 결과로 생긴 태아를 임신하고, 그 아이를 스턴 부부에게 인도하는 데 동의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스턴 부부는 화이트헤드에게 1만 달러를 지급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화이트헤드는 아기를 포기하는 것을 거부했고, 본명은 멜리사인 아기 "베이비 M"에 대한 권리를 갖기 위한 소송이 이어졌다. 법원은 결국 스턴 부부의 편을 들었지만, 계약의 강제집행을 명령하지는 않았다.(218쪽)




1988년 결정된 베이비 M 사건은 대리모 계약의 유효성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었고 이후 법원은 대리모 계약이 공공 정책에 반해 무효라고 판시하였으나 대리모인 화이트헤드의 정서적 안정에 의문을 품고 결국 아이는 스턴 부부가 주 양육자가 되었다.  화이트헤드는 면접 교섭권을 부여받았다.  최초의 판결이었던 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지대했던 모양이다. [BABY M]이라고 하는 TV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비디오로 제작이 되어 유통이 되었다고 한다.  




성차별과 인종차별로 경제력이 약해진 여성들에게 대리모는 "생식 노동을 시장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제공(216쪽)"하고 있으며, 계약자 부부보다 가난하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대리모들이 권리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익명의 "자궁 대여자들"이라는 하위 계층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지위를 낮춰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217쪽)는 비판론자들의 여러 주장들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미국은 유상 대리모 계약을 위한 합법적 시장이 존재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라서 대리모를 찾고 있는 유럽, 아시아, 그리고 호주의 부유층 부부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여러 법적인 문제들을 야기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문제인 것은 거금의 대리모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미국인 커플들이 경제적으로 절반의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동남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과 인도로 몰려가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특히, 규제가 심하지 않은 인도의 대리모 시장은 좌우 양쪽의 비평가들로부터 자궁의 현대판 식민지화라는 비난을 받아왔다."(221쪽)




"생식 노동, 자궁 대여자들, 유상 대리모, 자궁의 현대판 식민지화" 이런 용어들은 언제까지라도 언제라도 익숙해지고 싶지가 않다.  결국 또 돈이 문제인 거다.  정말 돈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왜 꼭 항상 언제까지나 힘 없고 무지한 여성들에게만 닥치는 것인지... 심지어는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는 여성임에도 가정의 생계를 위하여 여러 번 대리모가 되고 그 돈으로 가족이 살아간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더라는 말도 있지만 아직 안죽어봐서 모르겠고 ... 천국은 하늘에 있는 거고 이 세상은 지옥이 분명하단 말이 맞는 거 같다.  요즘 티비만 틀면 나오는 뉴스 속에서 들었던 영아 살해 기사도 그렇고... 지 아기를 낳아서 죽여놓고 또 버젓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 탄원서도 자필로 써서 언론에 공개하는 정신머리라니... 이 책을 보면서 생각이 참 많아진다.




책을 읽고 나면 늘 생각하는 거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된다.  미국의 사례들이어서 모르던 내용들이 많았고 새로운 지식을 알아간다는 즐거움도 컸지만 역시 이 한 권의 책을 읽어서 알게 된 지식과 경험을 통하여 나의 사고가 확장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치적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나의 사고의 기조를 확실히 세울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와 다소 동떨어지는 법령들을 대하면서 사실 어느 한 쪽의 주장으로 나의 생각이 움직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여러 이론들을 대하면서 역시 어렵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소신있는 정치적 견해를 확립하는 것은 역시 섣불리 이루어져서는 안되고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못하는 중립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는 내 스스로가 썩 맘에 차지는 않지만 비판적인 시각은 계속 유지해가면서 좀 더 많은 책을 읽어보아야겠단 생각은 변함이 없다.  책도 어렵고 소신을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어느 날엔가는 뭐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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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7-02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도 어렵고 소신을 세우기도 어렵다는 마지막 구절 와 닿습니다.
하지만 그 소신이 명확해지려면 또 우리는 읽어봐야겠죠?^^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은하수 2023-07-02 11:43   좋아요 2 | URL
참고 읽은 보람은 분명하게 남겨주는 책이었습니다
감사해요~~

저도 계속 읽어가겠습니다.
이웃님들 책 읽는거 보며 자극 받는 시간들이 행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