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스튜어드와는 아니지!
어긋나서 다행스럽다.

‘이사벨 아옌데는 언제나 옳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잘 읽힌다.


ㅡ청혼자들
제이컵 토드가 떠난 지 2년 후에 엘리사 소머스는 확실히 변해 있었다. 어렸을 때의 꼬물꼬물한 애벌레에서 부드럽고 단아한 여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엘리사는 미스 로즈의 보호하에 머리 위에 책 한 권을 얹고 뒤뚱거리고,피아노를 배우며 사춘기를 보냈다. 또 그와 동시에 마마 프레시아의 밭에서 약초들을 키우며, 알려진 병이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여러 민간요법들을 배웠다. 일상생활의 무기력을 치료할 수 있는 겨자, 기운을 북돋아 줘 웃음을 되돌리게 하는 수국 잎사귀, 외로움을 덜타게 하는 오랑캐꽃, 급작스럽게 화를 내는 데 치료가 된다는 마편초 등의 효능을 배웠다. 가끔 마편초는 미스 로즈의 수프에 섞이기도 했다. - P110

미스 로즈는 엘리사가 요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을달리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 마마 프레시아의 시커먼 냄비들 속에서 그 귀한 시간을 몇 시간씩 허비하는 걸 참고 볼 수밖에 없었다. - P110

 미스 로즈에게 요리는 엘리사의 교육에 있어 하나의 장식품 정도였다. 자기처럼 하인들을 부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며, 냄비와프라이팬으로 굳이 옷을 더럽혀가며 요리를 하는 것과는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귀부인에게서는 마늘과 양파 냄새가 나면 안 되었지만, 엘리사는 이론보다는 실전을 더 좋아했다. 엘리사는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좋은 레시피들을 연구해서 공책에 적고, 또 실제로도 연습해 맛깔나게 음식 맛을 내기도 했다. - P111

엘리사는 케이크에 들어갈 향료들과 호두, 원주민 파스텔에 들어갈 옥수수를 쌓으면서, 또는 식초 절임에 들어갈야채나 잼을 만들 과일들을 씻으면서도 몇 시간이고 지루해하지 않았다. 열네 살이 되어서는 미스 로즈가 만드는 파스텔의 맛을 능가했으며, 마마 프레시아의 레시피도 능숙하게 익혔다. 열다섯 살에는 수요일 모임의 만찬을 책임졌으며, 칠레 요리들을 어느 정도 섭렵하자 이제는 마담 콜베르가 가르쳐 줬던 세련된 프랑스 요리와 존 삼촌이 가져다 준 인도의 이국적인 향료에도 관심을 보였다. 엘리사는이름은 몰라도 냄새만으로 향료들을 구별할 수 있었다. - P111

소머스 집안의 마부가 아는 사람들에게 심부름을 하러 갈 때면 늘 엘리사의 손에서 방금 나온 맛난 과자를 들고 갔다. 엘리사는 그 지역 사람들끼리 서로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를 나눠 먹는 습관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렸다. 엘리사의 음식 솜씨가 워낙 뛰어나자 제레미 소머스는그녀를 찻집 주인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 P111

그렇지만 엘리사에 관한 그의 여느 의견들과 마찬가지로미스 로즈는 재고의 가치도 없이 단번에 퇴짜를 놓았다.
직업을 가진 여자는 그 직업이 아무리 존경받는 것이라 할지라도, 사교계에서 한 발 아래라는 것이었다. - P112

반면에 미스 로즈는 엘리사를 위해 좋은 남편감을 찾고있었다. 2년 동안 칠레에서 남편감을 찾다가 없으면 나중에는 영국으로 데려갈 작정이었다. 애인도 없이 스무 살이되어 노처녀가 되게 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엘리사의 남편감은 그녀의 출생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그녀의 장점만을 칭찬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칠레 사람들중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칠레 귀족들은 사촌들끼리 결혼을 올렸으며,중산계층은 미스 로즈의 관심 밖이었다.

그녀는 엘리사가 돈에 쪼들리며 어렵게 사는 걸 보고 싶지않았다. 제레미가 사업상 여러 사업가들이나 광산업자들과도 가끔 교류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대귀족과 사돈 관계를 맺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 P112

사실 엘리사의 미모만으로는 남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역부족이었다. 엘리사는 자그맣고 마른 체구였으며, 얼굴이 우윳빛처럼 창백하거나 그 당시 유행하던 것처럼 가슴과 엉덩이가 풍만하지도 못했다. 두 번 정도 봤을 때야 겨우, 그녀의 단아한 아름다움과 귀여운 행동, 강한 눈빛이눈에 띄었을 뿐이었다. 
엘리사는 존 소머스 선장이 중국에서 가져온 도자기 인형 같았다. 미스 로즈는 엘리사의 변함없는 성격과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 줄 아는 그런 재주를 높이 살 수 있는 청혼자를 찾았다.  - P112

"엘리사가 우리의 성을 가질 수 있도록 그 아이를 법적으로 입양해야만 해요."
미스 로즈가 제레미 오빠에게 요구했다.
"몇 년씩이나 써오고 있는데 뭘 더 바라는 거니, 로즈."
"당당하게 결혼할 수 있도록이요." - P113


"누구랑 결혼할 건데."
그때 미스 로즈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이미 염두에 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스물여덟 살 먹은 마이클 스튜어드라는 청년으로, 발파라이소 항구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함대의 장교였다. 그리고 존을 통해서 그 청년의 집안이 좋다는 것도 알아냈다.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서 온 데다가,
가난하고 출생도 불분명한 처자가 장남이자 유일한 상속자와 결혼한다면 곱게 비쳐지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따라서 엘리사에게는 혹할 수 있을 정도의 지참금과 제레미가 그녀를 호적에 올리는 일이 반드시 필요했다. 엘리사를 제레미의 호적에만 올린다면 그녀의 출생이 그다지 큰 걸림돌이되지 않았다.
- P114

마이클 스튜어드는 운동선수 체격에, 푸른 눈동자의 해맑은 눈을 가진 청년이었다. 구레나룻과 콧수염은 금발이었으며, 치아도 고르고 코도 귀족답게 생겼다. 아래턱이 밋밋해서 좀 민첩해 보이지 않는 게 흠이었지만, 미스 로즈는 나중에 좀 친해지고 나면 턱수염을 길러 그걸 감추어보라고 충고할 생각이었다. 
소머스 선장에 의하면, 행동거지가 반듯하고 경력도 좋아서 해군에서도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라는 것이었다. 미스 로즈의 관점에서는 오랜 시간항해를 한다는 것 자체가 결혼할 여자에게는 가장 큰 장점처럼 보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 청년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엘리사의 성격으로 봐서는 단지 조건이 적당한 것으로는 그를 받아들일 것 같지가 않았다. 엘리사는 그를 사랑해야만 했는데,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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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24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습니다,아옌데 최고!!

은하수 2023-06-24 22:26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그래요
오늘 1권 끝까지 달릴판이었는데 갑자기 딸램 집에 오는 바람에 같이 노느라 ...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