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관통상을 입고도 살아났고 목소리에도 이상이없었다니 신의 도우심이 아니었을까
그 와중에 들것에 실려 가면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니... 참 뭐라해야 할지 말이 안떠오른다.
아쉽게...
왜 별점은 반이 안될까?
난 이 작품에 별 4개 반 주고 싶은데...

-12장
아침 5시, 흉벽 한쪽 구석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침 5시는 늘 위험한 시간이었다. 동이 트면서 해를 등지게 되기 때문이다. 흉벽 위로 머리를 내밀면 하늘을 배경으로 머리 윤곽이 뚜렷이 드러났다. 나는 보초들에게 교대 준비를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도중이었는데 갑자기 어떤 느낌이 왔다. 아주 생 (462/652)
생하게 기억하기는 하지만,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는 무척 어렵다. 대략적으로 말해서, 폭발 한가운데 서 있는느낌이었다. 크게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빛이 번쩍거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통증은 없었다. 아주 격렬한 충격만 느꼈을 뿐이다. 전극에 몸이 닿았을때의 느낌과 동시에 완전한 무력감을 느꼈다. 짓눌리고 움츠러들어 무(無)로 변해버리는 느낌이었다. 앞에 있던 모래주머니들이 엄청난거리로 멀어졌다. 아마 번개에 맞았을 때도 이런 느낌이 아닐까. 나는 즉시 총에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굉음과 섬광 때문에 바로 옆의 소총이 오발되어 맞은 줄 알았다. 이 모든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다음 순간 나는 무릎이 꺾이면서 쓰러졌다. 머리가 땅에 부딪히면서 꽝 하는 소리가 크게 났다. (463/652)
나는 다행히도 다치지 않았다. 멍하고 어찔어찔한 느낌이었다. 매우 심하게 다쳤다는 의식은 있었으나,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통증은 없었다. 나와 이야기를 하던 미국인 보초가 앞으로달려 나왔다. "이런! 맞았나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으레 있음 직한 소동이 일어났다. "들어 올려! 어디를 맞은 거야? 셔츠를 열어 봐!"등등. 미국인은 내 셔츠를 찢기 위해 칼을 달라고 했다. 내 호주머니에 칼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꺼내려 했다. 순간 오른팔이 마비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통증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모호한 만족감을 느꼈다. 아내가 틀림없이 기뻐할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녀는 늘 내가 부상당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야 큰전투에서 전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순간 갑자기 어디를 맞았는지,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궁금해졌다. 아무것도 느끼지 (464/652)
못했지만, 총알이 몸의 앞쪽 어딘가에 맞았다는 것은 의식하고 있었다. 말을 하려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희미하게 꺽꺽거리는소리뿐이었다. 그러나 다시 시도를 하자 어디를 맞았냐고 물을 수 있었다. 목이라고 병사들이 말했다. 들것 담당자인 해리 웹이 붕대와 함께 응급 치료 때 쓰라고 준 작은 알코올 병 하나를 가져왔다. 병사들이 내 몸을 들어 올리자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뒤에 있던 스페인 병사가 총알이 목을 관통했다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알코올 기운을 느꼈다. 평소 같았으면 엄청나게 따가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는 상쾌할 정도로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병사들은 나를 다시 눕혔고, 누군가가 들것을 가져왔다. 총알이 목을 관통했다는 것을 안 순간 나는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총알이 목 한가운데를 관통하고도 살아남은 사람이나 (465/652)
짐승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입 가장자리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동맥이 날아갔구나.‘ 나는 생각했다. 경동맥이 잘렸을 때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죽음을 예상한 시간이 2분은 되었을 것이다. 그것도 재미있었다. 그런 시간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아는 것도 재미있다는 뜻이다. (466/652)
내가 죽음을 예상한 시간이 2분은 되었을 것이다. 그것도 재미있었다. 그런 시간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아는 것도 재미있다는 뜻이다. 처음 떠올린 것은, 다분히 관습적이게도, 아내였다. 두 번째 떠오른 것은 세상 (생각해 보면 결국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세상이었다.)을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에 대한 격렬한 분노였다. 나는 그 감정을 매우 생생하게 느낄 만한 여유가 있었다. 나는 이 터무니없는 불운에 격분했다. 얼마나의미 없는 일이냐! 전투도 아니고 이 염병할 참호 한 귀퉁이에서 순간의 부주의 때문에 죽게되다니! 나는 또 나를 쏜 사람 생각도 했다. 어떻게 생겼을까. 스페인 병사일까, 외국인 병사 (466/652)
일까. 나를 맞혔다는 사실을 알까 등등. 그에대해서는 분노를 느낄 수 없었다. 그가 파시스트였다면 나도 그를 죽였을 것이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러나 만일 그 순간에 그가 포로가 되어 내 앞에 끌려왔다면 잘 쏜 것을 축하해 주기만 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정말로 죽어 가고있었다면 완전히 다른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467/652)
병사들이 막 나를 들것에 올려놓았을 때 마비되었던 오른팔이 풀리면서 엄청나게 아파 오기 시작했다. 그때는 쓰러지면서 팔이 부러진줄로 알았다. 그러나 이 통증 때문에 안심이 되는 면도 있었다. 죽어 갈 때 감각이 더 예민해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차 정상적인 감각들을 가지게 되었다. 어깨에 들것을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고 있는 가엾은 병사들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467/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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